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은 특별한 방식으로 연결된 탄소, 수소, 산소원자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우리는 설탕을 화학적으로는 탄수화물로 알고 있다. 설탕을 자르고 잘라 더 이상 자를 수 없는 작은크기에 도달해보면, 설탕은 탄소, 산소 원자 각각 여섯 개와 수소원자 열두 개로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 - P29

동물이 갖고 있는 글리코겐이나 식물이 갖고 있는 전분, 또는 섬유질은 수백, 수천 개의 탄소, 산소, 수소 분자들이 길게 연결된 설탕의 사슬이다.⁴ - P30

체내에 존재하는 수많은 물질이 그렇듯이, 혈중 포도당 수치도 매우 제한적인 범위 안에서 유지되어야 한다. 포도당 수치가이 범위에서 너무 멀리 벗어나면 심각한 합병증이 나타나고 심지어는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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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의 책.

다시 보니 도입부, 이상야릇하네요.



"그건 그렇다 쳐도 역시 고냥귀고냥, 설마 그런 일로 죽을줄이야. 금세기 최고의 망게임이란 별명도 헛것이 아니라니까!" - P9

지금 생각해보면 숍 점원이 여성이었던 것이 마음에 안들었던 모양이다.
.....질투심을 얼마나 강하게 설정해놓은 거야. - P10

VR 게임의 좋은 점은 게임을 하면서도 현실세계의 전화나 메일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VR 공간이라 딱히 기계를 들고 있지 않아도 핸즈프리로 통화가 가능하니 현실세계보다도 편리한 것 같다. - P10

『우씽, 잊어버리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윽, 그건・・・・・・ 미안."
『됐거든. 어차피 그럴 줄 알고 혼자서 이미 시작했거든..』
"어, 응. 그렇구나. 미안해."
마키는 나보다도 두 살 어린 사촌동생인데, 그런 주제에나를 이름으로 막 부르는 건방진 녀석이다. - P11

"일곱 개? …………… 일곱 개의 오렌지색 공?! 어, 야, 그거 설마, 안에 별이 들어 있거나 하진 않냐?"
아니, 그런 바보 같은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하지만………… - P12

"응? 안에 뭐 안 들었느냐고 해서, 일단 깨뜨려 봤는데…………..
대수롭지도 않다는 듯 대답하는 마기. 이러니까 이 녀석은 방심할 수가 없다. - P12

『있어. 이건∙∙∙∙∙∙ 뭘까. 미라 손? 게다가 쬐끄매, 인간 게아닌가 봐. 혹시 원숭이일까?』
"그, 그거 혹시, 소원을 세 개까지 들어준다는 유명한 원숭이 손......." - P13

나는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그거 설마,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는 마신이 잠들어 있다는 마법의 램—."
「생각났다아! 카레 포트야!』 - P14

『또 찾았어! 이건・・・・…… 뭘까? 그냥 가늘고 긴 종이 같은데.』
"가늘고 긴 종이?"
가늘고 긴 종이인데 소원을 들어준다고 하면 뭐였더라……… 아, 맞아.
"야, 그거 탄자쿠 아냐? 그 왜 칠석날에 소원을 적어넣는."
『탄자쿠? 아, 응, 그러네. 비슷한 것 같아!』 - P15

"당연하지. 그런 걸로 퍽이나 소원이 이루어지겠다.
근데 뭐라고 썼어?"
「공주님이 되게 해달라고
"・・・・・ 넌 나이를 먹어도 꿈이 많아서 참 좋겠다."
『그치?』 - P16

내가 VR 세계에서 귀를 막은 것과, 온 세상이 뒤흔들리는듯한 고함이 터져나온 것은 거의 동시였다.


『그렇게 게임이 좋으면 게임 세계에나 가버리면 될거아냐, 바보야아아아!』 - P18

다시 말해 그건 뽕망치가 아니라……
"야, 너. 그거 혹시 도깨비"
그러나 나는 그 말을 끝까지 마키에게 들려주지 못했다. - P18

대체 그 한순간 무슨 일이 일어났단 말인가. 아무리 버그백화점이라 불리는 <고냥고냥>, 즉 〈New CommunicateOnline>이라 해도 마을에 서있다가 어디론가 날아가버렸다는 버그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는데. - P20

