이처럼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직전의 경험에 엄청난 지배를 받습니다.
일상생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 P73

선거 기간에 여론조사 기관에서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당선자를 예측한 결과보다 7세 아이들이 후보들의 사진만 보고 판단했을 때 최종 결과를 더 잘 예측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 P74

실제로 우리는 뽑을 사람을 이미 정해놓은 다음 이데올로기부터 정책까지 그에 맞는 이유를 가져다 붙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가장 본질적인 것만을 생각하고 판단합니다. - P74

우리의 감각을 지배하는 것들

(중략)
이역점 또는 공간역이라고 하는 곳으로 피부의 두 점을 자극했을 때 두 곳을 자극한다고 느끼는 최소한의 거리를 뜻합니다. - P74

손바닥 위의 두 곳을 이쑤시개로 찔렀을 때 분명히 다른지점을 찌르고 있지만 상당히 거리를 둬야 두 곳을 찌르고 있다고 느끼는 부위가 있고, 조금만 거리를 둬도 두 곳을 찌른다고 느끼는부위가 있습니다. 민감한 부위일수록 거리가 짧으며 그 최소한의 거리가 이역점입니다. - P75

접촉이라는 것은 좋아하는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 중 하나이지만 접촉을 통해 좋다는 감정을 느끼게 될 수도있습니다.  - P75

날씨가 추운 지역에 살고 있는 그 딜러는 출근하자마자 헤어드라이어로 자동차 문고리를 적당하게 데워놓았습니다. 자동차를 사러 방문한 고객이 문을 열때 최적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덕분에 그는 그 지역에서 가장 실적이 좋은 딜러가 됐습니다.
실제로 우리는 더 많이 만지고 접촉한 제품을 구매합니다. - P75

시각장애인이 점자책을 읽을 때 손끝은 가만히 있고 책이 움직이는 것(수동적 촉감각)보다 직접 손끝을 움직여 책을 읽는 것(능동적 촉감각)이 내용을 이해하는 데 유리합니다. - P76

 특히 촉감은 다른 감각보다 예민해서 단순한 접촉이 아니라 문화와 맥락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 P75

촉감각에서 느끼는 고통은 그 문화에서 그것을 불안하게 만드느냐, 불안하지 않게 만드느냐에 철저한 지배를 받습니다.불안할 때 맞으면 많이 아프지만 불안하지 않을 때 맞으면 덜 아픕니다. - P76

 하지만 시각과 청각 중 하나를 잃었을 경우 소리를 듣지못하는 사람들의 행복이 상대적으로 덜 행복하다고 합니다. 두 가지 감각을 모두 잃은 헬렌 켈러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Blindness separates us from things but deafness separates usfrom people." - P77

 우리가 소리의 속성이나 듣는다는 것을 이해하면 그동안 잘 몰랐던 인간의 마음에 대해 깨달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소리를 통해 인간의 마음에 대해 눈뜰 수 있습니다. - P77

즉 내가 듣는 내 목소리와 남이 듣는 내 목소리가 조금 다릅니다. 그 이유는 녹음한 내 목소리를 들을 때는 고막만 울리지만 직접 말하면서 내 목소리를 들을 때는 성대를 울리면서 머리도 같이 진동하기 때문입니다. - P77

그리고 우리의 귀는 세상으로부터 받은 에너지를 어떻게든 울림으로 만들어 그 정보를 처리하는데 그것이 바로 우리가 듣는 모든 종류의 소리입니다. - P78

소리가 울림이라면 ‘마음을 울린다는 것은 이성과 감정 중 어디에 가까운 표현일까요? 감정입니다. 귀는 눈보다 우리 감정을 더 많이 자극합니다. 실제로 눈으로 보기만 하는 것보다 귀로 듣기만 할때 더 감정적으로 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P78

오감 중 남은 두 가지 감각은 후각과 미각입니다. 갓 태어난 아이가 힘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은 젖을 빠는 것입니다. 따라서 후각과 미각은 태어났을 때 가장 발달되어 있는 감각인 동시에 떼어놓기 어려운 상호작용하는 감각입니다. - P79

