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장, 점검의 역설

Inspection paradox

어떤 사건을 점검, 조사할 때 조사 대상으로부터 기인하는 오류를 가리키는 말. 실제 분포와 다르게 과잉 편향된 분포를 관찰하게되므로, 점검의 역설을 인지하지 못하면 통계에 오류가 발생하고 잘못된 추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 P241

내가 기다리고 있으면 이상하게도 버스가 너무 오랫동안안 온다는 느낌을 받아 본 적 있는가? 아니면 내가 마트에서물건을 사서 계산을 하려고 하면 이상하게 줄이 길어 항상 오래 기다리게 된다는 느낌을 받아 본 기억은?  - P242

1990년대에 이 비슷한 일들을 뭉뚱그려서 ‘머피의 법칙‘
이라고 부르는 것이 전 세계에 유행했다. 일이 안 풀릴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데도 이상하게 재수가 옴 붙은 것처럼 일이 잘 안 풀린다는 법칙인데, 운 없어 보이는 비행기 고장과사고를 조사하던 미국의 머피 대위라는 사람의 이름에서 따온 법칙이라는 소문이 널리 퍼져 있다. - P242

 그래도 배차 시간이 평균 10분 간격이라면, 기다리는 내 입장에서도 평균 5분 정도 기다리면 버스를 탈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실제로 체험해 보면 그렇지는 않다. 아무래도 나는 대개 5분 이상 기다리는 일이 많은 느낌이 든다. 과거를 돌아봐도 5분보다 적게 기다린 때는 별로없었던 것 같다. - P243

이런 현상은 역설까지 가지 않더라도 다른 더 쉬운 설명으로도 어느 정도 풀이할 수 있다. 사람의 판단 오류이자 심리적인 편향의 일종인 부정성 편향이 바로 그 답이다. - P243

 즉 나에게 이익이 되는 일보다는 손해가 되는 일에 더 민감하다는 의미다. 은혜는 쉽게 잊히지만 상처받은 일과 원한은 오래 기억하게 된다고볼 수도 있다. - P245

한국은 세계 여러 나라 사이에서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나라이므로, 세계 전체에서 보면 장점이 많은 나라다. 하지만 그런 장점보다는 "한국에서 사는 것은 지옥 같다."라는 말이 훨씬더 인기를 끌기 쉽다. - P245

어떤 이들은 사람이 갖고 있는 부정성 편향을 진화와 연결시켜 설명하기도 한다. 수만 년 전 혹은 수십만 년 전의 먼 옛날, 사람들 중에는 부정성 편향이 있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고 반대 성향을 갖고 있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부정성 편향이 있어야 살아남기에 유리했기 때문에 그 사람들이 후손을 남겼고, 그래서 그 성향이 유전되어 널리 퍼져 나갔다. - P246

만약 이때, 숲속에서 곰이나 표범이 나타난다면 살아남을가능성이 훨씬 높은 사람은 부정성 편향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그 사람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서 조심스럽게 다가서며 도망칠 준비와 반격하기 위한 대비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 성향을 갖고 있는 사람은 맹수의 공격을 받아 세상을 떠나게 된다. 일찍 세상을 떠난 사람은 자손을 남기지 못한다. - P247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실제로 냉정하게 빽빽한 숲속에 들어갔을 때 좋은 일이 많았느냐 나쁜 일이 많았느냐를 따져 보면,
딱히 나쁜 일이 일어날 때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는 점이다. - P247

세계의 여러 나라에서 경제가 성장하고 강력 범죄가 줄어드는 추세가 나타나곤 한다. 그렇지만 작년보다 금년에 강력범죄가 5퍼센트 줄어들었다는 소식은 잘 보도되지 않는다. 설령 보도된다고 해도 사람들에게 큰 관심을 끌지 못한다. 관심을 못 끄니 더더욱 언론은 세상이 평화로워졌다는 소식을 보도할 이유가 없다. - P248

