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팅커 테일러 솔져 스파이‘는 재미있게 봤었는데.




세찬 바람이 부는 10월 어느 날의 깊은 새벽, 주민들에게 버림받은 것처럼 보이는 데번주 남부의 바닷가 마을에서 매그너스 핌은 낡은 시골 택시를 내렸다. 요금을 치른 뒤 기사가 차를 몰고 떠날 때까지 기다린 그는 힘찬발걸음으로 교회앞 광장을 가로질렀다. 그의 목적지는벨라비스타니 코모도어니 유레카니 하는 이름을 달고 있는 빅토리아 양식의 하숙집들이 어두운 불을 밝힌 채 늘어서 있는 계단식 단지였다. - P13

강한 바닷바람이 그의 도회풍 양복을 후려치고,
소금기 섞인 빗줄기가 눈을 찌르고, 물거품이 그의 앞길을 공처럼 굴러갔다. 핌은 그것들을 무시했다. <빈방 없음>이라고 표시된 어느집 포치에 다다른 그는 초인종을울리고 기다렸다. 처음에는 외부의 전등이 켜지기를, 그다음에는 안에서 걸어 잠근 고리를 풀어 주기를 그렇게기다리는 동안 교회 시계가 5시를 치기 시작했다. - P14

「세상에, 캔터베리 씨 아니우?」 뒤에서 문이 열리며 어느 노부인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못 살아.
또 야간 침대차를 타고 왔구먼. 미리 전화라도 좀 하지.」「안녕하세요, 미스 더버.」핌이 말했다.「 잘 지내셨어요?」
「내가 잘 지냈는지는 중요한 게 아니지, 캔터베리 씨 얼른 들어와요. 그러다 죽을라.」 - P14

「쿡 씨는 위쪽 아파트로 갔어요. 실리아 벤이 그림을그리겠다면서 그 방에 들어갔고, 정말 딱 캔터베리 씨답네.」 미스 더버가 빗장을 걸었다. 「석 달 동안 감감무소식이다가 한밤중에 돌아와서 하는 말이 남의 방에 왜 불이 켜져 있느냐는 거라니.」 미스 더버는 빗장을 하나 더 걸었다.  - P15

「벤씨의 딸이지, 딱 들으면 모르겠우. 바다를 보면서그림을 그리고 싶답디다.」 미스 더버의 목소리가 갑자기 딱 바뀌었다. 「이런, 캔터베리 씨, 무슨 배짱이우? 그거당장 벗어요.」 - P16

「세상에 끔찍한 검정 넥타이라니, 캔터베리 씨, 내 집에 죽음을 들여놓을 수는 없어요. 절대 안 돼. 그건 누구때문에 맨 거예요?」
핌은 소년처럼 앳되어 보이면서도 눈에 띄는 미남이었다. 50대 초반인 그는 아직 한창 나이였고, 이곳에서는찾아볼 수 없는 열정과 조급함이 가득했다. - P16

「제가 잘 알지도 못하는 친구입니다.」 핌은 강한 어조로 말하면서 넥타이를 풀어 슬쩍 주머니에 넣었다. 「미스D에게 그 친구의 이름을 알려 줄 생각도 없고요. 그랬다가는 신문 부고 난을 샅샅이 뒤지실테니까요.」이 말을하는 동안 방명록에 그의 시선이 닿았다. 그가 지난번에왔을 때 천장에 끼워 준 오렌지색 야간 등 불빛을 받고있는 현관홀의 탁자 위에 방명록이 펼쳐져 있었다.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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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일본인 관리자는 옹 (1990,396~397쪽)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성들은 틀에 박힌 기계적인 일에 더 잘 집중할 줄 알아요. 그리고 젊은 여성들을 나이 든 사람들보다 선호하는 이유는 눈요기 때문이죠. 남성들이 아주 미세한 작업을 여덟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잘할 수 있을 거라고기대할 수 없어요. 우리 작업은 여성들을 위해 고안되었지요. (・・・・・…) 남성들을 고용하면 한두 달 안에 모두 달아날 거예요. (…………) 서른 살 아래젊은 여성들은 직무훈련을 시키기도 쉽고 일에 적응도 잘해요." - P116

멕시코 마킬라도라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마리아 파트리시아 페르난데스켈리 (1983)도 조립공장들이 멕시코 여성들에게 끼친 영향에 주목했다. 페르난데스켈리는 이 연구를 위해 노동자들과 경험을 공유하고여성들을 만나서 그들의 삶을 이해할 목적으로 한 마킬라도라에서 일자리를 구했다. 그녀는 거기서 기업들이 젊은 여성을 선호하는 이유가 여성들의 기술 수준이 더 높고, 온순하며, 단조롭고 반복적이며 고된 업무에도 잘 따른다고 믿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 P116

말레이시아의 조립공장이든 멕시코의 조립공장이든 미혼 여성을 더 선호했는데 나이 든 기혼 여성들은 회사 말고도 가정에서 해야 할 다른 일이 너무 많고 대개 야간 교대근무를 피하려고 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기혼 여성들은 호봉이 높아서 신규로 들어온 젊은 미혼 여성들이 받는 것보다 더 많은 임금을 주어야 할 수도 있다. - P117

그러나 조립공장의 고용 현실이 이렇게 된 데는 자본주의의 블랙박스에 대해 훨씬 더 많은 것을 말해주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이를테면 여성노동자나 어린이가 받는 임금은 남성노동자가 받는 임금만큼 많지 않아도 된다. 또한 해외노동자에게는 국내 노동자에게 주는 임금만큼 주지 않아도 된다. 좀더 확대해서 말하면, 유색인종 노동자들은 백인 노동자보다 임금을 더 적게 주어도 된다. - P117

중요한 것은 그런 사회적 차별과 편견, 즉 남녀차별과 인종주의, 이민자차별이 적어도 어느정도 이익이 된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블랙박스의 중요한 비밀이다. 하지만 왜 그런 것인가? - P118

첫 번째로 시장이 명확하고 이윤도 상대적으로 확실하게 보장되고 자본 투자도 높고 높은 임금과 적정한 노동조건을 보장하는 1차산업이 있다. 전통적으로 자동차 제조, 통신, 에너지 같은 산업들은 1차산업에 속한다. - P118

그다음으로 2차 산업이 있는데 패스트푸드, 농업, 전자 그리고 무엇보다도 의류 직물산업이 이에 속한다. 2차 산업은 내적으로 격심한 경쟁에 시달리며 불확실하거나 끊임없이 변하는 수요와 낮은 수익률, 비숙련 노동에 대한 의존성이 큰 특징이 있다. 2차 산업은 노동자들에게 가장 바람직하지 않은 일자리다. 여기에 속한 기업들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가장 낮은 임금을 지불하면서 노동자가 최대한의 산출물을 생산하도록해야 하기 때문이다. - P118

물론 저임금의 노동집약적인 작업에 여성을 고용하는 것은 산업 자본주의 시절부터 오랫동안 이어져온 관행이었다. 여성과 어린이는 18세기 말과 19세기 초 산업혁명 초기에 공장노동력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 P118

 1840 년 영국 직물산업의 경우에는 전체 노동력의 75퍼센트 이상이 여성과 어린이였다. 조립공장을 해외에 두는 것은 오래전부터 저임금노동을 확보하기 위해 사회적으로 취약한 노동력을 이용해오던 자본주의적 노동착취의 현대판 행태에 불과하다. - P119

 그러나 이런 2차 노동시장의 확대는 본국이나 해외에 있는 노동자와 기업들에게 다음과 같은 경제적 영향을 끼쳤다.

· 일자리가 해외로 이전되면서 본국에서는 실업자가 늘어났다.

.미국에서 1차 노동과 2차 노동의 격차가 커졌다.