전화까지 쓸 수 없게 됐다는 건 이상하다. 그건 게임에 포함된 기능이 아니라 VR 공간에 공통적으로 갖춰진 기능일텐데. 게임 내의 버그에 영향을 받다니, 말도 안 된다.
‘그럼 VR 머신 자체에 이상이 생겼나……?? - P20

내 모습에 시선을 떨궈보니, 내가 심혈을 기울여 맞춰놓은장비가 온데간데없었다. 지금 내가 입은 것은 그야말로 당장에라도 부서질 것 같은 가죽갑옷과 가죽부츠, 그리고 허리에는 검이 들어 있을 것이 분명한 남루한 가죽 칼집과 조그만 파우치가 달렸을 뿐이었다. - P21

스탯은 메뉴가열리지 않아 확인할 수 없지만, 아무래도 몸의 감각이 아까하고는 전혀 다른 것 같았다. 이것도 레벨 1로 돌아가고 만것일지도 모른다.
‘설마 세이브 데이터가 초기화된………… 건가??‘ - P21

확실히 말할 수는 없지만, 주위의 경치에 무언가 위화감이느껴지는 것이다. 뭐라고 해야 하나, 눈에 비치는 것들이 모두 여느 때와 미묘하게 다르달까………. - P22

실루엣은 다섯. 우선 눈에 들어온 것이 이쪽에 등을 돌린검을 든 여성의 뒷모습.
그리고 마차를 등지고 그녀를 에워싸듯 무기를 든 네 명의 도마뱀 인간이었다.
그 광경에 나는 확신했다.
틀림없다. 저건 이 게임의 첫 이벤트.
뉴비 플레이어의 무려 90퍼센트 이상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는 부조리한 스타트 이벤트, 악명 높은 <리저드맨의 함정>이 시작되고 있었다! - P24

초견필살(初見必殺)이라는 별명을 가진 이벤트, 통칭 <리저드맨의 함정> 정식 이벤트명은 분명 상인을 지켜라>였던가. 초견필살이라는 별명이 보여주듯, 처음이 이벤트와맞닥뜨린 플레이어는 대부분 이곳에서 첫 죽음을 경험한다고 전해진다. - P25

이 이벤트의 무엇이 그토록 어려운가 하면, 출현하는 적이 강한 것은 물론, 무엇보다도 한 번 봐서는 상황파악이 어렵다는 것을 원인으로 들 수 있다. - P26

이 상황은 언뜻 보기에 리저드맨이 떼로 달려들어 인간 여자를 습격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리저드맨들은 마차를 등지고 싸우는 것‘이다.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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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이라는 말을 들으면 사람들은 대개 어떤 것을 떠올릴까? 독성 식물에서 뽑아낸 추출물, 독사에게서 뽑아낸 독, 아니면어느 미친 과학자가 음침한 지하실에서 만들어낸 치명적인 화학물질? 모든 독약이 그렇게 특이한 유래를 갖고 있지는 않다. - P21

16세기에 살았던 연금술사이자 의사인 필리푸스 아우레올루스 테오프라스투스 봄바스투스 폰 호헨하임 (다행히도 파라켈수스Paracelsus라는 훨씬 짧은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은 이렇게 경고했다. "(약을) 독으로 만드는 것은 투여량Jose 이다." - P21

문제의 화학 물질은 바로 ‘인슐린‘이다. 체내에 인슐린이 부족하거나 몸이 이 물질에 적절히 반응하지 못하면 당뇨병에 걸린다.¹ - P21

당뇨병은 행복하고 활동적이어야 할 아동기를 먹어도 먹어도 채울 수 없는 허기와 마셔도 마셔도사라지지 않는 갈증으로 얼룩지게 만들었다. 인슐린이 발견되기 십여 년 전, 미국의 의사 프레더릭 앨런Frederick Allen과 엘리엇 조슬린 Elliott Joslin은 당뇨병 환자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엄격한 단식을 권장했다. - P22

그러다가 캐나다의 한 연구진이 동물의 췌장에서 인슐린을 분리, 정제하는 데 성공한 1921년부터 상황이 바뀌었다. 인슐린으로 치료를 받은 최초의 환자는 열네 살 소년 레너드 톰슨이었다. 몸무게가 겨우 30킬로그램이던 이 소년은 당뇨 혼수로 의식이 오락가락하는 상태였다.  - P22

모든 당뇨병 환자가 조심해야 할 유일한 것은 자기 몸에 인슐린이 지나치게 많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적을 때 나타나는 증상을 제때에 감지하는 것이었다. - P23

