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았어. 하지만 커다란 승합차는 운전할 자신이 없는데."
신도는 운전이 서투른 모양이다. (중략).
"그럼 내가 운전할게. 만일에 대비해서 대형 면허도 따놨으니까 맡겨만 줘." - P88

003 준비한 적 없는
이벤트


1

화려한 스모크와 하늘을 가를 듯이 요란한 음향에 대지를가득 메운 관객이 열광했다.
광대한 부지에 강철 골조로 만든 라이브 공연장에서 축제가 시작됐다. - P89

 살짝 따끔함을 느낀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잔뜩 흥분한 상태라대부분은 아무 눈치도 못 챘을 것이다. 체내에는 아주 미량이 들어갔다.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네 시간은 걸리리라. - P90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그들에게는 이것이 혁명의 시작이자 인생의 끝이다. (중략).
하마사카는 숨을 가늘게 내쉬고 바늘을 자기 팔에 꽂았다.
"가자. 우리가 바로 혁명의 첨병이다." - P90

자신이 평생을 바쳐 연구한 ‘그것‘이 체내로 주입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하마사카는 설레는 마음으로 얼마 후 세상을 뒤흔들 참극을 상상했고, 또한 마지막까지 자기들이 영웅이 아니라 일개미임을 깨닫지 못한 남자들에게 연민을 품었다.
하지만 이제 늦었다. 모든 것은 다 끝났다. - P91

2

남자 네명과 여자 여섯 명, 모두 열 명은 차 두 대에 나누어 타고 산길을 따라 십 분쯤 들어간 곳에 위치한 폐업한 호텔로 향했다.  - P92

다카기와 시즈하라는 유령 역할을 맡은 두 사람에게 붙어서 의상과 화장을 점검했고, 신도와 구다마쓰는 촬영 순서를확인했다. 시게모토는 기재를 점검했다. 우리는 맨발로 연기할 배우가 다치지 않도록 주변의 쓰레기를 줍고 방해가 되지않도록 한쪽 구석에 얌전히 있기로 했다. - P92

호பய도어로비갈ㅔ게영순세촬영 순서를 확인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촬영은 다음과 같이 진행될 듯했다.
신도와 구다마쓰가 폐업한 호텔에 담력 시험을 하러 왔다는 설정으로, 신도가 비디오카메라로 촬영하며 안을 돌아다닌다. (중략), 신도가 문득 비디오카메라를 구다마쓰 쪽으로 향하자 유령이 그녀의 등뒤에 서 있다.
즉 키와 몸매가 비슷한 호시카와와 나바리가 이인일역으로 여자 유령을 연기한다. - P93

"작년에 촬영한 작품에 사람 얼굴이 찍혔다는 거 진짜야?"
아케치 씨는 작년에 자살한 사람이 나오고 탈퇴자가 속출한 원인이 역시 합숙에 있다고 보는 모양이다. (중략).
"그럴 리가 있나. 어쩌다 보니 잡동사니의 형체가 음영이진 얼굴과 비슷하게 보였을 뿐이야. 시뮬라크라 현상이지." - P94

도마뱀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지만 도중에 방구석에 별난 쓰레기가 떨어져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다가가서 주워보니 작은 주사기였다.
(중략).
"마약, 아니면 각성제일지도 모르겠군. 굳이 이런 산속까지오다니...... 어?" - P96

아케치 씨가 뭔가 하나 더 발견했다. 근처에 콘크리트 조각이 의미심장하게 기둥 모양으로 쌓여 있었다.
콘크리트 조각을 허물자 검은 가죽 수첩이 나왔다. - P97

"원래 있던 자리에 되돌려놓으세요."
"네 것도 아니면서 웬 간섭이야."
시게모토가 짜증난다는 듯이 내 손을 뿌리쳤다. - P98

"됐어요. 이제 괜찮아요."
그녀가 차분함을 되찾자 겨우 본 촬영에 착수할 수 있었다.
촬영은 합쳐서 세 번 실시했다. 촬영한 영상을 노트북으로확인한 신도가 "오늘은 이만하면 되겠어"라는 말로 그날 촬영의 끝을 알렸다. - P98

