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WORD

02

개념미술
CONCEPTUAL ART
생각이나 관념만으로도 작품이 되는 시대

예술의 본질은 형태가 아니라 개념에 있다.

이제는 개념이 미술이 되는 시대

(전략).

그렇다면 개념미술 작품을 쉽게 이해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 P39

이번 장에서는 개념미술의 네 가지 형식을 살펴보고 이 중 가장 대표적인 개념미술의 형식은 무엇인지 함께 알아보려 합니다. - P40

‘아이디어‘로 던지는 미술의 질문들


작품 하나를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조셉 코수스loseph Kosuth의<하나이면서 셋인 의자>는 개념미술의 아이콘처럼 등장하는 작품입니다. - P41

<하나이면서 셋인 의자>는 조셉 코스가 1965년부터 1975년까지 10여 년간 지속해온 ‘탐구Investigation‘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 P44

개념미술이라는 명칭은 미국의 철학자 헨리 플린트Henry Flynt가 1961년에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후 솔 르윗이 1967년 《아트포럼》에 기고한 글에서, 예술 작품은 물질적이고 형식적인 측면보다 아이디어와 개념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면서 본격적으로쓰이게 되었어요. - P44

개념미술의 근원은 마르셀 뒤샹에서 온 것이지만, 개념미술의 직접적인 단초가 된 것은 미니멀리즘이었습니다. - P45

개념미술의 선구자 중 한 명인 솔 르윗은 본래 미니멀리즘 미술가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다른 미니멀리즘 작가들처럼 작품 제작을 인부들에게 맡기는 등 작업 공정을 축소하길 원했죠. - P48

개념미술의 4가지 형식

개념미술은 다양한 범주를 포함하지만 대체적으로는 이론가토니 고드프리 Tony Godfrey의 네 가지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중략). 둘째 ‘개입 Intervention‘은 오브제를 새로운 맥락으로 옮겨놓은 것입니다. (중략). 셋째는 ‘자료형식 Documentation‘으로, ‘보는‘ 미술이 아닌 읽는 미술이 여기에 속합니다. (후략). - P49

네 가지 형식 중에서는 언어를 활용한 작품이 가장 많습니다. - P50

‘인간의 의식이 언어로 구축된다‘는 ‘발견‘을 한 것이 20세기 철학자들의 큰 성취였죠. 아이디어로서의 미술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언어‘가 필수적인 이유입니다. - P50

모든 현대미술은 개념미술일까

그럼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모든 현대미술은 개념미술일까요? - P53

하지만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이 작품은 바나나가 아닌 ‘인증서‘를 판매하는 개념미술이었습니다. (중략).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작품은 ‘무엇이 예술이고, 무엇이 예술이 아닌가‘를 질문하면서 현대 미술사의한 페이지를 장식했습니다. - P54

개념미술을 주요 키워드로 꼽은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개념미술은 1960~1970년대라는 특정 기간 동안에만 이루어진 미술운동이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이기 때문입니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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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퍼포먼스

PERFORMANCE

몸으로 직접 경험하는 충격의 예술


신체는 예술의 주요한 매체다


자신의 몸을 캔버스로 삼은 예술

여러분은 ‘정신‘과 ‘신체 중 어떤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나요? - P73

가령 이브 클랭Yves Klein은 <인체 측정>(1960)이라는퍼포먼스에서 모델이 몸에 물감을 바르고 캔버스에 몸을 찍는모습을 보여주었는데요, 신체를 하나의 매체로 활용한 것이죠. - P74

몸을 매체로 활용한 1960년대와 달리, 1970년대 퍼포먼스 예술가들은 신체를 통해 인간의 극한 상황을 표출함으로써 자신의 경험을 드러냈습니다. - P74

예술가는 왜 자신의 몸을 칼로 찔렀을까

(전략). 이 퍼포먼스가 유명해진 이유는 예술가가 700시간에 걸쳐 같은 자리에 앉아 있었다는 기록도 그렇지만, 옛 연인이었던 울라이와의 조우 때문이었습니다. - P75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는 활동 기간 내내 주로 퍼포먼스를 선보인 만큼 미술사적으로 의미 있는 작품들이 많습니다. 특히 1970년대 보여준 작업들이 그의 대표작으로 꼽힙니다. - P76

