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보다 실은 게이스케 씨께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저한테 물어보고 싶은 것?! 그게 뭔가요?"
그러자 탐정은 한순간 망설이는 표정으로 "어, 뭐라고 하면 좋을까" 하고 이제 와서 고민하듯 머리를 쓸어 올리더니 겨우 질문을 꺼냈다. 요컨대 그거죠. 어젯밤에 꽤 오래 샤워를 하신 모양인데, 정말인가 싶어서요." - P306

탐정은 난감한 듯 턱을 문지르며 말했다. "왜 굳이 밤늦은 시간에 씻으신거죠?" - P307

"그런데 게이스케 씨, 어젯밤에 탐정님이 가지고 돌아온 도깨비가면 말인데요. 그건 사이다이지 가문에 얽힌 미술품 같은건가요? 아니면 가문과는 아무 연관도 없는 물건인가요?" - P308

"그 이야기라면 아쓰히코 씨께 들었어요. 사이다이지 출판에서 첫 번째로 출간한 책이 『모모타로』 그림책이었다면서요." 사야카는문득 떠오른 생각을 말했다. "그 그림책을 지금 볼 수 있나요?" - P308

게이스케는 작게 소리치고 고개를 저었다. "여기 ‘화장‘은어디까지나 별장입니다. 그런 중요한 책은 두지 않아요. 있다면 회사창고에 있지 않으려나요." - P309

그 말에 게이스케는 아리송한 표정으로 다시 방한복판으로 돌아오면서 스님에게 물었다.
"무슨 말씀인데요? 혹시 이번 사건과 관련 있는 이야기입니까?"
"흠, 그것 말인데, 실은 소승도 어떤 시주님께 들었을 뿐이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망설여집니다. 어쩌면 이번 사건과 관계가 있을지도 모르고, 전혀 관계 없을지도 모르지요. 그래서 두 분의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 P310

스님은 탐정을 똑바로 쳐다보고 대답했다. "그 기적의 무대가 북쪽 벼랑이기 때문이지요. 일명 ‘도깨비 뒤집기 벼랑‘. 어젯밤에 빨간 도깨비가 떨어졌다는 그 벼랑 바로 밑에서 일어난 신기한 일입니다. 어떻습니까, 탐정님, 궁금하신지요? 소승도 어젯밤에 있었던술래잡기의 전말을 듣고, 이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했습니다." - P311

3

도라쿠 스님은 마작 테이블의 의자를 끌어당겨서 앉았다. (중략).
"그래서 무슨 이야기인데요? 남자 중학생들의 체험담이라고 하셨는데, 걔들이 뭘 어쨌길래요?" - P312

하지만 다카오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위험하기는 학교 친구와 밤낚시라니 아주 재미있겠는데."
"오오, 실제로 재미있었던 모양입니다." 스님이 말을 이었다. - P312

사야카는 어깨를 움찔했다. "그런데・・・・・・ 뭐요?"
"즐겁게 낚시하던 그들에게 갑자기 재난이 떨어져 내렸어요. 말그대로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린 거지요."
다카오는 얕잡아 보는 듯한 어조로 "이야, 머리 위에라" 하고 말했다. "벼랑 위에서 빨간도깨비라도 떨어졌습니까?"
"그렇다면 재난이긴 해도 기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 않겠습니까?" - P313

"응?! 소승은 벼랑에서 뭔가 떨어졌다고 한 적이 없는데…
"어라?!" 듣고 보니 그랬나 싶어 사야카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런 사야카에게는 아랑곳없이 스님은 뜻밖의 말을 꺼냈다. - P313

"위가 아니었습니다. 그건 바닷속에서 튀어나온 모양이에요. 바닷속에서 점프하듯 나타난 거지요. 그리고 순식간에 배 위쪽으로높이 떠올랐다는군요."
사야카는 스님의 말이 무슨 뜻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얼떨별할 뿐이었다. - P313

"아니요, 인간이었습니다." 스님은 진지한 표정으로 딱 잘라 말했다. - P313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 듯 사야카가 입을 열었다. "저기, 스님. 상황을 좀 더 자세하게 알려 주시지 않겠어요? 예를 들어 중학생들은 해수면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나요. 아니면 다른 곳을 보면서수다라도 떨고 있었나요?" - P314

한편 다카오는 냉정한 말투로 이야기를 재촉했다. "그런데 스님, 바닷속에서 튀어나왔다는 흰옷을 입은 사람은 어떻게 됐습니까?
점프하고 나서 다시 바닷속으로 돌아갔나요? 그렇다면 그자는 인어라는 건데..." - P315

