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지금까지 내가 만난 사람 중 가장 못생긴 여자였다.
라는 말은 아마도 공정한 표현이 못 될 것이다. 그녀보다 추한외모의 여자는 사실 그 밖에도 많을테니까. 하지만 내 인생과어느 정도 친밀한 관련을 맺고, 내 기억의 토양에 나름대로 뿌리내린 여자들 중에서는, 그녀가 제일 못생겼다고 해도 큰 지장이 없지 싶다. - P151

그녀를 가령 ‘F*‘라 부르기로 하자. 여기서 본명을 밝히는 것은 몇 가지 디유로 적절하지 않다. - P151

그리고 만약 이 글을 본다면 당연히 자기 얘기임을 알아차릴 것이다. 하지만 내가 그녀를 ‘지금까지 내가 만난 사람 중 가장 못생긴 여자라고 표현해도, F*는 아마 조금도 신경쓰지 않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재미있어하지 않을까. - P152

그런 의미에서, 그렇다, 그녀는 실로 범상치 않은 존재였다. 그리고 그 범상치 않음은 결과적으로 나뿐 아니라 적지 않은 사람들을 그녀 주위로 모이게 했다. 자석이 오만 가지 형태의 유용무용한 쇠 부스러기를 끌어당기듯이. - P152

나는 아름다운 여자도 몇 명 개인적으로 알고 있다. 누구나‘이 사람은 예쁘다‘고 인정하고, 시선을 빼앗길 만한 여자들이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 아름다운 여자들은 적어도 그중 많은 이가 자신이 아름답다는 사실을 무조건적으로 덮어놓고 즐기지는 못하는 듯했다. 나는 그 사실이 적잖이 신기했다. - P153

그에 비해 자신이 아름답지 못하다는 것을혹은 못생겼다는것을 나름대로 즐길 줄 아는 여자는 오히려 행복하다고 말할수 있지 않을까? 어떤 아름다운 여자에게도 어딘가 보기 싫은 구석이 있듯이, 어떤 못생긴여자에게도 어딘가 아름다운 부분이있다. - P154

그런 작용이 세상을 구성하는 하나의 본질인지 혹은 그저 시각적 착각인지는 내가 판단하기 버거운 문제다. 어쨌거나 그런 의미에서 F*는 그야말로 빛의 트릭스터였다고 할 수 있으리라. - P154

 나이도, 키도, 가슴의 모양이나 크기도, 그녀의 ‘아름답지 못함=못생김‘
앞에서는 전혀 무게를 지니지 못했다. 하물며 엄지발가락 발톱모양이나 귓불의 길이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 P155

그가 나를 F*에게 소개했고, 우리는 함께 와인잔을 기울이면서 프로코피예프의 음악에 대해 이야기했다. 두 사람도 우연히 이곳에서 만났다고 했다. 요컨대 셋 다 각자 혼자서 콘서트에와 있었던 것이다. - P155

F를 처음 보고 내 머릿속에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은 당연히, 정말 못생겼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무척 당당하게 미소 짓고 있었기에 곧 그런 식으로 생각한 내가 내심 부끄러워졌다. 그리고 한동안 담소하는 사이,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그녀의 외뮤에 나는 완전히 익숙해지고 말았다. - P155

 왜냐하면 그녀의 강한 개성 -혹은 ‘흡인력‘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그 평범하지 않은 외모가 있기에 비로소 효력을 발휘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요컨대 F*가 풍기는 세련미와 추한 외모의 크나큰 격차가 독자적인 다이너미즘을 구축하는 것이다. - P156

그녀의 얼굴이 어디가 아름답지 않은가못생겼는가를 구상적으로 묘사하기란 지극히 어렵다. 제아무리 온갖 말을 동원해 정밀하게 묘사하고 설명한들, 그녀의 외모가 지닌 특이성의 실체를 읽는 이에게 전달하기는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 P156

 한 부분 한 부분에는 이렇다 할 결함이 없다. 하지만 그 부분들이 하나로 조합되면 누가 봐도 틀림없는, 유기적이고도 종합적인 추함이 생겨난다(좀 이상한 비유지만 그 과정은 비너스의 탄생을 연상케 한다). - P157

톨스토이는 소설 『안나 카레니나』첫머리에서 행복한 가정은모두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사정이 다르다고 썼는데, 여자 얼굴의 비추에 대해서도 거의 같은 말을 할 수 있지 싶다. - P157

하지만 F*가 업은 원숭이는 무척 다양한 얼굴을 가졌고, 털은동시에 몇 가지 빛깔을 결코 빛나지는 않을지언정복합적으로 갖추고 있었다. 그래서 그 원숭이의 인상은 보는 각도에 따라. 그날의 날씨며 풍향에 따라, 또한 시각에 따라 상당히 크게바뀌었다. 다시 말해 그녀의 추한 외모는 갖가지 추함의 요소가 어떤 엄숙한 규칙하에 한데 불려와서 특별한 압축력으로 결정화한 결과였다.  - P158

두번째로 F*를 만났을 때, 나는 그 점을 어느 정도(아직 적절한 표현을 찾지는 못했지만 인식할 수 있었다. 그녀의 추함을이해하는 데는 나름대로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직관과 철학, 윤리 같은 것도 필요하다. 또한 아마 약간의 인생 경험도 요구될것이다. - P158