마리나 아브라모비치가 처음으로 선보인 퍼포먼스 작품으로는<리듬 10Rhythm 10>(1973)이 있습니다. - P76

퍼포먼스 아트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상식적 가치에 의문을 제기한다는 특징을 지닙니다. 특히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같은 페미니스트 예술가들은 관조적이고 미적인 가치로 표현되던 여성의 신체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죠. - P77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는 다음 해에 선보인 <리듬 0>(1974) 퍼포먼스에서 자신을 ‘사물‘로 선언하고 관람객에게 자신의 몸을온전히 내맡겨요. 그는 탁자 위에 장미꽃, 깃털, 펜, 꿀, 포크, 톱, 가위, 채찍, 망치, 도끼, 권총 등 72가지 사물을 늘어놓고 사람들에게 아무것이나 골라 원하는 대로 자신의 몸에 사용하게 했어요 - P77

작가는 이 퍼포먼스에서 스스로 행위의 주체가 되지 않고 관람객의 행위를 수동적으로 감내하는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 P78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퍼포먼스 중 가장 악명 높았던 작품으로는 <토마스의 입술Thomas Lips> (1975)이 있습니다. - P78

이 퍼포먼스는 작가의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와도 연관이 있어보입니다. - P79

1970년대에는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외에도 정체성을 탐구하기 위해 신체를 이용한 퍼포먼스를 하는 예술가들이 많았습니다. 당시 중요한 퍼포먼스로는 비토 아콘치의 <모판Seedbed>꼽을 수 있어요. 이 작품은 뉴욕 소나밴드 갤러리의 마루 아래에서 관객들이 지나가는 동안 자위행위를 하는 퍼포먼스로, 관람객은 그를 볼 수는 없지만 소리를 들을 수는 있었죠.  - P80

물론 이러한 자학적이고 폭력적인 행위 때문에 퍼포먼스라는 장르 자체에 거리감을 느끼는 경우도 꽤 있는 것 같아요.  - P81

폭력으로 인해 뒤틀린 예술가의 신체를 바라보면 속이 울렁거리고 불쾌한 느낌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작품들은 우리의 시선을 즉각적으로 붙들어 맵니다. - P81

충격의 퍼포먼스, 제대로 감상하는 법

퍼포먼스는 전통적인 예술형식과는 다른 새로운 표현방식이었어요. (중략). 이러한 배경에서 등장한 퍼포먼스는 지금까지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왔던 상식이나 가치관에 의문을 던집니다.  - P82

퍼포먼스를 평가하는 기준은 다른 예술 작품을 보는 기준과는 달라야 한다는 것이 퍼포먼스 이론가이자 『수행성의 미학』의 저자인 에리카 피셔-리히테Erika Fischer-Lichte의 주장입니다. - P83

보통의 예술 작품이 작가의 고뇌와 고독에서 탄생한다면, 퍼포먼스 아트는 관람객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완성됩니다.  - P83

퍼포먼스의 새로운 매체, 비디오

1970년대 퍼포먼스에는 ‘비디오‘가 중요 매체로 자리 잡게 됩니다. - P85

비토 아콘치는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자위 퍼포먼스로 악명이 높지만, 사실 그의 퍼포먼스와 이를 기록한 비디오 아트는 작가의 행위와 관람자의 인식 과정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지닙니다. - P86

비토 아콘치의 퍼포먼스를 기록한 비디오 아트는 ‘나르시시즘‘으로도 해석되곤 합니다. - P87

가령 비토 아콘치의 <중심들>은 그가 손가락으로 화면 중앙을 가리키면서 20분가량 계속 모니터를 응시하는 비디오 작품입니다. (중략). 이 작품에서는 작가 스스로가 규정한 공간에 카메라만이 유일한 관객이자 목격자로 등장합니다. - P88

퍼포먼스는 특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일회적으로 일어난다는 특징이 있어서 우리가 접하는 퍼포먼스의 대부분은 ‘기록물로서의 퍼포먼스‘이긴 합니다. - P88

퍼포먼스 현장에서는 특정 시야에서만 작품을 바라보게 되는데, 퍼포먼스 전체를 조망하는 기록물에서는 현장에서 볼 수 없었던 반응을 새로 발견할 수 있습니다.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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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팝 아트

POP ART

기계로 찍어내도 예술이 될 수 있다고?
소비사회에 등장한 대량생산 예술의 의미



소비사회의 예술, 팝 아트

(전략).