처음 인슐린을 발견하고 정제해서 당뇨병 환자들에게 실제로 쓰이기까지 걸린 시간은 매우 짧았다. 1923년부터 상업적으로 생산되기 시작했으니, 처음 발견한 때로부터 겨우 2년 후였다.³ - P23

1957년 5월 4일 토요일, 잉글랜드 브래드포드. 존 네일러 경사는 이른 시간에 호출 전화를 받고 손버리 크레센트 주택가의 사건 현장을 찾았다. 
(중략)
네일러는정복 경관의 안내를 받아 곧장 2층으로 올라갔고, 욕조 안에 나체로 축 늘어진 채 죽어 있는 희생자의 시신을 보았다. - P23

이웃들은 남편의 슬픔을 진심이라고 믿는 것 같았다. 그러나 네일러는 남편의 진심을 그다지 믿지 않았다. - P24

 두 사람은 지극히 행복한 부부 같았다. 부부싸움 한번 한 적이 없었다. 케네스보다 아홉 살 연하인 엘리자베스는 사실케네스 발로의 두 번째 부인이었다. 첫 부인과 사별한 후 1956년에 엘리자베스와 재혼해서 살고 있었다. - P24

엘리자베스는 보조 간호사였고, 케네스는 정식 간호사였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것도 직장에서였다. - P24

결혼 후에도 케네스는 브래드포드 왕립 진료소에서 계속 간호사로 일했지만, 엘리자베스는 병원을 떠나 동네 세탁소에서 다림질 담당으로 일하고 있었다. - P24

금요일에눈 반나절만 일했는데, 금요일이었던 1957년 5월 3일도 다른 날과 다르지 않았다. 정오가다가오자 퇴근을 하기 위해 소지품을 챙기면서 엘리자베스는 동료들에게 어서 퇴근해서 머리를 감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 P25

점심 식사가 끝나자 엘리자베스는 집안일과 가족들이 내놓은 옷가지들을 세탁하느라 바빴고, 그사이에 케네스는 차고 안에있던 자동차를 자랑스럽게 바깥으로 내놓고 꼼꼼하게 세차를 했다. - P25

 나중에 스키너 부인은 그때의 엘리자베스는 활기차고 ‘생기가 넘치는 모습‘이었다고 진술했다. "사실은요, 나한테 새로 산 까만색 속옷을 보여주면서 우스갯소리도 하고 그랬다니까요." 스키너 부인은 그렇게 회상했다. - P25

그날 오후, 엘리자베스의 가족들은 거실에 모여 한가하게 휴식을 즐겼다. 그런데 소파에 누워 있던 엘리자베스가 웬일인지 점점 불편한 기색을 보이더니 결국은 잠깐 눈을 붙여야겠다며 2층으로 올라갔다. - P25

엘리자베스는 여전히 침대에 누운 채였고, 몹시 피곤해 보였다. 그는 나중에, 아내가 "너무 피곤해서 아들한테 굿나잇 인사도 못 할 것 같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 P26

9시 30분쯤 케네스는 엘리자베스가 침실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 2층으로 올라갔다. 침대에서 구토를 한 아내의 모습을 보고 케네스는 깜짝 놀랐다. 부부는 침대보를 갈았고, 케네스는 더러워진 침대보를 아래층으로 가지고 내려와 주방에 있던 빨래통에 넣었다. - P26

케네스도 잠옷으로 갈아입고 침대로 들어가 책을 읽기 시작했다. 10시경, 엘리자베스는 여전히 상태가 좋지 않았고, 이제는 땀을 비 오듯이 흘리고 있었다. - P26

사이드 테이블에 놓인 알람 시계를 보니 밤 11시 20분이었다. 아내는 아직도 목욕이 끝나지 않았는지, 침대에서 아내의 자리가 비어 있었다. 이상했다. - P27

놀랍게도 엘리자베스는 온몸이 물에 푹 잠긴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공포에 사로잡힌 케네스는 아내가 익사하겠다는 생각에 얼른 욕조의 물마개를 뽑고 아내를 욕조에서 끌어내 욕실 바닥에 눕히려고 버둥거렸다. 그러나 아무리 애를 써봐도 아내를 욕조에서 끌어낼 수가 없었다. - P27

