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미국의 정치가이자 과학자였던 벤저민 프랭클린은 다음과 같이 일갈했다. "좋은 술이 없는 곳에 좋은 삶이란 없다!" - P185
우리 술꾼의 입장에서는 과연 ‘어떤 술이 좋은 술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발견하는 것이야말로 일생의 술자리를 걸어도 좋을 화두이자 연구과제일 터다. 술에 관한 글을 쓰는 내 입장에서도, 그것은 이 책의 시작과 끝을 관통하는 주제가 되리라는 예감이 들었다. - P185
한눈에도 술 좋아하고 사람 좋아하게 생긴 남편과 손끝 야무지게생긴 부인, ‘천비향‘이라는 우리술 브랜드로 유명한 평택의 ‘좋은‘을 운영하고 있는 김승우, 이예령 부부다. - P185
테이블 한편엔 천비향의 이름으로 판매되는 (중략). 잔에 담긴 술은 보드라운 아기의 살결과도 같은 색깔을 띠고 있었다. 술은 입안에 언제 머물렀냐는듯 사라졌다. "일체의 인공감미료를 넣지 않고 쌀과 누룩만으로 만들어 6개월간 숙성을 거쳤습니다. 일반 막걸리보다 도수가 높지만, 목 넘김이 좋아서 여름에 시원하게 마시기에 좋습니다." - P186
사실 전통주를 만드시는 양조장 분들을 만날 때마다 좀 부탁드리고 다녀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이 있었다. 바로 "조금만 덜 달게 만들어주십사" 하는 거였다. 단 술이 좋지 않은 술이 아니고, 단맛이다 나쁜 맛이 아닌 것은 자명하다. - P187
. 쌀과 누룩만으로 빚은 술에서 나는 단맛이란, 곡물이 누룩의 힘으로 당화해 만들어진 자연의 맛이다. 밥을 입에 넣고 오래 씹었을 때 올라오는 은은한 단맛과 같다. 그래서 거부감이 없고, 친근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 P187
단맛은 우리가 유인원 시절부터 찾아 헤매던 맛이다. 잘 익은 과일의 맛이고, 우리를 살아가게 해주는 에너지의 맛이다. 우리가 싫어하려야 싫어할 수가 없는 대상이다. - P188
술그리다는 달콤한 여운을 남기는 술이다. 하지만 그 단맛은 적절한 쓴맛에 의해 중심이 잡힌, 튀어 오르지 않는 단맛이다. - P188
"아까 마셔본 것에서 과일의 향이 느껴졌다면, 여기서는 견과류의 향이 올라오네요. 확실히 도수가 올라가니까 펀치감도 있고 걸리는 것 없이 깔끔하고 부드러운 것은 택이와 마찬가지인데, 마지막에 살짝 감도는쓴맛 섞인 단맛이 초콜릿 같아서 매력적인데요. 이 술이라면 식사 내내반주로 즐길 수 있겠어요. 여러 가지 마리아주도 상상해 볼 수 있을 것 같고요" - P189
언제나 마시고 싶은, 언제나 즐거운 우리술 세 잔
대한민국 술의 산증인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오미나라의 이종기 대표였다. 우리나라에서 술 좀 마셨다는 사람 치고 이 대표의 손을 거친 술을 마셔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국내 최초의 원액 100퍼센트 위스키였던 패스포트부터, 썸씽 스페셜, 윈저, 골든블루 같은 술들이 모두 그의 코와 혀끝을 거쳤다. - P195
이종기 대표가 양조업에 종사한 것은 올해로 41년째다. 1980년에 OB맥주에 입사한 것을 시작으로 오비씨그램, 디아지오 코리아 등에서 위스키, 진, 보드카의 상품 개발 및 블렌딩을 담당했다. - P195
그러던 그가 2008년부터 경북 문경에 자리를 잡고 거듭된 연구 끝에 세상에 내놓은 술이 바로 오미로제 스파클링와인이다. - P196
(중략) 그의 설명은 이랬다. 우리가 마시는 술 속에는 거의 400여가지의 성분이 들어 있다. 와인을 예로 들면, 알코올 도수가 13도라고 할때, 그중 86.9퍼센트는 물이고 13퍼센트가 알코올, 그중에서도 에틸알코올이다. 그 나머지 성분을 다 합한 것이 전체의 0.1퍼센트에서 0.2퍼센트를 차지한다. 이런 것들을 ‘미량성분‘이라고 한다. 에틸알코올과 물, 그리고 미량성분이 다 합쳐진 것이 바로 술이다. - P196
