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토 도서기지를 나오자마자 남자는 부하를 질타했다. 비합법적인 정보 제공을 요구하고 있는데 제공된 정보를 공적으로 취급하리라는 뜻을 암시하다니, 설령 교섭상대가 협력적이었더라고 해도 몸을 사릴 일이다. - P186

"너도 이야기 정도는 들었던 적이 있겠지. 20년 전의 ‘히노의 악몽." - P186

"저 이나미네라는 남자는 ‘히노의 악몽‘의 생존자다. 저 다리도 그 사건으로 잃었어."
미디어 양화법을 지지하는 정치결사가 히노 시립도서관을 습격해 도서관원 중 사망자 12명을 낸 대참사였다. 이나미네는 당시의 히노 도서관장이었다. - P187

법무성 조직인 미디어 양화위원회의 권한을 존중한다고 표면적으로 내세우기는 했지만 사실은 법무성과 경찰청 사이의 균형 게임의 결과라는 점이 명백해, 중앙성청에 조직이 소속되지않은 도서관에는 불공평한 대응이었다. - P187

또 습격자의 무장이 너무나 강력했다는 점에서 양화특무기관의 관여도 의심되었지만 이 수사도 도중에 중단되었다.
당시 그 수사에 관련된 남자가 보아도 그 중단 과정이 대단히 부자연스러웠기에, 공정하지 않은 어떠한 압력이 들어왔다고 어렵잖게 상상할 수 있었다. - P188

그리고 도서관은 자위의 길을 나아갔다. 현재는 실전경험비율에서 경찰을 뛰어넘어 이미 도서관은 경찰의 원조를 필요로 하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 P188

도서관은 별안간 수세에 몰리게 되었다.
연쇄 무차별살인사건의 수사에 도서대가 협력을 거부했다는 사실이 경찰의 공식발표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 P189

소년범죄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미성년 용의자를 옹호하는 여론은 적었고, 수사협력을 거부한 도서대를 비난하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 P189

소년의 독서이력이 밝혀진다 해도 그 사실은 심증 중 지극히 일부밖에 되지 않고 수사의 대세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객관적인 사실은 무의식적인지 고의적인지 무시되었다. - P190

매일 십여 종류를 받아보는 신문 역시 도서관 자료의 일부였고, 매일 아침 모든 신문을 바인더에 끼워 전시하고 있었다. - P190

시바사키가 쓸데없는 이야기를 한 탓에 그만 쓸데없는 생각을 하게 되어 스스로에게 짜증이 났다. 이 녀석들이 사귀든 말든알게 뭐냐. - P192

테즈카의 표정이 너무나 무뚝뚝해서 약간 걱정이 되었다.
"다만... 사귄다면 대충대충 대하지는 마라."
그렇게 덧붙인 뒤에야 괜한 말을 했다며 입을 다물기 전에 얼굴을 찌푸렸다.
"그건 상대가 카사하라이기 때문입니까?" - P193

"어라. 카사하라 씨는?"
밖에 나갔던 코마키가 돌아와서 다행이라고 내심 안도했다.
오늘 정리할 각종 주간지를 가지고 갔던 것이다. 그러나.
"설마 밖에 나가진 않았겠지."
코마키가 이렇게 말을 잇자 도조의 얼굴이 험악해졌다.
"무슨 일이 있었나?" - P194

"도서관이 범죄자 옹호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갑자기 악의로 가득 찬 목소리가 들려와 이쿠는 저도 모르게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대답해주세요!" "세 사람이나 죽인 범죄자를 도서관은 왜 비호하는 겁니까!"
"비, 비호하는 게 아닙니다!"
밀려드는 목소리의 압력에 저도 모르게 반박하고 말았다. - P195

"그 원칙은 범죄자에 대해서도 지켜야 합니까?!"
그런 말을 물어봐야 알 바 없잖아. 모든 국민은 법 아래 평등, 그 말을 떠들어대는 건 도서관이 아니라 일본 헌법이다. - P195

"미안합니다. 비켜주세요. 취재라면 도서대의 홍보과로 가주세요!"
"도망치는 겁니까!"
이 사람들은 어쩌면 이렇게 사람 속을 뒤집는 데에 능숙할까. - P196

시끄러워, 입 닥쳐. 분노를 고스란히 드러내며 소리치려고 한순간.
"이쿠!!"
소동을 잠재울 만큼 날카롭게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를 듣고입을 다물었다. 그 목소리가 성이 아닌 이름을 불렀다는 사실에 놀랐기 때문이다. - P197

"취재라면 도서대 홍보과에서 받고 있습니다!"
이쿠를 끌어안은 도조가 사람들 사이를 거침없이 헤치고 나갔다. 걸어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몸으로 부딪쳐서 길을만들고 있었다. 과연, 이 정도로 하지 않으면 그들을 돌파할 수없나보다.
(중략).
"홍보과에서 받고 있습니다"하고 반복했다.
통용문으로 들어가며 "이쪽 입구는 관계자 전용이라서요! 죄송합니다!"하며 달라붙을 여지도 주지 않은 채 문을 닫아버리고재빨리 출입구를 열었다. - P198

"타이밍이 나빴지만 늦지 않아서 다행이다. 주변에 보도진이몰려 있다고 듣고서 서둘러 쫓아나왔어, 저 수법에 걸려들고서 네가 사고를 안 칠 리 없으니까."
"죄송합니다, 성격이 급해서."
"그보다는 직선적이니까."
도조의 말투는 대수롭지 않았으며 별달리 말을 고르지도 않고 중얼거린 그 모습이 도리어 굳어 있던 마음을 파고들었다. - P199

눈물을 닦아내면 울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같아서 닦지 않고 두었지만, 눈물은 결국 멈추지 않았다. 도조는 한동안 말없이 이쿠 앞에 서 있었지만 이윽고 한숨을 쉬며 자신의 오른쪽 어깨를 두세 번 두드렸다.
"쓰고 싶으면 써." - P200

국가권력을 비판하는 논조는 찍히기 쉬우니까. 그런 화제에 대해서는 미디어 양화위원회의 감시도 엄격하고 위쪽에서도 경계망을 칠 가능성도 있어. - P200

하지만 미디어 양화법이 통과되었을 때에는 보도진이 대부분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도조에게 불평을 해봐야 소용없지만 그 말을 하자, "싸우려고 하는 곳도 있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 P201

(전략).
"뭐야, 특정 답변을 유도하는 듯한 이 앙케트는."
이쿠가 얼굴을 찡그리자 시바사키가 차를 끓이면서
"관장대리님이야"라고 대답했다. - P203

"이번에는 특별히 어디선가 무슨 말을 들은 건 아닌 듯하지만말이야."
어쨌든 체제에 거스르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니까. 라고 말하며 시바사키가 이쿠에게 차를 내어주면서 어깨를 움츠렸다. - P204

