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싫어한다, 동물을.






 제 2장
동물 인식의 복잡성

상식과 일상 언어 모두 이 견해에 동의한다. 그리고 이 동물들에게 믿음과 바람을 부여하는 것은 그 동물이 불멸의 (비물질적인) 영혼을 갖고 있느냐의 여부와 논리적으로 무관하다. 또 이 동물들의 행동은 그 동물에게 믿음과 바람을 부여하는 것과 일관된다. 그리고 진화론은 동물들이 자신이 바라는 것을 바라기 때문에 또한 자신이 믿는 것을 믿기 때문에 종종 그렇게 행동한다는 견해를 지지한다. - P149

누적 논증이 제공하는 누적적 지지는 동물이 믿음과 바람을 갖는다는 것을 부정하는 쪽에 입증 책임을 지우는 데 정당하게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아주 강하다. - P150

실제로 상식이나 일상 언어가 가축이든 야생동물이든 동물에게 믿음과 바람을 부여하는 쪽에 있다는것을 부정하는 방법으로 이 도전에 맞서려는 철학자는 전혀 없다.⁴ 그리고 의식은 비물질적이고 불멸의 영혼을 가진 존재에게만 가능하다는 데카르트적 가정을 하거나, 이 가정을 근거로 입증 책임을 다하려고 시도하는 철학자는 거의 없다.

4) 야생동물에게 믿음, 바람, 의도를 부여하는 것에 대해서는 Thomas A. Long, "Hampshireon Animals and Intentions," Mind 72, no. 287(July 1963): 414-416 - P150

그렇지만 반대를 고려할 때는 가장 약한 것이 아니라 가장 강한 것을 공평무사한 대표로 삼을 것이고, 논쟁이 되는 생각들을 살펴볼 때도,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관련되는 상황에 적절한 정도로 철저하게 대하겠다고 희망해본다. - P150

2.1 믿음-바람 이론

옹호할 주장을 충분히 서술하는 것으로 시작해보도록 하자. (중략), 메릴랜드 대학교의 철학자인 스티븐 스티치(Stephen P. Stich)는 동물에게 믿음을 부여하는 입장에 의심의 눈길을 던지고 있는데, 이 입장을 "우리의 직관적인 ‘믿음-바람 이론"이라고 지칭하며특별히 명쾌하게 규정한다. 그의 언급을 상세히 인용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다⁵

:.
5) Stephen P. Stich, "Do Animals Have Beliefs?," Australasian Journal of Philosophy 57,
no. 1(March 1979): 17~18. - P151

믿음도 바람처럼 여러 가지 원인을 갖는다. 가장 명료한 두 가지 원인은 지각과 추론이다. 개 주인이 고기가 붙은 뼈를 개 밥그릇에 둔다면, 개가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뚜렷이 보고 있다면, 개가 주의를 집중하고 있고 심리적으로 정상이라면 개는 밥그릇에 고기가 붙은 뼈가 있다는 믿음을 형성할 것이다. 또개는 주인의 활동을 관찰한 결과 지속적인 것이든 순간적인 것이든 또 다른 다양한 믿음 역시 틀림없이 형성할 것이다. 비슷한 방식으로 지각은 유기체의 비축된 믿음에서 특정 믿음을 제거하기도 한다. (…)
믿음은 다른 믿음에 의해 생성된 수도 있다. 어느 정도 일관성이 있을 때, 믿음이 또 다른 믿음을 생성하는 과정은 추론으로 간주된다. 예를 들어, 피도가 자신이 문을 긁으면 주인이 문을 열 것이라고 믿고, 문이 열리면 뼈까지 갈 수있다고 믿을 수 있다. 피도는 이 두 가지 믿음으로부터 자신이 문을 긁으면 뼈까지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추론할 수 있다.⁶


6) 같은 글. pp. 15~17. - P152

스티치는 지금 인용한 것이 상세한 심리학 이론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
그것은 심리학 이론의 가장 기본적이고 폭넓은 개요를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의 언급은 "동물 행동에 대한 최선의 심리학적 설명은 직관적인 믿음-바람 이론의 일반적인 패턴을 따르는 이론에 의해 제시될것이다"⁷라는 주장에 의미를 부여하기에 충분하다. 

7) 같은 책, p.17 - P153

 그리고 진화론의 함의에 대한 그리핀의 언급을 따라서 "인간과 고등 동물 사이의 진화론적 관련성과 행동적 유사성에 비추어볼 때, 믿음-바람 심리학이 인간의 행동만 설명할 수 있고 동물의 행동은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 만약 인간이 믿음을 갖는다면 동물도 믿음을 갖는다"라고 말한다.⁹

9) 같은 글, p.18 - P153

지금은 도덕철학의 어떤 연구에서나 흔한 이러한 가정들이 동물권 연구에서 삐딱하거나 해로운 의미에서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지적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인간의 모든 행동을 외부 또는 내부 자극에 대한
‘선천적‘이거나 ‘조건화된‘ ‘반응‘으로 환원하는 견해"
¹⁰는 어떤 경우에는 비판적 관심을 지속적으로 보일 수 있을 만한 가치가 있는 (또는 없는) 이론적가능성이 있다는 데에 동의하자.