특히 TV를 통한 대중문화 속 광고 이미지는 사람들에게 소비를 부추기면서 소비사회를 가속화시킵니다. - P91

도대체 앤디 워홀은 왜 비싼가

대중매체와 광고의 문법에 기초한 이미지들이 범람하던 시기, 우리가 대표적인 팝 아티스트로 꼽는 앤디 워홀Andy Warhol은 이미 상업 미술가로 성공을 거두고 있었습니다.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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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드프로세서에
가장 쓰고 싶은 것부터 입력하기

(전략).
이 방법은 간단하다. 가장 쓰고 싶은 장면부터 쓰는 것이다. 가장 좋은 장면, 재밌을 것 같은 장면, 제일 재미있는절정이 될 것 같은 장면, 이 이야기를 쓰면서 제일 신날 것같은 장면을 그 무엇보다 먼저 쓰는 것이다.  - P90

물론 문제는 있다. 대뜸 가장 결정적인 장면부터 시작하면 독자가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가 있다. - P90

워드프로세서와 컴퓨터가 있기 때문에 일단 제일 재미있는 장면을 써놓고 앞에 다른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면 그 대목 앞에 끼워 넣을 수 있다. - P90

이는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작가들에게 그저 꿈 같은 일이었고, 그랬기 때문에 이 수법을 쓰는 사람도그 가치를 탐구하는 사람도 적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지금 우리는 할 수 있다. - P91

글을 쓰기 전에 배경이 어떤 곳인지, 그곳에 어떤 뒷이야기가 있고 어떤 사정이 있는지 상세하게 미리 짜두고 글쓰기를 시작하려는 사람도 있다. 사전에 배경을 상세히 그려내면서 백과사전이나 매뉴얼 같이 그 배경에 대한 정보를 차곡차곡 써넣는 일은 종종 방대한 작업이 되기도 한다. - P92

그러나 배경에 대한 내용만 너무 자세히 짜다 보면 그만 진이 빠져서 정작 본론은 제대로 쓰지도 못하게 될 수도있다. - P92

그래서 나는 더욱더 제일 쓰고 싶은 것부터 먼저 쓰는방법을 좋아한다. (중략).
대신에 배경을 짜다가 이런 배경에서는 이런 사건이벌어지면 재미있겠다 싶으면, 그 이야기를 일단 써버린다. - P93

소설을 쓰거나 읽다 보면 ‘다음 대목부터 점점 더 재밌어질 텐데 여기는 좀 지루하네‘ 싶은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부분을 꾹 참고 버티면서 이제 조금만 버티면 재밌어진다. - P94

우선 첫 번째 장점은 이 방법을 쓰면 글 쓰는 사람 입장에서 의욕적으로 쓰기가 쉽다는 것이다. - P94

가장 쓰고 싶은 대목부터 먼저 쓰는 방법의 두 번째 장점은 그렇게 하면 활기차고 생각이 신선할 때 제일 중요한장면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 P95

그러다 보면 긴 시간 글을 쓰다가 마침내 제일 쓰고 싶었던 장면을 쓸 때가 왔는데, 원래 상상했던 것에 비해 형편없는 것을 쓰게 될지도 모른다. - P96

가장 쓰고 싶은 이야기를 먼저 쓰고 나면 그 앞부분에끼워 넣어야 하는 이야기는 자연히 간략해진다. 이미 가장쓰고 싶은 부분을 써버렸는데 그 앞에 벌어지는 일들은 굳이 주절주절 설명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든다. - P98