그때 숲 너머에서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바람을 타고 들려왔다. 여러 대인지 돌림노래를 하듯이 소리가 겹쳤다. 록 페스티벌 공연장에서 열중증 환자가 생겼거나 사고라도 난 거겠지. - P99

3

오후 6시, 자담장 앞 광장에서 바비큐가 시작됐다. (중략).
한 가지 불안한 점은 여기서 처음으로 졸업생 세 명을 포함한 전원이 모인다는 것이다. 바비큐 도구와 식재료도 졸업생이 준비해주었다고 하니 우리로서는 불평을 할 수 없다. - P99

지금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 큼지막한 구식 라디오 겸용CD 카세트 플레이어가 광장 한복판에 떡하니 자리잡고 조금전부터 여름 노래를 우렁차게 쏟아내고 있다. 아아, 동아리 활동이란 이런 거구나. - P100

"이런, 이런 우리는 그냥 놀러온 게 아니잖아. 협박장을누가 무슨 목적으로 보냈는지 조사해야 하고, 그게 작년의 자살과 관련이 있는지도 궁금해. 멍하니 있다가는 2박 3일이 순식간에 지나갈 거야." - P100

솔직히 말해 나는 내키지 않았다. 미인만 골라 참가시킨 합숙, 뭔가 감추고 있는 듯한 부장, 독특한 졸업생들. - P101

약간 흥미가 생겼지만 오늘 하루 지켜보니 시즈하라는 남과 접촉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듯하다. - P101

오로지 고기를 상대하는 내게 호시카와와 구다마쓰가 일부러 말을 걸어주었다. 구다마쓰는 "하무라, 남자는 잘 먹어야지" 하며 내 접시에 고기를 척척 담아주었다. - P102

그러고 보니 관리인 간노는 어쩌고 있을까. 우리가 통째로 빌려서 다른 손님은 없을테니 혼자 식사를 하고 있을까. - P102

"불시에 참가했다고? 그게 무슨 소리야?"
다쓰나미가 금시초문이라는 듯 되물었다.
"협박장이 왔대."
뒤에서 도련님, 나나미야가 알려주었다. (중략).
"협박장? 누구 앞으로?" - P103

"그렇군. 공주님을 에스코트해준 셈이야. 이거 고맙다고인사를 드려야겠는걸."
완전히 납득한 건 아닌 듯했지만 다쓰나미는 껄껄 웃으며새 캔맥주를 내게 내밀었다. 나는 아직 미성년자지만 여기서는 거절하지 않기로 하겠다. - P104

나나미야가 일단 한번 들어주겠다는 듯한 태도로 물었다.
"올해의 희생양은 누구냐‘라는 한마디가 다였던 모양이에요. (중략). 그런데 이래서는 협박이라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해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P104

이야기를 듣고 있던 다쓰나미가 끼어들었다.
"합숙을 준비한 건 신도야. 그러니까 적어도 신도에게는무슨 뜻인지 전해질 것이라 여긴 셈이로군." - P105

 아케치 씨는 진실을 알고 싶어 하는 욕구가 너무 강해서 이렇듯 성급하게 대화에 임하는 경향이 있다.
"무슨 소린지 모르겠네."
나나미야는 고개를 저었다. - P105

"요컨대 내 생각에는 범인이 아무런 근거도 없는 뜬소문을 주워듣고 장난질을 쳤을 가능성이 농후할 것 같은데, 어때?"
다쓰나미가 멋지게 방어벽을 세우자 아케치 씨는 웃음으로 얼버무리며 "과연, 그럴 수도 있겠군요" 하고 답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 P106

"어라, 여기 휴대전화 전파가 안 잡히는데."
중간에 구다마쓰가 불만을 토했다. 내 스마트폰을 확인하자 통화권을 이탈했다는 표시가 떠 있었다. 이상하다. 펜션안에서는 괜찮았는데.
"흐음. 좀 기다렸다가 다시 해봐."
신도가 그렇게 대답해서 나도 더이상은 신경쓰지 않았다. - P107