.세계체계 아래 있는 주변부 국가들의 노동자 처지에서 보면 보수가낮고 불안정하며 승진 기회가 거의 없는 일자리가 늘었다. - P119

오히려 그 일을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가 그런 구분의 기준이 된다. 달리 말하면 조립공장에서 여성들이 하는 일이라고 해서 반드시 다른 일보다 숙련도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저 여성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비숙련 노동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페르난 데스켈리는 멕시코의류 마킬라도라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재봉기술을 배우려고 애쓰다 그들의 일하는 속도를 거의 따라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 P119

그러나 기업의 관점에서 보면, 2차 노동을 저개발국가로 이전하고 값싼 노동력 저장소를 안전하게 확보하는 것은 기업주들이 노동자들에게막강한 정치적·경제적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게 한다. 그래서 기업들은감히 노동조합을 만들 생각을 하지 못하고 더 많은 임금이나 더 좋은 노동조건을 요구하지도 않는 노동계급 가운데 사회적으로 가장 취약한 부문의 노동자들을 고용할 수 있다. - P120

요약하면 기업의 입장에서 여성노동자들은 값싼 뜨내기 노동력의 주요 원천이다. 따라서 그들은 비록 전 세계 조립공장노동자 중 대부분을차지하고 있지만 전문직이나 관리직에 오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여성들의 지위는 가장 낮기 때문에 직물이나 신발, 플라스틱, 전기용품, 전자제품 같은 것들의 해외 수요에 따라 고용과 해고를 쉽게 반복할 수 있다. - P120

 그들은 여성들이번 돈은 그렇게라도 일하지 않았다면 소유하지 못했을 자원들을 통제할수 있게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여성들이 벌어오는 소득에 가족들이 의존하게 되면서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도 향상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이떤 사람들은 이런 종류의 일자리 창출은 경제발전을 위해 필요한 단계이며, 마침내 우리 모두의 삶을 더욱 좋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 P120

반드시 저임금노동을 계속해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어쩌면 여성들이 그런 저임금 일자리를 벗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19세기 아일랜드인들이 깨달은 것처럼 그러면 누군가 다른 집단이 그들의 자리를 대체하게 될 것이다. - P121

통제와 규율

(중략)
그러나 일자리를 찾아 옮겨온 도시에서 이주노동자들은 대개 그런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웠고 과거에 자신들이 부인했던 행위들을 자유롭게 시험해볼 수도 있었다. 결국 남성들은 ‘건달‘이라거나 ‘깡패‘라는 오명을 얻었고 여성들에게는 ‘부도덕하다‘거나 ‘헤프다‘는 꼬리표가 붙었다. 따라서 자유노동의 탄생은 한 가지 문제를 유발했다. 당신은 이 새로운 노동력을 어떻게 통제할것인가? - P121

예컨대 20세기 벽두에 뉴욕 시에서는 수천 명의 젊은 여성들이 공장에취직했다. 그들은 새롭게 눈뜬 자유를 만끽하며 자신들이 번 돈으로 쇼핑을 하고 데이트도 즐기고 춤추러 가기도 하고 코니아일랜드 같은 위락지구에 놀러가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의 행동은 그것을 부도덕하다고 본일부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렸다. - P121

19세기 미국과 영국에서처럼 말레이시아나 멕시코 같은 나라의 젊은남녀들도 일자리를 찾아서 고향을 떠나 새로 조립공장들이 세워진 도시로 이주했다. 그것은 그동안 그들을 짓눌렀던 가족과 교회가 부과한 전통적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고, 따라서 그들은 이제 전통에 얽매이지 않고 여가를 즐길 수 있었다. - P122

말레이시아에서 여성노동자들의 수가 늘어나면서 공장에 다니는 여성들의 도덕성이 느슨해졌다고 비난하는 목소리가 줄을 잇고 있는데, 특히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목소리가 크다. 말레이시아 언론들은 공장에 다니는 여성들을 쾌락을 추구하고 서양의 소비문화에 푹빠진 낭비벽이 심한 사람으로 묘사한다. 매춘에 대한 기사는 ‘섹스에 빠진 공장 여성‘이라는 선정적인 제목을 뽑는다. - P123

그러나 상류층 여대생들은 공장에 다니는 여성들이 하는 것과 똑같은 데이트나 영화 관람을 해도 사회로부터 그런 주시를 받지는 않았다.
심지어 학계나 종교계, 정부 인사들도 젊은 여성들의 도덕성 실종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며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담이나 레크리에이션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여성노동자들이 전통적으로 주로 가사에 전념하는 여성들보다 하루에 3시간을더 일하는데도 여성노동자들의 여가시간을 통제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었다. - P123

자본주의 기업은 믿을 수 있는 훈련된 노동력을 요구한다. 옛날식 규율은 버리고 새로운 형태의 규율이 그것을 대체해야한다. 그렇다면 그것은 어떻게 작동되는가? - P123

기업들은 노동자들이 회사 목표에 순응하도록 장려하기 위해 전통적인 가족의 가치를 이용한다(Ong, 1987. 169쪽). 관리자들은 노동자들에게우리는 모두 한 가족‘이라고 말한다. 한 공장의 사훈을 살펴보자.

•한 가족 만들기
•노동자 양성
•회사와 나라에 충성, 동료에게 신의. - P124

종교 역시 규율의 수단으로 이용된다(Ong, 1987, 185쪽), 말레이시아는 이슬람 국가이기 때문에 정부기관에 이슬람 율법에 따라 사법권을 집행하는 특별 부서들이 있다. 예컨대 현행 이슬람 율법에 따르면 이슬람교도들은 서로 가까운 친척이나 결혼한 사이가 아닌 남녀가 ‘사적 공간에 둘만 있는 경우‘에 할왓khalwat이라는 죄명으로 체포될 수 있다. 반드시 섹스를 한 것도 아니고 그저 섹스를 제안한 것만으로도 벌금을 물거나 여러달 동안 감옥에 들어갈 수 있다. - P125

그다음으로 공장 자체의 규율이 있다. 앞서 말했듯이 18~19세기 공장들은 감옥을 본떠 만들어졌다. 오늘날 조립공장들도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말레이시아 조립공장노동자들은 때때로 유리 칸막이가 있는공간에서 일하며 감시를 받는다. 예를 들면 한 공장에서는 감독관 3명과현장주임 12명이 530명의 직공들을 관리한다. 지나치게 감시가 심한 현장주임들은 여성노동자들이 기도실이나 진료실, 심지어 화장실에 가는것까지 일일이 간섭하면서 공장의 규칙을 그야말로 강압적으로 적용한다. - P125

그리고 조립공장은 말레이시아 노동자들에게 노동과 시간의 관계에 대한 서양의 공장 중심적 사고를 주입한다. 오늘날 조립공장의 노동자들이라면 누구든 반드시 순응해야 하는 사고다. 예컨대 전통적으로 말레이시아의 어린 소녀들은 가사나 밭일을 도왔다. 그들의 활동은 오늘날 공장에서 시행하는 노동시간이나 작업규칙과 비교해보면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다.  - P126

반면 공장에 다니는 여성노동자들은 날마다 8시간씩 계속해서 일해야하는데, 중간에 두 차례 15분의 휴식시간과 30분간 점심시간이 주어진다. 또한 그들의 작업일정은 달마다 바뀐다. 여성들은 자신들의 생활을
‘근무시간‘과 ‘여가시간‘으로 나누기 시작한다. 그들은 현장주임들의 지나친 감시에 시달린다. 화장실에 가려고 작업대를 잠시 비울 때는 허락을 얻어야 한다. 출근시간에 늦기라도 하면 (작업량에 따라 보수를 받는데도)벌금을 물어야 한다. - P126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전통사회의 시간개념이 자본주의 시계의 시간개념으로 바뀌고 있음을 알고 있다. 그래서 그것을 비판하기 위해 자기나름의 방법들을 개발했다. 옹(1987, 112쪽)은 결혼한부부 한 쌍의 사례를 들었다. -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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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하든 상관없이 다가오는 반납일.
뭔갈 하는 것 같지만 한 것 같지 않은 주말.