10) (옮긴이) 믿음 - 바람과 같은 정신적 상태를 가정하지 않고 자극과 반응만을 가정하는 이론을 말한다. - P154

(전략), 우리가입증 책임은 이 이론을 동물과 동물의 행동에 적용하는 데 반대하는 쪽에서 진다고 주장하는 것은 옳다. 이런 반론에 대처하기 위해서, 가령 동물의 행동을 자극-반응 이론으로 일관되게 해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주장하든가, 믿음과 바람을 인간의 경우에는 인정해도 되지만 동물의 경우에는 부정하는 다른 이론에 의지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다. - P154

이 입증 책임을 해소하려고 시도하는 사람들이 애쓰는 방식에는 적어도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동물은 인간과 달리 믿음이나 바람을 갖지 못할뿐만 아니라 가질 수 없다는 단순한 이유로 동물의 행동을 믿음-바람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주장할 수 있다. 둘째, 동물은 믿음을 갖기는 하지만, 동물이 무엇을 믿는지 말할 수 없기에 동물이 믿는 것을 언급함으로써, 그리고 바람이 믿음을 가정한다면 동물이 바라는 것을 언급함으로써,
동물의 행동을 설명할 수 없다고 주장할 수 있다. - P155

2.2 언어와 믿음

프레이는 주장하기를, 동물은 가령 음식, 물, 성적 발산의 필요를 포함해서 필요를 갖는다. 그러나 필요는 바람과 다른데, 필요를 소유하는 것은 바람을 소유한다는 것을 가정하거나 합의하지 않는다.  - P156

프레이의 견해로는 동물에 대해서도 똑같이 말할 수 있다. 동물은 필요는 가지고 있지만 바람이 없다. 그러므로 믿음-바람 이론은 동물의 경우에 타당하게 적용되지 않는다. - P156

프레이는 동물에 바람을 부여하는 것에 반대하는 몇 가지 논증을 제시한다. 그중 하나(‘프레이의 대표 논증‘이라고 부르자)는 다음과 같은 형식을 띠고 있다.

1. 믿음을 가질 수 있는 개체들만이 바람을 가질 수 있다.
2. 동물은 믿음을 가질 수 없다.
3. 따라서 동물은 바람을 가질 수 없다.

나는 다른 곳에서 전제 1을 지지하는 프레이의 논증에 이의를 제기한바 있다.¹¹

11) Tom Regan, "Frey On Why Animals Cannot Have Simple Desires," Mind 91(1982):277-280. - P156

더 일반적으로 말하면, X에 대한 나의 바람은 "내가 X를 원하면 나는 Y를 해야한다"나 "내가 X를 원하고 Y는 X인 것 같으므로, 나는 Y를 얻어야 한다"¹²
라는 형식의 믿음을 필요로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 견해에서 나나 다른 어떤 사람도 할 수 없는 것은 바라는 것에 대해 무언가를 믿지 않고서 어떤 것을 바라는 것이다.

12) 이런 형식의 믿음이 바람의 분석에 등장한다는 것은 Joel Feinberg가 "The Rights ofAnimals and Unborn Generations," Philosophy and Environmental Crisis, ed. W. T.
Blackstone (Athens: University of Georgia Press, 1974), pp. 43~68(Joel Feinberg,
Rights, Justice, and the Bounds of Liberty: Essays in Social Philosophy [Princeton:Princeton University Press, 1980], pp. 159-184°R. G.
Frey, Interests and Rights: The Case Against Animals(Oxford: The Clarendon Press,
1980), pp. 55 이하에서 이 분석에 대해 찬성한다. - P157

 프레이에 따르면 동물에게믿음이 없는 까닭은, 믿는 것(믿음의 대상)은 주어진 문장이 참이라는 것이고, 동물은 언어에 능숙하지 못하기에 어떤 문장이 참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 P157

프레이가 동물에게서 믿음을 제거하며 제시한 이유는 데카르트의 언어검사(1.5를 보라)를 꽤 많이 떠오르게 한다. (중략). 프레이는 동물은 의식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가 주장하고 있는 것은 언어를 사용하는 능력은 믿음을 가지기 위해서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 P158

그러나 이런 식으로 프레이에게 비판을 던지는 것에 지적할 점이 두 가지 있다. 첫째, 앞 장(1.5)에서 언급한 것처럼, 유인원에 언어 능력을 부여하는 것을 둘러싸고 엄청난 논쟁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유인원에게 언어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고 해서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되는지는 의문거리이다. 둘째, 이게 더 근본적인 점인데, 유인원이 언어를 사용할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해도, 그것은 항상 그런 것이 아니라 예외적인 것임이 드러날 것이다.  - P158

(전략). 프레이가 한 말은 그 본성상 선언에 더가까운 것 같다. 그러나 프레이에게 공정하게 말하자면 그가 믿는 바는(1) "나는 ...라고 믿는다"와 "그는 ...라고 믿는다"라는 형식의 문장에서 ‘라고‘ 앞에 특정 문장이 들어간다는 것과, 그 때문에 (2) 믿는 것은 ‘라는‘ 앞에 들어가는 문장이 참이라는 것이 따라 나온다는 것이다. - P160