각 도서관장과 기지사령관의 직함은 동급이라서 지지하는 방침에 대립이 생기면 관련된 도서관들이 협의를 하고, 경우에 따라 도서관협회도 참여해 방침을 결정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제4장은 확대해석 여지가 너무 많아서 특례가 통하기 쉬워. 32조도 ‘이용자의 비밀을 지킨다‘이지 ‘지켜야만 한다‘가 아니잖아. 물론 원칙적인 해석은 정해져 있지만 도서관의 재량으로 바꿀 수 있는 부분도 많다는 거지." - P205

"다만 경찰이 영장을 가져오지도 않았는데 원칙을 굽힌다면 무척 꼴사나워지겠지."
경찰도 영장을 가져올 수 없었기 때문에 암암리에 도서관 측에 융통성을 요구한 셈이라 그 요청에 고개를 숙이면 도서관의 신용은 바닥에 떨어진다. - P205

"기회주의자 주제에 약삭빠르다는 점이 못마땅해."
시바사키도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앙케트를 적었다.
"그러고 보니 말이야."
이야기를 바꾸려는 낌새라 몸을 내밀자 시바사키는 터무니없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바꾸었다.
"요전에 보도진이랑 부딪친 뒤에 도조 교관을 끌어안고서 울었다는 이야기가 들리던데?"
홀짝거리고 있던 차를 잘못 들이켜 세차게 기침을 했다. - P207

"정말로 그런 거였더라면 당연히 남의 눈을 피했을 것 아냐!
게다가 도조 교관님이라면 너에게든 테즈카에게든 똑같이 했을거야, 아마. 그 상황이라면."
너 소름 돋는 상상을 하는구나, 얼굴을 찌푸린 시바사키는 테즈카의 경우를 상상한 듯했다. 기왕이면 자신으로 상상하면 될텐데 이상한 여자다. - P208

"그런데 너, 나 같은 입장이 되고 싶어?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입장 말이야."
"아니, 그건 정말 싫어. 네 수준으로 떨어지다니 말도 안 되지."
시바사키랑 똑같은 말이냐! 라고 이번에는 이쿠가 부루퉁해진 채로 그 자리를 떴다. 도대체가 사람한테 사귀자니 뭐니 해놓고선 그 폭언은 뭐야. - P210

"저는 원칙을 지지합니다." - P211

겐다를 사령실로 불러들인 이나미네는 허를 찔린 듯 눈을 깜박인 뒤 웃었다.
"여전히 자네는 이야기가 빠르군."
"돌려 말하는 건 성격에 안 맞아서요." - P211

부임한 뒤로 뭔가 수상쩍은 행동이 잦은 토바 관장대리도 행정파 인맥이라서 부사령관은 행정파로서 토바를 지지하고 있었다. 그러니 원칙파인 이나미네의 심복은 될 수 없다. - P212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나미네는 곤란한 듯이 웃으며 말했다.
"히노 사건의 원한으로 경찰에게 완고하게 구는 게 아니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할 자신은 없네."
겐다는 대답하지 않았다. ‘히노의 악몽‘으로 이나미네가 무엇을 짊어졌는지 알고 있기에 안이한 말을 입에 담을 수 없었다. 잃어버린 다리는 이나미네가 짊어진 것 중 극히 일부에 지나지않는다. - P213

원칙이냐 특례냐로 도서대가 흔들리는 가운데, 교육위원회가 무사시노 제1도서관을 다시 찾아왔다.
양화특무기관과 암묵적으로 검열을 획책했던 때가 바로 얼마 전이라 도서관은 갑자기 술렁거렸다. - P214

"부관장님도 동석하고 있잖아? 끝난 뒤에 부관장님께 경과를 물어보면 되지, 뭘."
"넌 정보수집의 참맛을 모르는구나, 카사하라."
시바사키는 그렇게 말하며 관장실 문 앞으로 살그머니 다가가 문에 귀를 찰싹 붙였다. - P215

소리를 내지 않고 몇 밀리미터쯤 틈을 벌린 문에 시바사키가귀를 가져갔다. 기왕 이렇게 된 것, 이쿠도 따라했다. 여기까지온 바에야 공범인데 자기만 못 들으면 손해다.
"요전에는 위험한 사태를 겪으시게 해서 죄송했습니다."
이 사람은 관장대리다.
"아닙니다. 오늘은 느긋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잘 부탁드립니다."
이쪽은 방문객인 듯했다. - P216

돌아보자 코마키가 쟁반을 들고 서 있다가 두 사람에게 그 쟁반을 내밀었다. 쟁반 위에는 찻잔 네 개가 놓여 있었다. 실내에 있는 사람들과 같은 숫자다.
"자, 엿들을 셈이면 적어도 차 정도는 가져가. 타이밍만 잘맞으면 안에서 이야기도 약간은 들을 수 있겠지." - P217

"무차별살인사건의 용의자 소년에 대해서 말입니다만."
이렇게 시작되고 있던 본론은 시바사키가 들어가도 끊어지지않았다. 시바사키가 자연스럽게 문을 약간 열어놓고 들어갔기 때문에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던 이쿠와 코마키에게도 이야기가 똑똑히 들려왔다. - P217

"도서관의 대응을 교육위원회는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 발언은 적어도 이쿠가 듣기에는 뜻밖이었고, 관장대리가 듣기에도 마찬가지였던 듯하다. 하? 하고 얼빠진 듯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아무리 중대한 범죄를 일으켰다 해도 용의자는 미성년자입니다. 인도적 견지에서 보더라도 소년의 개인 정보가 마구잡이로 경찰에 유출되어서는 안 되지요. 소년의 갱생을 위해서도 도서관은 일시적으로 안이한 감정론에 치우쳐서는 안 됩니다." - P218

"앞으로도 도서관에는 소년의 인권을 존중한 대응을 기대하겠습니다." - P218

"어쩐 일로 교육위원회가 갑자기 도서관 편을 드는 걸까."
바로 얼마 전에는 도서관을 적대시하는 행동을 했는데 이번에는 도서관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하다니, 이쿠의 눈에는 갑자기 태도를 휙 뒤바꾼 것처럼 보여 미심쩍었다. 그러나 코마키와 시바사키는 그다지 의외도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 예상할 수 있는 범위이긴 했어." - P219

"게다가 우리들은 소년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 비난받는 게 아니잖아요. 저런 말을 듣다니 마음에 들지 않아요."
도서관은 도서관의 규칙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었다. 적어도 이쿠는 용의자 소년을 옹호할 생각은 요만큼도 없다. - P220