도덕이란 그것이 형식적인 것이 될 때 고통을 주게 된다. 생쥐스트의 주장을 풀어서 말하자면 아무도 죄 없이 덕스러울수는 없다. 법률이 화합의 지배를 가능하게 하지 못한다면, 그리고 원리들이 이룩해야 마땅한 통일이 깨진다면 그 순간부터누구에게 죄가 있다고 할 것인가? - P220

생쥐스트는 외친다. "덕이 아니면 공포정치를." 자유는 청동 빛을 띠며 경직되어야 했고, 그리하여 국민의회의 헌법초안에는 사형 제도가 등재되고 말았다. 절대적 미덕이란 불가능한 것이다. 관용의 공화국은 가차 없는 논리에 의해 단두대의 공화국을 초래한다. 몽테스키외는 이미 이 논리가 사회타락의 원인들 중 하나라고 고발하면서, 권력 남용은 법률이 그것을 예견하지 못할 경우 더욱 심해진다고 말했다.  - P221

테러 (공포 정치)

사드와 동시대인이던 생쥐스트는 사드와 다른 원리에서 출발했지만 사드와 마찬가지로 범죄의 정당화에 이른다. 생쥐스트는 물론 사드와 정반대다. 사드의 주장이 ‘감옥의 문을 열라, 그렇지 않으면 그대의 덕을 증명하라‘로 요약될 수 있다면국민의회 의원의 주장은 ‘그대의 덕을 증명하라, 그렇지 않으면 감옥에 들어가라.‘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 P221

생쥐스트가 창안해 낸 그런 진지함은 지난 두 세기간의 역사를 너무나도 따분한 흑색 소설로 만들어버린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정부수반의 자리에 앉아서 농담을 지껄이는 자는 전제 정치로 기울기 쉽다." 이쯤 되면 놀라운 격언이라 아니할 수 없다. 특히 그 당시 전제정치에 대하여 조금만 비난을 해도 어떤 대가를 치러야 했던가를 생각해 보면 더욱 그러하다. - P222

그의 입에서 떨어지는 격언조의 말들은 마치 국민의 예지 그 자체인 양울려 퍼지고 무슨 학설을 이룰 듯한 그의 정의들은 엄격하고 분명한 계율처럼 줄줄이 이어져 나온다. "제반 원리는 온건해야 하고 법률은 잔혹한 것이라야 하고 형벌은 돌이킬 수 없는 것이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단두대 스타일이다. - P223

만약 파당들이 이 꿈을 방해하려 들 경우 정열은의 논리를 과장될 정도로 강화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과당이 존재하는 이상 원리들이 어쩌면 틀린 것일지도 모른다는 상상은 불가능할 것이다. 원리는 손댈 수 없는 것이기에 죄는 파당에게 있게 된다. "이제 모든 사람들이 도덕으로, 귀족 정치는 공포정치로 돌아가야 할 때다." 그러나 귀족들의 파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공화파도 고려해야 하고, 그리고 일반적으로 입법 회의와 국민의회의 활동을 비판하는 모든 사람들도 고려해야 한다. - P223

이성도, 자유로운 표현도, 통일을 체계적으로 확립할 수 없을 경우라면 이색분자를 잘라내버릴 결심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단두대의 칼날은 이렇게 하여 꼬치꼬치 따지는 역할을 맡게 되며 그 기능은 오로지 반대 의견을 논박하는 데 있다. "법원에서 사형을 언도받은 악당이 단두대에 항거하려고 압제에 항거하고자 하다니!" 생쥐스트가 이렇게 분노하는 것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때까지 단두대는압제의 가장 명백한 상징들 중 하나였을 뿐이니 말이다. - P224

단두대는 합리적 통일을, 국가의 조화를 확보해 주는 것이다. 그것은 공화국을 정화 - 얼마나 적절한 낱말인가 하고 일반 의지와 보편적 이성을 거역하는 부정한 자들을 일소해 준다는 것이다. 마라¹²¹는 색다른 어투로 이렇게 외친다. "사람들은 내가 박애주의자라고 불릴 자격이 없다고 한다. 아! 얼마나 부당한 일인가! 내가 다수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소수의 목을 벤다는 사실을 왜 모른단말인가?" 소수라면 반대하는 파당 말인가? 아마 그럴 것이다.
모름지기 역사적 행위란 이 정도의 대가는 치르게 마련이니까.


121) 장폴 마라 (Jean-Paul Mara, 1743~1793). 대혁명 후 9일 대학살의 선동자 중 한 사람. - P224

게다가 그는 대량 학살에 임하여 다음과 같이 외침으로써 그 수술 작전의 치유적 성격을 훼손했다. "달군 쇠로 놈들에게 낙인을 찍어라, 놈들의 엄지손가락을 잘라 버려라. 그들의 혀를 쪼개 버려라." 그 박애주의자는 이처럼 더할수 없이 단조로운 어휘를 동원하여 창조를 위한 살인의 필요성을 밤낮으로 써 내려갔다. - P225

그러나 생쥐스트의 비극은, 보다 고차원적인 이유와 보다 심오한 요구 때문이긴 하지만, 때때로 마라와한목소리로 합창을 했다는 데에 있다. 파당파당끼리, 소수파는 소수파끼리 연합하게 되자 마침내 단두대가 과연 만인의 뜻을 위하여 기능하는 것인지 확신할 수 없게 되었다. 적어도 생쥐스트는 끝까지, 그것이 미덕을 위하여 기능하므로결국 일반 의지를 위하여 기능하는 셈이라고 잘라 말할 것이다. - P225

보편적 무구함이 동경해 마지않는 잃어버린 낙원은 점점 멀어져간다. 내란과외전의 절규로 가득찬 불행의 땅 위에서 생쥐스트는 조국이 위협받을 경우 만인이 다 유죄라고 선언한다. 이는 자신과 자신의 원리에 어긋나는 것이다. 국외의 파당들에 대한 일련의 보고서들, 프랑스 공화력 9월 22일 자로 선포된 법률, 그리고 1794년 4월 15일 자경찰의 필요성에 관한 연설 등은 모두 그의 이러한 전환의 단계들을 드러내는 것들이다. - P226

로베스피에르를 변호하기 위하여 행한 연설에서 그는 명성도, 생명을 부지하여 살아남는 것도 부정하면서 오직 추상적 섭리에만 의존하고 있다. 그는 동시에 그의 종교라고도 할 수 있는 미덕이란것도 역사와 현재 외에는 어떠한 보상도 받을 수 없으며 그 미덕은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지배력을 확립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었다. - P226

 그러자 죄는 인민에게 있고 마땅히 무죄한 것이어야 하는 원칙을 가진 권력은 죄가 없게 되었다. 이토록 극단적이며 피비린내 나는 모순은 훨씬 더 극단적인 논리에 의존하거나 침묵과 죽음 속에서 원리들을 마지막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한 해소될 수 없는 것이었다. 생쥐스트는 적어도 이러한 요구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 P227

 자신의 원리가 승리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인민의 덕과 행복 속에서 절정에 이르러야 한다는 것을 확신하면서도 자신이 아마도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고 있음을 깨달은 그는 자기가 인민에게절망하게 되는 날에는 칼로 자결해 버리겠노라고 공공연히 선언함으로써 미리 배수진을 쳤다. 이제 바야흐로 그는 절망하고 말았다. 그렇지만 그것은 그가 공포 정치를 회의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혁명은 마비되고 원리는 약화되었다. 남은 것은이제 음모자들이 쓰고 다니는 붉은 모자¹¹²뿐이다. 독한 술이 미각을 마비시키듯 공포 정치가 범죄에 대한 무감각을 가져왔다."