공연장을 나와 택시를 기다리는데 그녀가 뒤에서 말을 걸었다. 그때 F*는 여자 친구와 함께였다. 날씬하고 몸집이 작은 미인 친구였다. F*는 따지자면 키가 큰 편이다. 나보다 조금 작은정도다.
"저기, 좀 걸어가면 괜찮은 술집이 있는데, 괜찮으시면 같이와인이라도 마시는 거 어때요?" 그녀가 말했다. - P159

그렇게 나와 F * 둘만 남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딱히 낙담한 것은 아니다. 이미 F*라는 여자에게 상당히 개인적인 흥미를 품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F*는 무척 고상한 차림이었고, 파란색 실크 드레스가 한눈에도 고급스러웠다. 착용한 액세서리도 실로 완벽했다. - P160

나와 그녀는 그날의 콘서트에 대해 이야기했다. 바이올리니스트의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다는 데 우리의 의견이 일치했다. - P160

우리는 피아노곡을 좋아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물론 오페라도 듣고, 교향곡도 듣고, 실내악도 듣는다. 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것은 피아노 독주곡이었다. 그리고 그중에서 특히 애호하는 작품이, 신기할 만큼 정확히 겹쳤다. - P160

베토벤의 피아노소나타는 가끔 너무 빤한 대목이 거슬린다. 해석도 일단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했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브람스의 피아노곡은 가끔 들으면 멋지지만, 매일 듣다가는 피곤해진다. 가끔은 따분하기도 하다.  - P161

우리가 이의를 제기할 바 없이 훌륭한, 이른바 궁극의 피아노곡으로 선택한 것은 슈베르트의 피아노소나타 몇 곡과 슈만의 피아노 작품이었다. 그중에서도 한 곡만 남긴다면 뭐가 좋을까? - P161

그래요. 딱 한 곡만 하고 F*는 말했다. 말하자면 무인도에 가져갈 피아노곡.
어려운 질문이다. 집중해서 곰곰이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슈만의 <사육제>"라고 나는 끝내 마음먹고 말했다. - P161

 나중에 밝혀진 바로, 양손 관절을 힘주어 열 번 꺾는 것은 그녀가 긍정적으로 흥분했을 때마다꼭 나오는 버릇이었다. 하지만 그때는 그런 사실을 몰랐으니 그녀가 무슨 이유에선가 화가 난 줄 알았다. 아마 <사육제>라는 선택이 부적절했나보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나는 옛날부터 슈만의 <사육제>를 무척 좋아했으니까. - P162

 만화경처럼 아름다우며 인지를 초월해 지리멸렬히 펼쳐지는 슈만의 그 피아노곡을 남기기 위해,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평균율과, 베토벤의 후기 피아노소나타와 웅장하고도 차밍한 3번 콘체르토를, 눈 딱 감고 포기해버릴 수 있는가? - P162

"당신 취향이 꽤 괜찮네요. 그리고 그 용기에 감탄했어요. 음, 나도 그렇게 할래요, 슈만의 <사육제>만 남기기로."
"정말로?"
"네. 정말로, 나도 <사육제>는 옛날부터 무척 좋아했어요. 아무리 들어도 신기하게 질리지 않아요." - P163

노트에 따르면(나는 각각의 연주에 대해 자세한 기록을 남겼다), 우리는 세 명의 피아니스트가 <사육제>를 연주하는 콘서트에 갔고, 총 마흔두 장의 <사육제> 레코드와 CD를들었다. 그리고 그 연주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교환했다. - P163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거다‘ 하고 수긍할 만한 연주를 꼽으려 들면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을 우리는 발견했다. - P164

연주가 아무리 기교적으로 완벽하다 해도, 그것을 구사하는 방법이 음악과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사육제>라는 곡은 그저 무기질적인 손가락 운동으로 전락해버린다. 매력의 태반이 사라져버린다. 사실 대단히 표현하기 어려운 난곡이다.  - P164

. 블라디미르 호로비츠는 생애를 통틀어 슈만의 음악을 즐겨 연주했지만, 어째서인지 <사육제>는 정규 녹음을 남기지 않았다. 스바토슬라프 리흐테르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언젠가 마르타 아르헤리치가 연주하는 <사육제>를 꼭 들어보고 싶다는 건 나 하나만의 소망이 아닐 것이다. - P164

참고로 슈만과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 중 그 음악의 훌륭함을 알아준 이는 거의 없었다.  - P164

기성 고전주의에서 벗어나 바야흐로 새로운 낭만파 음악을 시도하려 했지만, 많은 동시대인의 눈에는 확실한 기초와 내용이 결여된, 익센드러한 작품으로밖에 비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는 그 대답할정도의 익센트리시티가 낭만파 음악을 전진시키는 강력한 추진력이 되었지만, - P165

물론 <사육제>만 들은 것은 아니고 때로는 모차르트도 듣고 브람스도 들었지만, 직접 만나면 반드시 누군가의 <사육제>에 귀기울이고, 그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내가 서기를 맡아서 우리의 의견을 요약하고 기록했다. 그녀가 우리집에 온 적도 몇 번 있었지만, 내가 그녀의 집으로 가는 쪽이 훨씬 많았다. - P165