 하지만 얄궂게도 의사를 불러달라는 부탁을 받은 스키너 부부는 즉시 앰뷸런스를 부르는 대신 무슨 일인지 직접 확인해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옆집으로 들어가 계단을 통해 욕실까지 다가간 스키너 부부는 아직 욕조에 누워 있는 엘리자베스의 나체를 보고 크게 놀랐다. 케네스는 아내의 어깨를 문지르고 있었다. - P28

죽음은 언제나 살아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심란하게 만든다.
그러나 죽은 사람이 젊은 아내이자 엄마, 늘 건강하던 사람이라면 더욱 애석하고 슬픈 법이다. - P28

처음에는 욕조 속에서 익사한 것으로 보였지만, 동공이 눈에 띄게 확대되어 있었다. 처음 엘리자베스를 검진했던 의사의 경험상 익사 환자에게서는 본 적이 없는 현상이었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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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다!



아가시에게 수집을 진지하게 해보라는 축복과 지자를 받은데이비드는 페니키스 섬을 떠나 물이 있는 곳을 목표로 삼았다. 그는 이렇게 썼다. "어류학 문헌은 부정확하고 불완전하며 "교구가 너무 적어서 활짝 열려 있는 분야로 보였고, 실제로도 그랬다. 중서부전역에서 이 학교 저 학교로 교사 자리를 옮겨 다니는동안 그는 북미의 모든 담수어를 발견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 P71

나는 이 숙소의 화장실에 자연의 세계> 몇 권이 어질러져 있는 장면을 그려본다. 하지만 실제로 그 숙소에 화장실이 있었는지는 모른다. - P71

시간이 지나면서 정부에도 이 서부의 더벅머리 물고기 중독자의 존재가 알려졌다. 그들은 데이비드에게 일종의 용병으로 일해달라고 부탁했고, 여름휴가 동안 그를 파견해 미국에 남아 있는미지의 어류들을 밝혀내게 했다.  - P72

 그들은 샌디에이고에서 출발하여 해안선을 따라 올라가며 미국의 물고기 주민들을 찾아다녔다. 데이비트는 파도 사이에서 끌어올린 "기름기 반질반질한 보물들"에 감탄했다. "무게가 270킬로그램"에 육박하는 펄쩍펄쩍 뛰는 거대한 참치와, "기다란 리본 같은 가슴지느러미가 있는" 날개다랑어, "잠자리"처럼 "날개"를 파닥거리며 "200미터가 넘는" 거리를 날아간 캘리포니아 날치에 관해서도 썼다. - P72

어느 날개다랑어의 뱃속에서는 민대구 한 마리가 발견됐고, 이 민대구의 뱃속에서는 무지갯빛 비늘을 지닌 작은 물고기 하나가 발견됐다. 화사한 진홍색바탕에 노란 줄무늬가 있는 물고기에게 그들은 "스페인 국가"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⁷ - P73

그런데 데이비드가 아무리 어류에 집중하려 노력해도 그의 높은 계속 식물 쪽으로 향했다.
(중략)
게다가 눈에 보이는 거의 모든 생물에 등급을 매기는 집착도 생겨났다.  - P73

늘 자신의 선지자로 모시던 루이 아가시의 제자답게 데이비드는 자신이 관찰하는 생물에게서 도덕적 교훈을 찾으려 했다. 아가시의 흐릿한 "퇴화" 개념에 다윈의 진화론을 함께 버무린 것을가지고 한 걸음 더 나아갔다. - P74

한 과학 논문에서 그는 한자리에 뿌리를 내리고 주머니 모양의 몸으로 여과섭식을 하는 멍게가 한때는 더 고등한 물고기였지만 "게으름", "무활동과 의존성"이 더해진 결과 현재와 같은 형태로 "강등된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¹² - P74

여덟 달 후 데이비드는 인디애나주로 돌아갔다. 이번에는 마침내 인디애나대학의 종신교수가 되어 블루밍턴으로 간 것이다.
또한 한때는 종신교수가 되는 것보다 더 어려워 보였던 일도 바로 이 무렵에 이뤄냈다. 결혼을 한 것이다! - P75

인디애나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지 겨우 6년이 지나 서른네 살이 됐을 때 데이비드는 학장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는그 요청을 받아들여 전국에서 가장 젊은 대학 학장이 되었다.¹⁶ - P75