그런데 인간의 후각과 미각만큼 문화적 지배를 받는 것도 없습니다. 한 문화에서는 말도 안 되게 괴로운 맛이나 냄새가 다른 문화에서는 너무도 괜찮은 맛이나 냄새인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 P79

맛의 기본은 짠맛, 신맛, 쓴맛, 단맛이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 4가지에 별 관심이 없습니다. 오히려 매운맛에 관심이 많습니다. 라면의 매운맛, 떡볶이의 매운맛이 다름을 구별하는가 하면 매운 정도까지 세세하게 구분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미각과 후각은 문화 종속적인 특성이 강합니다. - P79

그런데 미각처럼 간사한 것이 없습니다. 우리는 좋아하는 노래를 매일 들을 수 있고, 좋아하는 그림을 매일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맛은 단 몇 차례만 반복해도 쾌감에서 고통으로 변합니다. - P79

큰 전기충격을 받기 직전에 단맛을 보게 되면 평생 단 음식을 먹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미각에 일회성의 경험이 중요한 것은 음식이 물질이기 때문입니다. - P80

하지만 코로 들어오고 입으로 들어오는 것은 단 한 번이라도 우리에게 엄청난 손상을 미칠 수 있습니다. 무언가 먹고 크게 체한 경험이 있으면 다시는 그 음식을 먹고싶지 않은 것처럼 미각과 후각에 있어서만큼은 일회성 경험을 끝까지 가지고 갑니다. - P80

우리는 이미 육감을 체험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인간의 오감은 모두 연합되어 있습니다.
 (중략)
심리학자 엘리자베스 뉴턴Elizabeth Newton은 박사학위 논문을 쓰면서 감각이 동떨어져 있을 때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한 실험을 했습니다. - P80

 실험을 하기 전 그녀는 테이블을 두드리는 사람들에게 상대가 정답을 맞출 확률을 물어보았고 평균적으로 50%라고 예측했습니다. 그런데 실험 결과는 겨우 2.5%만 제목을 맞췄습니다. 우리의 감각은 교류를 통해 정보를 해석하기 때문에 한 가지 감각의 정보만 제공하면 별다른 의미를 갖지 못해 이러한 결과를 가져온 것입니다. - P81

우리가 가진 오감을 합치면 육감이라는 것이 발동합니다. 육감과 오감의 차이는 ‘증거‘입니다. 눈에 보이거나 귀에 들리는 등의 증거가 있으면 오감입니다.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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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알수록 많이 착각한다

먼저 시각의 영향력부터 알아보겠습니다. 눈은 가장 앞쪽에 각막이, 그다음에 렌즈라고도 하는 수정체가 있습니다. 여기로 이미지가 들어와 눈 뒤에 있는 망막에 상이 맺힙니다.  - P68

망막은 스크린입니다. 스크린은 2차원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3차원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3차원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하드웨어인 눈은 분명히 2차원 형태를 가지고 정보를 분석합니다. - P69

 이는 우리가 3차원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무언가를 해석하고 있음을 뜻합니다. - P69

 그런데 누구도 저렇게 찌그러진 굴렁쇠가 잘 굴러가느냐고 의심하지 않습니다. 우리 머릿속에선 저 사진을 보는 순간 이미 정확하게 동그란 이미지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P69

보는 순간 세상을 편집하며, 보는 순간 세상의 수많은 가능성 중 하나를 취해서 믿은 다음 보고 있다고 착각합니다. - P69

한 가지 질문을 던지겠습니다. 지금 자신이 있는 곳에서 서울시청까지 가는 방법은 몇 가지일까요? 택시, 지하철, 버스, 걸어가기.
대부분 상식적인 수준의 몇 가지 방법을 이야기합니다. 토끼뜀으로 갈 수도 있고, 돈이 많이 들지만 헬기를 불러서 갈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 인간은 한두 가지 가능성을 빨리 취하고는 합니다. 그것이 적응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 P70

그런데 가끔은 시각을 통해 여러 가지 정보를 너무 많이 알고 있어서 착각하거나 세상을 잘못 해석할 때가 있습니다. 그 모든 종류의 일들을 가리켜 착시라고 부릅니다. - P71

 즉 무언가를 볼 때 전혀 상관없는 단서를 사용하면 착시가 일어나는 것입니다.  - P71

 이는 곧 내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경험을 쌓아왔느냐가 지금 보는 것의 대부분을 결정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따라서 직전의 경험은 엄청난 생각의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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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정도 안에 다 읽을 수 있겠지? 아님 그냥 새로 구매하는 편이 좋았나?