열 살 정도 아래의 이성과 그렇게 자주 만나면 보통은 가정에서 파란이 일 만도 한데, 내 아내는 그녀에게 조금도 신경쓰지않았다. 무관심의 가장 큰 이유가 그녀의 외모였음은 굳이 말할필요 없으리라. - P166

F*의 남편을 만난 적은 없다(그녀에게 자식은 없었다). 우연히 내가 찾아갈 때마다 남편이 부재중이었는지, 아니면 그녀가남편이 없는 시간을 골라 나를 집으로 불렀는지. 그도 아니면 남푠이 대부분의 집을 비우는 건디는 알 수 없었다. - P166

또한 그녀는 자신의 과거 이야기도 일절 입에 담지 않았다. 어느 지방 출신이고, 어떤 가정에서 자랐고, 어떤 학교를 나와서어떤 일을 해왔는지, 그런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았다. 내가 개인사에 대해 질문하면 모호하게 얼버무리거나 말 대신 미소로ㅍ응할 뿐이었다.  - P167

하지만 음악 이외의 면에서 그녀는 내게 거의 수수께끼에 가까운 존재였다. 그녀는 자기가 말할 생각이 없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리 부추기도 절대 입을 열지 않았다. - P168

그녀는 한동안 침묵에 잠겼다. 그러고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우린 누구나 많건 적건 가면을 쓰고 살아가. 가면을 전혀 쓰지 않고 이 치열한 세상을 살아가기란 도저히 불가능하니까. 악령의 가면 밑에는 천사의 민낯이 있고, 천사의 가면 밑에는 악령의 민낯이 있어. 어느 한쪽만 있을 수는 없어. (중략) 왜냐하면 스스로 영혼을 깊이 분열시킨 인간이었으니까. 가면과 민낯의 숨막히는 틈새에서살던 사람이니까." - P169

"가면을 쓰고 있는 사이 얼굴에 들러붙어서 뗄 수 없어진 사람도 있을 수 있겠네." 내가 말했다.
"그래, 그런 사람도 있을 수 있지."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 그리고 살짝 미소 지었다. "하지만 설령 가면이 얼굴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해도, 그 아래 또다른 민낯이 있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아." - P170

"하지만 그런 것을 볼 수 있었던 로베르트 슈만은, 결국 행복해지지 못했어. 매독과 분열증과 악령들 때문에."
"그래도 이렇게 환상적인 음악을 남겼잖아. 다른 사람들은 쓸수 없을 비범한 곡을 썼어." 그녀는 말했다. - P170

"블라디미르 호로비츠가 라디오방송에서 슈만의 소나타 F단조를 녹음한 적 있어." 그녀가 말했다. "그 얘기 들어봤어?"
"아니, 못 들어온 것 같은데." 내가 말했다. 슈만의 그 3번 소나타는 듣는 사람이나 연주하는 사람이나 (아마도) 적잖이 에너지가 소비되는 곡이다.  - P171

나는 그녀를 어떤 의미에서는 매력적인 여자라고 생각했지만, 특별히 성적인 관계를 갖고 싶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는 아내의 판단이 맞았던 셈이다. - P171

내가 그녀와 자지 않았던 것은 실제로 그럴 마음이 들지 않았던 것은 그 가면의 미추보다는 오히려 그 안쪽에 마련되어 있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기 두려웠던 탓인지도 모른다. 그것이 악령의 얼굴이건, 천사의 얼굴이건. - P172

텔레비전에 나온 그녀를 처음 발견한 것은 아내였다. 그때 나는 내방 책상 앞에 앉아 일하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당신 여자친구가 뉴스에 나오는데?" 아내가 말했다. 생각해보면 그녀는 F * 라는 이름을 입에 담은 적이 한 번도 없다. - P172

F*는 경찰서로 보이는 건물에서 나와 계단을 내려와서, 짙게 선팅한 승합차에 올라타는 참이었다.
그 짧은 거리를 천천히 걸어가는 모습이 카메라에 담겼다. 의심의 여지 없이 F*였다. 웬만해서는 그녀의 얼굴을 착각할 수 없다. 수갑을 찬 듯, 앞으로 내민 양손 위에 어두운색의 코트가 덮여 있었다. 여경 두 명이 양쪽에서 팔을 붙잡고 있었다.  - P173

하지만 텔레비전 화면에 비친 그녀의 얼굴에서는 평소에 볼 수 있던 생생한 무언가가 사라져 있었다. 혹은 의도적으로 가면 너머에 은닉하고 있었다.
아나운서가 F*의 본명을 밝히고, 대형 사기 사건의 공범으로서에 체포된 경위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사건의 주범은 그녀의 남편이고, 며칠 전에 이미 체포되었다. - P173

 그런데도 F*와 그 경이적으로핸섬한 남자가 한 지붕 아래 - 다이칸야마의 세련된 맨션에서 -평범한 부부처럼 생활하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떠올리면, 이상하게도 매우 곤혹스러워지는 것이었다. 세상의 많은 사람도 뉴스로 두 사람의 얼굴을 보고 그 엄청난 미추의 격차에 경악했을 테지만, 내가 그때 느낀 위화감은 훨씬 개별적인 것이자 깊고 국소적인 것이었다. - P174