다.
코마키의 말을 뒷받침하듯이 방 안에서는 부관장이 입을 열었
"지지해주신다니 영광입니다만, 지금은 도서대 내부에서도 원칙을 지켜야 하는지 어떤지에 대한 의견이 나뉘고 있습니다. 미성년자를 배려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습니다만 여론도 안 좋고, 이대로 규정을 굽히지 않기는 아무래도 어렵겠군요."
부관장은 원칙파일 텐데도 갑자기 관장대리 및 행정파를 지지하는 듯한 발언이다. - P221

"부관장의 대응은 당연해."
"역시 너도 그렇게 말하는구나."
혼자서 풀이 죽은 이쿠는 한숨을 쉬었다. - P223

"도조 이정도 아마 부관장님과 똑같은 판단을 할걸."
테즈카는 당연하다는 듯이 도조에 대해 말했다. 테즈카에게도 역시 도조는 그런 식으로 보였던 걸까. - P223

"아픈 데를 찌르네."
원망스럽게 중얼거리자 테즈카는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눈살을찌푸렸다.
"네게서 그런 말을 들을 이유는 없어."
그렇게 내뱉듯이 말하고는 먼저 가버렸다.
왜 그럴 이유가 없다는 건지는 짚이는 데가 없었지만, 말만 앞세우지 않는 도조나 ‘왕자님‘은 이미지로 보아 납득할 수 있었고, 개운하지 못했던 마음도 편해졌다. - P224

교육위원회는 약속대로 도서관의 원칙론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각종 매체에 표명했고, 그 사실은 과열된 여론과 보도에 돌을 던졌다. 문제는 청소년 보호의 시비로 옮겨갔다. - P224

이윽고 소년이 자백을 개시했다는 뉴스와 함께, 도서관 원칙론을 비난하는 여론은 그 자체가 없었던 것처럼 종식되었다.
특례조치 채택 움직임도 그와 동시에 딱 끊겼다. 관장대리가 지도한 앙케트도 회수된 뒤에는 전혀 쓰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 P225

그런 이쿠의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시바사키는 "끝이 좋으면 다 좋은 거야"라고 대충 말을 맺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화제를 바꾸었다.
"이제 남은 건 너랑 테즈카 사이의 문제뿐이네."
이제 그만 적당히 대답해주지 않으면 아무리 그래도 가엾잖아 등등 그럴듯한 말을 하려나 싶었더니,
"그래서 결국 어떻게 할 건데. 사귈 거야?" - P226

이쿠가 테즈카를 기다리게 한 시간은 결국 2주일 정도였다.
돌아가는 길에 좀 보자고 해서 아마 대답을 하리라고 생각했지만, 과연 도서관 근처의 카페에 들어가 자리에 앉자마자 "요전의 그 이야기 말인데"라고 이쿠는 말을 꺼냈다.
"역시 너랑 못 사귀겠어." - 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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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이라고 하는데, 그렇더라도 상스러운 내용이 나온다고 비난하는 것이 정당한가 아님 이마저도 상징성이 있을 것이라며 이해를 해야하는 것이 우선일까?

그녀는 멍하니 꼼짝 못한 채 그를 응시했고, 그는 다가와 그녀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러고는 그녀의 두 발을 자기 두 손에 꼭 감싸 쥐더니, 그녀의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는 꼼짝 않고 가만히 있었다.  - P54

그러다가 그는 돌아서더니 벽난로 가의 원래 자리에 가앉아 있는 그녀에게로 다시 다가왔다.
"자 이제, 당신은 나를 미워하게 되겠지요!" 그는 조용한 목소리로 피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녀는 휙 그를 쳐다보았다.
"내가 왜 그래야 하죠?" 그녀는 물었다.
"여자들은 대개 그러니까요." 그가 말했다. 그러더니 멈칫하며 말을 누그러뜨렸다. "내 말은, 여자란 그러도록 되어 있다는 거죠." - P55

그는 얼굴을 옆으로 돌렸다. 코니가 보기에 그는 금방이라도 흐느껴 울 것만 같았다.
"하지만 클리퍼드가 알게 할 필요는 없지요. 안 그래요?" 그녀는 호소하듯 주장했다. "그에게 정말 깊은 상처를 주고 말 테니까요. 그가 전혀 모르고 있고 조금도 눈치채지 못하고만 있으면, 아무도 상처를 입지 않을 거예요." - P56

그는 그녀의 손에 겸손히 입을 맞추고는 사라졌다.
"난 아무래도 그 젊은 작자가 역겨워 못 견딜 것 같아."
점심 식사 때 클리퍼드가 말했다.
"왜요?" 코니는 물었다.
"그 작자의 겉모습 뒤에는 아주 방자한 상놈의 본성이 감춰져 있거든. 허세로 우리를 농락하려고 잔뜩 도사리고 있으면서 말이야." - P57

"내 생각엔 어떤 너그러움 같은 것이 그에게 있는 듯해요."
"누구에 대한 너그러움 말이야?"
"잘은 모르겠어요."
"모르는 게 당연하지. 당신은 몰염치한 무도덕성을 너그러움으로 잘못 생각하는 것 같아." - P57

그런데 묘하게도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는 차마시는 시간이 되어갈 때쯤 제비꽃과 백합을 한 움큼 가득들고는, 예의 그 비굴하고 비열한 표정을 한 채 돌아왔다. - P58

결정적인 사실은 바로 영혼 저 밑바닥에서부터 그가 열외자이자 반사회적인 존재라는 점, 그리고 아무리 겉모양을본드 가로 치장하더라도 마음속으로는 자신도 그 사실을인정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 P60

홀에 촛불을 켜고 있을 때, 그는 기회를 잡아 그녀에게말을 걸었다.
"당신에게 가도 될까요?"

"내가 당신한테 갈게요." 그녀가 말했다.
"아, 좋아요!"
오랫동안 기다렸는데도 그녀는 아직 오지 않았다. 그러나 마침내 그녀는 왔다. - P60

그는 여자에게 일종의 격렬한 연민과 다정함, 그리고 거칠게 갈구하는 육체적 욕망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그는그녀의 이 육체적 욕망을 만족시켜 주지 못했다. - P61

그러나 다음 순간 여자는 그를 붙들어 두는 법을, 그의절정이 끝났을 때 그를 자기 몸속의 그곳에 계속 잡아놓는법을 이내 터득했다. - P61

당시 그는 단지 사흘 동안 그곳에 머물렀는데, 클리퍼드에게는 첫날 저녁과 조금도 다름없는 태도로 대했다. 코니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외관을 허무는 것은 불가능했다. - P62