게다가 일단 이야기의 핵심을 먼저 쓰고 보면 이야기를쓰기 전에 막연히 상상했던 것과 다른 느낌이 들 것이다. (중략). 기가 막힌 것은, 그렇게 돌아보면 생각보다 절정 장면 전에 꼭 늘어놓아야 하는 다른 이야기가 많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때가 있다는 점이다. - P98

강렬한 첫 장면에 매달리는 작가들

‘제일 쓰고 싶은 것부터 쓰기 방법‘을 쓸 때 조금 더 과감해진다면 아예 앞부분을 다 쳐내버리고 가장 짜릿한 절정 대목부터 들입다 시작하는 방법도 있다. - P100

가장 재미있는 부분을 앞쪽으로 확 끌어내면서 뒷이야기를 상상해가는 것은 더 신선한 이야기를 떠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된다. - P101

만약 앞으로 끌어다 쓴 절정 장면 이후 이야깃거리가 충분히 떠오르지 않는다면 일단 앞에다 관심을 끄는 재미난장면을 뿌려놓고, 이어서 회상 장면으로 앞선 이야기를 설명하는 방법을 쓸 수도 있다. - P102

다만 회상 장면을 활용하는 방법이 요즘 너무 많이 쓰이고 있다는 점은 문제다. 1940, 1950년대 할리우드 누아르영화를 보면 터프가이 남자 주인공이 과거를 돌아보면서 진행하는 경우가 대단히 많았다. - P403

우리나라 TV 사극에서는 첫 회에서는 절정에 어울릴만한 화려한 전쟁 장면이나 액션 장면을 보여주고, 그러다가다시 회상 형식으로 주인공들의 어린 시절을 보여주는 방식이 너무나 많이 쓰였다.  - P103

그러니 가장 재미있고 쓰고 싶은 장면부터 먼저 쓴다는이 방법의 핵심은 완성된 글에서 재미있는 장면이 맨 먼저나와야 한다는 것이라기보다는 쓰는 과정에서 재미있는 장면을 먼저 쓴다는 것이다. - P104

그러니까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두 번째로 재미있는 이야기부터 시작하는 변형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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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살인의 진화
The Murderer Next Door


"살인의 한 장면 한 장면을 성공적으로 상연해 온 자들의 직계 대표로서, 보다 평화로운 다른 가치들이 존재할지라도, 우리는, 타인들에게 해를 입히면서 자신은 수많은 대량 학살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게 한 사악하고 우울한특징들을 여전히 지니고 있으며, 어떤 순간이든 그 특징들을 쉽게 불러낼 수있다."
윌리엄 제임스, 『심리학의 원리』


"다른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것은 자신의 적응도를 증가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이다."
조지프 로프레토, 『인간 본성과 생물 문화적 진화』¹ - P39

지금까지 살인에 대해 많은 연구가, 좋은 의도로 행해져 왔다. 살인은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이고, 신비로우며 기념비적인 행동이다. (중략). 우리는 살인 발생률, 가해자와 피해자의 성별, 가해자와 피해자의 연령분포, 사건 해결율과 다른 여러 세부 정보들에 대해 좋은 증거들을 많이 확보하고 있다.  - P41

 그러나 살인에 대한 문헌과 통계학적 연구들은 우리가 살인에 대해 잘못된 믿음들을 가지고 있으며, 살인 행위의 기저에 놓인 심리를 이해하는 데 과학적인 접근이 거의 이루어진 적이 없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 P41

(전략). 그러나 어림잡아도, 지난 1세기동안 최소 1억 명의 사람들이 타인에 의해 살해되었을 것으로 추정할수 있다. 물론, 실제 수치는 그 두세 배가 될 것이다. - P41

그러나 이 놀라운 수치조차 살인의 중요성을 상당히 과소평가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이 수치는 매년 ‘실종자‘로 분류되는 100만 명 이상의 미국인들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 P42