그건 그렇고, 데이비드는 다윈이 신을 없애버리기는 했지만,
자신의 추구는 여전히 고귀한 일이라 여겼다. 그는 자연의 사다리의 형태, 그러니까 모든 동물들과 식물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있고 지위가 정해져 있는지를 드러내줄 가장 높은 청사진에 대한 추적을 계속 이어갔다. - P76

그러니까 그가 하는 일은 다른 생물들의 우연한 실수와 성공들 속에 쓰여 있는, 잠재적으로 인류가 더욱더 진보하도록 도와줄 실마리들을 찾는 것이었다. 이는 키를 잡고 있는 창조주의 존재가 없다는 점만 제외하면 아가시의 사명과도 그리 다르지 않았다. - P76

데이비드는 전진하고 있었다. 그가 한데 모은, 안경을 낀 건장한 분류학자들의 무리는 미처 다 이름을 붙이기도 버거울 만큼 빠른 속도로 물고기들을 발견해나갔다. 그들은 에탄올 유리단지에물고기들을 퐁당퐁당 담그고, 과학관 제일 위층에 있는 데이비드의 한적한 실험실에 있는 선반에 차곡차곡 쌓았다. 수천 마리의 정체를 알 수 없는 피조물들이 점점 더 높이 쌓여가며 자신들의 성스러운 명명 의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 P76

에탄올은 부패시키려는 우주의 시도를 저지하는 능력도 탁월했지만, 불과도 친한 사이였다. 그 유리단지들은 작은 폭탄들처럼 폭발했다. 물고기들은 증발했다. 동정되지 않은 생물들은 재가 되었고, 아마 다시는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모든 표본이 하나도 남김없이 소실되었다. - P77

그게 다가 아니었다. 여러 해에 걸쳐서 데이비드는 비밀스러운 문서를 준비하고 있었다. 생명의 나무에서 전에는 한 번도 본적 없는 가지들을 밝혀내는 일종의 보물지도였다. 통찰과 진화적관계를 천명하는 정신없이 복잡한 선들로 이루어진 거대한 샹들리에 모양의 지도. 이것이 완전히 불타 없어졌다. - P77

하지만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이런 재해를 겪고도 멈추기를 거부했다.  - P78

그는 이 시련 전체에서 얻은 교훈은 딱 하나라고 주장했다. 그게 뭐였을까?
 (중략)
그는 "당장 출판하라는것"이라고 썼다.¹⁸ 아, 더 세게 밀어붙이라는 말이었구나. - P78

그는 자기 개인의 삶에 비극이 닥쳤을 때도 비슷하게 반응했다. 그로부터 겨우 2년 뒤 11월 어느 날, 그의 아내 수전이 기침을 하며 몸져누웠다. - P78

또한 유창한 추도사를 통해 아내와 공유했던 분류학에 대한 사랑과, "바닷물이 그 속에 포함된 미세한 동물들 때문에 별처럼 반짝이던" 페니키스 해변에서 함께한 밤 산책을 추억했다.²】 어쩌면 그는 수전도 이런 추도사를 바랐을 거라고, 수전의 죽음은 질서를 찾으려는 그들의 가치 있는 사명 중에 맞이한 불행한 피해였다고 확신했을지도 모른다. - P78

벼락 사고와 수전의 죽음 두 가지 일에서 재빨리 회복한 것에대해 데이비드는 살면서 언제부턴가 "낙천성의 방패"를 갖추게 된것 같다는 말로 설명했다.²⁵ - P80

 그를 주저하게 만든 유일한 요소는 스탠퍼드 부부였다. 릴런드 스탠퍼드는 악덕 자본가로 널리 알려진 공화당 상원의원이었다. 그의 아내 제인은 정규교육은 거의 받지 못했으며, 죽은 아들과 만나려고 영매들을 찾아다니는 걸 좋아했다.  - P81

 데이비드는 또한 인디애나에 있던 자신의 다량의 어류 컬렉션도 실어 왔고-기차가 눈 덮인 산들 사이로 달리는 동안 달그락거리는 유리단지들 안에서 물고기의 눈알들이 굴러다녔다―그것들이 도착하자 스탠퍼드 캠퍼스에서 가장 위압적인 건물 하나를 그 물고기들을 보관할 장소로 정했다. - P82

 아가시는 진화론을 받아들이지 못했을 뿐 아니라(그 시점에 이는 과학적으로 바보라는 표시였다), 자연에 위계가 있다는 믿음을 동력으로 과학사에서 가장 큰 혐오를 담고 있고 가장 파괴적인 오류 중 하나를 주창했다. 아가시는 죽는날까지 미국에서 다원발생설(각 인종들은 서로 다른 종이며, 특히 흑인은 인류보다 낮은 종이라는 믿음)을 가장 극렬히 옹호한 이들 중 하나였다.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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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적으로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진 않는다.