122) 프랑스 대혁명 때 자유의 상징으로 쓰고 다니던 모자 - P227

그러자 생쥐스트가 그 신비스럽고도 아름다운 얼굴을 딴 데로 돌려 버린다.
악의 공범자가 되든가 아니면 악을 보고도 모른 체하는 증인이 되든가 둘 중 하나인 삶이라 하더라도 잃은 것은 별로 없다. 만약 타인들을 죽이지 않으면 스스로를 죽여야 한다고 했던 브루투스는 결국 타인들을 죽이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그러나 타인들은 너무나 많아서 그 모두를 다 죽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렇게 되면 자기가 죽을 수밖에 없다.  - P228

생쥐스트는 죽기 얼마 전, 로베스피에르를 젼호하는 연설에서 자신의 행동의 그 위대한 원리를 재확인하는제 이 원리는 머지않아 그 자신의 처형에 적용된다. "나는 어느 파당에도 속해 있지 않다. 나는 모든 파당들을 분쇄할 테다." 그는 이처럼 일반의지의 결정, 다시 말해서 국민의회의 결정을 미리 인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현실을 송두리째 거슬러 자신의 원리에 대한 사랑을 위하여 죽음을 향해 나아가기를 수락했다. 왜냐하면 국민의회의 의견이란 오로지 어느 한 파당의 웅변과 열광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 P229

 7월의 파리, 그 숨막히는 더위 속에서 생쥐스트는 보란 듯이 현실과 세계를 거부하고 자신의 목숨을 원리의결정에 내맡긴다고 공언한다.  - P229

국민의회가 그의 처형을 결정하는 순간부터 그가 단두대의 칼날 아래 목을 들이미는 순간까지 그는 시종 침묵을지킨다. 이 오랜 침묵이야말로 그의 죽음 자체보다 더 중요하다. 그는 역대 왕좌주위에 침묵이 지배하고 있음을 개탄했었고 그랬기 때문에 그 자신은 그토록 많이, 그토록 멋지게 말하고 싶어 했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에 이르러 ‘순수 이성‘
과 합치되지 못하는 인민의 전제와 수수께끼를 다 같이 경멸하면서 그 자신 침묵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 P230

"모든 돌은 자유의 건축물을 위하여 다듬어진다. 여러분은같은 돌을 가지고 자유의 신전을 지을 수도 있고 자유의 무덤을 만들 수도 있다."라고 생쥐스트는 말했다. 그런데 『사회 계약론』의 원리들은 자유의 무덤을 만드는 일을 주관했다. 나중에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나타나 그 무덤의 출구를 봉쇄해버리게 된다. 그래도 양식을 잃지 않았던 루소는 『사회 계약론』의 사회가 오직 신들에게만 적합한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 P230

 이 의미심장한 변화를 조레스¹²⁵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우리 인민들이 바로 법이다. 우리는 반항하는 인간들이 아니다. 반항하는인간들은 튀일리궁¹²⁶에 있다." 그러나 사람이 그처럼 쉽게 신이 될 수는 없다. 낡은 신들 자체도 단번에 죽지는 않는다. 그래서 19세기의 여러 혁명들은 장차 신의 원리를 완전히 청산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이리하여 파리 시민들은 왕으로 하여금 인민의 법에 굴복하게 하기 위하여 왕이 또다시 원리의 권위를 회복하는 사태를 막기 위하여 봉기한다.



125) 장 조레스(Jean Jaures, 1859~1914). 프랑스의 정치인, 철학자, 역사학자, 사회당 당수를 역임했다.
126) 프랑스의 역대 왕들이 기거했던 궁전. - P231

그리하여 앙시앵 레짐은 프랑스에서 결정적으로 사라지게 되었고, 1848년 이후에는 새로운 체제가 확고히 마련되지 않으면 안 되게 된다. 1914년까지의 19세기 역사는 앙시앵 레짐하의 군주 정치에 대한 인민 주권 회복의 역사이며 민족자결주의의 역사인 것이다. - P231

새로운 복음의 설교자로서 그들은 동지애의 근거를 로마인들의 추상적 법에서 찾고자 했다. 그리고 만인에의한 인정을 전제로 하는 법률을 신의 계율에 대치시켰다. 왜냐하면 그 법률은 일반 의지의 표현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법률은 자연의 미덕 속에서 정당성을 발견하고, 그런 다음에는 자연의 미덕이 역으로 그 법률에 의해서 정당화되는 것이었다. - P232

 그러나 오직 자코뱅이라는 하나의 당만이 옳다고 선포되는 순간부터 그 논리는 무너지게 되고 그 덕은 추상적인것이 되지 않기 위해 정당화를 필요로 하게 된다. 이렇게 되자 18세기의 부르주아 법률가들은 그들의 인민이 쟁취한 정당하고도 살아 있는 수확 원리들을 자신들의 원리들로 짓눌러 버림으로써 두 가지의 현대적 허무주의를 마련한 것이다. 개인적 허무주의와 국가적 허무주의가 그것이다. - P232

생쥐스트는 침묵하는 인민의 이름을 빌려 나타나게 될 이러한 전제정치를 예견했었다. "교묘한 범죄는 일종의 종교를 자처하고 악인들은 신성한방주 속에 들어앉게 되리라." 그야말로 이것은 피할 수 없는것이다. 만일 큰 원리들에 토대가 없다면, 그리고 만일 법률이입법자의 일시적 기분 외에는 아무것도 표현하지 못한다면 법률은 이제 자의적으로 사용되기 위해서, 혹은 강요되기 위해서만 만들어지는 셈이다. - P233

 그러나 신은 적어도 육화될 수 있는 구체성을 잃었으므로 어떤 도덕적 원리의 이론적 존재에 불과하다. 부르주아 계급은 19세기 전체에 걸쳐서 오직 이러한 추상적 원리에만의거해서 지배해 왔다. 다만 생쥐스트만큼 의연하지 못한 부르주아 계급은 어떤 경우든 그와 반대되는 가치들을 실천하면서 이 원리를 그 알리바이로 이용했다. - P234

 러시아 공산주의는 모든 형식적 도덕에 대한 격렬한 비판을 통하여 일체의 상위 원리를 부정함으로써 20세기의 반항적 과업을 완수한다. 19세기 왕의 사역자들의 뒤를 이어 신의 시역자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반항적 논리를 궁극에까지 밀고 나가서 지상의 세계를 인간이 신으로 군림하게 될 왕국으로 만들고자 한다. - P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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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자. 할 일이 없다.





1부의 머리말에서 지적한 것처럼 자본주의는 세 집단의 사람들, 소비자와 노동자, 자본가의 상호작용을 수반한다. 세 집단은 저마다 하기로 되어 있는 실제로는 해야만 하는 것을 한다. 소비자는 크게 봐서 20세기에생겨났다고 말할 수 있다. - P95

노동이동성

 첫째, 새로 등장한 노동자들은 지리적으로 이동성이 매우컸다. 일시적이든 영구적이든 일자리를 찾아서 이동했다. 그들 대다수는 강제로 땅을 빼앗기거나 그들이 생산한 제품이 더는 팔리지 않아서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 P96

이탈리아 이주민들은 대개 오스트레일리아와 캐나다, 미국으로 분산되었는데 대다수가 당시에 공장, 철도, 광산, 가축사육장, 유전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값싼 노동력이 긴급하게 필요해진 미국으로 건너갔다.
1820~1860년에는 아일랜드(200만 명), 남서 독일(150만 명), 영국 제도(75만 명) 사람들이 주로 이주해왔다. - P96

그러자 미국과 러시아의 값싼 밀수입 때문에 자기 토지에서 쫓겨난 농민들이 그들의 자리를대신했다 (오늘날 멕시코 농민들이 값싼 미국산 옥수수 수입 때문에 자기 땅에서 내몰리고 있는 상황과 마찬가지다. - P97