두 사람이 체포된 혐의는 자산운용 사기였다. 대충 투자회사를 날조해서 높은 이율을 약속하고 일반 시민에게서 자금을 모아서는, 실제로는 아무것도 하는 것 없이 끌어온 돈을 이쪽에서 저쪽으로 굴리며 돌려 막는 조잡한 수법이다.  - P174

 그 남자와의 관계성에 범죄의 소용돌이로 그녀를 끌어들이는 어떤 부정적인 힘이 내포되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소용돌이의 중심에 그녀의 개인적인 악령이 몰래 몸을 숨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 P175

많은 사람은 어째서인지 진부한 거짓말에 이끌린다. 혹은 거꾸로 그 진부함이 사람들을 끌어들이는지도 모른다. 이 세상에는 사기꾼이 끊이지 않고, 사기에 걸려드는 사람 또한 끊이지 않는다. -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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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애니메니션 ‘Psyco-pass‘에서 말했던 ‘유스트레스 결핍증‘일수도 있겠다.

그나마있던, 목차를 보고 괜찮을 수 있다는 생각이 휘발되었다.


. 특히 13~18세 어린이의 경우 친족, 친족 외의 친척이 가해자인 경우가 60%를 넘게 차지해요. 여기다 성희롱이나 성적 관계를 매개로 한 각종 심리적, 신체적, 언어적 폭력까지 포괄하는 넓은 의미로 해석하면 대부분의 성폭력이 일상생활에서 아는사람에 의해 일어난다는 걸 실감할 수 있을 거예요. - P38

성폭력 가해자는 괴물이나 도깨비가 아니라, 대부분 우리 주변에 함께 살아가고 있는 ‘선랑하고 성실한‘ 사회 구성원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점을 먼저 인정하는 것이 필요해요. - P38

초창기에는 여성의 정조를 지키기 위해 성폭력 범죄에 관한 법이만들어졌어요. 여기서 ‘정조‘를 침범했다는 것은 여성이 속한 남성 가족의 명예를 더럽힌 범죄라는 의미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꾸준한사회운동의 변화로 현재의 성폭력 범죄는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한범죄로 이해되고 있어요. - P38

따라서 가해자에 대한 법적 처벌뿐만 아니라, 공동체 차원에서의 예방과 규제 역시 중요한 측면이라고 할 수 있어요. 국가에 의한 형사처벌은 받지 않더라도 사회적 비난을 받고 직장, 지역 커뮤니티 수준의 제재가 가해진다면, 형벌의 공백을 사회가 메워가는 것이지요. - P39

과거에 비해 온라인상의 교류가 활발해지고, SNS 메신저 등을 통해 모르는 사람과 대화하기가 쉬워졌습니다. 그만큼 과거보다 미성년자들은 그루밍 범죄에 더 쉽게 노출된 셈이지요.  - P40

 일반적인 성폭행과 다른 점은 강제성이 즉각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오랜 시간 공들여서 길들여진 만큼, 피해자 자신도 피해로 인지를 못 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 P41

그루밍 성범죄의 과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아요.

[피해자 물색]→>>[피해자의 신뢰 얻기, 정서적 친밀감 형성]→[피해자의 욕구 충족선물, 경제적 지원 등)→ [고립시키기]→ [관계를 성적으로 만들기) → [통제 유지하기) - P41

 폭행이나 협박이 없었다고 해서 합의에 의한 성관계로 볼 수는 없어요. 가해자는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완전히 통제하고, 주변으로부터 고립시킨 상태에서 일어나는 행위이므로 ‘폭력적‘인 것에 해당하죠. - P42

2019년 초 익명의 ‘추적단 불꽃‘은 성폭력 영상물을 공유하는 단체채팅방이 텔레그램에서 운영되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잠입 취재를 통해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 영상을 공유한 텔레그램 N번 방의 실체를 파악했습니다. - P42

이 사건으로 많은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습니다. 암호화폐로 약 150만 원을 내야 입장이 가능한 채팅방에는 늘 수천 명의 남성 관전자들이 있었고, 30여 개의 비슷한 채팅방에서 최대 26만여 명이 동시에 관전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거죠. 26만 명, ‘특이하고 이상한 소수의 변태‘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숫자였습니다. - P43

성착취 동영상을 촬영하고 유포하고, 그것을 소비하고, 그로 인한 경제적 이득을 얻는 것은 극소수의 악마가 아니라 우리와 함께 생활하고 직장을 다니는 누군가의 이웃, 동료, 아빠입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법원에만 가면 이러한 ‘평범함‘과 ‘정상성‘은 너무도 쉽게 감형의 이유가 됩니다. - P43

하지만 이런 영상을 관람하고 소비하는 것에 대해서는 너무나 관대합니다. 초등학교 남자아이들이
‘야동‘을 보며 공유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탈로 여겨집니다. 그 영상이 생성된 과정과 출처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 P44