 그러나 어떠한 예술가도 현실 없이 일할 수는 없다. 창조는 통일의 요구이며 세게의 거부다. 그러나 창조는 세계에 결여되어 있는 그 무엇 때문에, 또 때로는 있는 그대로의세계의 이름으로, 세계를 거부한다. - P437

그렇지만 우리는 모든 혁명적 개혁자들이 예술에 대하여드러냈던 적대감을 주목하게 될 것이다. 플라톤만 해도 아직 온건한 편이다. - P437

그러나 현대의 혁명 운동은 예술에 대한 심판과 다를 바 없으며 그 심판은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다. 종교 개혁은 도덕을 택하고 미를 추방한다. 루소는 예술에 있어서 사회가 자연에 가한 훼손이라는 일면을 고발한다. - P438

대혁명은 당대의 유일한 시인²⁶⁹을 단두대로 보내 처형한다. 유일한 대산문가²⁷⁰는 런던으로 추방되어 기독교와 정통 왕조를 변호한다. 그 얼마 뒤 생사몽주의자들은 "사회적으로 유용한" 예술을 요구하게 된다.

(중략)

269) 대혁명에 가담했다가 공포 정치의 과도함에 항의한 죄로 처형당한 시인 앙드레 드 셰니에를 가리킨다.

270) 기독교의 정수를 쓴 샤토브리앙을 가리킨다. - P438

오직 발레스 만이 예술에 대한 저주에 주술적인 어조를도입하는데 이것이 오히려 예술에 진정성을 부여한다.
이 어조는 또한 러시아 허무주의자들의 어조이기도 하다. - P438

 고뇌에 찬 대시인인 허무주의자 네크라소프는 그 자신이 시인이면서도 푸시킨의 전작품보다도 한 조각의 치즈를 택하겠노라고 잘라 말한다. - P439

독일관념론 역시 예술에의 비난에 있어 준엄하다. 『정신현상학』의 혁명적 해석자들에 따르면, 화해에 도달한 사회에는 예술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미는 상상의 대상이아니라 생활의 대상일 것이다. 현실이란 그것이 전적으로 합리적인 것일 때 그 자체만으로 모든 갈증을 만족시켜 줄 것이다. - P439

예술이란 모든 시대에 두루 속하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그것은 그 시대에 의해 규정되는 것이니 마르크스의 말대로 그것은 지배계급의 특권적 가치들을 표현한다. 그러므로 오직 하나의 혁명적 예술이 존재할 뿐이다. 그것은 바로 혁명에 봉사하는 예술이다. - P439

 러시아의 제화공은 그가 자신의 혁명적 역할을 의식하는 순간부터 결정적미의 진정한 창조자가 된다. 라파엘로도 새로운 인간에게는 이해되지 않는 일시적 미를 창조했을 뿐이다. - P440

사실 마르크스는 어떻게 그리스의 미가 우리에게 여전히 아름다울 수 있는가 하고 자문한다. 그는 이 의문에 대하여, 그리스의 미는 세계의 순진한 유년 시대를 표현하고 있으며 우리는 어른들끼리의 투쟁 한가운데서 이 유년 시대에 대한 향수를 느끼는 것이라고 답한다. 하지만 그렇다면 어떻게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걸작들과 렘브란트와 중국의 예술이 우리에게 여전히 아름다울 수 있단 말인가? - P440

 우리는 과연, 셰익스피어와 제화공 사이의 이 투쟁에 있어 셰익스피어를 저주하는 자는 제화공이 아니라 그 반대로 셰익스피어를 계속 읽으면서도 장화 만들기를 택하지 않는 자들 - 하기야 그들은 결코 장화를만들지 못하겠지만 이라는 사실을 주목하게 된다.  - P440