의료 기술 때문에 미수에 그친 살인은 실제 목적을 이룬 살인보다 세 배 이상 많다. 매년 미국에서는 거의 100만 건의 심각한 폭력 사건들이 보고된다.(예를 들어, 2000년에는 91만1706건, 2001년에는 90만 9023건) 그리고 그중 상당수는 살인 미수 사건들이다. - P42

사람들이 살인에 대해 잘못된 생각을 갖게 되는 원인 중 한 가지로 대중 매체의 영향을 꼽을 수 있다. (중략). 그러나 실제로 미국에서 발생하는 전체 살인 사건 중 연쇄살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겨우 1~2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⁴ - P43

언덕의 교살자라 불리는 존 웨인 개이시, 제프리 대머, 존 힝클리와 아일린 워노스는 일반적인 살인의 성격상상당히 예외적이며 특별한 경우에 속하지 대표적인 경우라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종류의 살인에 사람들이 공포와 흥미를느끼는 것 역시 오랜 시간 진화한 살인 방어 심리 때문이다.  - P43

살인에 대한 또 다른 오해는 살인이 대개 상습범에 의해 저질러진다는생각이다. 살인 연구의 대가 중 한 명인 데이비드 레스터는 이러한 시각이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고 결론지었다.⁶ 일례로, 한 연구에서 가석방된살인자들 중 오직 6퍼센트만이 다른 살인으로 재구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⁷ - P44

살인에 대한 통계 수치를 더 자세히 살펴보면, 몇 가지 두드러진 패턴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중 일부는 상당히 놀라운 것이다. (중략). 매년 미국에서 발생하는 살인 중 87퍼센트가 남성에 의해 저질러진다. (중략). 평균적으로 살해된 사람들의 75퍼센트가 남성이다. - P44

여성에 의한 살인은 평균적으로 전체 살인의 10퍼센트를 차지하며, 대부분이 여성이 남성을 죽인 경우로, 여성이 여성을 살해한 경우는 단 3퍼센트에 지나지 않았다.⁹ - P45

이러한 결과들을 종합하여, 단순히 남성이 여성보다 폭력을 행사하는 경향이 훨씬 크다고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 이는 분명한 사실이다.  - P45

살인 사건과 관련된 또 다른 놀라운 패턴은 연령대에서 나타난다. 살인율은 20대에서 높게 나타난다. 살인율은 남성이 15세가 될 무렵부터 상승하기 시작하여 30대에서 40대까지 계속해서 높게 나타난다.¹² - P45

살인의 흥미로우면서도 직관에 반하는 특징 중 하나는 범죄가 진행될수록 가해자를 알아내기가 더욱 쉬워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모든 범죄중에서 살인의 사건 해결율이 가장 높다. (중략). 강도 사건의 경우 해결율이 14퍼센트에 지나지 않으며, 방화는 15퍼센트, 절도는 20퍼센트 등 해결율이 매우 낮은 반면, 살인 사건의 경우 해결율은 대개 69퍼센트 이상이다.¹⁴ - P46

심리의 수수께끼

만약 대부분의 살인이 연쇄 살인범, 상습범, 혹은 정신병자들에 의해 저질러지는 게 아니라면, 사람들이 살인을 저지르는 이유를 우리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 P47

 살인은 종종 시체를 결과로 남기는 고도로 계산된 행동이다. 게다가 살인 동기는 구타나 강도, 강간같은 다른 폭력 범죄의 동기들과는 상당히 다른 것으로 판명되었다. 살인은 단일한 성격을 가진 현상이 아니다. 따라서 유형마다 다른 설명을 필요로 한다. - P47

사회 환경 이론은 폭력을 설명하기 위해 가장 빈번하게 인용돼 왔다. (중략). 사회 학습 이론은 사람들이 타인을 관찰하고 모방함으로써 사회적 행동을 체득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보상과 처벌에 의해 이후의 행동들을 결정한다. - P48

이 이론이 가진 가장 명백한 한계는 매체의 영향을 받지 않는 문화권에서조차 남성이 여성보다 더 자주 살인을 저지르며, 살인에서의 성차가현대 서구 사회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현상이 아니라 문화권에 상관없이 보편적인 성격을 띤다는 사실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 P48