그런 식으로 두 사람은 편지를 주고받기도 하고 가끔씩런던에서 만나기도 하면서 꽤 오랫동안 관계를 지속했다. - P63

라그비에서 그녀는 굉장히 명랑했다. 그리고 그녀는 북돋워진 명랑함과 만족감을 모두 클리퍼드를 자극하는 데사용했고, 그 결과 그는 자신의 최고작을 이 시기에 써냈으며 묘하고 맹목적인 행복감에 거의 취해 있었다. 사실그는 코니가 자신의 몸 안에 발기된 채 수동적으로 가만히있는 마이클리스의 남성성으로부터 얻어낸 육체적 만족의열매를 거둔 것이었다. - P63

제4장


코니는 믹‘-사람들은 그를 보통 그렇게 부르는데ㅡ과의 관계에 희망이 없다는 것을 늘 예감하고 있었다. - P65

세상은 여러 가지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다고들 하지만,
대부분의 개인적 경험에 있어서는 그 범위가 극히 좁아서가능성은 아주 조금밖에 되지 않는다. - P66

그러나 고정적으로 늘 찾아오는 남자들이 몇몇 있었다.
클리퍼드와 케임브리지에 다니며 어울렸던 남자들이었다. 그중에는 군에 계속 남아 여단장이 된 토미 듀크스가 있었다. - P66

그런데 일상생활의 문제들 대부분이, 가령 돈을 어떻게버는지, 아내를 사랑하는지, 또는 ‘바람‘을 피우는지 등이바로 그렇다. 이 모든 문제들은 당사자에게만 관계있는 일로서, 화장실에 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다른 어떤 사람에게도 아무 관심거리가 못 되는 것이다. - P67

"그러니까 그가 어디 적당한 구석방에서 줄리아와 관계를 가지면 자넨 개의치 않는다는 말인가?"
찰리 메이는 약간 빈정대듯 말했다. - P68

해먼드는 좀 감정이 상한 듯이 보였다. 그는 자신의 정신이 성실하다는 것과 자기가 기회주의자가 아니라는 점을다소 자랑스럽게 여기는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그는 성공을 원하긴 했다. - P69

"색을 밝힌다고! 글쎄, 그러지 못할 게 뭐 있어? 여자와잠자리를 같이 한다는 것은, 여자하고 춤을 추는 거나 마찬가지로, 심지어 여자하고 날씨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과도마찬가지로 여자에게 해가 될 것이 없다고 난 생각해. 그건 그저 생각 대신에 감각을 서로 교환하는 것일 뿐이야.
그러니 안 될 게 뭐가 있다는 거야?" - P70

이 두 남자는 줄리아와 수작을 벌였던 일을 두고 아직 서로를 용서하지 않았던 것이다. - P71

해먼드가 말했다. "그건 틀린 말이야. 가령, 자네는 말이야, 메이, 자네는 자네 능력의 절반을 여자들한테 탕진하고 있네. 그 때문에 자네는, 그처럼 훌륭한 정신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해야 할 일을 결코 진정으로 해내지못할 걸세. 자네 능력은 다른 데로 너무 많이 낭비되고 있단 말이네." - P72

클리퍼드는 이런 때 대개 말을 많이 하지 않았다. 그는결코 주장을 펴는 법이 없었다. 자신의 생각이 충분히 힘있게 여겨지지 않았기 때문인데, 그는 사실 생각이 너무정리가 안 되어 있고 감정에 쉽게 좌우되었다. - P73

"글쎄!" 클리퍼드는 더듬거리며 말했다. "그렇다 해도나에겐 별 생각이랄 게 없는 것 같은데, 아마 ‘결혼을 해서 그걸 해결하라.‘는 말이 내 생각을 대체로 잘 나타내고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군. 물론 서로 사랑하는 남자와 여자 사이에서 그것은 아주 중요한 것이겠지만." - P74

"글쎄, 찰리와 나는 섹스란 대화처럼 일종의 의사소통행위라고 믿는다네. 어떤 여자든지 나와 섹스에 대한 대화를 시작한다면, 당연히 나는 적당한 때가 되었을 때 그녀와 잠자리까지 가서 그 매듭을 지을 거야. (후략)." - P74

침묵이 흘렀다. 네 사람은 담배를 피웠다. 그리고 코니는 앉아서 바느질을 계속했다. 그랬다. 그녀는 그 자리에있었다! 그녀는 잠자코 앉아 있어야 했다. - P75

코니는 얼마나 자주 저녁마다 이 네 사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앉아 있었던가! 다른 사람이 한두 명 더 끼기도 하는 이들의 대화에 말이다! - P75

게다가 한편으로는 약간 짜증스러운 일이기도 했다. - P76

코니도 정신생활을 상당히 좋아했고 거기에서 굉장히 강한 쾌감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것이 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 단짝 친구들의 굉장한 저녁 모임-그녀는 혼자 마음속으로 이렇게 불렀는데-에 담배연기 자욱한 가운데 자리를 함께하는 것을 코니는 좋아했다. - P76

그러나 믹의 경우 그가 하고자 애쓰는 일은 그저 삶을헤쳐나가면서 다른 사람들이 그를 속이려고 하는 만큼 자신도 그들을 속이고자 하는 것밖에 없었다. - P77

"우리가 그렇게 완전히 악의에 가득 찼다고는 생각하지않네." 클리퍼드가 항변했다. - P78

"아, 그렇지만 난 정말 우리가 진심으로는 서로를 좋아하고 있다고 생각하네." 해먼드가 항의하듯 말했다.
"똑바로 말한다면, 좋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해야겠지! 우리는 서로에게 그리고 서로에 대하여, 등 뒤에서 그토록 악의에 찬 말을 해대고 있으니 말이야! 그리고 난 그중에서도 가장 악질이지." - P79

찰리 메이가 판정관처럼 다소 위엄 있게 말했다. 이들 단짝들은 겸손의 외양 아래 아주 묘한 거만함을 지니고 있었다. 그 모든 것이 아주 권위 있는 태도로(ex cathedra) 이루어졌는데, 그러면서 또한 아주 겸손한 척했다. - P79

바보가 한마디 하기라도 한 것처럼 모두들 그를 바라보았다.
"난 지식에 대해 말한 게 아니었네. 정신생활에 대해 말한 거였지." 듀크스가 웃으며 말했다. - P80

클리퍼드는 눈을 크게 떴다. 그에겐 모두 부질없는 소리였던 것이다. 코니는 몰래 혼자 웃었다.
"그러니까 뭐, 우린 모두 따버린 사과 신세로구먼." 해먼드가 좀 심사가 꼬인 듯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럼 어서 우리 자신들로 사과주(酒)를 만들어야겠네."
찰리가 말했다. - P81

"내가 보기에 볼셰비키주의란,"찰리가 말했다. "그저소위 부르주아라는 것에 대한 지극한 증오에 불과한 것 같아. 그런데 부르주아가 무엇이냐 하는 것은 완전히 정의(定義)되어 있지 않은 상태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것은자본주의 자체를 뜻하기까지 해. (후략)." - P81