4

(전략).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히루코 씨의 목소리가 생각을 중단시켰다. 아까까지 졸업생들에게 둘러싸여 술을 마시는 것 같았는데 얼굴색은 전혀 변화가 없다. - P108

예리하다. 히루코 씨는 두 사람이 방에서 말다툼을 한 줄모를 텐데도 그 걱정은 핵심을 찔렀다. - P109

"엄청 신경질적인 느낌이잖아. 나바리와 스미에를 줄여서나바스*.  농담이야."
그렇게 말하고 깔깔 웃었다. 설마 말장난을 구사할 줄이 - P110

좀 감동했다. 명탐정에게는 사람의 얼굴과 이름을 외우는능력도 필요한 걸까. - P112

그때 히루코 씨가 진지한 분위기로 물었다.
"이 안내서를 보고 뭐 알아차린 것 없니?"
그녀는 방 배치도가 실린 페이지를 펼쳤다. - P112

"저기, 너랑 아케치는 왜 이번 합숙에 참가한 거야? 솔직히말해봐."
아마도 폐업한 호텔에서 아케치 씨의 질문을 받고 의혹을품었겠지. 여기서 숨기면 히루코 씨도 포함해 우리는 그녀의 신뢰를 완전히 잃을지도 모른다.  - P114

"(전략)" 탄식한 후 다카기는 사과했다. "까칠하게 굴어서 미안하다."
뭐랄까, 남에게도 자신에게도 칼 같은 사람이다. 다카기는우리가 여자에게 흑심을 품고서 합숙에 참가했다고 믿고 경계한 것이리라. - P114

"틀림없어. 나나미야가 신도에게 압력을 가해서 모았을 거야. 그래서 여자는 다들 예쁘고 남자는 시게모토같이 외모 경쟁력이 떨어지는 애들뿐인 거지. 뭐, 구다마쓰는 취직할 기회가 왔다며 설레발을 쳤지만."
외모 경쟁력이 떨어지다니 신랄하다. - P115

"더러운 놈이야, 신도는 녀석도 취직자리를 노리는지 모르겠지만 그 세 명, 특히 나나미야에게는 쪽을 못 써. 협박장때문에 모두 참가를 취소해서 초조했겠지. 빈 구멍을 메우려고 제일 먼저 자기 여자친구부터 끌어들였다니까."
솔직히 말해 듣고 싶지 않은 사실이었다. 하다못해 미덥지못한 부장 정도는 되는 줄 알았는데. - P115

"그럼 방 배정도 역시.
"그런 셈이지. 뭐, 네가 옆이라서 미후유에게는 다행이지만."
믿어주어서 기뻤다. - P116

5


하늘에는 어둠이 내렸고 두꺼운 구름이 별빛을 뒤덮었다.
씻은 철판과 철망을 다카기와 나누어 들고 자담장 현관 앞을 지나치는데 안쪽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는 누군가의 뒷모습이 보였다. 잠깐이었지만 졸업생 데메 같았다. - P117

다쓰나미가 미묘한 분위기를 수습하러 나섰다.
"다들 미안해. 개는 옛날부터 술을 마시면 간이 커져서 여자를 대하는 태도와 손버릇이 안 좋아져. 그러다 늘 여자한테 차이지."
그런 놈한테는 술을 먹이지 마. - P118

예정대로 일정을 속행하려고 하자 다카기가 항의했다.
"담력 시험은 내일로 미뤄도 되잖아요. 피곤한 사람도 많을 텐데요." - P119

쳐다보자 동쪽에 있는 산의 윤곽이 희미하게 빛났다. 마치후광 같았다.
"분명 그거일 거예요. 사베아 록 페스티벌, 산 너머 자연공원에서 야외 라이브를 하고 있거든요. 무대 불빛이겠죠." - P120