이 대표의 양조 인생은 오로지 국내에서 생산되는 재료로 세계의 술과 어깨를 견줄 수 있는 명주를 탄생시키기 위한 여정이었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 그가 무수한 시행착오 끝에 내린 결론이 바로 오미자였다. - P197
. 시고, 쓰고, 짠맛을 내는 성분이 천연 방부제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미생물이 오미자의 당분을 알코올로 바꾸는 활동을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중략)이 대표가 찾은 탈출구는 바로, 장기숙성이었다. - P198
고급 종주의 가치와 품격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미나라의 생존을 위해서는 대중화를 통한 채산성 향상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이었기에 새로이 만들게 된 것이 바로 오미로제연이라는 설명이었다. 오미로제연은 스파클링와인의 종주국인 프랑스에서 비교적 최근에 개발된 공정(샤르마 방식)을 도입했다. 탱크에서 1, 2차 발효가 모두 진행되고, 여과를 거쳐 병입될 때까지 천연적으로 발생한 탄산의 압력 (6기압)이 그대로 유지된다. - P199
잔에 따른 오미로제연은 무엇보다 색으로 눈길을 붙잡는 술이다. 상쾌하면서도 그것이 다가 아니라고 은근한 말을 전해오는 향이 코에 감긴 것은 그다음이었다. - P199
(중략). "맞습니다. ‘미스티컬 플레이버(Mystical Flavor)‘라는 말을 자주 듣습이어진 잔은 샴페인이 태어났을 당시의 그 방법 그대로 만들고 있는 오미로제결이었다. - P200
이 술을 입에 넣었을 땐, 이 표현 말고는 생각나는 말이 없었다. "저는 지금 별을 마시고 있습니다." 이 말은 지구상에서 샴페인을 처음 만들어 마신 프랑스의 수도사 돔 피에르 페리뇽(Dom Pierre Pérignon)이 남긴 말이다. - P200
"이 오미로제결은 소비자가 10만 원으로 세팅은 했는데, 생산과정에서 손실이 너무 많아서 딱히 저희에게 재정적으로 도움이 되지는 않아요. 우리술의 격을 높인다는 생각으로 계속 밀고 나가고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연은 도움이 좀 돼요. 허허허" - P201
. 별도의 추가 공정 없이도 오미자 술은 선명한 장미빛을 낸다. 지나치게 어둡지도, 그렇다고 심심할 만큼 밝지도 않은 색. 우리나라 주류 ‘관능검사‘ 의 1인자가 선택한 오미자 술은 눈으로도 오래도록 즐길 수 있다. - P201
시음의 마지막 순서는 당연히, 오미라나에서 가장 공을 들여 만들고 있는 고운달이었다. 고운달은 오미로제 와인을 증류해 만드는 과실증류주다. (중략) "같은 발효액이라도, 동증류기를 쓰면 향이 더 풍부하고 조화롭게됩니다. 저의 오랜 경험을 담아서, 효율이 더 좋은 구조가 될 수 있도록 제작한 거죠." - P202
력했다. ‘달‘이라는 이름에 맞게 조선시대 달항아리를 닮은 둥근 병을 썼고, 10밀리리터가 담기는 전용 잔은 전통적인 마상배 모양으로 제작했다. (중략). 52도의 술이 숙성 기간 동안 머무는 곳은 두 종류다. 백자 달항아리 또는 오크통을 사용해 맛에 변화를 줬다. - P202
이 술을 만든 사람이 국내 최고의 술맛 감별사라는 것을 생각하면, 즐기는 법 역시 그가 말하는 방법을 따라가는 것이 가장 정확할 것이다. - P202
고수를 따라 한다 해서 그 깊은 경지를 똑같이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어떤 곳을 바라봐야 하는지, 무엇을 찾아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가르침을 받은 덕에 고운달은 나에게 진면목을 남김없이 보여주었다. -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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