그렇지만 이런 광적인 금욕에는 우리가 관심을 가질 만한나름대로의 이유들이 있다.
(중략)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반항은 세계의 건설이기도하다. 이것이 또한 예술의 정의다. 반항의 요구는 사실상 부분적으로는 어떤 미학적 요구다.  - P441

이 운동은 또한 모든 예술의 운동이다. 예술가는 자기 생각에 맞추어 세계를 재창조한다. 자연의 교향곡들은 늘임표를 알지 못한다. - P441

 우리가 인지할 수 있는 진동들로 말하자면, 그것들은 우리에게 소리를 전달하기는 하지만 그 소리가 화음이 되는 경우란 거의 없고, 멜로디인 경우란 결코 없다. 그렇지만 음악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가. - P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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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 일이야? 너처럼 잘나가는 문인이 나 같은 은행원을 다만나자 하고"
은행 간부쯤으로 보이는 풍모였다. 고급 모직코트를 걸치고 구불거리는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거드름을 피우고 있었다. - P62

"등단하고 싶으면 시를 나한테 보내봐. 내가 보고 추천해줄데 있으면 알아봐줄게."
사내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그러더니 잠시 숨을 고르고 커피를 들이켠 후 한숨을 내쉬며 다시 입을 열었다. - P62

"아, 최근에 대학가에서 활동하고 있는 문학회에 관한 정보를알고 싶어. 모이는 장소, 모이는 시간 모두 그리고 문학회 이름과 참석하는 학생들 정보도 오랜만에 만난 문학회 정송희 선배이야기로는 네가 아직도 대학가 문학회를 찾아다니면서 후원도해주고 시낭송회에도 참석한다는 것 같더라고 하시더라." - P62

상의 친구는 눈을 빛냈다.
"좋아. 지금 떠오르는 문학회는 두 곳 밖에 안 되는데, 내일 정리해서 네가 있는 곳으로 보낼게 금홍 씨는 잘 계시지?" - P63

"내일 오후에 다방으로 와주게나 문학회 중 가장 의심이 갈만한 곳을 가보려 하니."
구보는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 P63

다음날 오후에 ‘제비‘를 찾은 구보는 상이 브라우닝 권총을들고 요리조리 살펴보고 있는 것을 목격하였다.
"상이, 그거 권총 아닌가?"
"브라우닝 M-1900. 7.65 밀리 총구 권총일세."
"그걸로 무얼 하는 게인가?"
"이 총은 은닉이 가능한 휴대용 총이지." - P63

상은 구보를 향해 조준하였다. 구보가 얼어붙었다. 이때 금홍이 다가와 어이없다는 듯이 상의 총을 빼앗아 자신의 얼굴을 겨냥했다. 구보가 깜짝 놀라는데 그녀가 비녀 뒤에 꽂아두었던 담배 한 가치를 빼들어 총을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 P64

그러고 보니 상은 아직 파자마 차림을 나이트가운으로 가리고 발가락에는 게다를 걸친 꼴이었다. 게다가 헝클어진 머리로 보아 세안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상은 파이프 담배 끝에권총 라이터로 불을 붙이고는 허공을 향해 연기를 내뿜었다. 구보가 무언가 물어보려 하여도 말없이 생각에 잠겨 있는 상을 섣불리 방해할 수는 없었다. 구보는 슬슬 졸려왔다.  - P64

자신도 모르게 꾸벅꾸벅 졸던 구보는 누군가 상을 방문하는소리에 깨어났다. 심부름꾼 소년이 상에게 봉투를 건네고 돈을 받고 있었다. - P65

"셀리는 무신론을 주장해서 옥스퍼드 대학에서 퇴학 처분을 받은 자이지. 만약 셸리를 동경하는 범인이 셸리와 자신을 동일시해서 시구대로 살인을 자행한다면 그 또한 명문대학 중퇴자일 확률이 높고, 무신론이나 무정부주의 뭐 이런 아나키스트적인 생각을 발표하다 그렇게 되었겠지. (중략)
명문대에 적을 두었거나 휴학하는 자들이 꾸리는 문학회인데, 그중 가장 의심되는 한 곳을 오늘 방문하려 하네." - P65