신도가 기다리다 못해 물었다.
"인터넷에 연결이 안 돼요. 록 페스티벌에 대해 검색하려고 했는데."
(중략).
구다마쓰가 대답했다.
"바비큐 파티를 하기 전까지는 됐는데요. 확실해요." - P120

각자가 가지고 있는 휴대전화는 기종도 이용하는 통신사도다르다. 단순한 접속 장애일 리는 없다.
"만약 무슨 장애가 생겼다고 해도 자담장에는 전화도 있고, 차를 타고 마을로 나갈 수도 있잖아. 그렇게 난리 칠 것없어."
신도의 말이 맞다. - P121

(전략).
나바리도 동의했고, 그 밖에 다른 증언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아케치 씨가 지금까지 들은 이야기에 입각하여 말했다.
"그 말인즉슨, 우리의 시선이 나바리 씨에게 집중된 틈에데메 씨가 시계를 주워 그대로 가지고 갔다고 보아야 자연스럽겠군." - P124

"그럼 ・・・ 그래, 생각났다. 그때 에바타 씨한테 술을 자꾸 권한 것도 데메였어. 하지만 데메는 모르쇠로 일관했지."
아까 다쓰나미가 데메는 술을 마시면 손버릇이 안 좋아진다고 그랬는데, 그게 도벽이 있다는 뜻이었나. - P125

"지금은 손수건만 남아 있으니까. (중략). 그런데 그직후에 나바리 씨는 ‘손수건이 있는 게 이상해서 펼쳐서 확인했거든‘ 하고 증언했어. 하무라는 시계를 손수건으로 감싸놓았다는 말을 한 적이 없어. (중략). ‘펼쳐서‘라고 단언한 건 나바리 씨가 시계를 실제로 보았기 때문이야." - P126

나바리가 가슴을 폈고, 아케치 씨가 보충 설명했다.
"덧붙여 나바리 씨가 시계를 훔쳤고 호시카와 씨에게 달려갔을 때 넘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 논리적으로 따지자면 말이야." - P127

아무리 논리를 따진들 실제로 가지고 있지 않으면 범인이아니다. 그리고 이 두 명이 가지고 있지 않다면 데메가 범인일 가능성이 농후해진다. 여기에는 신도도 반론하지 못했다. - P127

"아니요, 가격은 대단치 않지만 여동생이 고등학교 입학선물로 사준 거라서요."
게다가 지진이 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들 정신없는 와중에 고생하여 구한 물건이다. 내게는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가치가 있다. 기회를 봐서 되찾아야 한다.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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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니스 존슨 Denis Johnson
1949-2017
미국의 소설가이자 시인, 극작가. (중략). 한때 마약 등을 접하며 방황하는삶을 살았는데, 이때의 경험들을 바탕 삼아 삶의 어두운 면과 인간 내면의고통, 구원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작품들을 썼다. (중략), 그 성과는 도스토옙스키, 헤밍웨이, 플래너리 오코너, 레이먼드 카버 등 위대한 거장들이 이룬 업적에 비견되었다. 2017년 간암으로 사망했다. - P-1

옮긴이

박아람

전문 번역가. (중략). 2018년 GKL 문학번역상최우수상을 공동 수상했다. - P-1

술을 나눠 주고 졸면서 운전한 세일즈맨・・・・・・
버번위스키가 머리끝까지 차오른 체로키족………….
대학생이 몰던, 대마초 연기가 자욱했던 폴크스바겐.
그리고 미주리주 베서니를 빠져나와 서쪽으로달리던 남자와 정면충돌해 그를 영원히 죽여 버린 마셜타운 출신의 가족……………. - P23

 앞에서 말한 세 사람, 세일즈맨과 체로키족, 대학생이 모두 내게 약을 준 탓에 정신이 혼미했다. - P23

상관없었다. 그 가족은 나를 목적지까지 태워다주겠다고 했다. - P24

중서부의 하늘에는 거대한 뇌 같은 잿빛 구름이덮여 있었다. 허공을 나는 기분으로 주간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도로가 꽉 막힌 캔자스시티로 들어서니 좌초된 기분이 들었다. - P25