"배 위에요?! 그럼 중학생들은 그 사람을 지척에서 봤겠군요."
"오오. 물론 보았지요. 남자였답니다. 그 이상은 모르고요." - P316

"그럴 여유가 없었던 모양이에요. 남자가 떨어진 충격으로 배가 심하게 흔들리다 순식간에 뒤집혔거든요. 중학생들은 어두운 바다에 빠져서 흰옷차림 남자를 신경 쓸 처지가 아니었어요." - P316

사야카의 질문에 도라쿠 스님은 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당시 어른들에게 자신들이 체험한 일을 있는 그대로 밝히지는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런 기적 같은 체험담을 어른들이 믿어줄리 없으니. 그들이 정확하게 어디까지 이야기했는지는 소승도 모르고요. 다만 다음 날 부근 바다를 수색하기는 했나 보더군요" - P317

"참고로 살아남은 중학생 중 한 명이 묘한 소리를 했다는군요.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 바닷속에서 기묘한 걸 목격했다나." - P318

"용이요?!" 탐정은 어이없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용이라면 드래곤...... 말씀입니까?" - P318

도라쿠 스님이 그렇게 말한 직후에 탐정은 당구대 가장자리에서 주르르 미끄러져 떨어졌다. 그리고 의외라는 듯이 눈을 깜빡거렸다.
2, 20년?! 어, 이거 일어난 지 20년도 넘게 지난 일이었습니까?!"
"그렇습니다." 대수롭지 않다는 듯 스님은 고개를 끄덕였다. "소승이 최근 이야기라고 한 적은 없는데요." - P318

"으음, 아무래도 이번 사건과는 관계없지 않을까....... 어, 23년? 으엥 스님 방금 23년 전이라고 하셨습니까?!" 다카오는 문득 뭔가에 생각이 미친 듯 괴상한 소리를 질렀다.  - P319

"그렇습니다. 딱 23년 전이지요. 계절은 봄방학 초반이라고들은기억이 나는데. 그렇다면 지금이 2018년이니까 1995년 3월이겠군요."
"아아... 1995년・・・・・・ 3월......."
혼잣말하듯 중얼거리던 다카오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사야카도 긴장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 P319

두 가지 일은 같은 날 밤에 일어난 걸까? - P320

 9장


 고바야카와 다카오의 모험

1


도라쿠 스님이 게임룸에서 말해 준 23년 전의 신기한 사건. 그 이야기를 들은 고바야카와 다카오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나선계단을 내려가 ‘화장‘ 지하로 향했다. - P321

사야카는 안경을 손끝으로 밀어 올리며 로프를 빤히 바라보았다.
"안성맞춤이라니, 이 로프로 뭘 하려고요?"
"실은 슬슬 목을 매 볼까 해서." 탐정은 멋진 농담을 날렸다.
"이야, 사건이 미궁에 빠진 책임을 지려는 건가요? 구질구질하지 않아서 좋네요." 사야카는 웃음기 하나 없이 말했다. - P322

사야카의 머릿속에 얼토당토않은 용도가 떠올랐다. (중략). 그런 사야카 앞에서 탐정은 잡동사니를 더욱 헤집어서 쓸 만한 물건을 몇 개 더 찾아냈다. - P322

정면 현관이 침묵과 정적에 휩싸인 직후, 두 사람 사이에 격렬한 내분이 발발했다.
"헛소리하지 말고 당신도 따라와!" "싫어요. 폭풍이 치잖아요!"
"이런 박정한 인간 같으니라고!" "하지만 무리라고요!" "무리는 무슈우리야!" - P323

2

이리하여 사야카도 비옷을 챙겨 입었다. 변호사다운 정장 차림에 녹색 판초우의라는, 어떤 의미에서 전위적인 패션이다. - P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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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나오는 대사의 영문 번역은 Netflix의 영어 자막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일부 변경된 것도 있습니다) - P4

주의사항

◆ 음성은 mp3 형식으로 보존됩니다. 청취를 위해서는 mp3를 재생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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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울러 본 서비스는 예고 없이 종료될 수 있습니다. 미리 양해 말씀 드립니다. - P7