일정목을 지나 뒷골목으로들어가자 작은 선술집들이 늘어선 길이 나왔다. 일정 중간 정도에 위치한 가게 앞에 섰다. 나무 미닫이문을 열고 상이 먼저들어갔다.
"여기 낭만문학회 청년들이 어느 방에 들어 있소?" - P66

 중앙에 화로가 있고 다다미가 깔린 방 안에는남녀 학생 일곱 명이 모여 앉아 있었다. 그중 가운데 학생이 일어나 서서 시를 읊었다.
"오, 거센 서풍, 그대 가을의 숨결이여
보이지 않는 네게서 죽은 잎사귀들은
마술사를 피하는 유령처럼 쫓기는구나.
누렇고 검고 청백하고 또한 빨간 질병에 시달리는 잎들을 오 그대는
시커먼 겨울의 침상으로 마구 몰고 가는구나." - P66

아주 아름답게 생긴 모던걸도 있었으며, 경성제대 교모와 교복을 멋들어지게 차려입은 남학생이 둘 보였다.
가운데에서 시를 읊는 남학생은 연희전문 교복을 입고 있었다. - P66

"저희는 문단에서 글을 쓰고 있는 기성작가입니다만, 아직 무명인지라 한수 배우고자 찾아왔습니다." - P67

 학생들은 낭만파 시인에 대한 난상토론을 즐겼다. 특히나 <오감도>의 시인이 이곳에 왔다는 사실에 학생들은 존경의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 P67

"저는 <오감도>가 난해하지만은 않다고 봅니다. 제 소개를 하자면, 저는 연희전문대학 영문과에 다니는 정병호라고 합니다."
상은 남학생의 건방져 보이는 얼굴을 미소를 머금고 보았다. - P67

원 리틀 투 리틀 쓰리 리틀 인디언, 파이브 리틀 식스 리틀세븐 리틀 인디언………. 저는 이 노래처럼 미국 동요와 대구도 비슷하고 익숙한 느낌이 들어서 말이죠." - P67

하지만 상은 태연하게 넘겼다.
"자네들도 낭만파 시인 바이런과 셀리의 시구를 알게 모르게사용하지 않는가? 하지만 고맙네. 그 ‘원 리틀 투 리틀‘ 하는 인디언 노래를 나는 오늘 처음 듣네. 동요나 민요는 인류의 문화원형을 그대로 담고 있네. 한마디로 잊히지 않는 불후의 명곡이지. 그런 노래와 내 시를 비교하다니, 이거 영광인걸?"
누가 봐도 상의 승리였다.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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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많을수록 사교 기술을 관장한다고 알려진 부위들의 크기가 컸다. 전전두피질(대략 뇌 앞부분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측두엽 (귀옆을 따라 이어지는 부분), 그리고 귀 바로 뒤쪽의 측두엽과 두정엽이만나는 측두두정 접합(TP)라고 부른다)이 여기에 해당한다(<그림 2>). - P106

일반적으로 과학 분야에서는 새로운 사실이 발견되면 그 실험의 결과가 그저 우연은 아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다른 실험실에서도 그 실험을 반복한다. 그래서 우리의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나서도 몇년간 10여 차례의 다른 연구가 이뤄졌다. - P107

어떤 연구에서는 사람들에게 150명이 넘는 친구와 가족의 이름을 모두 써달라고 요청했는가 하면 어떤 연구에서는 페이스북 친구의 수를 활용했고, 일부 연구에서는 의지가 되는 사람들의 수를 측정했다. 또 어떤 연구자들은 친구의 수가 아니라 사람들의 사교성을 수치화한 값을 사용했다. - P107

이 모든 연구는 사회적 네트워크의 크기(수치화 방법은 각기 달랐지만)와 뇌에서 사교활동을 담당하는 부위의 크기가 연관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 P107

 중요한 사실은 모든 연구가 우리의 발견을 광범위하게 인정한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가진 친구의 수는 그사람의 뇌에서 사교 활동을 관장하는 부위의 크기와 상관있었다. - P108