"난 볼셰비키주의가 논리적이라는 말에 동의할 수 없어.
그것은 대부분의 논리적 전제를 거부하거든." 해먼드가 말했다. - P82

"글쎄. 십 년 동안 기다려왔는데 더 기다려봐야지. 증오란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점점 자라나는 것이라네. 생각을삶에 강요하는 것. 가장 깊은 본능을 강요하는 것의 필연적인 결과는 바로 증오야. 우리의 가장 깊은 감정들을 우리는 어떤 생각들에 따라 강요하지. 기계처럼 어떤 하나의공식으로 우리 자신을 몰고 가는 거야. 논리적 정신이 발판을 지배하는 체하고 있는데, 그 발판은 곧 순전한 증오로 변해 버리고 만다네. 우린 모두 볼셰비키주의자들이야. 우리가 위선자라는 것만 빼면 말야. 반면 러시아인들은 위선이 없는 볼셰비키주의자들인 것이지." - P83

"하지만 당신은 분명 뭔가 믿는 게 있겠지요?"
"나 말인가! 아 그래, 지적인 차원에서 나는 가슴이 따뜻하고 자지가 팔팔하고 지성이 발랄하며 숙녀 앞에서도
‘이런 젠장!‘이라고 말할 만한 용기가 있는 것의 가치를믿는다네."
"그럼, 전부 다 당신이 갖추고 있는 것이군요." 베리가말했다. - P85

"(전략). 르누아르는 자지로 그림을 그렸다고 말한 적이 있지. 그는 정말 그렇게 그렸던 거야, 아름다운 그림들을 말이야! 나도 내 자지로 뭔가를 할 수 있다면 좋겠어. 하지만 맙소사, 그저 말로만 나불거릴 수 있을 따름이니!
이런 고통은 분명 지옥에 하나 추가되었을 거야! 바로 소크라테스가 시작한 것이지."
"세상에는 좋은 여자들이 많아요." 코니가 고개를 들고,
마침내 입을 열어 말했다 - P86

"순수함을 유지한다면 복잡한 것은 훨씬 덜하겠지요."
베리가 말했다.
"맞아! 삶이란 정말 너무도 단순한 것이지!" - P87

제5장


햇볕이 약하게 내리쬐는 2월의 어느 서리 내린 아침, 리퍼드와 코니는 저택 영지의 임원을 지나 숲까지 산책나갔다. 다시 말해, 클리퍼드는 모터 달린 의자를 타고털거리며 나아갔고 코니는 그의 곁에서 걸어갔다. - P88

클리퍼드는 저택에서부터 언덕의 비탈을 따라 조심스럽게 운전해 내려갔으며, 코니는 그 모터 의자를 손으로 계속 잡고 있었다. 앞쪽으로 숲이 펼쳐져 있었는데, 가까이는 개암나무 숲이었고 그 너머로는 빽빽이 우거진 자줏빛참나무 숲이었다. - P89

숲 속에서는 모든 것이 쥐 죽은 듯 조용했다. 땅 위 오래된 낙엽들 아래에는 서리가 그대로 덮여 있었다. - P90

클리퍼드는 이 숲을 좋아했다. - P90

이 벌거벗은 장소는 언제나 묘하게도 클리퍼드의 화를 돋웠다. 그는 전쟁을 겪었고, 전쟁이 무얼 의미하는지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정말로 화가 난 것은 바로이 헐벗은 언덕을 보고 난 다음이었다. - P91

클리퍼드는 모터 의자가 느릿느릿 올라가고 있는 동안 굳어진 얼굴로 앉아 있었다. - P91

클리퍼드는 창백한 햇살을 받으며 앉아 있었는데, 햇빛이 금발에 가까운 그의 부드러운 머리칼을 비추었고 발그레한 그의 둥근 얼굴은 알 수 없는 표정을 띠고 있었다.
"여기 오면 다른 어느 때보다도 더욱 아들이 없다는 것이 마음에 걸리곤 해." 그가 말했다. - P93

"옛 영국의 일부가 보존되지 않는다면 진정한 영국은 완전히 사라지고 말 거야." 클리퍼드가 말했다. "그러니 옛영국에 대한 애정이 있고 또 이런 숲을 소유하고 있는, 바로 우리 같은 사람들이 그것을 보존해야만 하는 것이야."
슬픈 침묵이 잠시 흘렀다. - P93

"그야 영국의 전통이지! 이곳의 전통 말이야!"
"아, 네!" 그녀는 느린 목소리로 말했다.
"아들이라도 하나 있는 게 도움이 되는 이유는 바로 그거야. 우리 각각은 연쇄 사슬의 고리 하나에 불과할 뿐이니까." 그는 말했다. -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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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기다림과
지루함의 기능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가서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세상과 사람들에 대해 어떻게생각하는지 파악하려면 시간, 인내, 지루함, 백일몽,
발견에 대한 기대가 필요하다. 이것들이 없다면 우리는그저 시간을 죽이고 있는 것이다. - P126

기다림의 미래를 알고 싶다면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있는 월트 디즈니월드의 매직 킹덤에서 줄을 서보라. 음식을 위한 줄이든, 놀이기구를 위한 줄이든, 화장실을 위한 줄이든 상관없다. 기다림의 구조와 심리는 동일하니까 - P127

디즈니는 비판이나 비난을 받을 만한 여러 결함을 갖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인간의 본성을 이해한 사람이라는 것만은 틀림없다. 그리고 그(그리고 지금은 그의 이름을 딴 거대 기업)는 사람들이 기다리는 것을 싫어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 P128

디즈니월드는 보다 효율적인 여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1999년 패스트패스FastPass 시스템을 시작했다. 정신없어 보이는 도널드 덕을 로고로 내세운 패스트패스는 방문객이 시간을 잘 맞춰 공원의 인기 놀이기구 티켓을 구매하게 하는 가상 대기 시스템이다. - P128

사람들은 디즈니 포럼에서 패스트패스 시스템에 대해 열정적으로 토론하며, 패스트패스를 최대한 활용하는 비결을 공유한다. - P129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스플래시 마운틴의 구불구불한 ‘대기‘ 줄에 서 있는 수백 명의 불운한 방문객은 이디즈니판 연옥에서 몇 시간 동안 햇볕에 구워져야 할 운명이었다. - P129

요즘 아이들은 코끼리 덤보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한 시간 동안 호출기를 손에 쥐고 서커스 테마 놀이 공간에서 즐겁게 뛰어논다. 놀이기구를 탈 차례가 되면 부모가 호출기로 신호를 보낸다.  - P130