가뜩이나 부정적인 생각이더 뚜렷하게 머릿속에 남아 판단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기 마련인데, 언론이 보도하는 내용도 세상이 더 위험해지고, 더불안해지고, 더 나쁜 곳으로 변해 가고 있다는 소식에 더 집중하고 있다. 그러니 편향에서 벗어나기란 점점 어려워진다. - P249

보통 평균 1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버스라 하더라도 언제나 정확하게 10분마다 버스가 오는 것은 아니다. 어떨 때는8분 만에 오기도 하고, 어떨 때는 12분 만에 오기도 한다. - P249

즉 점검의 역설은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내가어디 사는지도 모르지만, 내가 버스를 기다릴 때 운이 없는 느낌이 들고 머피의 법칙을 느끼게 될 거라고 예상한다. - P250

 평균은 정해져 있더라도 어떤 때는 배차 간격이 길고,
어떤 때는 배차 간격이 짧아진다. 그렇다면 나는 배차 간격이긴 쪽의 영향을 자주 받게 되어, 결국 평균 배차 간격에서 계산되는 수치보다 더 오래 기다리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 P252

. 그런데 하루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니,
그중에 어떤 버스들은 비교적 오랜만에 나타나고 어떤 버스들은 짧은 간격으로 나타난다. 그렇다면 결국 오랜만에 오는버스들이 하루의 일정을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그만큼 더 크다. 그러므로 내가 하루 중 아무 때나 나간다고 하면, 자연히오래간만에 오는 버스들이 차지하고 있는 시간을 만날 확률이 높다. 이것이 점검의 역설이 내가 버스를 오래 기다리게 만드는 이유다. - P253

점검의 역설은 세상의 여러 방면에서 나타난다. 백화점이나 공공장소를 돌아다니는 안내용 로봇은 왜 고장 난 채로 방치되어 있는 것이 많을까, 왜 바로 수리하지 않을까? 왜 자동판매기나 에스컬레이터가 한번 고장 나면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오래 방치되어 있는 느낌이 들까? - P254

정말로 그런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실은 그런 문제가 없거나 문제가 있다고 해도 그렇게까지 심각한 수준은 아니고, 그저 점검의 역설 때문에 눈에 자주 띌 뿐일 수있다. - P254

 내 눈에 잘 뜨이는 고장일수록, 수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고장일 확률이 높다. - P255

점검의 역설은 모든 경우를 헤아린 객관적인 상황과 한 사람이 겪는 일의 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그에 비해 부정성 편향은 단순히 사람이 갖는 부정적인 기분의 문제다. - P255

. 그렇다면 역시 이 세상은 부정적이라는 생각이 자꾸만 더 강해지고, 부정성 편향으로 잘못 생각한 것이 맞지 않느나는 기분이 들 수 있다.
점검의 역설이 항상 나쁜 느낌만 강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 P255

고령화사회의 시골 마을에서는 대체로 원래 있던 사람이 계속 그곳에서 살아갈 뿐, 다른 곳에서부터 젊은 사람들이 찾아와 사는 일은 많지 않다. 세월이 지나면 자연히 수명이 짧은 사람들은 세상을 떠난다. 그러면 남아 있는 이들은 장수하는사람뿐이다. 게다가 장수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병원에 입원해 있거나 건강이 나쁜 사람들은 논밭에서 일을 하지 못한다. - P256

점검의 역설을 넘어서서 한 사람, 한 사람이 체험한 사실과 객관적인 현상 사이의 관계를 정확하게 밝혀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예를 들어, 버스배차 간격이 평균에서 10퍼센트 정도의 폭으로 왔다 갔다 하며 달라진다면, 내가 버스를 이상하게 오래 기다리게 되는 일을 겪을 확률은 얼마나 커질까? - P256

조금 더 상세하게는 사람이 기다리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거나 점검과 수리의 효율을 높이는 문제를 풀기 위해서 대기행렬 이론이나 재생이론이라는 방법을 개발해 사용하기도 한다. - P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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