범죄와 폭력의 병리학 이론 또한 살인을 설명하기 위해 자주 인용된다.¹⁶ 이 이론에 따르면, 살인이란 아동 학대, 과도한 알코올 섭취, 유전자이상에서 유래된 뇌 손상, 중요한 심리적 기능의 이상에 의해 발생한다.
몇몇은 질투나 분노 같은 사회적 감정을 통제하는 부위인 뇌의 편도(扁桃)에 손상이 생겨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고 주장한다. - P49

범죄성에 대한 사회학 이론도 살인을 설명할 때 널리 사용된다. 이들은 자본주의, 가난, 경제적 불평등 등 큰 규모의 사회적 특징들을 주로 인용한다. (중략). 가난은 그 자체로 범죄에 대한강력한 예측 지표가 되지 못하지만 경제적 불평등은 예측 지표가 될 수 있다. - P49

 그러나 범죄학자인 리 엘리스와 앤서니 월쉬에 따르면 살인이나 다른 유형의 범죄들이 사회주의 사회에서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는 절대적인 증거는 없다.¹⁹ 불행히도, 소득 불균형의 압박이, 경제 자원과 상관없이 발생하는 살인 사건들과 어떤 연결 고리를 갖는지에 대해서는 연구된 바가 없다. - P50

진화 이론은 인간이 살인을 저지르는 이유에 대해 설명할 때 자주 인용되어 왔다. (중략). 그러나 전쟁에 대한 진화 이론은 평범한 보통 사람들에 의해 자행되는 대다수의 살인을 설명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그러한 살인을 설명하려는 의도로 주창된 것도 아니다. - P50

범죄프로파일링

내가 살인의 심층 심리를 조사하려는 목적은 존 더글러스, 로이 헤이즐우드 앤 버지스, 로버트 레슬러 등 전 FBI 요원이나 법의학자인 브렌트터비, 범죄 심리학자인 데이비드 캔터 같은 범죄 프로파일러들이 이루어놓은 뛰어난 업적들과는 구별되어야만 한다. - P51

FBI가 기여한 중요한 공헌 중 하나는 범죄 조직적인 범죄와 그렇지않은 범죄, 두 가지 기본 유형으로 분류했다는 것이다. - P51

 법무부의 정신 병리학자인 브렌트 터비는 조직적인 범죄와 비조직적인 범죄로 이분화하는 것은 범죄를 지나치게 단순화시킨다고 주장한다. 현재 FBI 프로파일러들은 둘의 혼합된 형태 또는 중간 단계의 범죄유형이 있음을 인정한다.²¹ - P52

범죄 프로파일링은 이따금 통계 정보나 프로파일러의 경험, 직관을 결합시키는 과정을 수반하는데 대개는 파악하기 어렵고 문제가 큰 연쇄 살인범이나 연쇄 강간범들을 체포하기 위해 사용된다. - P52

내 일차 목표는 대다수의 살인범들, 즉 이웃의 평범한 살인자들의 심층심리를 이해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살인자들의 마음에 더 가까이다가갈 필요가 있다. - P52

2장 살인의 진화

1. Josepg Lopreato, Tolz(Human Nature and Biocultural Evolution)(Boston, MA: Allen and Unwin, 1984).
(중략).
4. Ellis and Walsh, 2000.
(중략).
6. Lester, 1991, p. 39.
7.Cain, 1982.
(중략).
9. Lester, 1991.
(중략).
12. Daly and Wilson, 1988; MacDonald, 1986,
(중략).
14. Lester, 1991; Ellis and Walsh, 2000.
(중략).
16, Ellis and Walsh, 2000.
(중략).
19. Ellis and Walsh, 2000.
(중략).
21, Turvey, 2002. - P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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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두어 번을 더 두드리고 나서야 문이 열렸다. 오한과 기특, 영수와 0수는 문 앞에 선 사람을 살폈다.
얼굴에 피멍부터 눈에 띄었다. 노인이었다. 이십 대가 아니었다. 그러니 김다울도 아니었다. 그 사람은 영수가 맞닥뜨렸던바로 그 누군가였다. - P146