 곽세열은 한 마을에 거주하는 약600명의 성인들을 조사해서 누가 누구에게 감정적 지원을 얻는지를알아내 사회적 네트워크를 그렸다. 연구진은 이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사람들이 누구의 이름을 많이 언급했는지 (인기의 직접적인 척도)를 파악한 후, 이름이 많이 언급된 사람들의 뇌를 촬영했다. 이 연구가 특히 중요한 이유는 마을사람 전부에게 어떤 사람에 대해 어떻게생각하는지를 물었다는 데 있다. 그 결과 연구진은 사람들이 친구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수(우리의 연구를 포함한 대다수 연구에서는 이것을 묻는다)가 아니라 그 사람들이 ‘실제로‘ 가지고 있는 친구의 수(그 사람과 자신이 친구라고 답한 사람들의 수)를 알아낼 수 있었다. - P108

료타 카나이 Ryota Kanal의 뇌 영상 촬영 연구는 친구 수가 적은 사람들(그의 연구에서는 페이스북 친구 수를 지표로 사용했다)의 뇌가 더 작을 것이라는 가설을 확인했다. - P108

다. 그는 고독한 사람들은 상측두구 superior temporal sulcus, STs (양쪽 귀 옆에 위치한 측두엽의 한 부분)에 회백질이 적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상측두구는 마음 이론 연구와 정신화mentalising에 관한 모든 뇌 영상 촬영 연구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영역이다. - P109

 또 충분히 예상가능한 결과긴 하지만, 카나이의 연구는 고독이 사회적 단서를 잘 처리하지 못하는 것과 관련 있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사회적 네트워크의 규모가 작은 것, 높은 불안, 낮은 공감능력과 같은 심리 요인들 역시 고독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 P109

편도체는 뇌에서 신피질 바깥의 오래된 영역에 위치하지만 뇌 바로 앞의 안와전두피질과 직접 연결된다. 안와전두피질은 감정적 단서를 해석하는 일에 관여하는데, 편도체의 공포 반응이잘못된 것이라고 판단될 경우 그 반응을 억제한다고 알려져 있다. 모든 인간관계, 특히 낯선 사람과의 관계에는 잠재적 위험이 따르기 때 문에 (우리는 그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할지 머른다) 최초의 본능적 반응은 항상 달아나는 것이다. - P110

또 하나의 중요한 단서는 나의 동료인 옥스퍼드 대학의 메리앤 누난 MaryAnne Noonan 이 한 연구에서 발견된다. 메리앤은 뇌의 백질을 관찰한 결과 백질의 부피 역시 친구 집단의 크기와 상관관계가 있음을 밝혀냈다. - P110

 미엘린 조직은 서로 연관 있는 2가지 기능을 수행한다. 첫째, 미엘린은 신경의 발화가 다른 신경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한다(다른 신경으로 넘어가면 메시지가 잘못된 곳에 전달되기 때문이다). 둘째, 미엘린은 신경이 전자신호를 전달하는 속도를 높임으로써 뇌의 여러 부분들이 빠르게 소통하도록 해준다. - P110

 예컨대 ‘짐이 말썽을 피웠는지 아닌지‘를 알아내는 일은 뇌의 한쪽 구석에서 수행되는 작업이 아니라 뇌의 여러 영역에서 메시지들이 이쪽저쪽으로 이동하는 과정이다. - P111

지금까지 언급한 연구의 대부분은 오른손잡이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다. 오른손잡이를 대상으로 하는 것은 뇌 영상 촬영 연구의 표준 관행이다. 오른손잡이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면 왼손잡이인 사람들의 대다수(불편하게도 전부는 아니다)는 오른손잡이인 사람들과 뇌 구조가 정반대라는 사실에서 비롯되는 복잡성을 피해갈 수 있다. - P111

실험 대상자가 오른손잡이인 경우, 우리의 실험에서 친구 수를 가장 잘 예측하는 뇌의 부위는 뇌의 맨 앞쪽에 위치한 부위 (정확히 말하면 눈 바로 위에 위치한 안와전두피질, 또는 그 옆에 위치한 내측 전두엽피질 medial frontal cortex)였다.  - P111

결과는 기본적으로 같았지만, 왼손잡이인 사람들의 전두엽에서 친구 수와 상관관계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 영역은 뇌의 표면위쪽 안와전두피질에서 약간 뒤쪽에 위치한 배외측전두엽 피질dorso-frontal cortex 이었다. 이 영역은 평소 이성적 사고와 추론에 관여한다. - P111