그의 견해에 따르면, 내가 무언가를 믿을 때마다 내가 믿는 것은 어떤 문장이 참이라는 것이고, 이것은 사람들이 때때로 문장에 대한 믿음을 갖는다는 논란의 여지가 없는 견해와 구별되며, 그 견해로부터 함의되지도 않는다. - P160

 특정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래서 그 언어로 된 문장이 참이라고 믿을 수 없는 사람에게 믿음을 올바르게 부여할 수 있는 것을 우리는 분명히 할 수 있는데,
프레이의 견해는 그가 진술한 것을 보면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설명하지못한다. - P161

즉 우리가 어떤 개인(A)이 무엇인가를 믿는다고 말할 때 우리가 긍정하는 것은 A가,
한국어로 된 특정 문장이든 영어나 독일어로 또는 여타 언어로 된 문장이든 동일한 어떤 문장이 참이라고 믿는다는 것이다. (중략), 그럼으로써 위에서 제기된 비판에 답변할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 - P162

프레이의 이러한 가능한 대답은 믿음 부여의 ‘정상적인 경우‘, 다시 말해서 어떤 개인에게 믿음을 부여할 때 믿음의 부여가 명확하게 정당화되는 경우가 있다고 전제한다.¹⁷ ‘이례적 경우‘는 이렇게 정상적인 경우에 믿음이 부여되는 개인과 어떻게든 다르게 부여되는 경우를 말한다. 이렇게 정상적인 경우에 믿음이 부여되는 개인은 어떤 사람들인가? 

17) Frey, Interests and Rights, pp.58 - P164

여기서 세 가지 답변이면 충분할 것이다. 첫째, 무엇을 ‘정상적‘인 경우로 간주하고 무엇을 ‘이례적‘인 경우로 간주하느냐의 문제를 프레이는 명백히 중립적이라고 전제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중략)
왜냐하면 믿음 부여의 근거에 대한 어떤 설명에서는 (예를 들어 유기체가 어떤 방식으로 행동하는 것만으로 그에게 충분히 믿음을 부여할 수 있다면) 여행객은 이례적인 경우가 아니라 정상적인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 P164

둘째, 동물의 믿음에 대한 특정 질문은 차치하고, 어려운 생각에 대해 제안된 분석을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프레이가 전반적으로 이해한 것을 보면 철저히 보수적이다. 프레이는 근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것을 믿고 있다.
즉 제안된 분석이 ‘정상적인‘ 경우에 해당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고, 이러저러한 ‘이례적인 경우를 들먹이며 그 적절성을 문제 삼는 것은 아주 적절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 P165

개념 분석이 하려는 일 중 하나는 주어진 개념을 적절하게 적용할 수 있을 때 만족해야만 하는 조건을 드러내는 것인데, 그때 우리는 어떤 적용이 ‘정상적‘인지만을 알고 싶은 것이 아니라, 이해 가능한 적용의 한계를 알고 싶어 하는 것이다. 개념의 ‘정상적인‘ 적용을 분명하게 하기만 하면 그 한계를 찾을 수있다고 가정하는 것은 완전히 혼동을 한 것이다. (이는 현재 생존하고 있는사람의 ‘정상적인‘ 기대 수명을 밝히면 최고령자의 나이를 알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비슷하다.)  - P166

셋째, ‘정상적인‘ 경우에 대한 프레이의 이해는, 믿음의 대상에 대한 그의 견해와 연합해서 보면, 어느 누구도 언어를 배울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 P166

 앞 단계들을 바탕으로 다음 단계가 따라 나온다.

4. 어린아이들이 믿음을 가질 수 없다면, 그들은 언어 사용을 배울 수 없다.
5. 따라서 어린아이들은 언어 사용을 배울 수 없다.

가장 중요한 단계는 단계 4인데, 이것을 옹호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보면 앞 장의 데카르트의 언어 검사(1.5)에서 논의한 것을 연상시키는 다음과 같은 관찰을 포함해야 한다.  - P167

믿음의 대상에 대한 프레이의 견해는 아이를 바로 이러한 운명에 처하게 만든다. 그의 견해에서 아이는 언어 능력을 획득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획득할 수도 없다. 그 이유는, 프레이에 따르면, 어떤 것을 믿는 것은 어떤문장이 참이라고 믿는 것인데, 이것은 아이가 언어 사용을 획득하기 전에는 절대로 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 P168

그리고 여기에서 아이가 언어 사용을 획득하려면 그런 믿음을 가져야만 한다는 전제가 있기에 아이는 언어 사용을 배울 수 없고, 실제로 프레이의 믿음 대상 견해에 따르면 어떤 믿음도 가지게 될 수 없다는 것이 따라 나온다. - P168

프레이에 대한 지금까지의 비판은, 만약 올바르다면, 프레이의 믿음 분석 어딘가에 심각하게 잘못된 부분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가 ‘이례적인‘ 경우에 대해 생각하는 것과 별개로, 프레이는 성인 인간은 믿음을 가지고 있고 어린이의 언어 능력 획득은 흔한 일이라고 틀림없이 생각할 것이다. - P168

