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머런의 책상 위에 편지 한 통이 놓여 있었다. "안전신탁공사 이사회는 아스토리아 지사 건물 신축 설계 발주 건에 대한 진지한 검토 결과 굴드 앤드 페팅길에 건축을 맡기기로 했으며 귀사의 설계안을 받아들일 수 없게 된 것을 유감으로 생각한다"는 내용이었다. - P159

캐머런은 석 달 동안 안전신탁공사 수주를 기다렸다. 지난 2년 동안 드문드문 찾아온 기회들이 하나같이 막연한 기대로 다가왔다가 단호한 거절로 사라져갔다. - P160

캐머런은 모험을 걸었다. 그는 기한에 맞추어, 아니 기한전에, 굴드 앤드 페팅길에 선수를 빼앗기기 전에 설계 작업을 마치려고 로크와 함께 무섭게 일에 매달렸다. - P160

캐머런과 로크는 블랙커피를 마시며 무수한 밤들을 지새웠다. 캐머런은 자신도 모르게 전기세 생각이 났지만 애써 잊었다. - P161

캐머런은 책상 위의 편지를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 치욕적인 건, 그동안 지샌 밤들이나 아스토리아에 세워졌어야 하는 자신의 건축물, 그 자리를 차지해버린 다른 사람의 건축물에 대한 생각은 비집고 들어올 틈도 없이 연체된 전기세 걱정만 머리에 가득하다는 것이었다. - P161

지난 2년 동안 캐머런은 가끔 몇 주씩 사무실에 나타나지않고는 했다. 그때마다 로크는 캐머런의 집에 가보았지만 그를 찾을 수가 없었고 그의 행방조차 모르는 채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빌며 기다려야 했다. - P162

로크는 집주인에게 이번 주 집세도 못 내겠다고 조용히 말하는 방법을 터득했고, 그를 두려워하는 집주인은 집세를 달라고 조르지 못했다. - P162

로크가 그 생각을 하고 있는데 캐머런이 안전신탁공사에서온 편지를 들고 제도실로 들어왔다. 캐머런은 로크에게 편지를 준 뒤 말없이 돌아서서 자기 사무실로 갔다. 로크는 편지를 읽고 그를 따라갔다. - P163

로크는 신문을 쓱 훑어봤다. 1면에 애인을 총으로 쏜 도톰하고 반짝이는 입술을 가진 미혼모 사진이 실려 있었고 사진밑에는 그녀의 자서전 연재 첫 회 분과 자세한 재판 기록이 있었다. - P164

캐머런은 신문을 든 팔을 쭉 뻗어 손으로 신문의 무게를 가늠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원하는 걸 제공하고 그 대가로, 그들의 발을 핥아준 대가로 그들의 숭배를 받을 것인가, 아니면. 아니면뭐? 그런 게 무슨 소용이 있겠나? ・・・・・・ 그런 건 이제 상관없어.
아무것도, 그게 이제는 내게 아무 상관도 없다는 사실조차......"
캐머런은 그러더니 로크를 보면서 덧붙였다. - P165

캐머런은 의자에서 일어나 사무실의 맨 벽과 책상 위에 쌓인 흰 청구서 더미들, 유리창을 타고 천천히 흘러내리는 거무스름한 빗물을 바라보았다.
"하워드, 난 세상 사람들에게 줄 답이 없네. 자네가 대신 나서보게. 자네가 그들에게 답해보게. 그들 모두에게 와이낸드의 신문들, 그 신문들의 성공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 그 배후에 숨어 있는 것. 자네에게 이상한 임무를 맡기는군. 난 우리의 답이 무엇이어야 하는지 모르네. 내가 아는 건, 분명 답이있고 그걸 자네가 쥐고 있으며 자네가 바로 그 답이라는 것, 언젠가는 자네가 그걸 표현할 말을 찾게 되리란 것뿐이지." - P166

6

엘즈워스 M. 투히는 1925년 1월에 《돌의 교훈(Sermons inStone)>을 출간했다.
세심하게 디자인한 표지는 암청색 바탕에 단순한 은색 글씨로 되어 있었고 한쪽 귀퉁이에 은색 피라미드가 들어가 있었다. 부제는 ‘만인을 위한 건축‘ 이었다.  - P167

저자는 서문에서 "건축을 원래의 자리인 대중 속으로 옮겨놓기 위해 이 글을 썼노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보통 사람들이 "마치 야구 얘기를 하듯 건축에 대해 쉽게 생각하고 말할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한다고 했다. - P167

 그는 독자들에게 현재에도 그러하듯 과거에도 이름 없는 대중의 평범한 일상을 초월한 문제나 성취, 사고의 범위란 존재하지 않으며, 과학 또한이러한 일상에 대한 영향력을 넘어서는 목표와 표현이 있을수 없다고 주장했다. - P168

그는 건축은 진실로 모든 예술 가운데 가장 위대하며 그건모든 위대함이 그러하듯 익명성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 P168

그는 건축의 데카당스는 중세의 공동체 정신이 쇠퇴하고사유재산이 생겨나면서 시작되었다고, 개인 소유주들이 자신의 나쁜 취향을 (‘개인적인 취향은 모두 나쁘니까‘) 만족시키기 위한 이기적인 목적으로 도시의 계획적 효과를 망쳐놓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애초에 인간의 창조적 충동은, 다른 모든 것이 그러하듯, 그 시대의 경제 구조에 의해 결정되므로 자유의지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 P169

그는 건축가들에게 개인적인 영광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행위를 중단하고 대중 정신의 구현에헌신하라고 촉구했다. "건축가는 종이지 지도자가 아니다. 건축가는 자신의 작은 자아를 주장할 것이 아니라 국가의 영혼과 시대의 리듬을 표현해야 한다. 개인적인 기호라는 망상을좋을 게 아니라 대중의 가슴에 다가갈 수 있는 공통분모를 찾으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건축가들, 아, 나의 친구들, 그들은 이러쿵저러쿵 따질 권리가 없다. 그들은 명령을 내리는입장이 아니다. 명령을 받는 입장이다." - P17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