구름은 줄곧 그대로 머물러 있었다. 그러다 밤이 온뒤로는 어둠 때문에 몰려오는 폭우가 보이지 않았다. - P25

그런 뒤, 앞에서 말했듯이 물을 튀기며 빗속을달리는 마셜타운 출신 가족의 올즈모빌 뒷자리에서 잠이 든 것이다. 그러나 꿈속에서 나는 눈꺼풀 너머의 세상을 보고 있었고 내 맥박으로 초를 셌다. - P26

냉각 장치가 끊임없이 스읍 스읍, 하는 소리를 냈다. 그것말고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의식이 있는 사람은나밖에 없는 것 같았다. - P27

커다란 세미트레일러 트럭이 요란하게 기어를바꾸며 속도를 줄였다. 운전자가 창문을 내리자 나는그에게 소리쳤다. "사고가 났어요. 신고 좀 해주세요."
"여기서는 차를 돌릴 수가 없는데요." - P29

그는 보온병에서 커피 한 잔을 따른 뒤 주차 등을제외한 모든 등을 껐다.
"지금 몇 시죠?"
"3시 15분쯤이요." 트럭 운전자가 말했다.
태도로 보아 그는 이 사건에 관여하지 않으려는 것 같았다. 마음이 놓이면서 눈물이 났다. - P29

사고 차량에 늘어져 있던 남자는 내가 지나갈 때 아직 살아 있었다. 이 무렵 나는 그가 심하게 다쳤다는 사실에 조금 익숙해져서 걸음을 멈추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음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 P30

머지않아 다리 양쪽 끝에는 건너지 못한 차들이 길게늘어섰고, 연기가 피어오르는 잔해에 전조등 불빛들이 드리우자 야간 경기를 펼치는 경기장이 떠올랐다. - P30

나는 젖은 침낭을 뭉쳐 벽에 기대어 놓고 타일이 깔린 복도에 서서 지역 장의사에서 나온 남자와 얘기를 나눴다.
(중략).
"저는 아무 이상이 없어요." - P31

 의사는 그녀를 복도 끝 책상이있는 방으로 데려갔고, 마치 어떤 놀라운 현상 때문에그 안에서 다이아몬드가 소각되기라도 하는 듯 닫힌문 아래 틈으로 환한 빛이 새어 나왔다.  - P32

"방이 왜 이렇게 하얘졌죠?" 내가 물었다.
아름다운 간호사가 내 피부에 손을 대고 있었다.
"이건 비타민이에요." 그녀가 말하며 바늘을 찔러 넣었다.
(후략).



제목: 히치하이킹 도중에 일어난 자동차 사고

- P33

두 남자 중 한 명은 댄스파티가 한창이던 해외 참전용사들의 집을 나와 집으로 가는 길에 만났다. - P37

그러자 또다시 그 둘이 다 싫어졌다. 우리 셋은 애초부터잘못된 무언가, 그러니까 어떤 단순한 오해 따위로 함께다니기 시작했다.(중략). 나중에는 함께 약국을 털다가 우리 중 한 명이 다치면서 나머지 둘이 피 흘리는 그를 병원 뒷문에 내려놓았다. 그가 체포되면서 모든 유대가 끊어졌다. - P37

 그날 저녁 내내 나는그가 친구들을 데려와 괴롭고 굴욕적인 일을 벌일까 봐전전긍긍했다. 나는 총을 갖고 다녔지만 실제로 쓰지는않을 것 같았다. 워낙 싸구려였고, 방아쇠를 당기면 손에서 폭발해 버릴 게 틀림없었다. - P38

리처드와 나는 앞에 타고 있었다. 우리 셋은 일제히새로운 동행을 돌아보았다.
남자는 정면을 가리킨 뒤 두 손을 모아 한쪽 뺨에갖다 대며 자는 시늉을 했다. "집에 태워다 달라는 거네." 내가 넘겨짚었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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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는 어깨를 으쓱했다.
"아무 의미도 없어요. 그게 요점이에요. 이것은 가장 간단한 암호로된 농담이라고요. 유명한 시에서 몇 마디 골라낸 뒤에, 다시 아무렇게나 섞어서 누군가 그 시를 알아보는지 시험하는 거예요."
(중략).
"그보다는 만족스러운 설명을 가져온 줄 알았는데." - P97