법원의 판단은 법률을 기초로 하여 사회적 통념을 반영합니다. 처벌의 공백이 있으면 처벌할 수가 없습니다. 사회가 먼저 변하고, 처벌의 공백을 메우고, 자꾸만 다른 소리를 내야 법원의 판단도 달라집니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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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을 먹으면 머리가 좋아지고 두뇌 활동이 활발해질까? 초콜릿이 기억력을 좋게 해 줄 수 있을까?
지금까지의 연구에 의하면 사람의 지적 능력과 신경혈관 결합neurovascular coupling, NVC은 강한 상관관계가 있는데 이 둘은 규칙적으로 카카오를 먹으면 증진시킬 수 있다고 한다. - P249

카카오에 있는 플라보노이드가 치매의 위험성을 낮추고 인지기능을 향상시킨다는 연구는 많이 있어 왔다. - P249

노팅엄대학 생리학 교수인 랜 맥도날드 Lan MacDonald의 연구에 의하면 뇌의 주요 부분에 있어 카카오플라보놀이 혈액의 흐름을 개선했다고 한다. 초콜릿 업체인 마스Mars사가 제조한 코코비아CocoVia 음료(150mg 플라보놀 함유)를 하루에 한 차례씩 5일간 섭취한 결과 뇌의 기능이 개선되었다는 내용도 있다.  - P250

반면에 카카오에 있는 플라바놀 성분이 적은 음료를 마신 환자들에게서도 신경혈관 결합이 증가하는 연구 결과도 있으므로 신경혈관결합이 카카오나 플라바놀에 의해서만 기인한다고 말하기는 어려운게 현재까지의 사실이다. - P250

다만 미량의 플라바놀이라 할지라도 뇌혈관 기능에 큰 영향을 줄수 있으므로 플라바놀이 적은 음료라도 이미 신경혈관 결합을 증가시키기에 충분한 양의 플라바놀이 들어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되기도한다. - P251

 카카오플라바놀을 먹어서 어떤 선택 동작을 재빠르게 할 수 있다면 일을 하는 데 있어서 반응 속도를 증가시킨다는 것이기에 효율도 많이 증가시키게 될 것이다. - P252

또한 초콜릿 성분의 하나인 테오브로민은 대뇌 피질을 부드럽게 자극해서 사고력을 올려주고 카카오의 향은 정신을 안정시키고 집중력을 높여준다. 결국 알파파를 쉽게 내게 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 P252

기분이 우울할 때 달콤한 초콜릿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질까? 초콜릿은 우울증이 있는 사람에게 추천할만한 식품일까? - P253

. 인들은 트립토판의 분해 산물 중 하나로 유방암이나 대장암 등의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L형 트립토판은 필수아미노산의 하나로 널리 존재한다. - P253

트립토판의 대사는 2개의 주요 경로가 있는데, 하나는 키누레닌kymurenine이 되는 경로로서 키누레닌은 다시 3-히드록시안트라닐산-니코틴산-키누렌산이 된다. 다른 하나는 5-히드록시트립토판으로부터 세로토닌이 되는 경로이다. - P254

. 트립토판이 ‘초콜릿 엑스터시chocolate ecstasy‘로 불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 - P254

페닐에틸아민은 연애감정의 기복에 깊이 관여하며 실연등에 당하면 생성이 중지되어 버린다고 하는데 그러면 정신이 불안정해지고 히스테리를 일으키기도 한다고 한다. 이 때문인지 18세기 유럽에서 초콜릿은 ‘사랑의 묘약‘으로 통했다. - P254

카카오 빈에는 우울한 기분을 자극해서 원기를 찾아주는 성분이들어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카페인이다. 카페인은 중추신경을 가볍게자극해 가라앉은 기분을 밝게 해준다. - P254

코코아매스에서 추출한 폴리페놀은 건강에 좋은 효과를 나타내며신체적 스트레스 상황에 감정에 따른 행동변화를 억제하고 따라서 스트레스 상황에 적응을 촉진시키는 작용이 있다. - P255

초콜릿 속의 당분은 혈당치를 정상화하고 뇌의 움직임을 활발하게해서 신경 안정과 스트레스 완화에도 도움을 준다. - P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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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 편의 기본적인 주의력 연구를 진행하고, 확실한 결과를 얻기 위해 또 한 편의 연구를 이어서 진행했다. 두 번 다 컴퓨터 테스트로 참가자들의 주의력을 평가한 다음, 그들에게 이 기계를 주고 2주 동안 하루 30분 사용하라는 지시와 함께 그들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 P101

우리가 해본 다른 실험들도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2000년대초반에 등장했던 뇌 단련 게임들도 대부분 효과가 없었다. 여기서
‘효과가 없다‘라는 말은 이런 유형의 게임을 했을 때 그 특정한 게임을 더 잘하게 되는 것 외에 어떤 이점이 있다는 과학적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뜻이다.³ - P101

그 이유는 무엇일까? 뇌 훈련 앱과 시청각을 활용한 기계 장치에 관한과학적 연구는 서서히 늘어나고 있으며 그 주제는 아직 뜨거운 논쟁거리다. 하지만 나의 강한 직관에 따르면 그런 게임들은 주의력을 특정한 방식으로 활용하게 만들 뿐 주의력의 중요한 측면을 훈련시키는 것은 아니다. - P101

리치 데이비드슨의 강연을 듣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는 오렌 경력을 가진 마음챙김 강사인 잭 콘필드lack Kornfield의 《처음 만나는 명상 레슨》이라는 책을 구입했다. 그 책에는 명상 수련에 도움을 주는 CD가 함께 들어 있었다.  - P102