1849~1874년에 도제계약을 맺은 약 9만 명의 중국인 노동자가 페루로 갔다. 1852~1875년에는 20만 명이 넘는 중국인 노동자들이 미국으로 가서 과일을 재배하거나 사금을 가공, 채취하거나 철로 까는 일을 했다. 약 1만 명에서 1만 4,000 명에 이르는 중국인들이 캘리포니아의 센트럴퍼시픽 철도를 건설하는 일에 동원되었다. 따라서 19세기는 인류 역사에서 그 이전까지 보지 못했던 인류의 대이동이 일어난 때였다. - P97

세분화

 노동자계급의 두 번째 특징은 그들이 인종, 종교, 민족, 나이, 성에 따라 나뉘고 세분화되었다는 것이다. 새로운 노동자계급은 크게 두범주로 나뉘는데 하나는 노동조합과 정치적 영향력을 통해 자신에게 필요한 것들을 더 잘 방어할 수 있는 노동 귀족이고, 다른 하나는 저임금과 불안전란 노동조건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하층 노동자다. - P97

자본주의는 이런 인종차별과 민족차별을 직접 만들어내지는 않았지만 그런 차별과 그것이 끼치는 경제적 영향력을 명백히 보여주고 강화하는 역할을 했다(Wolf, 1982, 380쪽). - P98

 실제로 이주민들이 자신들을 특정한 인종집단의 일원으로 보기 시작한 것은 그들이 새로운 사회에 어울려 살며 부딪치기 시작한 사회화과정을 거친 뒤부터였다. 그들은울프가 말했듯이 (1982, 381쪽) "자본주의 양식 아래서 노동시장의 세분화가 만들어낸 역사적 산물"이었다. - P98

자본주의 문화가 창출하거나 강화시킨 민족이나 인종에 따른 집단화는 대개 그들이 부족한 일자리와 자원을 두고 경쟁하면서 서로 갈등관계로 접어들었다. - P98

미국에서도 이와 똑같은 수준의 인종 간 적개심이 발전했는데 특히 아일랜드인과 흑인들 사이에서 심했다. 19세기 초 아일랜드의 지도자들은대개 노예제를 강하게 비판하고 노예제 폐지를 적극 지지했다. 그러나 미국에서 흑인들이 백인들에게 멸시당한 것처럼 자기 나라에서 영국 지배자들에게 모진 대우를 받았던 아일랜드인들은 미국으로 이주하자마자 노예제를 찬성하고 흑인들을 적대시하는 사람들로 바뀌었다. 이런 태도변화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 P99

노엘 이그나티예프는 『아일랜드인들은 어떻게 백인이 되었나』How theIrish Became White에서 미국은 19세기 초반세기 동안 노예가 아닌 흑인들은 북부 지역의 경우 상대적으로 좋은 일자리를 얻는 것이 수월했다고 말한다. - P99

실제로 미국인들은 아일랜드인을 흑인보다 더 낮은 신분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흑인은 아일랜드인이 가지고 있지 않은 노예로서의 가치가있었기 때문이다. 앨라배마에 있는 하역회사의 한 임원은 이렇게 말했다.
"깜둥이들은 여기서 매우 쓸 만한 가치가 있어서 다치면 안돼요. 하지만 아일랜드 애들은 갑판에서 떨어지거나 등이 부러져도 손해 볼 사람은 아무도 없죠." (Ignatiev, 1995, 109쪽) 결국 아일랜드인들은 노예제를 지지하는 것을 포함해 가능하면 최대한 흑인들과 거리를 두려고 애썼다. - P100

그러나 신부들의 장려로 흑인들이 했던 천한 일을 서서히 하기 시작하면서 많은 아일랜드인이 비숙련 노동자 대열에 속하게 되었다. 1855년 뉴욕 시의 비숙련 노동자 2만 3,000 명 가운데 87퍼센트가 아일랜드인이었다. 1851년 미국의 흑인사회문제를 중점으로 다루는 잡지인 아프리칸레포지토리』African Repository에는 이런 내용이 나와 있었다 (Ignatiev, 1995, 111쪽 인용). - P100

뉴욕을 비롯한 동부 도시들에 백인 노동자들이 마구 들이닥치면서 일반 노동 현장에서 흑인들 대부분이 쫓겨났다. 이제 더는 건물 안에서 흑인들이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없다. 흑인이 짐수레를 끌거나 대중교통수단을 운전하는 것도 금지되었다. 백인들은 흑인과 함께 일하지 않는다.


African Repositort, 1995, 111p - P100

프레더릭 더글러스는 이렇게 말했다. "[아일랜드인들은] 우리의 일자리를 강탈해가 놓고는 우리의 신분 하락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다." - P100

이제 어떤 일을 하느냐가 흑인과 백인을 구별하는 열쇠가 되었다. 백인은 ‘백인의 일을 하고 흑인은 ‘흑인의 일‘을 한다. 그 구별은 자의적인 것이었다. 아일랜드인들이 하면서부터 백인들의 일이 된 많은 일자리가 사실은 이전에 흑인들이 했던 일이기 때문이다. 이그나티예프가 지적한 것처럼 ‘백인‘은 신체적 특징에 대한 묘사가 아니라 사회관계를 나타내는 용어였다. 이런 구별은 아일랜드인들이 ‘백인‘이 되기 위해서는 흑인들이 배제된 일자리에서 일해야만 하는 상황을 초래했다(Ignatiev, 1995, 111쪽). - P101

규율

새로운 노동자계급은 이동성이 있고 인종과 민족, 성, 나이에 따라 세분화되었다. 게다가 새로운 규율에 적응해야 했다. 이런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공장이었다. 공장은 대개 18세기 말과 19세기 초 유럽에서 발달한 비교적 최근에 생긴 역사적 현상이다(물론 직물을 생산하는공장은 15세기 초에도 있었다). - P101

최초의 공장들은 징역장이나 감옥을 본떴다. 방적 공장은 4~5층 높이의 벽돌 건물에 수백 명의 노동자들을 모아놓고 일을 시켰다. 금속산업의 철공소는 여러 개의 용광로와 대장간, 대규모 인력을 한곳에 수용해야 했다(Beaud, 1983, 66쪽). - P101

예컨대 이런 공장환경은 노동자들에게 새로운 시간 개념을 요구했고 따라서 노동자들은 그것에 적응하기 위한 훈련이 필요했다.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시간은 또 하나의 문화적 산물이다. 우리의 시간은 대체로 시간을 측정하는 수단인 시계의 지배를 받는다. 그러나 어떤 사회에서 시간은 노동행위나 자연현상의 지배를 받기도 한다. - P102

영국 인류학자E. E. 에번스프리처드(1940. 103쪽)는 수단 지역에 사는 누에르족의 생활을 이렇게 설명했다.


누에르족은 ‘시간‘을 표현하는 말이 없다. 따라서 그들은 우리처럼 시간을 말할 줄 모른다. 시간은 실재하는 어떤 것으로 시간이 흐른다거나 시간을 낭비하거나 절약할 수 있다고 말할 줄 모른다는 것이다. 나는 그들이 주로 느긋한 성격인 자신들의 행동을 기준으로 모든 것을 평가하기때문에 우리가 보통 말하는 시각을 다툰다는 의미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모든 사건은 필연적인 질서를 따른다. 하지만 사람들의 활동이 아무런 자율성 없이 어떤 판단 기준에 따라 정확하게 움직여야 하는 그런 추상적인 체계가 그 사건들을 지배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누에르족은 운이 좋다. - P102

역사가 E. P. 톰슨(1967)은 근대적인 시간 개념이 등장하기 전까지만해도 노동의 형태는 고된 노동과나태, 둘중 하나로 나뉘었다고 말한다. - P102

그렇다고 산업혁명 이전의 노동 형태가 편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톰슨(1967, 58쪽)은 1636년에 한 농장노동자의 전형적인 일상을 이렇게 묘사했다. 그는 새벽 4시에 일어나 말을 돌보고 6시에 아침을 먹었다. 그런다음 오후 2시나 3시까지 밭일을 하고 점심을 먹었다. 다시 오후 6시까지 말을 돌보고 저녁을 먹은 뒤 밤 8시까지 다른 허드렛일을 하고 소를돌본 다음 일을 끝냈다. 그러나 이것은 1년 중 가장 바쁠 때 농장의 일상을 말한다. - P103