 더 일반적으로 말해서, 프레이는 비언어적인 믿음.
다시 말해서 언어 습득과 독립적으로 갖는 믿음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한다. 아이는 우리가 하는 말을 배우기 전에 우리가 가리키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위해 우리가 말과 몸짓으로 지시하는 것에 대해 충분히 믿어야 한다. - P169

그전에는 아니더라도 이 시점에서, 프레이는 동물은 어떤 것도 믿을 수 없다는 자신의 견해를 지지하기 위해 스스로 ‘추가 논증‘이라고 부른 것이체계적으로 무시되었다고 불평할 수 있다.  - P169

프레이의 ‘추가 논증‘을 반대하는 두 번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믿음을 위해서는 참인 믿음과 거짓인 믿음을 구별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는 무한후퇴로 빠져든다. 이것은 프레이가 우리가 언어와 ‘세계‘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파악하는지에 대해 말한 것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 P170

프레이가 이러한 연결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한 것은 이러한 견해를 주장하는 사람에게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 P170

그러나 내가 언어와 세계 사이의 연결에 대한 믿음을 가지려고한다면, 나는 그 경우에도 다른 모든 믿음의 경우에 가져야만 한다고 프레이가 합의하는 것을 가져야만 한다. 즉 나는 (a) 이 연결이 이러이러하다고믿는 것과 (b) 내가 잘못 믿을 수 있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 다른 말로 하면, (a) "언어와 세계는 이러저러한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참이다"라는 형식의 문장을 믿는 것과 (b‘) "언어와 세계는 이런 방식으로 연결되어있다는 거짓이다"를 믿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 - P171

그런데 이제 문제가 있다. 내가 (a)와 (b‘)를 구분한다면, (b)에 대해서는 믿지 않는 어떤 것을 (a)에 대해서는 믿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내가 (a)과 (b‘) 사이의 구분을 파악한다‘라고 믿고, 다른 한편에서는 내가 그 둘에 대한 서로 다른 믿음을 갖는다는 것을 부인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 P171

 내가 문제가 되는 연결에 대한 나의 믿음에 대해 참인 믿음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이 연결에 대해 거짓 믿음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구분해야만 하기 때문에, 이 연결에 대해 무언가를 믿으려고 한다면, 이 연결에 대한 나의 믿음에 대한 나의 믿음에 대한 믿음 역시 가져야만 한다. 그리고 이러한 믿음에 대한 믿음도 가져야 한다. - P172

그 결과는 내가 ‘언어와 세계 사이의 연결을 파악하려고‘ 한다면, 내가 참이라고 생각하는 무한한 수의 믿음들과 내가 거짓이라고 생각하는 무한한 수의 믿음들을 구분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무도 이런 요구를 만족시킬 수 없으므로, 언어와 세계 사이의 연결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참인 믿음과 거짓인 믿음의 구분을 파악해야만 한다는 견해는 이러한 연결을 파악하지 못하게 하고, 그래서 믿음과 언어 사이의 관계에 대한 프레이의 견해에 따르면 세계에 대해 무언가를 믿지 못하게 한다. - P172

어쩌면 이것이 프레이가 믿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떤 상황에서든 옳다고 주장해야 하는 것이 지지 논증이다. ‘세계에 대한 믿음‘ 중에서 자신의 경우에는 참인 믿음과 거짓인 믿음을 구분하는데(만약 그런 믿음이 있다고할 때), 다른 모든 믿음(가령 언어와 세계 사이의 연결에 대한 믿음)의 경우에는구분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 것을 타당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일까? 믿음 구분의 요구를 세계에 대한 믿음에만 제한을 두면서 지지하는 논증이 없는 한, 이런 믿음에만 제한을 두는 것은 극도로 자의적일 것이다. - P173

이 절에서 살펴본 프레이의 논증은 동물이 믿음을 가질 수 없다는 그의 부인을 합당하게 옹호해주지 못한다. 따라서 바람이 믿음을 전제하고 있다면 동물이 바람을 가질 수 없다는 그의 부인도 충분히 옹호해주지 못한다. 누적 논증의 입증 책임은 믿음-바람 이론을 동물에게 적용하는 것을부인하는 쪽에 있었는데, 프레이는 그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 -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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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미국의 정치가이자 과학자였던 벤저민 프랭클린은 다음과 같이 일갈했다.
"좋은 술이 없는 곳에 좋은 삶이란 없다!" - P185

우리 술꾼의 입장에서는 과연 ‘어떤 술이 좋은 술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발견하는 것이야말로 일생의 술자리를 걸어도 좋을 화두이자 연구과제일 터다. 술에 관한 글을 쓰는 내 입장에서도,
그것은 이 책의 시작과 끝을 관통하는 주제가 되리라는 예감이 들었다. - P185

한눈에도 술 좋아하고 사람 좋아하게 생긴 남편과 손끝 야무지게생긴 부인, ‘천비향‘이라는 우리술 브랜드로 유명한 평택의 ‘좋은‘을 운영하고 있는 김승우, 이예령 부부다. - P185