 랭던은 아직도 전화기를 붙들고 있었다. 더 주의 깊게 들으면서 아까보다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미국 대사관‘
브쥐 파슈는 많은 것을 경멸했다. 그 중에서도 미국 대사관만큼 불쾌한 것이 없었다. - P97

랭던은 힘없이 고개를 흔들었다.
(중략).
이상한 표정으로 파슈를 바라보면서 랭던은 말을 더듬거렸다.
"사고가....친구가……… 아침 일찍 집으로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랭던의 얼굴에 떠오른 충격이 진짜라는 것을 파슈는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거기에는 또 다른 뭔가가 있었다. 이 미국인의 눈동자에는 공포감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었다. - P98

"사실은 화장실에 좀 갔으면 합니다."
파슈는 속으로 찡그렸다.
"화장실이라, 물론입니다. 몇 분간 쉬었다가 하지요." - P99

"누가 소피 느뵈를 이 건물에 들여보내라고 승인했나?"
파슈는 고함을 질렀다.
콜레가 제일 먼저 대답했다.
"바깥을 지키고 있는 우리 요원에게 느뵈 요원이 암호를 풀었다고 말했답니다." - P100

(전략). 건물 도안 위에서 ‘화장실‘이라고 표시된 방 안에서 빨간 점이 깜박거리고 있었다.
담배에 불을 붙여 물고, 홀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면서 파는 말했다.
"좋아, 나는 전화할 곳이 있네. 화장실에 있는 랭던을 확실히 지키고있게." -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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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주의자들은 항상 음란물의 영향, 특히 젊은이들에게 미치는영향을 걱정해왔다. 반면 포르노가 성생활에 유익하다고 찬양하는 사람들도 있다. 포르노는 늘 인간 경험의 일부였다. - P255

 교수 중 한 명이 말했다. "연구는 포르노를 소비한 적이 없는 20대를 찾는 것으로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을 전혀 찾을 수 없었습니다.⁶² - P255

62 Jonathan Liew, "All Men Watch Porn, Scientists Find," Telegraph, December 2, 2009. - P357

대부분의 쾌락은 우연히 또는 진화적 욕구의 부산물로 생겨났다. 벌거벗은 사람들이 성관계 하는 것을 보고 싶은 욕망은 벌거벗은 사람이 되어 성관계를 하고 싶은 진화적 욕구의 부산물이다. - P256

섹스는 다른 사람과 연결하려는 충동을 시험하는 시험장이고, 때로는 그 충동이 좌절되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매개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수용함으로써 성생활뿐 아니라 친밀감까지도 아웃소싱하고 있다. - P256

 세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기술이 사용되는 나라 중 하나인 일본의 경우 가족계획협회가 16~24세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를 통해 여성의 거의 절반, 남성의 4분의 1 이상이 성적 접촉에 관심이 없거나 이를 혐오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⁶⁴ - P257

64 Abigail Haworth, "Why Have Young People in Japan Stopped Having Sex?," Guardian,
October 20, 2013. - P357

미식 없는 식사, 현장 없는 경기

효율성에 희생되는 것이 성적 쾌락만은 아니다. "음식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면 어떨까?"⁶⁶ 실리콘밸리의 기술 기업가가 개발한 음식 대체 음료인 소이렌트Soylent는 "최소한의 노력으로 얻는 최대한의 영양"이라는 구미 돋는 약속을 한다. - P258

65 Soylent website.
- P357

하지만 소이렌트는 큰 즐거움을 주지 못했다. 처음 출시된 소이렌트를 일주일 동안 섭취한 한 리뷰어는 "무의미한 실용주의"로 특징지어진 "벌을 받는 것처럼 지루하고 재미라고는 없는 제품"이라고 했다.⁶⁶ - P259