 벤저민 프랭클린이 『가난한 리처드의 달력』 Poor Richard‘s Almanac에서 썼듯이 "시간은 돈이다." 아마도같은 시기에 게으름은 부도덕한 짓이라는 생각이 널리 퍼지기 시작했을것이다. 다음은 1689 년에 『유스스 모니터』Youth‘s Monitor에 나온 기사다. "시간은 너무나 귀중한 필수품이라서 경시해서는 안 된다. (・・・) 이것은 육중한 영원이 연결되어 있는 황금 사슬이다. 시간 낭비는 참을 수없는 일이다. 시간은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Thompson, 1967 58쪽 인용) 대개 여가시간이 공격을 받았다. - P103

저항

 끝으로 새로운 노동자계급은 노동의 이동성과 세분화, 규율 외에도 세상을 ‘세계혁명‘으로 이끌 새로운 투쟁성을 특징으로 가지고 있었다. 1848년 초 프랑스 정치사상가이자 미국 민주주의 연대기 기록자인 알렉시스 드 토크빌은 프랑스 하원에서 많은 유럽인이 무엇을 두려워하는지에 대해 연설했다. "우리는 화산이 분출할 것 같은 상황에서 잠을 자고 있습니다. (・・・・・・) 여러분은 대지가 다시 흔들리고 있는 것을 느끼지 못합니까? 혁명의 바람이 불고 폭풍이 지평선 위에 있습니다."
(Hobsbawm, 1975, 9쪽) - P104

비록 여러 나라에서 중도주의자들과 자유주의자들의 지지를 받았지만 반란자들이 이끄는 운동은 기본적으로 홉스봄(1975, 15쪽)이 말한 것처럼 "가난한 노동자들의 사회혁명"이었다. 이런 혁명은 부자와 가난한자 사이의 갈등이 점점 하나의 유형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각 집단은 저마다 자신들을 대변할 인물들을 배출했다. 한편에서 프랑스의장바티스트 세, 영국의 데이비드 리카도와 토머스 로버트 맬서스 등은 가난한 사람들이 처한 조건은 스스로의 책임이 크다고 주장했다. 다른 한편에서 카를 마르크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로버트 오언, 앙리 생몽, 샤를 푸리에 등은 빈곤이 노동 착취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 P105

 예를 들어 맬서스는 이렇게 주장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일자리와 먹을 것을 제공하는 것은 부자들의 권한밖 일이다. 따라서 당연히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들에게 이런 것들을 요구할 권리가 없다. (………) 설사 부자들이 희생할 수 있다고 해도, 특히 돈을 써서 한다고 해도 그것으로 사회의 하층민들 사이에서 빈곤이 재발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Beaud, 1983, 78쪽 인용). - P105

한 프랑스 기업가는 "노동자들의 운명이 그다지 나쁜 것은 아니다. 그들의 노동시간이 13 시간을 넘지 않기 때문에 지나치게 혹사당하는 것은 아니다. (…………) 동정을 받아야 할 사람은 오히려 이윤이 별로 남지 않는제조업자다"라고 무덤덤하게 썼다(Beaud, 1983, 101쪽 인용). - P106

반면에 마르크스와 엥겔스 같은 부류는 인간사회가 두 개의 적대적인 진영과 계급,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로 분리되고 있다고 믿었다.


공장으로 몰려드는 노동자 대중은 군인처럼 조직되고 있다. 그들은 산업군의 병사들처럼 장교와 하사관으로 이어지는 완벽한 위계질서하에 배치된다. 그들은 부르주아 계급과 부르주아 국가의 노예일 뿐 아니라 날마다 시시각각 기계와 감독관, 무엇보다도 부르주아 제조업자 개인에 의해 노예화된다. 이런 압제는 이익이 최종 목적이라는 사실이 점점 더 분명해질수록 더욱더 비열하고 증오스럽고 잔인해진다.

Marx and Engels, 1948/1941, 14p - P107

애덤스미스와 데이비드 리카도가 자본주의의 출현에 대한 과학적 이론을 창조하기 위해 애썼던 것처럼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의 몰락에 대한 과학적 이론을 창조하기 위해 글을 썼다. 그 결과, 마르크스의 저작은 노동조합 조직가들과 혁명가들의 청사진이 되었을 뿐 아니라 20세기 들어 본격적으로 전투를 시작할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라는 두 개의 이상향을 추구하는 이데올로기를 창조했다. - P107

노동자계급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당시의 세계로 돌아가보자. 19세기에 노동자가 형성되었던 과정은 오늘날에도 전세계적으로 많은 나라에서 되풀이되고 있다. 우리는 해외에 조립공장들이 증가하는 모습에서 이런 현상을 가장 잘 볼 수 있다. - P107

해외 조립공장의 증가

자본주의에서 이윤과 이자는 제품의 생산원가와 판매가격 사이의 차이에 따라 달라진다. 누군가 어떤 제품을 독점하고 있다면, 그리고 사람들이 그 제품을 찾는다면 생산자는 이윤을 유지하거나 늘리기 위해 가격을올릴 것이다. 그러나 다른 회사에서 같은 제품을 생산한다면 회사가 책정할 수 있는 제품의 가격은 경쟁사가 가격을 얼마로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 P107

그러나 자본주의라는 블랙박스 안에서의 노동은 다른 형태를 취한다. 실제로 일부 경제학자들은 돈이 어떻게 더 많은 돈을 만들어내는지 알려면 노동이 생산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생각한다. 그들은 이윤이 이른바 노동의 잉여가치라는 것에서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 P108

 예컨대 옷감을 사서 셔츠를 만들어 팔려고 한다고하자. 2달러를 주고 옷감을 사서 셔츠를 만들어 10 달러에 판다면 8달러의 이윤이 발생한다. 그럼 그 이윤은 어디서 나오는가? 한 가지 명백한 사실은 옷감을 셔츠로 바꾼 것이 바로 노동력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경우에 우리는 노동력이 8 달러의 가치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셔츠를 내가 직접 만들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2달러를 주고 시키고 셔츠가격은 그대로 10달러였다고 하자. 그러면 셔츠를 만드는 데 들어간 노동력의 가치는 여전히 8 달러지만 내가 고용한 노동자가 받은 돈은 2달러밖에 안 된다.  - P108

 내가 셔츠를 만들기 위해 고용한 사람에게 시급이나 일급을 지불한다고 할 때 그들이 셔츠를 한 벌 만들 시간에 두 벌을 만들게 한다면 이윤은 2배로 껑충 뛸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 나는 사람들이 더 빨리 일하도록 강요하거나 아니면 효율적으로 일하도록 기술을 개발하거나 제조공정을 개선할 수도 있다. - P109

직물, 전자제품, 장난감 같은 상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은 노동집약적이다. 쉽게 말해 그들 기업은 제품의 제조기술을 향상시키는 것보다 인간의 노동력이 더 많이 필요하다. 따라서 언제나 노동자들에게 지불하는임금을 최소화하려고 애쓴다. 자본주의의 경제적 논리를 인정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아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다. - P109

생산자들이 노동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예컨대 주변부 국가에서 주로 저임금 노동력을 수입할 수 있다. 2008년에 미국 국민16세 이상의 노동력 가운데 15.6퍼센트에 해당하는 2,410만 명이 외국 태생이었다(Bureau of Labor Statistics, 2008). 이들 노동자 가운데 상당수가 양계장이나 정육회사 노동자, 정원사, 호텔 잡역부, 재봉사, 식당 종업원, 건물철거 인부, 과수원이나 밭일을 거드는 일꾼으로 일했다(Greenhouse, 2000). - P109

 오늘날 미국에서 민간 기업이 징역형을 받은 죄수를 노동력으로 활용하도록 허용된 곳은 30개 주에 이르며, 실제로 민간 기업에 고용된 죄수의 수능 8만 명이 넘는다. - P110