10enchant
(~에게) 마법을 걸다


마법 같은 효과로 누군가를 ‘매료시키다‘라고 할때 사용합니다. 명사인 enchantment는 ‘마력‘이나 ‘매력‘이라는 뜻입니다. - P17

9 resurrect
소생하다

‘죽음에서 되살려내다, 부활시키다‘라는 뜻입니다.
‘되살아나다‘는 수동태로 써서 be resurrected라고 표현합니다. - P16

 clean out


clean out은 ‘~을 비우다‘라는 뜻입니다. be cleaned out은 ‘텅 비었다‘‘돈이 하나도 없다‘는 뜻으로 쓰입니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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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의 말』들을 써 보자는 청탁 메일을 받은 날의 기억을 잊을 수 없습니다. 유약한 심신으로 지질하게 중딩 시절을 보내던 중 갑자기 지구를 지키라는 임무를 짊어진 에반게리온의 파일럿 ‘신지‘가 이런 심정이었을까요.
"언어학자는커녕 국문학도도 아닌 공대 출신 군필 주부인저 따위가 이런 걸 쓸 수 있을 리 없어요!" - P10

청탁 메일을 받았을 무렵엔 바다사자처럼 바닥에 배를 붙이며 유튜브나 보는 100킬로그램짜리 중년이었지만, 「들어가는말」을 쓰고 있는 지금은 소설 공모전에서 수상하고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한 97킬로그램짜리 중년이 되어 있네요. - P10

느긋하면서 긍정적인, 그러나 약간은 슬픈, 그 충청의 기운을 독자분들이 조금이나마 느끼시기를 바랍니다.


2024년 가을
나연만 - P11

영화평론가 김봉석은 2006년 「씨네21』에 올린 「류승완의 『짝패』」라는 글에서 ‘액션‘이라는 단어를 무려 47번 사용했다. 그는『짝패』가 순수한 액션영화 그 자체이므로 이야기가 허술하다는 점도 큰 흠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 P15

충청도를 배경으로 한 영화 딱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짝패」다. - P15

 청주 방언의 가장 큰 특징은 종결어미로 ‘~거여‘, ‘~거유‘보다는 ‘~겨‘, ‘~규‘를 많이 사용하는 것이다.

예) 워째 그르케 흐름을 잘못 타는겨, 내가 혼자 먹을 놈유?
(영화 『짝패』에서) - P15

요즘 잘 나간다매?
잡지 나부랭이에 글 좀 쓰는 게,
뭐 잘나가는 거래유?
그게 아니고, 요새 툭 하면 집 나간다매?

이정록, 「잘 나간다는 말」, 『정말』
(창비, 2010) - P16

아는 작가(그들은 날 모른다)들은 모두 잘 나간다. - P17

나는 소설을 쓰면서 산책을 해본 적이 거의 없다. - P17

힘세고 활기찬 성격의 개와 함께하는 산책의 최대 장점은
‘도무지 생각할 필요가 없다‘이다. 걱정할 필요도 없다. 다른 작가들의 목적과는 많이 다른 셈이지만 나도 밖으로 나간다. - P17

"난 아부지가 싫어. 그까짓 게 씨팔
무슨 아부지여. 엄마만 만날 때리는 게
무슨 아부지여."

강준희, 『이카로스의 날개는 녹지 않았다』
(새미, 1996) - P20

충북에서 나고 자랐다는 강준희 작가의 자전적 소설에 나오는 장면이다. 우리나라 민법 제840조 제3호에는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이혼을 청구할수 있다고 되어 있다. 그렇다면 옆의 말을 들은 화자의 어머니가한 말을 고르시오. (3점)
① 내 맘은 너밖에 모르는구먼. 느그 아부지 땜에 죽겄다.
② 그러잖어도 낼 법원에 갈라 한다.
③ 이 천하의 고얀놈! 뭣이 어쩌고 어째? 아부지가 싫다고? 당장 회초리 가져와 맞어. - P21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적응해야 살아남는다고들 한다. 학생시절 이후 인권에 대한 교육을 따로 받는 사람이 있던가. 그런 인식은 가장 늦게 바뀌거나 퇴보하는 듯 느껴지기도 한다.
어딘가에서는 아직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가장 먼저 이런 구태부터 바뀌었으면 한다. - P21

"공기는 좋잖여!"

김종광, 「학생댁 유씨씨」, 『성공한 사람』
(교유서가, 2021) - P24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그 유명한 충청도 말 있잖은가. 그 뭐냐,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사람한테 한다는 말.

"애는 착혀." - P25

"내 죽음을 숨겨야 써."

정찬주, 『이순신의 7년 7』
(작가정신, 2018) - P26

이순신이 ‘내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마라‘고 했다는 말은 근거가없다고 한다. 전투 중에 적에게 알릴 겨를이 어디 있겠는가? - P27

티브이를 보면 이상하게도 양반은 ‘했느냐, 말았느냐‘ 하면서 표준어를 쓰는데, 몸종은 ‘했구마니라우, 했슈‘ 같은 사투리를 구사한다. 양반과 하인이 사는 동네가 다른가. 건달은 또 어떤가. 인구의 반 이상이 수도권에 사는데 건달의 반 이상은 사투리를 쓴다. 주인공은 태생이 비천해도 서울말을 쓰는 일이 허다하다.
이게 어찌된 일인가. 왜 그럴까. 내 생각을 다 쓰기엔 지면이 작다.