기다림은 예전과 다르다. 오늘날 우리는 기다림의 경험에 더 많은 오락거리가 있기를, 그 경험을 더 많이 통제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는 테마파크에서의 기다림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 P130

피할 수 없는 기다림이라는 물리적 현실로부터 정신적으로나마 벗어나는 것은 매력적인 일이다. 지루함에서 달아나기 위해 휴대전화를 확인하는 것은 시간의 폭정에 맞서는 작은 혁명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혁명은 때때로 자기 자신을 삼켜버린다. - P131

현대인은 속도를 개선으로, 다시 말해 ‘낭비되는 시간‘이라는 골칫거리를 제거하는 요긴한 것으로 본다. - P131

 기꺼이 기다리는지 아닌지가 인내심(과 성급함)에 대한 우리의 감정, 게으름과 지루함 같은 것들에 대한수용, 통제감에 대한 욕구를 드러낸다. 기다리는 방식은 침묵과 과묵함, 성찰과 공상에 대한 태도를 드러낸다. - P132

 기다림에 대한 개인적인 경힘은 독특하고, 기다림에 대처하는 방식은 우리의 선택이다. 하지만기다림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가족, 친구, 이웃, 지역사회, 심지어 더 넓은 정치 문화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 P132

디즈니월드에서 배운 줄 서기의 논리


줄에는 고유의 논리가 있다. (중략). 결국 줄에 접근하는 모든 사람이 줄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질문을 해야 했다. "예, 보안 검색을 위한 줄입니다.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어요." 점점 더 동요하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하는 공항 직원은 없었다. - P133

기다림은 일상의 이곳저곳에 존재한다. - P134

일상적인 기다림의 경험은 매우 주관적이다. (중략). 기다림의 심리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기다림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좌우하는 두 가지 요소를 발견했다. 바로 기다림 관련 정보의 양과 공정성이다. - P134

안타깝게도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와 같은 외부 현실은 우리의 내부 인식과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 - P135

야코브 호닉은 한 실험에서 평균 길이의 식료품 계산대 줄에서 기다리고 있는 640명의 사람을관찰하고 시간을 측정했다.⁷ 그는 각각의 사람에게 얼마나 기다린것 같은지 물어봤다. 그 결과, 사람들이 인식한 대기 시간은 실제보다 약 30퍼센트 더 길었다. - P135

7장

7Jacob Hornik and Dan Zakay, "Psychological Time: The Case of Time and ConsumerBehavior," Time and Society 5, no. 3 (October 1996): 385–97. - P345

줄서기에는 공정성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적용된다. 20여 년 전, MIT 교수 리처드 라슨은 줄과 사회정의의 관계를 조사했다.⁹ - P135

9 Richard C. Larson, "Perspectives on Queues: Social Justice and the Psychology ofQueuing," Operations Research 35, no. 6 (November-December 1987): 897. - P345

물론 인간 본성이 그렇듯이, 사회정의라는 막연한 느낌은 거기까지가 한계다. 우리는 우리 뒤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좀처럼 연민을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우월감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 - P135

(전략).
그러나 기다림과의 전쟁이 진화하면서 공정성의 원칙이 공격받고 있다. 이제는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줄에서 벗어날 수 있다. 줄서기 서비스 시장은 항상 있었다. - P136

권리에 대한 인식이 기다림에 대한 회피 상황과 만나 사회적 결과를 낳는다. 2013년 디즈니월드는 장애 자녀를 둔 가족에 대한 정책을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 P137

고객의 조급증과 비윤리적인 행동에 굴복한다는 사실이었다. 우리는 돈을 지불하고라도, 아니 속임수를 써서라도 기다림을 피해야한다고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이제 우리는 점점 더 기다림 자체를 견디지 못하는 것 같다. - P138

성급하게 화가 잔 사람들


(전략).
10년 전 워싱턴 D. C. 주민들을 대상으로 로드 레이지 road rage*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한 <워싱턴 포스트>는 "다른 운전자에 대해 ‘통제할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고 인정한 사람의 수가 2005년 이후 두 배로 증가했다"는 것을 발견했다.¹³ 운전자 10명 중 한 명(젊은 운전자 여섯 명 중 한 명)이 로드 레이지를 느낀다고 인정했다.


*운전 중 다른 운전자에게 느끼는 분노 - P139

미국 고속도로 교통안전국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2019년에만 로드 레이지로 인해 446건의 충돌 사고가 발생했고 502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이런 사고의 상당수는 총기와 관련된다 - P139

로드 레이지의 뿌리에는 성급함이 있다. 우리처럼 결점이 있고, 피곤하고, 정신이 산만해진 다른 사람들에게 참을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다. - P140

왜 이 지경이 되었을까? 그 부분적인 이유는 일상생활의 끊임없는 가속화에 있다. 일상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기다릴 수 있는 것, 기다려야 하는 것에 대한 기대가 변하고 있다. - P140

여러 주가운전 중에 전화 사용을 금지하거나 핸즈프리 기기 사용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신형 자동차는 핸즈프리를 더 쉽게 하는통합 대시보드를 갖추고 있다(상호작용을 허용하는 이 기능이 운전자에게 지속적인 방해 요소가 된다는 점은 과소평가되고 있다). - P141

온라인 기사에는 독자가 그 글을 읽는 데 걸리는 예상 ‘독서 시간이 표시되어 있다. 이예상 시간은 책에도 표시되기 시작했다. 특정 주제에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하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아마존은 페이지 로딩 시간을100밀리 초 단축할 때마다 매출이 1퍼센트 증가한다고 주장한다. 밀리 초는 1000분의 1초다. - P142

 포레스터 리서치 ForresterResearch는 온라인 쇼핑객들이 페이지 로딩을 얼마나 기다릴 수 있는지를 연구했고 그 결과 2초가 마법의 숫자라는 것을 알아냈다. 3년 전 사람들이 기꺼이 기다리는 로딩 시간은 4초였다. - P142

길지 않은 인터넷의 역사에서 대기 시간에 대한 우리의 기대는 극적으로 변했다. - P142

라메시 시타라만과 S. 슌무가 크리슈난의 연구 결과, 이런 습관19화 과정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¹⁹ 전 세계에서 총 2300만개의 동영상을 시청한 670만 명의 시청 습관을 분석한 두 사람은 2초안에 동영상이 재생되지 않으면 시청자는 시청을 포기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 P143

19 S. Shunmuga Krishnan and Ramesh K. Sitaraman, "Video Stream Quality ImpactsUser Behavior: Inferring Causality Using Quasi-Experimental Designs," IEAA/ACMTransactions on Networking 21, no. 6 (December 2013): 2001-14. - P346

