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프랭크는 르마의 상자를 열기 위한퍼즐을 푸는 데 몰두하고 있었다. 그래서 커다란 종이 울리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 P11
상자의 여섯 면은 검은 래커로 칠해져 있었는데, 이 3차원퍼즐을 해체할 수 있는 장치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 P11
르마샹이라는 이 프랑스인은, 중국인들의 정확하고 천재적인 기술력에 자신만의 기이한 논리를 덧대었다. - P12
첫 성공에 용기를 얻은 프랭크는 열정적으로 퍼즐을 풀어나갔다. - P12
프랭크는 퍼즐에서 눈을 떼고 시선을들었다. 잠시 동안 그는 종소리가 바깥거리 어딘가에서 들려 온다고 생각했다. 곧 프랭크는 그 생각을 떨쳐냈다. - P13
그 생각에 호흡이 가빠졌다. 프랭크는 이 순간을 너무도 간절히기다려왔다. 그의 모든 지혜를 동원해 현실에 장막이 이처럼 찢겨 나가는 순간이하기를 계획했다. - P14
키르허가 ‘세노바이트¹‘라고 부르던 사람들, 파열의 교단에 속한 신학자들이 신학자들은최고의 쾌락의 영역에서 실험하던 도중 소환되어, 시공간을 초월한 자신들의 머리를 실패와 빗줄기로 얼룩진 세상에 들이밀것이다.
1 Cenobite, 수도원에서 공동 생활을 하는 수도사라는 뜻을 담고 있다. - P15
그러나 지금, 종소리가 점점 더 커져상자에서 울리는 음악 소리를 압도하자 두려움에 휩싸였다. 너무 늦었어, 그는 중얼거렸다. - P16
방 한가운데에 있는 알전구는어두워졌다가 밝아지기를 반복했다. 전구는 종이 울릴 때마다 같은 리듬으로 뜨겁게타올랐다. - P17
마침내 벽은 다시 실체를 갖췄고, 종소리는그쳤다. 전구가 깜빡거리다 꺼졌다. 이번에는 다시 켜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프랭크는 어둠 속에 서서 아무 말도 하지못했다. 미리 준비해둔 환영의 말을 떠올렸지만 혀가 움직이지 않았다. - P18
그리고, 빛이 있었다. 빛은 그들에게서 새어 나왔다. 네 명의 세노바이트. 그들의 등 뒤로 벽은 봉인되었다. - P18
지금 세노바이트들을 바라보기만 해도 왜이렇게 괴로운 걸까? 흉터가 그들의 몸을 빽빽하게 뒤덮었기 때문일까? 살점을 표면부터 죄다 뚫고 베고 봉합한 다음, 재를뿌려 덮고 있어서? 그들에게서 풍기는 바닐라 냄새가 그 단내가 악취를 가리는 데 별다른역할을 하지 못해서? - P19
"내가 물었다." 그 존재가 말했다. 프랭크는 대답하지않았다. 이 상황에서 도시의 이름 따위가 생각날 리 없었다. "내 말을 이해하는가?" - P20
"우리가 누구인지는 아는가?" 그 존재가 물었다. "그래." 마침내 프랭크가 말했다. "알아." 당연히 알았다. - P21
하지만 아니었다. 이곳에는 여자도, 나른한 숨소리도 없었다. 그저 살에 고랑이 파인 성별을 가늠할 수 없는 어떤 존재만 있을 뿐이었다. 그때 세 번째 존재가 입을 열었다. - P22
"원하는 게 무엇인가?" 그 존재가 프랭크에게 물었다. 프랭크는 방금 질문한 존재를, 다른둘보다는 더 자신감 있게 살펴보았다. 1초, 1초가 지날수록 두려움은 사라져갔다. - P23
"키르허는 당신들이 다섯이라고 했는데." 프랭크가 말했다. "때가 되면 엔지니어가 도착할 것이다." 대답이 돌아왔다. "다시 묻는다. 원하는 게 무엇인가?" - P23
"이 세상이... 실망스러운가?" "상당히." 프랭크가 대답했다. "이 세상의 진부함에 질린 건 네가 처음이아니다." - P24
프랭크가 입을 열었다. "네가 무엇을 기대했는지는 안다." 첫 번째 세노바이트가 대답했다. "우리는 네 광기의 속성이 얼마나 넓고 깊은지 알고 있다. 우리에게는 대단히 익숙한것이니까." 프랭크가 끙 소리를 내며 말했다. - P25
"너 같은 자의 상상력으로는 아무리 원해도 감히 불러일으킬 수 없는 가장 말초적인 상태가 있지." (중략). "받아들이겠나?" 두 번째 세노바이트가 말했다. - P26
"보여줘." 프랭크가 말했다. "돌아갈 수는 없다. 알고 있나?" "보여줘." 더 이상 말할 필요는 없었다. 세노바이트가 장막을 걷었다. - P27
"보여줘." 프랭크가 말했다. "돌아갈 수는 없다. 알고 있나?" "보여줘." 더 이상 말할 필요는 없었다. 세노바이트가 장막을 걷었다. - P27
그러나 타는 냄새는 시작에 불과했다. 냄새를 인식하자마자 대여섯 가지 다른 냄새가 머릿속을 채웠다. - P28
귀도 못지않게 예민해졌다. 머리에 수천가지 소음이 가득 찼다. 그중 일부는 스스로에게서 나는 소리였다. 고막에부딪히는 공기가 허리케인처럼 굉음을 냈고, 뱃속에서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천둥처럼울렸다. 하지만 다른 소리도 있었다. - P29