- P27

"븰소릴 다 허면서 뉘럴 죙애골리잖어유."

김성동, 『국수 2』,
(솔출판사, 2018) - P28

‘죙애골리다‘는 남을 놀리며 약올린다는 뜻의 충청도 사투리다. 충청남북도에서 고루 쓰였다. - P29

(전략). 그러면 충청인과의 대화는 짧게 끝나느냐? 절대 그렇지 않다. 문장만 짧다. - P29

‘이게 도대체 워치게 (어떻게 된겨?‘는 ‘워치게 된겨?‘와는 뜻이다르다. ‘워치게 된겨?‘는 보통 ‘어제 한화 경기는 어떻게 됐어?"처럼 어떤 일의 진행 결과를 묻는 의미다.  - P31

남들헌티사 잊은 듯 씻은 듯 그렇게 허고
그냥 사는겨


도종환, 「사랑방 아주머니」, 『접시꽃 당신』
(실천문학사, 2011) - P34

슬픈 일은 잊히지 않는다. 하지만 ‘지독히‘ 슬펐던 경험은잊힌다. - P35

굳이 그 위험한 곳으로 갈 용기도, 의지도 없다. 그냥 ‘그렇게 허고 그냥 살 뿐이다. - P35

모시를 들구 닥을 불를 적인 ‘꼬꼬꼬‘ 허구,
도야지를 불를 적인 ‘오래오래‘ 허잖어.
그거차람 송아치를 불를 적인 ‘매미야‘라구
허넝 겨.

이명재, 『충청도말 이야기』
(신원문화사, 2016) - P36

‘모이를 들고 닭을 부를 때는 ‘꼬꼬꼬‘ 하고, 돼지를 부를 때는 ‘오래오래 하잖아. 그것처럼 송아지를 부를 땐 ‘매미야‘라고 하는거야‘라는 뜻이다. - P37

그제야 ‘오래오래‘나, ‘맴맴맴, 매미‘도 모두 의성어였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내 이전 세대의 말이다.  - P37

요즘은 충청도를 가도 억양만 조금 남아 있을 뿐 사투리를쓰는 사람이 전처럼 많지 않다. 충청도의 말이 사라지는 게 아쉬울 뿐이다. - P37

정육점 가서 찌개 넣는 고기 맛있는 거
달라 허면 줘. 이름은 물러.

51명의 충청도할매들, 『요리는 감이여』
(창비교육, 2019) - P40

다시금 책 제목을 본다.
‘요리는 감이여‘ - P41

오늘은 그냥 경로석에 앉어유.
성장판 수술했다맨서유.

이정록, 「팔순」, 『그럴 때가 있다』
(창비, 2022) - P42

어릴 적 우리 세대에 좀 산다 하는 집은 세계동화전집을 세트로갖춰 놓았다고 한다. 전집 세트를 실물로 본 적이 없다 보니 전설 같은 이야기일 뿐이다.  - P45

우리 집에도 책 자체가 별로 없었다. 내가 읽은 책은 월간『새농민』에 실려 있는 연재소설과 어떻게 굴러 들어왔는지 짐작도 가지 않는 『리더스 다이제스트』 그리고 제지공장의 폐지 야적장에서 가져온 데이비드 애튼버러의 『생명의 신비』 (1985년에 발간된 책인데, 잃어버린 후 마흔 넘어서 어렵게 다시 구했다. - P45

『걸리버여행기』대신 『제프리 다머*의 일생』 같은 책이 있었다면 내 인생이또 어떻게 바뀌었을지 모를 일이다.