테이블 한편엔 천비향의 이름으로 판매되는 (중략).
잔에 담긴 술은 보드라운 아기의 살결과도 같은 색깔을 띠고 있었다. 술은 입안에 언제 머물렀냐는듯 사라졌다.
"일체의 인공감미료를 넣지 않고 쌀과 누룩만으로 만들어 6개월간 숙성을 거쳤습니다. 일반 막걸리보다 도수가 높지만, 목 넘김이 좋아서 여름에 시원하게 마시기에 좋습니다." - P186

사실 전통주를 만드시는 양조장 분들을 만날 때마다 좀 부탁드리고 다녀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이 있었다. 바로 "조금만 덜 달게 만들어주십사" 하는 거였다. 단 술이 좋지 않은 술이 아니고, 단맛이다 나쁜 맛이 아닌 것은 자명하다.  - P187

. 쌀과 누룩만으로 빚은 술에서 나는 단맛이란, 곡물이 누룩의 힘으로 당화해 만들어진 자연의 맛이다. 밥을 입에 넣고 오래 씹었을 때 올라오는 은은한 단맛과 같다. 그래서 거부감이 없고, 친근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 P187

단맛은 우리가 유인원 시절부터 찾아 헤매던 맛이다. 잘 익은 과일의 맛이고, 우리를 살아가게 해주는 에너지의 맛이다. 우리가 싫어하려야 싫어할 수가 없는 대상이다.  - P188

술그리다는 달콤한 여운을 남기는 술이다. 하지만 그 단맛은 적절한 쓴맛에 의해 중심이 잡힌, 튀어 오르지 않는 단맛이다. - P188

"아까 마셔본 것에서 과일의 향이 느껴졌다면, 여기서는 견과류의 향이 올라오네요. 확실히 도수가 올라가니까 펀치감도 있고 걸리는 것 없이 깔끔하고 부드러운 것은 택이와 마찬가지인데, 마지막에 살짝 감도는쓴맛 섞인 단맛이 초콜릿 같아서 매력적인데요. 이 술이라면 식사 내내반주로 즐길 수 있겠어요. 여러 가지 마리아주도 상상해 볼 수 있을 것 같고요" - P189

언제나 마시고 싶은, 언제나 즐거운 우리술 세 잔

대한민국 술의 산증인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오미나라의 이종기 대표였다. 우리나라에서 술 좀 마셨다는 사람 치고 이 대표의 손을 거친 술을 마셔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국내 최초의 원액 100퍼센트 위스키였던 패스포트부터, 썸씽 스페셜, 윈저, 골든블루 같은 술들이 모두 그의 코와 혀끝을 거쳤다. - P195

이종기 대표가 양조업에 종사한 것은 올해로 41년째다. 1980년에 OB맥주에 입사한 것을 시작으로 오비씨그램, 디아지오 코리아 등에서 위스키, 진, 보드카의 상품 개발 및 블렌딩을 담당했다. - P195

 그러던 그가 2008년부터 경북 문경에 자리를 잡고 거듭된 연구 끝에 세상에 내놓은 술이 바로 오미로제 스파클링와인이다. - P196

(중략) 그의 설명은 이랬다. 우리가 마시는 술 속에는 거의 400여가지의 성분이 들어 있다. 와인을 예로 들면, 알코올 도수가 13도라고 할때, 그중 86.9퍼센트는 물이고 13퍼센트가 알코올, 그중에서도 에틸알코올이다. 그 나머지 성분을 다 합한 것이 전체의 0.1퍼센트에서 0.2퍼센트를 차지한다. 이런 것들을 ‘미량성분‘이라고 한다. 에틸알코올과 물, 그리고 미량성분이 다 합쳐진 것이 바로 술이다.  - P196

이 대표의 양조 인생은 오로지 국내에서 생산되는 재료로 세계의 술과 어깨를 견줄 수 있는 명주를 탄생시키기 위한 여정이었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 그가 무수한 시행착오 끝에 내린 결론이 바로 오미자였다. - P197

. 시고, 쓰고, 짠맛을 내는 성분이 천연 방부제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미생물이 오미자의 당분을 알코올로 바꾸는 활동을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중략)이 대표가 찾은 탈출구는 바로, 장기숙성이었다.  - P198

고급 종주의 가치와 품격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미나라의 생존을 위해서는 대중화를 통한 채산성 향상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이었기에 새로이 만들게 된 것이 바로 오미로제연이라는 설명이었다.
오미로제연은 스파클링와인의 종주국인 프랑스에서 비교적 최근에 개발된 공정(샤르마 방식)을 도입했다. 탱크에서 1, 2차 발효가 모두 진행되고,
여과를 거쳐 병입될 때까지 천연적으로 발생한 탄산의 압력 (6기압)이 그대로 유지된다. - P199

잔에 따른 오미로제연은 무엇보다 색으로 눈길을 붙잡는 술이다.
상쾌하면서도 그것이 다가 아니라고 은근한 말을 전해오는 향이 코에 감긴 것은 그다음이었다. - P199