66 Farhad Manjoo, "The Soylent Revolution Will Not Be Pleasurable," New York Times,
May 29, 2014, B1. - P357

소이렌트의 온라인 게시판에는 회사 마케팅 자료에서 홍보하는 행복한 운동과 직장 생활의 이미지와는 달리 "소이렌트와 복부 팽만이라는 내용의 토론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부글거리는 속", "덤핑 증후군*", "악취가 나는 방귀"에 대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 P259

시대를 막론하고 음식은 문화적 기표였고 계급, 부, 개인의 자제력, 가치의 신호였다.  - P260

한편 인스타그램에는 최근에 먹은 음식의사진을 올리면서 우리가 신중하게 선택한 탐식을 효율적으로 기록하고 은근히 자랑한다. - P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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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반복적인 이직 경험은 청년여성들에게 외부노동시장 내에서는 아무리 노동조건을 개선하고자 시도한다 한들 개선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각인한다. - P114

 이들의 이직이 매번 ‘환승‘이라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단시간에 가능했다는 사실은 해당업계에 이러한 관행이 보편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 P117

이는 그만큼 대부분의 회사들이 서로 유사한 수준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공유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P118

따라서 이러한 이직은 좋지 않은 회사에서 다시 좋지 않은 회사로의 공간적 이동에 불과하기에 성공적일 수 없다. 결국 의미 없는 ‘반복적 이동‘을 경험한 노동자들은 다시 교육과시험이 존재하는 취업시장으로 진입하게 된다. - P118

신자유주의와 자기통치

앞서 참여자들이 경험한 반복적 이직은 열악한 노동지위에서 비롯되는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이러한 ‘선택‘은 성장을 위한 바람직한 행위로 이동을 의미화하는 신자유주의 통치성의 압박에서 비롯되는 결과이기도 하다. - P118

모든 사회관계의 토대를 시장으로 간주하여 시장의 논리에 따라 행동하도록 명령하면서 국가를 넘어서전 세계적 차원에서 합리성을 구축하고, 동시에 경제뿐만 아니라 인간 활동의 전 영역에서의 합리성의 세계를 그려낸다.¹¹ - P119

11 피에르 다르도·크리스티앙 라발, 《새로운 세계합리성》, 오트르망(심세광·전혜리) 옮김, 그린비, 2022. - P203

(전략). 이러한 합리성하에서 통치는 자기통치를 통해서, 즉통치의 기술과 절차가 체화되어 스스로가 스스로를 통치하는 존재가 됨으로써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¹³ - P119

13 미셸 푸코, 《생명관리정치의 탄생》, 오트르망(심세광·전혜리) 옮김, 난장, 2012. - P205

 자기통치는 노동자의 특정 태도나 품행을 바람직한 것으로 간주하는 노동윤리와 공명하면서, 노동유연화에서 기인한 불안정이라는 위험을 관리하는 도덕적 주체로서 노동자를 호명해낸다. 자발적인 헌신과 인적자본으로서의 자신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만이 노동자의 독립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설파한다.¹⁴ - P120

14 케이시 웍스, 《우리는 왜 이렇게 오래, 열심히 일하는가?》, 제현주옮김, 동녘, 2016. - P204

이러한 상황에서 능력이 아닌 연공급을 기반으로 시간에대한 보상을 제공하며 장기근속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일자리들의 매력은 반감될 수 있다.¹⁵ 짧은 근속연수와 잦은 이직은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사회에서 오히려 다양한 경험이라는 가치를 나타낸다. - P120

15앤 헬렌 피터슨, <요즘 애들》, 박다솜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2021 - P204

‘성장하지 못하는 삶‘이라는 그녀의 말은 사실상 기업가주체와 공무원 일자리의 균열에서 비롯된다.  - P124

노동자들은 그저 주어진 일을하고, 주어진 보수를 받으면 된다. 새로운 기술은 필요하지도않고, 노동자에게 요구되지도 않는다. -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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