*미국의 연쇄살인범.
- P45

 오늘은 살인을 예고하는 글 작성자 60여 명을 검거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이 글을 쓴 날은 2023년 8월 5일이다.
신문들은 ‘묻지마 살인‘에 대한 기사를 앞다투어 올렸다. 한 범죄심리학 전문가는 가해자들이 현실에 불만을 품고 불특정 다수를 해함으로써 공포심을 유발하려는 동기가 있으며, 이는 영미권의 ‘외로운 늑대‘형 테러리스트들과 굉장히 비슷하다고 말했다. - P47

세상에 어떤 늑대가 되는 일이 없다고 동료들을 살해한단 말인가. 충청도 말로 ‘가의‘는 개를 의미한다. - P47

대궐 한번 지어를 봅시다
에헤라 지점*이호

충주시 주덕읍에서 집터를 다지며
부르는 지경소리


* ‘지경‘의 충청 방언. 지경은 일정한 테두리 안의 땅을 의미한다. 이 민요에서 ‘지점‘은 지경 혹은 땅을 다지는 지경돌을 뜻한다. - P50

"여기는 초상집 뷰도 오지게 좋네. 서울이믄 그냥 아파트가줄줄이 섰을 건디......." - P51

"뭔 골프여. 관심 읎구, 나는 지하실에 사람 좀 잡아다가 가뒀으믄 좋겠구먼."J가 숟가락을 뜨며 말했다.
"느그들은 그런 생각 안혀? 싸가지 읎는 놈 잡아다가 팔두좀 한짝씩 썰어 놓쿠......." - P51

"그게, 참, 머시냐. 말허기가 참 그런디, 그게
가랑비 오는 소리 같기두 허구, 개미겨가는
소리 같기두 허구, 뭐 그래요."

이명재, 『속 터지는 충청말 1』
(작은숲, 2019) - P54

많은 사람이 누에가 뽕잎 먹는 소리와 개미떼가 기어가는 소리를 들어 보지 못했을 것이다. - P55

누에가 뽕잎을 먹는 광경도 마찬가지다. 누에 수천 마리가머리를 움직여 뽕잎을 갉아먹는 그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순간 누에의 모습이 마치 외계인들의 행위처럼 비현실적으로 와닿음과 동시에 세상일이 덧없게 느껴지곤 한다 - P55

충청북도 청주에는 한국잠사박물관이 있다. 혹시라도 청주에 여행을 가시는 분이라면 잠사박물관에 들러 누에를 보고 오는것도 좋을 것이다. - P55

"그 글씨허구 이 글씨는 다르잖어유, 글씨."

나쓰메 소세키, 『도련님』
(강성욱 옮김, 온스토리, 2014) - P58

"이제 와서 뭘 따지나 싶겠지만 말여, 역시 남의 이름을 잘못부르는 거이 보통 실례가 아녀."
투니버스에서 방영했던 일본 애니메이션 『은혼』의 등장인물 사카모토 다쓰마의 대사다. - P59

오사카 방언을 부산 사투리로 번역하는 일은 흔하다. 각각 일본과 한국의 제2의 도시이자 최대의 항구도시고, 야구를 유독 사랑하는 도시인 데다 힘찬 이미지까지, 여러 공통점 외에도 어떤 공통 정서가 있기 때문 아닐까. - P59

시코쿠 방언을 충청도 사투리로 번역하는 게 어울리는 이유가 있을까.  - P59

"너두 언능 일어나 영근이마냥
학교 댕겨야 할 것 아녀."

육근상, 「절창」(솔출판사, 2013) - P62

"이게 워치게 태우 형만의 문제여. 우리동네 전체의 심각한 문제지. 범죄 없는 마을기록 행진도 이제 중단된 거 아녀?"

황세연, 「내가 죽인 남자가 돌아왔다(마카롱, 2019)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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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신기하게도, 거래하면 할수록 명백한 빈부 격차가 발생한다. 소수의 부자와 다수의 가난한 사람이 생겨나는 거다. 이 점이 뜻밖의 결과로 여겨질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것은 ‘볼츠만 상수(Boltzmann Constant)‘라는 개념으로 이미 수학적으로 증명된 이론이다. - P81

자,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뇌 회로 이야기를 해보자. 우리뇌는 자연현상으로 발생하는 시냅스의 ‘불평등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합리적이고 안정적인 시스템에 연결한다. - P81

(전략). 이렇게 말하면 다소 냉정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설사 현실이 불공평하다 할지라도 뇌는 거기에 관심이 없다. 뇌란 녀석은 그저 묵묵히 일하는 하류 시냅스 계급들이 뒷받침하는 장치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 P82

인간의 도덕성은
얼마의 돈 앞에서 무너질까?