(중략).
"맞습니다. ‘미스티컬 플레이버(Mystical Flavor)‘라는 말을 자주 듣습이어진 잔은 샴페인이 태어났을 당시의 그 방법 그대로 만들고 있는 오미로제결이었다. - P200

이 술을 입에 넣었을 땐, 이 표현 말고는 생각나는 말이 없었다.
"저는 지금 별을 마시고 있습니다."
이 말은 지구상에서 샴페인을 처음 만들어 마신 프랑스의 수도사 돔 피에르 페리뇽(Dom Pierre Pérignon)이 남긴 말이다. - P200

"이 오미로제결은 소비자가 10만 원으로 세팅은 했는데, 생산과정에서 손실이 너무 많아서 딱히 저희에게 재정적으로 도움이 되지는 않아요. 우리술의 격을 높인다는 생각으로 계속 밀고 나가고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연은 도움이 좀 돼요. 허허허" - P201

. 별도의 추가 공정 없이도 오미자 술은 선명한 장미빛을 낸다. 지나치게 어둡지도, 그렇다고 심심할 만큼 밝지도 않은 색. 우리나라 주류 ‘관능검사‘
의 1인자가 선택한 오미자 술은 눈으로도 오래도록 즐길 수 있다.  - P201

시음의 마지막 순서는 당연히, 오미라나에서 가장 공을 들여 만들고 있는 고운달이었다. 고운달은 오미로제 와인을 증류해 만드는 과실증류주다. (중략)
"같은 발효액이라도, 동증류기를 쓰면 향이 더 풍부하고 조화롭게됩니다. 저의 오랜 경험을 담아서, 효율이 더 좋은 구조가 될 수 있도록 제작한 거죠." - P202

력했다. ‘달‘이라는 이름에 맞게 조선시대 달항아리를 닮은 둥근 병을 썼고, 10밀리리터가 담기는 전용 잔은 전통적인 마상배 모양으로 제작했다. (중략). 52도의 술이 숙성 기간 동안 머무는 곳은 두 종류다. 백자 달항아리 또는 오크통을 사용해 맛에 변화를 줬다. - P202

 이 술을 만든 사람이 국내 최고의 술맛 감별사라는 것을 생각하면, 즐기는 법 역시 그가 말하는 방법을 따라가는 것이 가장 정확할 것이다. - P202

고수를 따라 한다 해서 그 깊은 경지를 똑같이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어떤 곳을 바라봐야 하는지, 무엇을 찾아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가르침을 받은 덕에 고운달은 나에게 진면목을 남김없이 보여주었다.  -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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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무침
① 10~15분
□ 콩나물 4줌(200g)
선택 1_ 기본 양념
□ 통깨 1/2큰술
□ 소금 2/3작은술
□ 참기름 1작은술 - P47

콩나물 김무침
① 10~15분
□ 콩나물 약 4와 1/2줌(240g)
□양념파래김(A4 크기) 10장

양념
□ 고춧가루 1/2큰술
□ 양조간장 2큰술
□ 맛술 1큰술
□ 참기름 1큰술
□ 통깨 1작은술
□ 다진 파 1작은술
□ 다진 마늘 1/2작은술 - P47

버섯주물럭
④ 15~20분
□ 느타리버섯 5줌(250g)
□ 표고버섯 3개(60g)
□ 양파 1/4개(50g)
□ 쪽파 1줄기(10g, 생략 가능)
□ 식용유 1큰술
□ 참기름 1작은술

양념
□ 고춧가루 1큰술
□ 맛술 1/2큰술
□ 고추장 1큰술
□ 설탕 1과 1/3작은술
□ 소금 1/2작은술
□ 다진 마늘 1/2작은술
□양조간장 1과 1/2작은술 - P91

뚝배기 달걀찜
① 10~15분
□달걀 3개
□물 1컵(200ml)
□소금 1/2작은술 - P191

브로콜리 마늘볶음
④ 15~20분
□ 브로콜리 1송이(200g)
□ 마늘 20쪽(100g)
□ 식용유 3큰술
□ 멸치액젓(까나리 또는 멸치)2/3큰술
□ 소금 1/3작은술(기호에 따라 가감)
□ 검은깨 1/2작은술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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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에서 사계절 보내기

봄 (3 ~ 5월)

주의할 점: 3~4월의 경우 봄이라고는 하지만 새벽의 기온은 생각보다 많이 떨어진다. 낮의 기온만 체크하고 식물을 베란다로 옮기면 예상치 못한 냉해를입을 수도 있다. 새벽 기온 체크는 필수다. - P33

여름(6~8월)특징: (중략) 또 기온이 올라가면서 병충해가 생기기 때문에 잎 사이를 꼼꼼히 살펴 혹 발생할 해충 피해에 대비하고 미리 방제해야 관리가 쉽다. 장마 기간이 지나고 폭염이 시작되면 통풍에 특히 신경을 써줘야 하고 서향 빛은 부분적으로 차단해 화상으로부터 식물을 보호해야 한다.  - P33