이 영역은 평소 이성적 사고와 추론에 관여한다. 이 결과는 왼손잡이인 사람들이 오른손잡이들보다 자신의 인간관계에 관해 의식적 사고를 많이 한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 P111

후속 연구들은 뇌가 사회적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이 매우 복잡하며 어떤 사회 맥락이 포함되는가에 따라 처리 과정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비아 모렐리 sylvia Morelli의 연구진은 대학 기숙사에사는 2학년 학생 전원에게 자신에게 우정, 공감, 지지를 주는 소중한사람들의 이름을 알려달라고 해서 사회적 네트워크 지도를 제작했다. 그러자 누가 네트워크에서 중심지 역할을 하는지 (누가 인기가많은지)를 파악할 수 있었다. - P112

노암 제루바벨 Noam Zerubavel 과 케빈 오슈너 Kevin Ochsner가 회원 14 명으로 구성된 2개의 학생동아리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제루바벨과 오슈너는 모든 학생에게 동아리 회원들의 호감도를 각각 평가하도록 한 다음 다른 회원들의 사진을 차례로보여주면서 그 학생의 뇌를 스캔했다. - P112

모렐리의 연구와 마찬가지로학생들이 인기가 많은 다른 학생의 사진을 보고 있을 때는 정신화와 가치 판단을 담당하는 부위의 활동량이 늘었다. - P112

 낮은 호감도 점수를 받은 학생들은 누구의 사진을 보고 있든 간에 뇌 활동량에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가치 판단을 담당하는 영역 전체의 활동량이 훨씬 많았다. 다시 말하면 인기가 별로 없는 사람들은 동아리의 다른 회원들 모두에게 관심을 많이 기울였고, 인기가 많은 사람들은 동아리에서 인기가 많은 핵심 인물들에게만 관심을 가졌다. - P113

세 번째 후속 연구를 실시한 캐럴린 파킨슨Carolyn Parkinson의 연구진은 대학원 MBA 과정의한 반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뇌의 정신화영역의 활동을 측정한 결과 비슷한 패턴을 발견했다. - P113

그러자 이번에도 자기도 인기가 많고 다른 인기 많은 학생들을 친구로 둔 학생들의 뇌에서 가치판단 및 정신화와 연관된 영역들의 반응이 가장 강했다. - P113

 다시 말하자면 친구들도중요하지만 친구들의 친구들도 똑같이 중요했다. 이것은 프레이밍햄 심장 연구에서 얻은 것과 같은 결론이다. - P113

더욱 흥미로운 점은 사회성이 매우 높은 구대륙(유럽, 아시아, 아프리카)의 원숭이 종들을 대상으로 한 두 편의 최신 연구에서 원숭이한 마리와 함께 사는 원숭이의 수는 측두엽, 전전두피질, 편도체의 처리 장치 크기와 관련 있름이 밝혀졌다는 것이다. - P114

나중에 우리는 사회적 뇌 효과를 중재하는 사교 기술이 매우 복잡해서 인간이 이 기술을 습득하는 데 20년이상 걸리고 그 과정이 뇌의 발달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살펴볼것이다. 전전두피질을 비롯한 인간의 사회적 뇌 영역은 많이 사용할수록 커질 가능성도 있다. 20대 중반이 지나면 이 영역의 성장도 멈추겠지만, 어쨌든 사람이 성인이 될 무렵이면 그 사람의 뇌는 상당부분 발달이 끝나는 것 같다. - P114

4장 우정의 원

"사회적 네트워크에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구조가 있는 것이 분명했고,
그 구조에는 놀라울 정도의 일관성이 있었다.
마치 모든 사람이 똑같은패턴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150명의 사회적 네트워크가 사실은여러 층으로 이뤄져 있음을 알려주는 최초의 단서였다." - P120

다음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재판의 배심원, 대부분의 단체 운동경기, 정부의 내각, 그리스도의 제자들, 군대의 가장 작은 단위(일반적으로 ‘반‘이라고 한다), 내일 죽는다면 당신이 진짜로 슬퍼할 사람들의 수. 답은 모두 비슷한 수라는 것이다. -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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