본대학 팔크 교수의
‘실험용 쥐 살처분 실험‘



본대학교 아르민 팔크 교수 연구팀은 실험용 쥐를 사용하여 살처분 실험을 했다. (중략). 그런 다음, 쥐의 생태계와살처분 방법 등을 소개하는 영상을 보여준다. 그리고 2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한다. 그 결과, 46퍼센트의 사람들이 현금을 받는 안을 선택했다. - P83

우리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있어 미처 깨닫지 못하는 사례도 많다. 생명보험이 그런 예 중 하나다. ‘매달 일정 금액을 꼬박꼬박 내면 사망 시 얼마를 받을 수 있습니다‘ 식으로 구체적인 수치를 동원하여 생명의 가격을 제시한다. - P84

반려동물을 분양하는 곳에 가면 ‘생명 매매‘가 일상적으로 이루어진다. (중략). 그렇다면 사람과 동물 중 어느쪽의 ‘생명‘이 더 무거울까?  - P85

연구팀은 더욱더 흥미로운 사실을 보여준다. 그들은 위의선택지에 ‘시장 원리‘를 도입했다. 참여자를 편의상 ‘매수자와 ‘매도자‘ 그룹으로 나눈 다음, 쥐의 생명을 구하거나 각 10유로씩 받는 식으로 가상 ‘거래‘하는 상황을 설정한 것이다. 그러자 75퍼센트라는 상당히 높은 확률로 거래가 이루어졌다. - P86

"거래 현장에는 여러 사람이 있으므로 죄책감도 여러 조각으로 분할된다. 또 주위 사람이 쥐를 희생시키는 모습을 지켜보는 과정에 도덕성은 더욱 급속히 무너져 내리기 쉽다."
연구팀의 분석이다. - P86

돈은 분명 편리한 도구다. 그러나 ‘무엇이든 돈으로 살 수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돈은 우리 가슴을 촉촉이 적셔주는 ‘샘물‘에서 마음을 바짝 마르게 만드는 ‘제초제‘로 변모한다. - P88

남자는 왜
이성보다 동성의 감정을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까?

뒤스부르크-에센대 시퍼 교수의
‘눈을 읽는 능력 측정 실험‘


뒤스부르크-에센대학교 마이클 시퍼 교수 연구팀은 21~52세 남성에게 다양한 ‘눈‘ 영상을 보여주고 2가지 질문을 했다. 첫째, ‘남성인가 여성인가?‘ 둘째, ‘즐거워보이는가 슬퍼 보이는가?‘ 그 결과, 남녀 구별은 비교적 정확하게 했지만, 여성의 눈을 보고 감정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 P95

"남자는 여자 마음을 읽는 데 선천적으로 서툴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역시 그러면 그렇지‘ 하는 생각이 들어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졌다. 그러면서 동시에 ‘남자는 왜 여자 마음을 잘 못 읽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 P96

꾸며낸 표정으로본심을 교묘히 위장할 수 있다면 상대방은 대체 무엇을 믿고 대화를 진행할 수 있단 말인가. - P97

재미있게도, 사람에게는 상대방의 진심을 귀신같이 알아차리는 본능적인 재능이 있다.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저 얼굴어딘가 수상해 뭔가 냄새가 나!‘라고 간파한다. - P98

눈 주위 근육은 의도적으로 제어할 수 없다. 눈둘레근(Orbicularis Oculi=안륜근)은 ‘불수의근‘이다. ‘눈이 웃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도 그래서다. 즉. 표정으로 감정을 읽어낼 때는 ‘눈(또는 눈 주변)‘으로 진심을 파악하는 과정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 P98

영국의 퀸 메리대학교(Queen Mary University of London) 라만(Q. Rahman) 교수팀은 ‘남성의 뇌는 이성보다 오히려 동성의 감정 및 위험한 표정을 읽는 쪽으로 진화해왔다‘라는 가설을 내놓았다. - P99

요즘 우리 사회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이성간 혐오‘ 문제의 근원도 아마 라만 교수팀이 밝힌 이런 연구 결과에서 기인하는 게 아닌가 싶다. - P99

자기 자신을 점점 더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도쿄대 유지 교수의
‘베터-댄-에버리지 효과 실험‘

(전략). 말하자면, 자신을 ‘불공정하고 불공평한 사람‘이라고 평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얘기다. - P105

잠깐, 질문을 바꿔보자. "주위의 평균적인 사람들과 비교해당신은 모든 일을 공정하게 처리하고 다른 사람을 공평하게대하는가?"라고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내가 시행한 설문조사에서는 거의 모든 사람이 "그렇다"라고 답했다. 말하자면, 자신을 ‘불공정하고 불공평한 사람‘이라고 평가하는 사람은거의 없다는 얘기다. - P106

인간은 왜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할까? 아니, 단지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는 정도가 아니다. 많은 사람이 자신을 실제보다 훨씬 높게 평가한다는 것이 불편한 진실이다. - P107