앞서 살펴본 것처럼 그런 노동력의 대부분은 미국의 광산, 철도 건설 현장, 공장에서 일하기 위해 유럽과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사람들이었다. 1900년 미국 인구의 14퍼센트가 외국 태생이었다(Haugerud, Stone and Little, 2000 참조). 그러나 일자리가 모두 채워지자이미 일자리를 구한 이민자나 그들의 자손들은 추가로 더 많은 사람이이주해와서 한정된 일자리를 두고 자신들과 경쟁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마침내 그들은 노동조합이나 교회, 정당들에 로비를 벌여 정부가 이민을 제한하는 법을 통과시키도록 압력을 넣었다. - P110

 그 결과, 미국 연방의회는 1882년 중국인 이민 금지법을제정했고 서부 해안 지역에서는 중국인 이민을 반대하는 운동이 일어나면서 미국 인종주의 역사에 또 하나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 P110

예컨대 조립공장 설립을 용이하게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과테말라, 멕시코 같은 나라의 정부들은 자국에 자유무역지대를 만들고 중심부 국가의 대기업들이 조립할옷감이나 전자부품 같은 물품을 하역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그 물품들이 조립된 나라에서 판매되지 않는다면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 P111

.나이키와 같은 기업들은 미국 노동자들에게 지불해야 할 임금의 일부를 제3세계 노동자들에게 지불함으로써 다른 제조업자들과 경쟁할 수 있다.
. 제3세계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얻는다.
.소비자들은 옷, 전자기기, 장난감 같은 제품들을 싸게 산다.
.투자자들은 더 높은 수익을 올린다.

여기서 유일하게 혜택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기 일자리를 빼앗긴미국 노동자들인 것 같다(지난 25년 동안 약 500만 명 이상). - P111

또한 멕시코에서 조립공장을 의미하는 마킬라도라maquiladora는 1960년대에 생겨나서 1988년에는 1,279개 공장에서 32만 9,413명이일하고 1999년에는 4,000개가 넘는 공장이 100만명 넘는 노동자들을고용했다(Hodder, 1999). 그러나 거기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었다. 조립공장 노동자들의 열악한 작업환경과 저임금, 노동조합 결성을 막는 외국 정부의 압력, 자유무역지대 주변의 자연환경을 크게 훼손하는 느슨한 환경규제 같은 문제는 많은 사람의 비난을 받았다. - P112

또한 엘살바도르의 일부 조립공장에서는 여성들이 하루에 4달러 51센트 또는 한 시간에 56 센트를 받고 일한다. 노동조합을 조직하려는 사람들은 대개 곧바로 해고된다. 화장실은 잠겨 있고 허락을받아야만 갈 수 있다. 작업 중에 얘기를 나누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 P112

자유주의의 탄생

자본주의를 정의하는 한 가지 명확란 특징은 자기 노동력알 기꺼이 팔려고 하는 사람들이 하나의 계급으로 탄생했다는 것이다. 그들이 바로 노동자계급이며 그들은 일자리를 요구한다. 그러면 사람들은, 특히 노동자들은 왜 자본주의를 위해 일하는가 하는 중요한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예컨대 임금도 낮고 노동조건도 열악한데 사람들은 왜 조립공장에서일하는가? 일부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이들 노동자가 그런 일자리나마 얻은 것은 다행이 아닌가? - P113

 미국에서, 특히말레이시아와 멕시코 같은 나라들에서 최근까지 사람들은 대부분 땅을일구거나 자신이 직접 생산한 것을 팔아서 생계를 유지했다. 따라서 우리는 사람들이 왜 농부나 장인과 같은 비교적 독립적인 삶을 버리고 임금노동과같은 종속적인 삶을 택했는가 하는 문제를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 P113

예컨대 19세기까지 말레이시아는 술탄들과 농민들에게서 공물을 상납받는 이른바 대인들이 다스리는 여러 개의 소국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농민들은 토지 사용권이 있었고 자신이 일군 토지가 무엇이든 상관없었지만 딱 그만큼만 자식에게 양도할 수도 있었다. 생활의 중심은 캄풍kampung, 즉 농촌 마을이었다. 그러나 영국 식민지 지배자들은 농민들의 토지를 빼앗아 환금작물을 재배하기 위한 토지로 전환하고 자기 땅이없는 농민들을 대규모 플랜테이션 농장에서 일하게 하거나 다른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이주시켰다. - P113

이런 토지 박탈과정은 멕시코와 말레이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 많은 나라에서 (앞으로 논의할 테지만) 오늘날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이것은 결국팔 것이라고는 자기 노동력밖에 없는 땅 없는 사람을 대량으로 양산했다. 게다가 이른바 자유무역을 통해 미국을 비롯한 부자나라 상품들이이들 나라의 시장에 등장하면서 대규모 다국적 기업들의 상대가 되지 않는 현지 농민들과 수공업자들은 생계수단을 잃고 노동시장에 몸을 맡겨야 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 결과, 이들 나라의 정부는 국민의 일자리를 빠르게 늘려야 하는 커다란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 P114

그러나 이런 조립공장들은 한 가지 역설을 수반한다. 멕시코와 말레이시아 같은 나라에서 전통적으로 임금노동자는 남성이었지만 나이키 같은 다국적 기업들이 고용하려고 하는 사람은 여성이었다. - P114

 따라서 우리는 이제 왜 최저 생계 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지불하는 일자리가 존재하는지, 특정한 부류의 사람들이 왜 그런 일자리라도 구하려고 애쓰는지를 알아봐야 한다. - P115

노동력의 세분화

해외에 조립공장들이 늘어나면서 열여섯 살에서 스물네 살 사이의 젊은미혼 여성들이 새로운 노동인구로 노동시장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조립공장들은 왜 젊은 여성들을 고용하는 걸까? 그 여성들이 열악한 노동조건에도조립공장에서 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노동력이 왜, 어떻게 여러 가지 다른 차원으로 세분화되는지를 알아야 한다.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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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깊은 책이 점점 많아진다. 공간은 그에 비례해 좁게 느껴진다.






자본주의 문화를 이끌고 가는 사람은 소비자라고 볼 수도 있지만 노동자가 없다면 그들이 소비할 상품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
즉 자신의 노동력을 팔아 살아가는 사람의 출현은 최근에 나타난 역사적 현상이다. 지난 수백 년 동안 사람들 대다수는 토지를 이용해 자기가 먹을 곡식을 키웠고 남는 것이 있으면 내다 팔았다. 또한 판매나 거래를위해 여러 가지 물품을 생산하기 위한 도구들(예컨대 물레나 철제기구)을 손수 만들어 썼다. - P86

자본주의라는 용어는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 1861년에 자본주의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쓴 피에르 프루동은 그것을 "소득의 원천인 자본이 실제로 자기 노동력을 통해 자본을 움직이는 사람들에게 속하지 않는 경제사회적 체제"라고 불렀다(Braudel, 1982, 237쪽). 자본주의라는 용어는1902년에 독일 경제학자 베르너 좀바르트가 사회주의에 반대되는 말로 언급하기 전까지만 해도 널리 쓰이지 않았다. - P86

자본주의의 진수가 상품, 즉 사람들이 사서 소비하는 유용한 물품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에 있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하나의 제품, 즉 사람이 언젠가 한 번은 사서 신는 운동화를 예로 들어 자본주의로의 짧은 여행을 떠나기 위해 세계 최대의 운동화 제조업체인 나이키를 살펴보자. - P86

오늘날 우리가 신고 입는 운동화와 옷 대부분은 해외에서 제조되는데 나이키 같은 대기업은 제조공장을 자기 나라가 아닌 주변의 다른 나라들로 이전시켜왔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입는 옷과 보고 - P87