속도에 길들여짐에 따라 모든 것에 대해 점점 더 참을성이 없어지고 있다. 거기에는 일상생활의 상호작용도 포함된다. - P143

다른 사람들도 빌턴과 같이 전통적인 의사소통 방식에 불만을표한다. "불필요한 의사소통에 대한 제 인내심이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전부 부담이고 비용이기 때문이죠." - P144

빌턴을 비롯한 사람들이 사교적인 인사가 없는 세상을 좋아한다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그런 사람들은 늘 있었으니까. 그들은 인간의 상호작용에서도 효율성이 우선이고 사회가 이를 수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P144

효율성이 일상의 모든 의례를 개선하는 것은 아니다. (중략). 컬럼비아대학교 국립약물남용센터에 따르면, 미국가정의 32퍼센트가 함께 저녁 식사를 하는 데 20분 이하의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²⁵ 미국식 저녁 식탁에서조차 효율을 중시하게 되면서 안타까운 결과가 뒤따르고 있다. - P145

어머니에게 전화 대신 문자를 한다고 세상의 종말이 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헉슬리의 경고에는 타당성이 있다. 컴퓨터의 속도는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 그러나 지연에 대한 인내심의 변화는 정성적으로 경험된다. 일을 하는 다른 방식이 떠오르는 것은 한걸음 물러섰을 때 (또는 오락거리 없이 기다려야만 하는 때)뿐이다. - P146

지루함을 없앤 대가


(전략). 매클루언은 "엄지손가락을 돌리는 것보다 심미적이고 담배를 피우는 것보다 저렴한 이 퀴그Quee*와 같은 집착은 촉각에서 얻는 쾌락을 나타낸다"고 썼다. 또한 틈새 시간을 채워야 한다는 인간의 뿌리 깊은 욕구를 보여주기도 한다."고 썻다.


*허먼 오크의 소설 《케인호의 반란 The Caire Mutiry)에 나오는 중령으로 불안이 심하고 강박관념과 편집증이 있다. - P146

. 담배 피우는 대학생들을 연구한 결과, 흡연은 그들에게 "모호한 사회적 상황을 구조화"하고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방법이라는 것이 밝혀졌다.²⁹ 즉 흡연이 어색함을 줄여준다는 것이다. - P147

29 Peter Stromberg, Mark Nichter, and Mimi Nichter, "Taking Play Seriously: Low-LevelSmoking Among College Students," Culture, Medicine and Psychiatry 31, no. 1 (March2007): 1-24. - P346

지루함은 대단히 인간적인 경험이다. 하지만 지루함을 경험할때 무엇에 의존하는가는 사회적 맥락의 영향을 받으며, 시대에 따라 다르다. 우리는 지루함을 덜기 위해 매개된 방법에 점점 더 많이 의존하고 있다. 매개되지 않은 틈새 시간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 P147

 무선 인터넷과 광대역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들과 도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비롯해서 속도에 익숙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지루함을 해소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 P148

지루함은 거의 보편적인 경험이다. 《권태: 그 창조적인 역사》의 저자 피터 투이는 "1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폼페이 벽에는 지루함에 대한 라틴어 낙서가 있다"고 말한다.³⁴ - P148

34 Peter Toohey, "The Thrill of Boredom," New York Times, August 7, 2011, SR4. IC IL New Vorber August - P347

지루함은 시간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준다. (중략). 버스를 기다리던 당신을 순식간에 게임의 세계로 옮겨놓거나 날씨 정보로 화면을 채우거나 친구의 최근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띄우는 등 방법은 다르지만 모든 앱의 목표는 이런 설명하기 힘든 불만족감을 막아내는 것이다. - P149

요크대학교의 임상심리학자인 존 이스트우드는 지루함을 주의의 문제로 이해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주장한다. 이스트우드와 그의 동료들은 <심리 과학 관점 Perspectives on Psychological Science〉에 발표한 글에서 오락거리와 지루함의 관계에 대해 언급했다. - P150

주의를 빼앗는 끊임없는 오락거리와 자극으로 지루함을 대체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지나친 자극이 해롭다는 경고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 P150

조현병을 연구하는 일부 연구자는 환자가 "자극을 과잉으로 받아들인다" 또는 "관련 자극에 선택적으로 집중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⁴⁰ 조현병 환자는 관련 없는 것을 선택적으로 무시하지 못하고 모든 것에 주의를 기울인다. -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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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머런의 책상 위에 편지 한 통이 놓여 있었다. "안전신탁공사 이사회는 아스토리아 지사 건물 신축 설계 발주 건에 대한 진지한 검토 결과 굴드 앤드 페팅길에 건축을 맡기기로 했으며 귀사의 설계안을 받아들일 수 없게 된 것을 유감으로 생각한다"는 내용이었다. - P159

캐머런은 석 달 동안 안전신탁공사 수주를 기다렸다. 지난 2년 동안 드문드문 찾아온 기회들이 하나같이 막연한 기대로 다가왔다가 단호한 거절로 사라져갔다. - P160

캐머런은 모험을 걸었다. 그는 기한에 맞추어, 아니 기한전에, 굴드 앤드 페팅길에 선수를 빼앗기기 전에 설계 작업을 마치려고 로크와 함께 무섭게 일에 매달렸다. - P160

캐머런과 로크는 블랙커피를 마시며 무수한 밤들을 지새웠다. 캐머런은 자신도 모르게 전기세 생각이 났지만 애써 잊었다. - P161

캐머런은 책상 위의 편지를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 치욕적인 건, 그동안 지샌 밤들이나 아스토리아에 세워졌어야 하는 자신의 건축물, 그 자리를 차지해버린 다른 사람의 건축물에 대한 생각은 비집고 들어올 틈도 없이 연체된 전기세 걱정만 머리에 가득하다는 것이었다. - P161

지난 2년 동안 캐머런은 가끔 몇 주씩 사무실에 나타나지않고는 했다. 그때마다 로크는 캐머런의 집에 가보았지만 그를 찾을 수가 없었고 그의 행방조차 모르는 채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빌며 기다려야 했다. - P162

로크는 집주인에게 이번 주 집세도 못 내겠다고 조용히 말하는 방법을 터득했고, 그를 두려워하는 집주인은 집세를 달라고 조르지 못했다. - P162

로크가 그 생각을 하고 있는데 캐머런이 안전신탁공사에서온 편지를 들고 제도실로 들어왔다. 캐머런은 로크에게 편지를 준 뒤 말없이 돌아서서 자기 사무실로 갔다. 로크는 편지를 읽고 그를 따라갔다. - P163

로크는 신문을 쓱 훑어봤다. 1면에 애인을 총으로 쏜 도톰하고 반짝이는 입술을 가진 미혼모 사진이 실려 있었고 사진밑에는 그녀의 자서전 연재 첫 회 분과 자세한 재판 기록이 있었다. - P164