가을(9~11월)
특징: 다가오는 겨울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도록 비료를 주고 추위에 약한 식물들은 10월 이후로 실내로 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 - P34

주의할 점: 추위를 이기지 못하는 식물들을 미리 분류해 뜻밖의 냉해를 입지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온도를 수시로 체크하자. 가을이깊어질수록 물주는 주기를 조금씩 길게 잡는다. - P34

고사리
빛 요구량/ ★★★
물 주기/겉흙이 마르면
토양/ 약산성, 산성
월동 온도/ 종류에 따라 상이
원산지/ 전 세계에 분포 - P223

 다만 너무 커지면 자리를 많이 차지하기 때문에 특성을 알아보고 선택하는 것이 좋다. 고사리는 세계적으로 분포하는 만큼 종류도 많고 자생지에 따라환경 특성도 다르지만 대체로 습도가 높은 곳에서 잘 자라고 차광된 빛이나 간접광에서도 잘 자란다. -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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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0 나는 경찰 앞으로 불려 간다. 경찰은, 술에 취한 내가인사불성 상태로 잠들어 있을 때, 손님들이 소란을 주도한 인물로 나를 지목했단다. 나만 혼자 놔둔 채 돌아간 손님들은 이시간에 주점에 있을 것이다. 나를 까맣게 잊은 채 어디 하나의지할 데 없는 처량한 나는, 내가 원한 것도 아닌데, 아니,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파키린*으로 변신한다.  - P44

13:00 눈을 뜬다. 개운하다. 간단한 요기. 오늘은 더 이상 아무것도 먹지 않을 참이다. 나는 『톤톨리나, 휴가 중』, 『톤톨리나, 기숙사에서』, 『톤톨리나, 긴 일몰』을 단숨에 읽어 치운다.*

* 작가가 지어낸 가상의 작품들. - P45

16:00 아무래도 손대지 말아야 할 것을 건드렸나 보다. 어찌된 영문인지 비행체 내부에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악취가 진동하고 있다. 나는 밖으로 나간다. 아뿔싸, 터빈이 거꾸로 작동하고 있다. 내 탓이다. 부주의로 인해 터빈이 카드뮴과 플루토늄의 분열 에너지를 배출한 게 아니라 거꾸로 그 일대의 하수를 빨아들인 것이다. - P45

16:17 나는 우주 비행선을 방치하기로 결정하고, 구르브가 돌아올 것에 대비해서 메모를 남긴다. ‘구르브, 나로서는(명예롭게) 비행체를 방치할 수밖에 없음. 돌아오거든, 동네 바르에(바르 주인 호아킨 씨나 메르세데스 부인에게) 메시지를 남길 것. - P46

17:23 나는 페로카릴 델라 헤네랄리타트*라는 대중교통을이용해 시내로 나간다. 지구상에 살아 있는 것들(일례로, 양배추에 기생하는 풍뎅이 같은 것들)이 항상 일정한 방식으로 저 홀로 움직이는 것과 달리 사람들은 다양한 교통기관을 이용한다. 교통기관은 편하지만 반대일 경우도 허다하다.

* 카탈루냐 지방 도심 철도 - P46

18:30 나는 밤을 보낼 곳을 찾아 나선다. 어제처럼 난리법석을 떠는 곳은 피할 생각이다. (중략). 내 경험에 따르면, 도시는 꼭 필요한 시간 이상 머무는 것을 권장할 만한 곳이 못 된다. 하늘이 개어 있다. - P47

19:30 나는 호텔을 찾아서 돌아다니고 있다. 벌써 한 시간이 지난 뒤다. 어찌된 영문인지 도시 전체에 빈 방이 없다.  - P47

20:30 나는 다시 한 시간을 더 돌아다닌 끝에 가까스로 호텔 방을 구한다. 팁의 실용성 덕분이다. 욕실을 갖춘 그 방은 전망이 좋아서 대규모 공사 현장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 P47

22:30 나는 파자마로 갈아입는다. 잠시 TV를 시청한다.

22:50 침대에 몸을 눕힌다. 나는 돈 소폰시오 베유도*의 회고록 『알바세테 토지대장과 함께했던 사십 년』을 읽기 시작한다.

*작가가 지어낸 가상의 인물. - P48

나는 기도를 하고 불을 끈다. 구르브, 여전히 연락 없다.

02:27 굉음. 방에 비치된 미니바가 폭발한다. 영문을 모르겠다. 나는 반시간 동안 바닥에 어지럽게 널린 것들을 치운다.

03:01 비상. 대로 공사로 인해 가스관이 터졌단다. 다급하게 방을 빠져 나온 투숙객들이 비상구로 대피한다. - P49

06:05 나는 이른 시간에 체크아웃을 한다. 노천에서 간밤을보냈다는 손님이 내가 비운 방을 차지한다. 식품업계 영업 사원인 그는, 자기 회사가 뼈 없는 닭 요리를 개발했는데, 뼈 없는 닭이 요리에는 더없이 좋지만 사육을 어떻게 할지 암담하단다. - P49

14일

09:30 나는 부동산 중개소를 찾아간다. 중개인한테 호감을사기 위해 켄트 공작 부부**로 변신한다. 부동산 중개소에는 집을 구하려는 사람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09:50 나는 《올라!》***를 펼친다. 발두이노라는 인물과 파비올라라는 인물의 결혼****에 관한 특집 기사를 싣고 있다. 발행일을 확인하니 오래된 과월호다.