자본주의 경제와 발전에 대한 핵심적인 기본 개념을 대강 살펴보자. 간단히 말해 자본주의 경제는 다음의 다섯 가지 요소가 상호작용하면서성장했다. - P87

1. 상품(C): 기본적으로 자본재와 소비재, 두 가지 형태의 상품이 있다. 토지, 원재료, 도구, 기계, 공장 등 자본재는 다른 사람들에게 판매될 소비재(예컨대 텔레비전, 비디오 녹화기, 컴퓨터, 주택)를 생산하기위해 쓰인다. - P87

2. 화폐(M): 화폐는 무엇보다도 표준화된 교환수단이다. 모든 상품과 물품을 표준가치로 환산하는 역할을 한다. 어떤 것(예컨대 숲에 화폐가치를 매김으로써 그것을 다른 상품(예컨대 국채)과 비교할 수 있다. 따라서 화폐는 상품 교환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도록 한다. - P87

3. 노동력(lp): 노동력은 어떤 형태의 상품을 다른 형태의 상품으로 바꿔주는 작업이다(예컨대 강철을 자동차로 바꾼다).
4. 생산수단(mp): 다른 말로 자본재라고 하는데 다른 상품들을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기계, 토지, 도구들을 뜻한다.
5. 생산(P): 노동력과 생산수단을 합쳐 상품을 생산하는 것을 말한다. - P88

따라서 농부는 셔츠(C)를 약간의 옥수수(C)와 맞바꾸거나 돈을 주고 살 수도 있다. 하지만여기서 셔츠를 구하는 것은 그것을 사용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다. 우리는 이런 교환 형태를 다음과 같이 표시할 수 있다.

C→C‘ 또는 M → C‘ - P88

 다시 말해 그들이 어떤 상품(C)을생산하거나 구하는 목적은 또 다른 상품(C‘)을 손에 넣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본이나 화폐(M)를 얻기 위해서다. 여기서 상품은 교환가치라는 것이 생긴다. 따라서 어떤 사람이 어떤 상품을 사서 그것을 더 높은 가격에팔 때 우리는 그 상품이 교환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M→ C → M′ - P88

 따라서 고유한 방식으로 노동력과 생산수단을 결합하는 한 단계 더 나아간 발전과정이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완전히 발전된 자본주의는 다음과 같은 양상을 보인다.

M→C→P→C→M′

또는

M → C →mp/lp→C‘→M - P89

여기서 자본주의 기업의 대명사인 나이키를 예로 들어 이 공식에 적용해보자. 나이키는 돈(M)을 투자해 가죽, 고무, 직물을 짜는 기계, 공장(mp)과 같은 것들로 구성된 상품을 산 다음 그 상품들을 노동력과 결합해 운동화라는 또 다른 상품(C)을 디자인, 생산, 조립한 뒤 시장에 팔아돈(M‘)을 번다. 이 모든 과정을 수행하는 목적은 투자한 돈 M보다 가능한 한 더 많은 돈 M‘를 버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이윤, 즉 손익계산서의 맨 아랫줄에 나오는 순이익이라는 것이다. - P89

그러나 실제 경제 세계에서는 고려해야 할 다른 요소가 많다. 예를 들어 상품 생산자들은 대개 혼자 힘으로 생산의 순환을 시작할 돈(또는 자본)이 없다. 그들은 은행에서 돈을 빌리거나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팔아상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생산수단을 구입하고 노동자들에게 임금을지불한다. 결과적으로 이윤의 일부는 투자자들에게 빌린 돈을 갚기 위해 원금과 이자의 형태로 지출된다. - P90

훨씬 더 많은 이윤을 남기는 다른곳에 그 돈을 투자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달리 말하면, 운동화를 생산해서 판매할 경우 10퍼센트의 이윤을 남길 수 있지만 그것을 다른 곳에 재투자해서 12 퍼센트의 이윤을 남길 수 있다면 그것은 더 좋은 일이다. - P90

이윤을 남기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생산의 순환을 개시할 돈이나 자본을 공급하는 투자자들은행, 주주 등)에게 그 밖의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는 충분한 투자수익을 보장해야 한다. - P90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는 공장이나 기계(mp), 노동력(1p)에 지출되는 돈을 가능한 한 적게 유지하는 것이 필수다. 실제로 일부 경제학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생산수단과 노동력으로 구성된 생산원가를 최소화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회사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한다(이 문제는 잠시 후에 다시 거론할 것이다). - P91

잠깐 곁길로 빠져서. 주식을 발행하지 않아 투자자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기업들은 회사 운영자본을 투자자와 은행에 크게 의존하는 기업들보다 노동자들에게 더 좋은 임금과 복리후생, 노동조건을 제공할 수있다.  - P91

창업자인 포레스트 마즈는 노동자들을 배려하고 고객들을 섬겨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마즈는 세후 3퍼센트의 이익만 남기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그들이 ‘동료‘라고 부르는 직원들의 봉급은 다른 경쟁사들보다 더 높다. 반면에 임원들의 봉급은 다른 데 비해 낮다(Fernandez-Armesto, 2002, 199쪽). - P91

투자자와 제조업자들은 생산과정의 한쪽 끝에서 돈을 투입해 반대쪽 끝에서 이윤이나 이자의 형태로 더 많은 돈을 얻는다. 그가운데 가상의 장치 같은 것이 있는데, 시스템공학자들은 그것을 블랙박스라고 부른다. - P91

물론 어디에 돈을 투입하고 얼마나 많이 투자해야 하는지 아는 것은 고도로 복잡한 일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윤이 발생되는 방식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이윤이 남는가 하는 문제다.
여하튼 상품들이 생산되고 소비되는 것은 블랙박스 안이다. 또한 돈이더 많은 돈으로 바뀌는 것을 장려하거나 억제하는 사회, 정치, 경제, 생태, 이념적 삶의 형태를 발견하는 것도 블랙박스 안이다. - P92

따라서 자본주의는 하나의 경제체제 이상을 의미한다. 자본주의의 작동은 사람들 존재의 거의 모든 측면에서 아주 깊숙한 곳까지 영향을 끼친다. 사람들 대다수는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 삶이 상품들을 생산하고 소비하도록 명령한다. 자본주의체제를 돌아가게 하는 이윤과 이자를 발생시키는 것이 바로 그 상품들인 것이다. - P92

돈 세례식

콜롬비아의 저지대에 사는 영세농민들은 자신들의 땅을 대농장주에게빼앗기고 어쩔 수 없이 임금노동자로 생계를 보충할 수밖에 없게 된 뒤부터 가톨릭교회에서 새로 태어난 갓난아기에게 세례를 줄 때 돈에다 세례를 주는 의식을 은밀히 행했다. 부모는 갓난아기가 신부 앞에서 세례를받을 때 1페소짜리 지폐를 들고 있는데 갓난아기의 세례를 빙자해 신부의 축복이 지폐에 내리도록 하기 위해서다. - P93

이처럼 돈이 살아 움직인다는 생각, 돈이 신기하게도 더 많은 돈을 가져올 수 있다는 생각은 처음에는 이상한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마이클 타우시그(1977)는 콜롬비아 사람들의 돈에 대한 생각이 오늘날 우리와 매우 비슷하다고 주장한다. 다만 중요한 차이가 있다면 블랙박스와 관련된 그들의 생각이다. - P93

자본주의의 주요 특징은 돈이 더 많은 돈을 버는 데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돈은 시장에 팔 수 있는 상품에 투자되거나 그런 상품을 만드는 공장에 투자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대개 돈 자체가 돈을 번다거나 돈이 자기 생명력이 있는 것처럼 말한다. - P93

달리 말하면, 이와 같은 말에는 자본이 본디 스스로 확장하는 특징을 가졌다는 생각이 담겨 있음을 의미한다. 자본이 스스로를 끊임없이 재생산하는 살아 있는 생물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다(콜롬비아 농민들이 세례를 받은 지폐가 살아서 자신을 재생산할 수 있다고 믿는 것과 같다). -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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