캐머런은 신문을 든 팔을 쭉 뻗어 손으로 신문의 무게를 가늠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원하는 걸 제공하고 그 대가로, 그들의 발을 핥아준 대가로 그들의 숭배를 받을 것인가, 아니면. 아니면뭐? 그런 게 무슨 소용이 있겠나? ・・・・・・ 그런 건 이제 상관없어.
아무것도, 그게 이제는 내게 아무 상관도 없다는 사실조차......"
캐머런은 그러더니 로크를 보면서 덧붙였다. - P165

캐머런은 의자에서 일어나 사무실의 맨 벽과 책상 위에 쌓인 흰 청구서 더미들, 유리창을 타고 천천히 흘러내리는 거무스름한 빗물을 바라보았다.
"하워드, 난 세상 사람들에게 줄 답이 없네. 자네가 대신 나서보게. 자네가 그들에게 답해보게. 그들 모두에게 와이낸드의 신문들, 그 신문들의 성공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 그 배후에 숨어 있는 것. 자네에게 이상한 임무를 맡기는군. 난 우리의 답이 무엇이어야 하는지 모르네. 내가 아는 건, 분명 답이있고 그걸 자네가 쥐고 있으며 자네가 바로 그 답이라는 것, 언젠가는 자네가 그걸 표현할 말을 찾게 되리란 것뿐이지." - P166

6

엘즈워스 M. 투히는 1925년 1월에 《돌의 교훈(Sermons inStone)>을 출간했다.
세심하게 디자인한 표지는 암청색 바탕에 단순한 은색 글씨로 되어 있었고 한쪽 귀퉁이에 은색 피라미드가 들어가 있었다. 부제는 ‘만인을 위한 건축‘ 이었다.  - P167

저자는 서문에서 "건축을 원래의 자리인 대중 속으로 옮겨놓기 위해 이 글을 썼노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보통 사람들이 "마치 야구 얘기를 하듯 건축에 대해 쉽게 생각하고 말할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한다고 했다. - P167

 그는 독자들에게 현재에도 그러하듯 과거에도 이름 없는 대중의 평범한 일상을 초월한 문제나 성취, 사고의 범위란 존재하지 않으며, 과학 또한이러한 일상에 대한 영향력을 넘어서는 목표와 표현이 있을수 없다고 주장했다. - P168

그는 건축은 진실로 모든 예술 가운데 가장 위대하며 그건모든 위대함이 그러하듯 익명성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 P168

그는 건축의 데카당스는 중세의 공동체 정신이 쇠퇴하고사유재산이 생겨나면서 시작되었다고, 개인 소유주들이 자신의 나쁜 취향을 (‘개인적인 취향은 모두 나쁘니까‘) 만족시키기 위한 이기적인 목적으로 도시의 계획적 효과를 망쳐놓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애초에 인간의 창조적 충동은, 다른 모든 것이 그러하듯, 그 시대의 경제 구조에 의해 결정되므로 자유의지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 P169

그는 건축가들에게 개인적인 영광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행위를 중단하고 대중 정신의 구현에헌신하라고 촉구했다. "건축가는 종이지 지도자가 아니다. 건축가는 자신의 작은 자아를 주장할 것이 아니라 국가의 영혼과 시대의 리듬을 표현해야 한다. 개인적인 기호라는 망상을좋을 게 아니라 대중의 가슴에 다가갈 수 있는 공통분모를 찾으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건축가들, 아, 나의 친구들, 그들은 이러쿵저러쿵 따질 권리가 없다. 그들은 명령을 내리는입장이 아니다. 명령을 받는 입장이다." - 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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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에 대한 흔한 오해

1. ‘과학자는 유명인이다‘

일반인에게 익숙한 과학자에는 두 부류가 있다. 아이작뉴턴(Isaac Newton),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찰스 다윈(Charles Darwin), 제임스 왓슨(James Watson)과 프랜시스 크릭(Francis Crick) 같은 위인의 범주에 속한 사람들과, 대중매체를 통해 익숙해진 과학자들이다.⁶


6 지금은 고인이 된 칼 세이건(Carl Sagan, 1934-1996), 김정흠(1927-2005) 박사와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 1941-) 등이 대중적으로 유명하다.
- P18

 과학책에 등장하는 ‘영웅적인 과학자의 모습‘에 비해 앞에서 언급한 ‘오늘날의 흔한 과학자‘는 그다지 특별하지 않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 P19

TV 교양 프로그램이나 대중 강연에서 접할 수 있는 과학자의 모습을 ‘요즘 과학자‘의 일반적 모습으로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 - P20

 과학자의 본업은 과학연구이며, 과학자의 커뮤니케이션은 비슷한 주제를 연구하는 동료 학자와 논문 혹은 학회 발표를 통해 이루어진다.⁸


8 과학자의 전문적 ‘소통‘이 어떻게 이루어지느냐의 문제는 4장에서 다룬다. - P20

2. ‘과학지식을 많이 쌓으면 과학자가 될 수 있다‘

(전략). 그동안 우리는 대개 학교 교육을 통해 교과서에 ‘요약‘된 과학지식을 익히고 대중 교양서를 통해 교과서에서 다뤄지지 않는 최신 또는 세부적인 과학지식을 얻어 왔다.⁹



9대중 교양서에는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좀 더 깊은 내용이 나오기도 하고 교과서에 실린 ‘정설‘이 아닌 ‘이설‘이 등장하기도 한다. 감히 과학지식이라는 표현을 쓰기 민망한내용들도 과학지식의 탈을 쓰고 등장할 때도 있다. - P21

유감스럽게도, 그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 P22

과학연구는 ‘교과서에 나와 있지 않은 새로운 사실‘을 알아내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 P22

이 과정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현재까지 나와 있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양서 수준의) 과학서적을 많이 읽으면 과학자가 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는 사람도 있다. 착각이 심해지면 자신이 이미 오래전에 확립된 과학적 지식을 넘어서는새로운 발견을 했다고 말하는 사람도 생기는데, 이들을 흔히 ‘크랙팟(crackpot)‘이라고 부른다.  - P23

3. ‘과학자는 천재여야 한다‘

많은 사람들은 과학자가 비상한 천재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 P23

새로운 지식을 발견하는 데 사고력이 뛰어난 사람이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과학의 모든 분야에서 사고력이 뛰어난 소수의 천재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 P24

즉, ‘번뜩이는 아이디어‘나 ‘천재적 사고력‘은 분명 필요하지만, 현실에서 그것을 실제로 검증하고 확인하기 위해서는 매우 오랜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 P24

현대 과학자에게 필요한 지적 능력은 문제를 순식간에 해결하는 능력보다는 쉽게 풀리지 않는 문제에 좌절하지 않고 오랫동안 붙잡고 있을 수 있는 집요함이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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