 그는 내 마음이 방황하고, 저항하고, 밀어내고, 비판하고,
따분해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마음이 "원래 하는 일을한다"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 다시 호흡으로 주의를 돌리라고 충고했다. 그의 지시는 지나치게 열정적이거나 영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평범하고 현실적이고 사실적이었다. - P102

명상은 인간의 다양한 활동을 포괄한다. 명상은 마치 스포츠처럼 일반적인 용어로 쓰인다. 누군가가 당신에게 취미가 뭐냐고묻는다면 당신은 "저는 스포츠를 해요"라고 대답하지는 않을 것이다. 테니스를 친다거나, 농구를 한다고 대답할 것이다. - P102

명상 등이 있다. 예컨대초월명상에서는 자기 자신보다 큰 존재와 교감하는 ‘초월적인‘ 상태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반면, 자애 명상은 타인의 고통에 관심을 기울이고 그 고통을 덜어준다는 목표를 따른다. 내가 읽은 콘필드의 책은 마음챙김 명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 P103

그때부터 한 달 동안 나는 매일 명상을 했고, 매주 몇 분씩 시간을 늘려서 마침내 하루20분씩 명상을 하게 됐다. 그러자 내 입에감각이 서서히 돌아왔다. 턱은 이제 항상 아프지는 않았다. 치아의감각도 돌아왔다. 이제 말하기도 어렵지 않았다!  - P103

내 삶에서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업무 부담은 여전히컸다. 나는 여전히 연구비 지원 신청서를 쓰고, 강의를 하고, 학생들에게 상담을 해주고, 실험실을 운영하고, 동료들과 토론하고, 밤이면 아들에게 ‘웜프‘ (워프‘는 기니피그가 아니라 낙타와 당나귀 사이에서태어난 잡종 동물이었다. 주의를 기울이게 되니 그걸 알 수 있었다)가 나오는똑같은 책을 읽어줘야 했다. 그러나 뭔가가 달라져 있었다. 나 자신이 완전히 달라진 느낌이었다. - P104

마치 기분이 좋아지는 기적을 맛본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그게 기적이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내 주의력 시스템에 어떤 변화가 생겼다. 그게 뭔지 알아내고 싶었다. 나는 주의력과 관련된 뇌과학 연구에 관해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었지만 주의력과 마음챙김 수련의 관계를 다룬 학술 논문은 본 적이 없었다. - P104

실제 과학 연구를 설계하는 작업은 내가 나 자신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작지만 효과적인 실험과는 달랐다. 내가 나 자신에게 했던 실험은 매일 마음챙김 수련을 하면 기분이 더 좋아지고, 머리가 맑아지고, 더 예리해질 수 있는지를 ‘시험‘ 해보는 것이었다. 실험실에서하는 연구는 나의 개인적인 기분과는 관련이 없었고, 내가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 나의 방법을 엄격하게 적용해서 객관적인 성과가 있는지를 알아봐야 했다. - P105

 그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하루 12시간 동안 다양한 마음챙김 활동을 하며, 그 시간의 대부분을 정식 명상에 사용한다. 우리가 실험실에서 얻는 주의력 수치에 마음챙김 수련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아니면 아무 영향이 없는지)를 확인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였다. - P105

우리는 센터 입구에 탁자를 놓고, 사람들이 도착할 때마다 전단지를 건네주면서 실험에 자발적으로 참가할 사람들을 모집했다. "주의력과 마음챙김명상에 관한연구에 참가해주세요!" 전단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고,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였다. 그들은 대부분 여러해 동안 명상을 했던 사람들이었다. - P106

우리가 진행한 검사들 중 하나는 ‘주의력 지속 반응 과제 SustainedArtention to Response Task‘ (SART)였다. 이 검사는 1990년대 후반에 개발된 것으로, 문자 그대로 피험자가 주의력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알아본다. 검사 방법은 다음과 같다. 피험자가 컴퓨터 화면 앞에앉아 있고, 화면에 숫자 하나가 0.5초동안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0.5초 후에 다른 숫자가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이런 식으로 20분동안 숫자를 계속 보여준다.  - P106

다만 숫자가 3일 때는 예외다. 3이 나타나면 스페이스바를 누르지 않아야 한다. 숫자 3은 전체 숫자의 5퍼센트 비율로 나타나도록 설계되었다.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다. - P106

피험자는 경계 주의력을 동원해 혹시 숫자 3이 나타나는지 살펴야 한다. 그리고 관리자 주의력을 동원해서 자신이 지시받은 대로 스페이스바를 눌러야 할 때만 누르도록 해야 한다. 간단하다. - P107

왜 그럴까? 혹시 숫자들이 너무 빨리 사라져서 제대로 못 보는 걸까? 아니다. 0.5초는 뇌가 시각 정보를 처리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그러면 피험자들이 화면 말고 다른 곳을 보기 때문일까? 우리는 이 점을 확인해봤다. 피험자들의 눈 주위에 전극을 부착해서 눈동자의 움직임을 추적한 결과, 그들은 화면에 눈을 고정하고 있었다. 우리가 알아낸 것이 하나 더 있었다. - P107