베를린자유대학교의 콘(Korn) 교수팀의 연구결과다.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너는 성실한 사람이야", "항상 친절할 뿐 아니라, 믿고 기댈 만해!"와 같은 긍정적인평가를 받으면 복측 선조체(ventral striatum)가 활동하기 시작한다. 이 낯선 이름의 뇌 부위는 보수계에 속한다. - P107

 미국 듀크대학교 마크 리어리(Mark Leary) 교수는 "설령 자아상이 본래 모습과 조금 다르다 하더라도 긍정적자아상은 건전한 정신과 행복감, 사회적 성공 등에 관여하므로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 P110

오스트레일리아 퀸즐랜드대학교 오키모토(Okimoto) 교수연구팀은 ‘타인에게 손해를 끼친 사람이 사죄를 거부했을 때‘의 심리 변화를 심층 분석했다. - P110

자기가 명백히 잘못하고도 사과하지 않으면 ‘미안한 기분‘이 드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런 사람들은 우월감과 함께 자신이 가진 권력으로 다른 사람을 지배한다고 느끼는 모양이다. - P111

힘껏 주먹을 쥐기만 해도
기억력이 좋아진다고?


몽클레어 주립대 프로퍼 교수의
‘기억력 향상 비법 연구‘

몽클레어 주립대학교 프로퍼 교수 연구팀은 ‘주먹을꼭 쥐기만 해도 기억력 향상 효과가 있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증명했다. - P112

(전략), 사실 기억력을 향상하는 ‘마법‘은 없다. 부단한 노력과 끈기만이 요구될 뿐이다. -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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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선행하는 세계관의 심리학


마지막으로 우리는 체계적인 세계관의 심리학이 성취되었는지, 성취되었다면 어디서 성취되었는지의 문제를 두루 살펴볼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하나의 위대한 시도가 헤겔의 정신현상학이다. 그러나 이 저작은 단순한 세계관의 심리학 그 이상을 추구하고 있다. - P50

내가 진행하는 여기 이 작업에서 헤겔의 영향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세계관의 심리학에 결정적인 교훈을 준 가르침들은 다음에 열거하는 인물들에게서 비롯된 것들이다.

1. 칸트는 그의 이념론을 통해서 세계관의 심리학에 근간이 되는 사상의 창조자가 되었다.⁵

5 칸트(Immanuel Kant)의 이념론에 대해서는 이 책 뒷부분에 있는 「부록」을 참조할 것. - P51

2. 키에르케고르와 니체, 이 두 사람은 그들을 피상적으로만 관찰하는사람들의 눈에는 그저 단순히 상극적인 인물들로 비춰질 수 있겠지만(예를 들어 한 사람은 그리스도인이고, 다른 한 사람은 반그리스도인이다). 이들은아주 독창적인 경험을 통해서 현존재의 문제를 경험하였고, 최고로 위대한 세계관의 심리학자로 인정되어야만 할 만큼 훌륭하게 인간의 가능성을 아주 독특한 자신들의 저작들에 묘사해 놓았다. - P51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현재의 개성적인 삶, 즉 ‘실존‘이다. - P52

키에르케고르와 니체에게는 그들이 직접 겪은 경험의 격정과 성스러운 진지함의 격정으로부터 생겨 나온 것이 있는데, 그것은 19세기에 인간과 인간적인 것들에 대한 문학적 성찰로 발전해 나가기도 했다. 그것은 원래 낭만주의에, 즉 단순한 정신성의 이런 자기 독립성에 기반해 있다가 그 다음에 독일 철학, 특히 헤겔로부터(더 나아가 셸링으로부터, 셸링에 대해서 폰슈타엘 여사는 셸링의 철학을 수용하면 사람들이 평생 재치 있게 살아가는 데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생겨 나왔고, 결국 (덴마크어로 글을 썼고 최근에야 비로소 그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키에르케고르가 아닌) 니체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풍성한 정신적‘ 작업의 광범위한 흐름으로서 그것은 19세기 독일을 풍미했다. - P52

3. 막스 베버의 종교사회학적이고 정치학적인 저작에는 선행하는 작업들에 비해서 새로운 세계관의 심리학적 분석이 들어 있는데, 이 분석이 새로운 것은 그것이 이전 같았으면 아마도 불가능했을 작업, 즉 아주 구체적인 역사적 연구와 체계적 사고를 연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는 결국 단편적으로 표현되고 있고 체계의 형태로 고착되지 않은 체계적인 객관화의 힘이 생동하는 격렬함과 연결되고 있다. - P53

우리의 시도는 체계적인 성질의 시도여야지 구체적인 개별 사례 중심의 시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종종 사례들을 통해서 일목요연하게 설명되기는 해도 입증은 되지 않는 유형을 구성하는 작업이다. 그것이 명료한 것은 내적 직관성으로서다. - P53