**영국 왕실의 로열패밀리인 에드워드 공작과 그의 부인 캐서린.
*** 에스파냐에서 발행하는 연예 패션 잡지.
**** 벨기에 왕 발두이노 1세와 에스파냐 출신의 파비올라의 세기적인 결혼. - P51

11:25 나는 분양받은 새 아파트로 들어선다. 과히 나쁘지않다. 주방과 욕실을 꾸며야 하는데, 크게 신경 쓸 일이 없다.
나는 요리를 할 줄 모르고, 목욕을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결코. - P52

17:58 나는 식탁 세트와 그릇 세트를 구입한다.

18:20 실내복과 커튼을 구입한다.

19:00 청소기, 마이크로 오븐, 증기다리미, 토스터, 프라이팬, 헤어드라이어를 구입한다. - P53

21:30 나는(오늘만큼은) 평소의 독서 목록 대신에 지구인들사이에서 위대한 명성을 향유하고 있는 영국 여작가의 추리소설을 챙겨 침대에 눕는다. 줄거리가 단순하고 고루하다. A라는 인물이 도서관에서 시신으로 발견된다. 누가, 왜 A를 죽였는지 알아내려고 B라는 인물이 나선다. B는 일련의 허술한 추론을 바탕으로 (공식 3(x2-r)n±0)에 적용하면 간단하게 해결된다.) 용의자 C를 살인자로 확신한다.(당연히 잘못된 것이다.) - P53

04:17 나는 자다가 깨어난다. 다시 잠을 이룰 수 없다. 침대에서 내려와 텅 빈 실내를 서성이고 있다. 옆구리가 허전하다. 하지만 그 이유를 도통 모르겠다.

05:40 피로감이 물밀듯이 밀려든다. 나는 나를 옥죄는 어떤 미지수를 떨쳐 내지 못한 채 다시 잠을 청한다. - P54

15일

07:00 (중략). 메르세데스 부인한테 내가 여자를 사귈 수 있겠느냐고 묻자, 그녀는 내가 여자에 대해 진지한 마음을 갖고 있느냐고, 아니면 잠시 스쳐 가는 애인을 두고 싶은 거냐고 반문한다. 내가 진지하다고 항변하자, 그녀는 그렇다면 구혼자가 넘쳐날 거라고 대답하고는 안뜰을 둘러봐야겠단다.*

*곤혹스러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사용하는 관용적인 표현. - P55

09:15 (중략). 실망. 아, 구르브가 아니라 안타레스 성좌에 있는 AF 기지의 최고 위원회에서 발송한 메시지다.  - P56

10:40 암호 해독. 우주 조사국에서 루이시토 수아레스*가 왜 루이스 미야**를 선발하지 않았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어 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나로서는 당장 답신을 줄 수 없다. 

* 1990년 월드컵 당시 에스파냐 국가대표 축구 팀 감독.
* 전 에스파냐 국가대표 축구선수. - P56

15:00 나는 방법론적인 효과를 구하기 위해서 세 가지 난제를 분류한다. 하나는 생물학적 문제, 다른 하나는 심리적 문제 마지막은 실천적 문제인데, 나는 모든 것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 P57

17:05 나는 가판대를 찾는다. 《플레이보이》 달력을 재킷 속에 감추고 부리나케 뛰어서 집으로 돌아온다. - P57

19:00 남자는 어떤 때에 여자한테 존중을 받는가? 남자의 도덕적 품성과 사회적 위치, 옷맵시와 청결한 모습이 여자한테 각인될 때다. 가끔은 폭력을 쓰기도 하는데, 그것은 경우에 따른 선택 사항일 뿐이다.  - P58

20:00 나는 거울 앞에서 여러 인물로 변신해 본다. 여자들은 눈으로 사로잡아야 하며, 그래서 첫인상은 대단히 중요하다.
나는 오란테스*로, 비리아투스**로, 아르마니로, 아이젠하워로변신을 거듭한다.

* 에스파냐 출신의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
** 이베리아 반도에서 로마군에 대항해 결사 항전을 벌였던 루시타니아족의 용사이자 지도자. - P58

23:30 엘리세오는 에스파냐를 넘어 유럽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대극장이지만 재정 압박으로 인해 공연의 질적 수준이떨어지고 있다. 프로그램에 따르면, 오늘만 해도 오케스트라와 합창대가 불참했단다. 체불 임금 탓이다. 그들 대신 엔지니어들로 구성된 투나**가 등장하는데, 그런 탓인지 「보리스 고두노프」***가 기대에 못 미친다.

** 원래는 대학생으로 구성된 에스파냐의 전통적인 악단으로, 고풍스러운의상을 입고서 민요를 연주한다.
*** 모데스트 무소륵스키가 작곡한 4막의 러시아 오페라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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