노인은 그들이 이주민이 아니라 방문객임을 단번에 알았다. 이주민이라면 이렇게 늦은, 혹은 이렇게 이른 시각에 올 리는없었다. 이주민이라면 저 먼 곳에 저렇게 오랫동안 차를 세워둘리도 없었다. - P147

하지만 노인은 그들에게 어쩐 일이냐는 아주 형식적인 질문을 던진 후로는 귀를 닫았다. - P148

노인의 등대를 나오자마자 영수가 말을 던졌다.
"괴담이 다 괴담은 아니었어."
"나 진짜 귀에서 피났음." - P149

하지만 그런 감정이 가장 낯선 사람은 세상에 나온 지 얼마 안된, 인간 영수를 걱정하고 있는 복제인간 0수였다.
‘진짜 안 말려도 되려나?‘
0수는 혼자 앞으로 걸으며, 걱정 가득한 시선으로 자꾸 둘을 돌아봤다. - P151

23

(전략).
0수와 오한, 영수와 기특은 가까운 등대부터 하나씩 문을 두드렸다. 대부분 노인들이었지만 모두가 그 노인 같진 않았다. 멀리서 온 방문객을 흔쾌히 반겨주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아예문을 열어주지 않는 사람들도 많았다. - P153

영수가 먼저 입을 열어야 했다. 영수는 사실 E구역으로 오고싶어서 휴가까지 내서 살펴보러 왔다고, (중략).
하지만 이십 대가 집 안으로 사라질 즈음, 영수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던 기특이 큰 목소리로 불렀다.
"김다울!!"
그러자, 이십 대는 걸음을 멈췄다. 돌아봤다. 그 깊은 눈 속에 놀라움이 쿵, 잠깐이지만 분명히 그 이름에 반응했다. (중략).
"오예, 김다울이 맞긴 하고!"
기특이 중얼거렸다. - P154

"나는 내 기억 판지도 몰랐어. 그러니까 궁금할 수는, 더욱 없었지."
0수가 발을 뺐고.
"나는 가자니까 따라왔는데."
영수가 우물거렸을 때, - P156

. 누가 먼저 씻을까 셋이 한참 떠들고 있을 때, 오한이 방문을 열고 나왔다. 앞뒤 없이 말했다.
"내가 영화감독이 꿈이었다고 말했던가?"
물론 말하지 않았다. 지금껏 오한은 모두의 무관심을 한 몸에받던 캐릭터였으니까. - P156

영수와 0수는 쌍둥이인 걸 적극 활용해서 이곳저곳에서 나타나는 귀신을 선보였다. 어차피 밤인데 얼굴까지 제대로 보일까 싶었지만, 오한은 어디서 주워들었는지 디테일, 디테일 했다. 
- P159

늦은 밤, 목 돌아간 상반신 귀신이 해변에 있다. 바다 쪽을 향한 두 눈에선 녹색 피가 흐르고 있는데 보이지 않아 아쉽다. - P160

언뜻 봤을 때, 김다울의 얼굴은 겁에 질려 있는 것 같았다. 몇날 며칠을 귀신들 때문에 떨다가 결국엔 문을 연 것 같았다. - P161

넷은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수화 관련 동영상들을 뒤졌다. 한동안 맞춰본 후에야 김다울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김다울의 첫말은 질문이었다.
‘내 이름을 어떻게 알아요?‘
김다울의 다음 말은 일종의 초대였다. - P161

영수와 0수, 기특과 오한은 낮과 밤의 시간을 모두 들여 유튜브로 수화 강의를 봤다. 서로가 서로에게 해보이며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다.
외국어를 빨리 익히느라 모국어를 잠시 내려놓듯 수화를 익히느라 말수가 줄었다. 입을 닫아 고요해졌다.  - P162

‘제 이름은 어떻게?‘
김다울이 물었다.
기억 매매와 관련해서 브로커가 당신의 이름을 알려줬다고 답할 수는 없었다. 기특은 준비해온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좀 황당한 대답이 될지도 몰랐지만 이미 넷을 집 안까지 들인 김다울이니, 대충 둘러대도 크게 문제없을 것 같기도 했다. - P163