병렬독서를 하고 있는 《그들은 자신들이 자유롭다고 생각했다》에 등장하는 인터뷰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나치 협력자였던 독일인이 인터뷰에서 유대인은 상사를 할 때 이윤만 남기려는 돈만 밝히는 존재이기에 유대인을 싫어한다고 말합니다. 인터뷰어가 그 독일인에게 돈을 남기려는 건 장사하는 사람이라면 다 같지 않냐고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이 추가 질문에 적절한 대꾸를 할 수 없었던 그 독일인은 말을 돌리죠.  - P237

 판단이 믿음으로 굳어버리면 합리적인 비판이 개입되어도 변하지 않습니다. 태도라면 다릅니다. 신념으로 굳지 않은 태도나 어떤 견해는 합리적인 비판이 가해지고 합리적인 비판을 수용할 경우 수정될 수도 있죠. - P238

《그들은 자신들이 자유롭다고 생각했다》에 등장하는 평범한 독일인에겐 유대인에 대한 판단은 태도가 아니라 신념으로 굳어져 있습니다. 또한 올포트는 편견에는 판단적 요소와 감정적 상태가 혼재되어 있음을 지적합니다. 폼젤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 사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 P238

사회 현상은 복잡하지요.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인간집단 역시 복합적 성격을 지닙니다. 복합적 성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꽤 많은 노력이 필요해요. 하지만 사람은 천천히 대상을 파악하기보다 가급적이면 재빨리 판단을 내리고 싶어합니다.  - P238

그래서 우리는 어떤 사람을 그 사람 자체로 보기보다 그 사람이 속한 집단의 속성으로부터 그 사람의 특성을 파악하려 하지요. 이것을 범주화라고 합니다. - P239

범주화 자체는 불가피한 정신적 활동입니다. 범주화 자체를제거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범주화에 개입하는 성급함은 부지불식간에 편견을 낳을 수도 있습니다. - P239

편견은 과잉 범주화를 먹고 자랍니다. ‘우리‘라는 용어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집단이 있습니다. 가족이 그렇고 친한 친구 사이도 그렇습니다. 조금더 확대된다면 같은 학교 출신, 같은 지역 출신, 같은 국적, 같은 젠더, 같은 인종인 사람 사이에도
‘우리‘라는 표현은 어색하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 P239

그 점과 관련해서 우리가 살펴봤던 윌리엄스가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행위자를 분류했던 것을 다시 끄집어내보겠습니다. 우리는 구성원, 신민 또는 하인, 반역자, 망명자, 부랑자라는 분류에 또 하나의 그룹을 추가해야 합니다. 배제되는 집단이죠. - P240

외집단을 배제하는 태도가 내집단 내에서 집합현상으로 나타나면, 내집단에 의한 외집단 배제는 단순히 부정적 태도에 그치지 않고 외집단에 대한 부정적 행위로까지 상승됩니다. - P240

그것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편견 행위가 차별입니다. 특정유형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는 거죠. 한 단계 더 나아가면 물리적공격, 즉 폭력이 행사되고, 거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면 가장 극악적인 형태인 인종학살인 제노사이드, 즉 홀로코스트와 같은 사례까지 일어납니다. - P241

편견은 타인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라고만 보통 이해하지만올포트는 매우 성찰적이고 의미심장한 지적을 합니다. 편견은 동전의 양면처럼 증오-편견도 있지만 사랑-편견도 있습니다. 사랑-편견은 내집단에 속한 사람이 자신이 속한 내집단에 대해서과잉으로 갖고 있는 감정의 긍정 상태입니다. - P241

집단 간 차이는 존재할까요? 한국인과 일본인도 다르고요.
유대인과 독일인도 분명히 다른 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차이를 지각하는 것과 차이를 과잉 범주화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 P242

동조 압력이 강해지면 소수자는 매운 음식을 안 먹거나 싫어하거나 못 먹어도티를 안 내려고 합니다. 이 과정이 지속되면 소수자는 동조 압력을 피해 숨어버려 비가시화됨으로써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과잉 범주화되겠지요. - P244