피험자들의 두 눈은 화면에 머물고 있었지만 그들의 주의는 화면에 있지 않았다. 그들은 자동주행 상태가 되어, 어떤 숫자가 나타나든 스페이스바를 눌렀다. - P107

주의력의 하위 시스템 중에 ‘어떤‘ 것이 개선되는지에 관한 세부적인 질문을던지기 전에, 마음챙김 수련이 모든 하위 시스템의 본질적인 취약성인 ‘주의력 강탈‘을 최소화할 수 있는지를 먼저 알아보고 싶었다. 한 달 동안 마음챙김 명상을 하면 주의력이 향상되어 눈앞의과제에 더 잘 집중하게 될까? - P107

 예컨대 마음챙김 명상을하면 섬광 주의력보다 투광 주의력이 더 많이 개선된다는 가설을 검증해야 했다(이 가설은 나중에 사실로 확인됐다). - P10

그렇게 한 달이 지났을 때 SART 검사를 다시 해보고 어떤 변화가 있는지 (변화가 있었다면)를 확인할 계획이었다. 그것은 물고기에게 꼬리표를 달아서 바다에 다시 풀어주는 것과 유사한 방법이었다. 그 물고기들은 나머지 참가자들과 함께 휴양 센터의 명상하는 물 속에서 헤엄치고 있었다. - P108

사 또 우리는 한 달 후에 다시 콜로라도주에 가서 퇴소하는 명상 프로그램 참가자들을 만났다. 검사 결과 그들의 주의력은 한 달 전보다 좋아졌다. 명상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 그들의 점수는 크게 올라갔다. 첫번째 검사에서 그들은 스페이스바를 누르지 말아야 할 때 약 40퍼센트 비율로 스페이스바를 눌렀다. 그것이 그들의 기본값이었다. - P108

 하지만 한 달 동안 집중 명상에 참가한 사람들은 스페이스바를 잘못 누른 비율이 30퍼센트로 내려갔다. 전체적으로 10퍼센트가 개선된 셈이다.⁴ - P109

실험 결과에 고무된 우리는 주의력의 하위 시스템들과 마음챙김 훈련의 관계를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후속 연구를 진행했다.⁶ 우리는 섬광, 투광, 곡예사가 각각 마음챙김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주의력 네트워크 검사‘ 방법을 활용했다. - P109

집중 명상에 참가한 사람들은 프로그램 시작 전에도 관리자 주의력이 일반인들보다 뛰어났다. 프로그램을 마친 후에는 경계 주의력이 향상됐고, 투광 주의력으로 새로운 정보를 빠르게 감지했다. - P109

하지만 신체의 감각과 그에 수반되는 부정적인 생각들을 더많이 자각하고 있었으므로 내 머릿속의 생각도 더 일찍 알아차리게 됐다. 나는 부정적인 생각을 알아차리고, 그 생각을 받아들이고, 그 생각이 지나가게 내버려뒀다. 내 마음과 이런 식으로 소통하니 나 자신을 더 잘 통제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 P110

우리의 데이터는 마음챙김 명상이 우리가 지금까지 시도했던다른 방법들과 달리 우리 뇌의 ‘상사‘인 주의력이 작동하는 방식을실제로 변화시킬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확실한결과가 필요했다. - P111

주의력 훈련의 열쇠

우리는 4주 동안 일주일에 4일씩 마이애미대학 미식축구팀이 웨이트트레이닝 훈련을 끝낼 때마다 선수들을 만났다. 나의 실험실 조교들은 헤드셋이 달린 아이팟 셔플(그때만 해도 아이팟 셔플이 아직유행하고 있었다)을 선수들에게 나눠주었다. 선수들은 나의 동료 스콧 로저스 Scott Rogers의 차분하면서도 확고한 목소리를 들으며 12분동안 두 가지 활동 중 하나를 했다. 마음챙김 훈련 또는 긴장 완화훈련 선수들은 알지 못했지만 그들은 두 집단으로 나뉘어 있었다.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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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가 좋아하는 장난감이 있었다.
‘워터 스네이크‘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그 장난감은 매끄러운 투명플라스틱 튜브에 물이 채워져 있고 양쪽 끝이 막혀 있었다. 그 장난감을 붙잡으려고 하면 관이 저절로 반으로 접혀 손아귀를 빠져나갔다. 그걸 계속 붙잡고 있기란 불가능했다. - P93

그러자 내 마음은 멋지게 반격했다. 불쾌하고 산만한 내면의 독백이 더 커졌다. 나는 희망을 잃었다. 열심히 노력할수록 상황은 더 나빠졌다. - P94

그런 계기가 되는 사건은 좋은 일일 수도 있다. 성공, 승진, 사랑하는 사람과의 달콤한 순간. 아니면 그것은 점진적인 자각일 수도 있다. 우리의 성과와 행복을 ‘한 단계 높일‘ 어떤 방법이 있으리라는 직감. 무엇을 통해서든 간에 우리는 우리 자신이 산만하다는 단서를 얻는다. - P94

이제 우리는 우리의 주의력이 매우 강력하지만 취약하기도 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우리는 원래 산만해지게 마련이고, 우리주변의 세계는 끊임없이 우리의 산만함을 이용한다. 나는 이 문제에 대처하는 방법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 P94

신경가소성, 어떻게 뇌를 바꿀까?