이 책에서 내가 제시하는 모든 것들은 선언들이나 실제의 주장들에서와 같이 ‘증거‘가 있다기보다는 단지 직관적인 명료성만 있을 뿐이다. - P54

종종 언급되는 역사적인 인물들은 또한 증거가 아니라 예증을 위한 사례들일 뿐이며, 그들은 그때그때 주어지는 관점 아래에서만 전적으로 일면적인 성질을 띠며, 그것 자체를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사례로서만 이해된다. 그것들 자체가 경험적으로 잘못 이해되는 일이 발생할 때, 이것이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여기서 의도된 맥락에서는 별로 신경쓸 것 없는 사소한 사건에 불과하다. 그런데 그것들이 하나의 목적만을 위해 특화되기는 하지만 각 경우에서 풍자적이고 과장된 영향을 미치는 경우. 이것까지 의도적으로 기피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 P55

그러한 개별 사례를 끌어들이는 시도는 하나의 모험이다. - P55

이런 반론들과 더 나아간 반론들은 논박될 수 있는 성질의 것들이 아니다. 정당화를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얘기라고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1. 세계관의 심리학의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그것에 대해 잘 정돈된 형태로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늘 무언가를 제공하고 있음에 틀림없을 정도로, 충분히 많이 알려져 있다.
2. 과거가 다른 방식으로 점유하고 있던 것을 생생하고 새롭게 갱신할 필요와 권리, 오래전에 달성한 것을 재차 수행하는 필요와 권리, 이런 것은 매 시대마다 있어 왔다. (후략). - P55

3. 체계적인 근본 사고들


1) 일반론: 배치의 절차조망 불가한 것에 대해서는 체계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일정한 의미에서 우리는 모든 것에 대해 모든 사람들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 한다. 우리는 모든 것들에 대해서 경계를 설정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 P56

이해심리학의 다른 영역들에서 그런 것처럼, 누군가가 세계관의 심리학에 입문하고자 할 때 밟게 되는 외적 절차로는 가령 관찰, 회상, 의견, 주석, 앞서 특징지어진 세계관의 심리학의 원천들에서 자료를 뽑아내는 등 모든 자료들을 수집하는 것이 있다. 목록은 끝이 없다.  - P56

다수의 도식들을 형성하는 노력을 통해서 우리는 미결정 상태에 머물면서 중립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모든 체계화 작업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완결이라는 것을 모른다.  - P57

 새로운 것은 기존의 형식 아래에서 이해되고 식별된다. 새로운 것은 풍부하게 작용하지만 틀은 그것을 수용할 수 있다. - P57

2) 체계화를 위한 몇 가지 법칙성

전체 질서가 어디로 향해 가는지, 그것의 의미가 대체 무엇인지, 그것이 무엇에 준해서 정리되는지의 문제는 우선 다음과 같은 방식 말고 다른 방식으로는 응답될 수 없다. 각각의 특별한 자료들에 헌신하는 것이 우리로 하여금 정돈 작업에 유리한 관점을 발견할 수 있게 해 준다. - P58

(1) 단선적인 특징

모든 체계학은 직선 형태로 작용하고, 늘 한 줄로 늘어선 연속적인 형태를 취하며, 아마도 하나의 선으로 이루어진 폐곡선의 형태를 취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사실 자체는 거의 그렇지가 않다. 사실 자체는 다차원적이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매번 단일한 차원으로 정돈한다. - P59

(2) 통일성과 다양성, 체계화 목록

정리 정돈 작업을 할 때, 우리는 우리가 우리 안에서 직관적인 형태들, 통찰된 상관관계들을 그저 단순히 앞에 세워 놓고 나란히 배열하면서 하나의 목록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 P59

체계적인 이념들이 우리를 지배할수록 우리는 그만큼 더 통일성에 적응하게 되고, 인간들은 그만큼 더 마치 중앙으로부터 광선들이 분산되어 나오는 것처럼 다수의 형태들 속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인식 불가능한 전체가 된다. - P60

통일성이라고 하는 것은 하나의 이념으로서, 체계적인 질서 안에서 그것을 실현하는 것이 비판적인 작업이고자 하는 한 체계와 각 목록 사이를 오가는 구조를 하고 있어야만 한다. 정리 정돈 작업을 할 때 사람들이 의식하고 있어야 하는 것은, 그저 단순히 완전한 외형적 목록을 만드는것이 아니라 사실을 중심으로 해서 움직이는 것이다.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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