편견이 어떻게 재생산되는 것인가 하는 문제와 관련해서 강한 편견적 성향을 가지고 있는 집단을 조사해본 결과, 대체로 외집단에 대해서 꼬리표를 붙이는 언어적 표현을 잘 사용한다는 속성이 발견됐습니다. - P244

그 사람이 그걸 믿고 있는 근거는 ‘그들‘에 대해서 들었던 내집단 내의 ‘풍문‘입니다. 내집단에서 떠도는 이야기가 외집단에 강력한 꼬리표 붙이기의 유일한 근거였던 것이죠. - P246

편견은 쉽게 판단을 내리려는 경향을 먹고 자라기에 쉽게판단을 내리게 하는 요인을 분석하는 게 필요합니다. 가장 쉬운 판단은 가시적 차이에만 주목하기입니다. - P246

편견은 쉽게 판단을 내리려는 경향을 먹고 자라기에 쉽게판단을 내리게 하는 요인을 분석하는 게 필요합니다. 가장 쉬운판단은 가시적 차이에만 주목하기입니다. - P246

민족은 문화적 구성물이지만 인종은 유전자에 의한 구성물입니다. 문화적 구성물인 민족 간에는 차이가 매우 뚜렷하게 나타나지만, 인종적 변수로는 집단 간 차이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 학자들의 보편적 의견입니다. - P246

젠더 역시 그런 면에서 인종만큼이나 가시적이죠. 여자와 남자는 보통 외모로 구별되니까요. 그래서 사람들은 한 사람의 특성이 지닌 다양함을 무시한 채 젠더 속성으로 쉽게 과잉 범주화합니다. 하지만 인간 사이의 차이를 설명할 때 젠더의 차이로 환원될 수 있는 것은 극히 일부분인데요, (중략) - P247

인간 본성의 아주 작은 부분만 성에 따라 구별된다. 물론 유전자로 인해 남녀의 일차 성징과 이차 성징이 나타나지만 인간의 신체적 · 생리학적·심리적 특질 가운데 많은 부분이 성과 무관하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문화에서 여성과 남성의 위치는 과장된 방식으로 구분된다. 여성은 열등한 존재로 간주되며, 집에 갇히고, 남성과 다르게 옷을 입고, 남성이 누리는 많은 권리와 특권을 누리지 못한다.


- 《편견》, 190쪽. - P247

편견을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은 누구에게나 있는데 왜 어떤이는 편견이 재생산되는 것에 브레이크를 걸어서 관용적이고 개방적인 사람이 되고, 왜 어떤 이는 편견에 사로잡힌 사람이 되는것일까요? - P248

올포트는 폐쇄적 사고와 방향적 사고의 방식 차이를 원인으로 지적합니다. 방향적 사고는 사실 파악을 지향하는, 즉 사고의 방향이 있는 사고입니다.
(중략)
 반면 어떤 사람은 폐쇄적 사고를 벗어나지 못하는데요, 폐쇄적 사고는 사실이 아니라 자기를 준거로 삼는 맴도는 사고죠. 폐쇄적 사고는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늘 판단의 근거는 자신의 신념, 믿음뿐입니다. - P248

방향적 사고를 하는 사람은 항상 의심하고 회의하죠. 사유는기본적으로 의심과 회의로부터 출발을 하고 끊임없이 의심과 회의를 잘하는 사람이 성숙된 사고를 할 수 있죠. - P248

반면 폐쇄적 사고를 하는 사람은 자신이 믿는 것을 뒤집는 증거가 나와도 요지부동입니다. 왜냐하면 그는 자신의 편견을 믿음으로 간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P248

편견이 강한 사람에게 나타나는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를 범주화 방식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독점 범주와 분화 범주의 차이입니다. 독점 범주를 일상언어로 표현하면 대상을 싸잡아 평가하는 태도죠. - P249

우리가 방향적 사고를 하면, 노인 집단 내부에도 다양한 분화가 있음을 확인합니다. 방향적 사고를 통해 내부의 분화를 알게 되면 우리는 ‘노인‘이라는 단일 범주가 아니라 내부 분화를 표현할 수 있는 용어를 찾아내야겠지요. 다시 말해, 독점 범주 밑에 분화 범주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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