원래 신경과학자들은 뇌의 배선이 거의 영구적이라고 생각했다.
아직 유동적이고 성격이 형성되는 청소년기를 지나 성인기에 접어들면 "그 뇌를 가지고 평생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뭔가를 배우거나 새로운 경험을 하면 새로운 연결이 만들어질 수도있지만, 그것은 단순히 기존에 있던 신경세포들 사이를 연결하는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 P95

사람의 뇌는 놀라운 신경가소성 neuroplasticity을 지니고 있다. 완전히 발달한 뇌, 성인의 뇌, 심지어는 손상된 뇌도 그렇다. 신경가소성이란 뇌가 스스로 형태나 구조를 바꾸는 능력이다. - P95

런던은 오래된 도시라서 지도로 그려보면 엄청나게 복잡하다. 연구자즐이 런던에서 버스를 운전하는 기사들과 택시를 운전하는 기사들의 뇌를 비교한 결과, 택사들의 뇌에서 기억과 공간 탐색을 주로 담당하는 영역인 해마가버스 기사들의 해마보다 압도적으로 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¹

 그런데 왜 해마의 크기가 달랐을까? 버스 기사들은 단 하나의 경로만 암기하고 활용하는 데 반해 택시기사들은 런던 시내 곳곳의 길을 머릿속에 그려두었다가 그 지도를 참조해서 그때그때 유연하게 길을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 P96

이 연구 결과가 발표된 것은 몇 년 전이었다. 당시 신경가소성은 잘 알려지지 않은 개념이었다. 우리는 아직도 사람의 뇌가 고정된 배선을 가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아직도 우리가 상황에 인지적 또는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방식이 정해져 있고, 그건 우리의 성격 또는 정체성의 일부이므로 변화시킬 수는 없고 그냥 받아들이거나 잘 피해야 한다고 믿는다. - P96

하지만 나의 경우 타협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나는 이미 내가 원하는 길을 가고 있었고,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나는 아무것도 바꾸고 싶지 않았다. 그저 내가 그 모든 일들 사이에서 느끼는 기분을 바꾸고 싶었다. 게다가 나는 신경과학자였으므로 뇌의 놀라운 신경가소성에 관해 약간의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 P96

손상된 뇌는 잃어버린 것처럼 보였던 기능들의 일부를 극적으로 회복하기도 한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훈련과 인내가 필요하지만 회복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그런 사례를 보면서 나는 사람의 뇌가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 P97

치아 마비를 겪었던 그해 봄, 저명한 신경과학자 리처드 (리치)데이비드슨이 마침 우리학과에서 강연을 하기 위해 캠퍼스를 방문했다. 지금 그는 위스콘신주 매디슨에서 명상 연구 기관인 헬시마인즈센터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 P97

강연이 끝나갈 무렵 그는 화면에 2장의 fMRI 뇌 영상을 나란히 띄웠다. 하나는 긍정적인 기분을 느끼도록 유도된 사람의 뇌였고, 다른 하나는 부정적인 기분을 느끼도록 유도된 사람의뇌였다. 이 사진들을 얻기 위해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에게 행복한기억 또는 슬픈 기억을 생생하게 떠올리도록 하고, 신나는 음악이나 우울한 음악을 틀어주고, 대조적인 분위기의 영화 장면을 보여주는 등의 방법으로 감정 반응을 이끌어냈다. - P97

fMRI는 뇌의 각 부분에 있는 혈액의 산소 농도를 실시간으로 포착하므로, 매 순간 뇌의 어느 영역에서 신경세포들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지를 간접적으로 추적할 수 있다. 리치가 우리에게 보여준 2장의 슬라이드에 담긴 이미지들은 마치 로르샤흐 검사에서 정반대의 잉크 얼룩이 만들어진 것처럼 뚜렷이 대조되는 활동 패턴을 보여주었다. - P98

질의응답 시간에 내가 손을 들어 질문했다. "부정적인 뇌를 긍정적인 뇌로 바꾸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리치는 주저 없이 대답했다. "명상입니다."
나는 그가 그 단어를 썼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 P98

어린 시절에 아버지는 규칙적으로 명상을 하셨다. 내가 어쩌다 이른 아침에 게슴츠레한 눈으로 부모님 방에 들어가면 아버지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옷을 차려입고 있었다. 손에는 말라 기도할때 사용하는 구슬)를 쥐고 두 눈을 감은 채 조각처럼 가만히 있었다. - P99

그때 어머니는 내가 몰랐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주문은 남자아이들에게 주는 것이고 나는 받지 못할 거라고…. 그건 내가 여자아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힌두교 전통에서는 남자아이 성년식을 치르고 오직 남자아이만 주문을 받았다. 어머니는 항상 딸들도 동등한 대우를 받기를 바라는 분이었기 때문에 그걸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러나 인도 문화의 현실이 그랬다. - P99

. 나는 완벽한 인도인아내가 되기 위해 인도 요리법을 배울 생각이 없었고, 명상도 절대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리치 데이비드슨이 그 강연에서
‘명상‘이라는 단어를 입 밖에 꺼낸 순간 나의 모든 부분, 즉 과학자,
교수, 가문의 전통에서 배제되어 분노한 소녀 모두가 정반대 방향으로 달아났다.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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