평범하게 흰색으로 칠한 천장이 화가의 붓질로 이루어진 놀라운 지도처럼 보였다. - P30
프랭크는 터져 나가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의 머리 바깥에 있는 세상이 그의 방, 문너머의 새들이) 아무리 비명을 지르며 과도하게 다가오더라도, 그의 기억이 괴롭히는 감각처럼 압도적이지는 못했다. - P31
프랭크는 미칠까 봐 두려워 그들에게 말을걸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이 자신의 말을 들을 수 있는 거리에 있는지 확신할 수없었다. "어째서?" 그가 물었다. - P31
더 많은 감각적 인상이 그를 괴롭히기 위해 과거에서부터 허우적거리며다가왔다. 어린 시절이 프랭크의 혀에 남아있었으나, (우유의 매캐한 맛이 느껴졌다.) 점차 성인이 되면서 경험한 감각이 섞여 들었다. - P32
이런 상황에서도 프랭크는 떼거리로 나타나는 여자들에 대한 감각에 흥분했다. - P33
프랭크는 돌아누워서 비명을 질렀다. 비명을 지르며 이제 끝내달라고 애걸했다. - P33
애원은 한 줄기 비명으로 바뀌었다. 공황에 빠져 단어와 의미가 증발했다. - P34
그는 방 한구석에서 인기척을 느꼈다. 방금까지만 해도 텅 비었던 자리에, 한형체가 서 있었다. 세노바이트 중 네 번째, 한번도 말하거나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던 존재가 이제 그 존재는 그저 하나의 존재로 보이지 않았다. 그 존재는 여자의 형상이었다. - P35
죽음과 관능이 충돌하는 소름돋는 장면이었다. 그녀가 저 많은 희생자를 직접 죽였으리라는 걸 조금이라도 의심할 여지가있을까? - P35
르마샹의 상자를 연 것은 실수였다. 아주끔찍한 실수. "아, 꿈은 다 꿨나 보구나." 세노바이트가 말했다. 그녀는 맨바닥에 누워서 헐떡거리는 프랭크를 살펴보았다. "잘됐네." - P36
"이제 시작할 수 있겠어." 세노바이트가 말했다. - P36
둘
"내가 기대했던 거랑은 좀 다른데." 줄리아가 말했다. 둘은 복도에 서 있었다. (중략). "손이야 좀 봐야겠지." 로리가 말했다. - P39
"나랑 프랭크 형의 집이지. 할머니가 유언으로 우리 둘에게 남겨주셨어. 하지만 몇 년째 형을 봤다는 사람이 없잖아?" 줄리아 역시 프랭크가 기억나지 않는다는듯 어깨를 으쓱했지만, 실은 아주 잘 기억하고있었다. - P40
로리가 줄리아의 얼굴을 훑었다. (중략). "날 믿어." 로리가 단언했다. "믿지." "좋아, 그럼, 일요일부터 이사를 시작할까?" - P41
커피를 떠올리자 매우 목이 말랐다. "그래." 줄리아가 납득했다. "나쁘지 않네." 커피를 타는 일조차 순탄치 않았다. - P44
줄리아는 상냥하고 아름다웠다. 누구라도 줄리아와 키스하고싶어 했으며, 어딜 가든 사람들은 줄리아를 쳐다봤다. 반면 커스티는 인사마저 소극적으로 나누는 부류였다. - P45
마침내 로리가 집 안으로 들어왔다. 머리에땀이 흘러내려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오후의 태양은 사나웠다. 그가 커스티를 보고씩 웃자 들쭉날쭉한 앞니가 드러났다. - P45
세 사람은 네 번째이자 마지막으로 짐을옮기러 갔다. 줄리아는 짐을 풀다가 참을성을 잃고 말았다. 이건 재앙이라고, 그녀는 울부짖었다. - P48
줄리아는 4년 전을 마지막으로 교회에 가본 적이 없었다. 로리와 결혼식을 올린 후부터는 말이다. 그날을 회상하자, 약속받았던 결혼 생활과는 전혀 다른 신세에 기분이 씁쓸해졌다. - P49
창틀에 수상한 점이 눈에 띄었다. 블라인드가 창틀에 못으로 단단히 고정되어, 창문 너머 햇살 가득한 거리로부터 어떤 생명체도 침입할 수 없도록 막혀 있었다. - P50
상관없었다. 로리에게 장도리를 가져와못을 뽑으라고 시키면 되니까. - P50
줄리아는 이 방이 몹시 꺼림칙했다. 공기가퀴퀴했고, 어둠에 젖은 벽은 축축했다. 로리가이 방이 넓으니 안방으로 쓰자고 우겨도 받아주지 않을 셈이었다. - P51
"하지만 그 방이 제일 넓은데...." "난 마음에 안 들어, 로리, 방이 너무 축축해, 다른 방 쓰면 되잖아." "저 망할 침대가 들어갈 수 있다면 말이지." - P52
셋
계절은 남녀가 그러듯 서로를 열망한다. 그래야 과잉에서 치유될 수 있기 때문이다. - P55
로도비코 스트리트에서의 삶은 그들의노력에 따라 살만해지기 시작했다. 심지어 이웃들이 찾아오기도 했다. - P56
로리는 프랭크에 대해 길게주절거렸다. 우울한 내용이었다. 청소년기를 지나자 형제의 앞길이 크게 엇갈렸다며안타까워했다. 프랭크의 방탕한 생활이 부모님에게 안겨준 고통 때문에 더욱 그렇다고 했다.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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