0수는 최근에 자신이 자살을 시도했음을 덤덤하게 밝히더니, (중략).
그랬더니, 영수는 사실 자신은 자살에 로망이 있다며 각종 자살 방법에 대해서, 세상에서 사라지는 수많은 경우의 수에 대해서 나긋나긋 조목조목 진지하게 떠들고 앉았다. - P165

24

김다울은 십 대에 폐가 좋지 않았다. - P167

다음 날, 오전 치료 일정을 마치고 김다울은 그 병실을 찾았다. 비가 오고 있었다. 창은 닫혀 있었고 그 사람은 그 창을 보고있었다.  - P169

흐린 날에는 숲을 걸어 길을 냈다. 흐린 날에는 세탁기 앞에 앉아 돌아가는 옷가지들을 봤다. 흐린 날에는 직원들의 설거지를 돕기도 했다.
흐린 날에 담배를 배웠다. 뒤뜰에 머물 이유를 만들었다. 창을 올려다볼 공간을 확보했다. - P170

김다울은 혼자 있는 시간이 자꾸만 쓸모없게 느껴졌다. 김다울은 이곳에 오래 있고 싶어졌다. 김다울은 오래 아팠으면 싶었다.
‘불치병이면 좋으련만.‘ - P171

김다울은 떠났다는 말이 완치해서 퇴원했다는 말인지 죽었다는 말인지 물어볼 수 없었다. 어떤 식으로든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 살아 있다고 해도, 김다울에게는 죽은 것이었다. - P172

퇴원할 무렵 E구역에 대한 소문을 들었다. 김다울은 거기가좋겠다고 생각했다. 마주할 게 바다뿐인 E구역이라면, 온전히그 사람과의 세상에서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무리를 해서 이 지역으로 이주했다.  - P173

‘그날이 마지막인 줄 몰랐지만 그 사람이 떠나기 전날에도 함께 그 가수의 노래를 들었어요. 저는 들어본 적 없는 오래된 가수였는데.......‘
가수, 그 가수, 누구였는지도 기억해요?‘
기특이 서두르는 티를 냈다. 김다울은 생각에 잠겨 답했다.
‘이름이…………… 아! 우소하라는 가수였어요.‘
영수와 수, 기특과 오한도 한동안 말이 없었다. - P174

25

김다울의 집을 나와 그들은 해변으로 왔다. 하나둘 자리를 잡고 앉는데, 0수는 좀 더 걸었다. - P175

영수는 기억나지 않았다. 십 대에 병을 앓았던 기억조차 없었다. 당연했다.
‘팔았으니까.‘
영수는 자신에게 이런 기억이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 P175

영수가 죽는 일로 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기특은 연애가 가장 큰 소일 같았다.
영수는 언젠가는, 적절한 타이밍을 봐서, 용기를 내서, 나는 연애에 관심이 없고 나의 관심은 오직 내 인생 근무 대신해야 할 수를 살리고 편히 죽는 일뿐이라고, 기특에게 말해줘야겠다 싶었다. - P178

오한이 영수를 툭툭 친다. 그러곤 0수가 우는 게 신기한 구경이라도 되는 듯 한동안 보기만 한다. 영수가 오한에게서 시선을 거둘 즈음, 오한이 영수를 다시 붙든다.
"인생이 왜 지루한지 알아요?" - P179

(전략).
"아 ・・・・・・ 이게 본론."
"그래서, 기억이 중요한 거야. 인상적인 기억이 중요하다고. 그런 기억 몇 개면 인생 전체를 버티니까 말이야. 그래서 값이 나가는거라고. 그런 기억 하나 갖는 게 참 의미가 있다고 무슨말인지 알아요?" - P181

"바꿀 수 없는 건 그때의 분위기, 그 순간의 감정, 그런 것들이지."
김다울의 기억은 분명히 오한 자신이 편집한 영수의 기억이맞지만,
"당신 원래 기억이 정, 확, 히, 어땠는지는 아무도 몰라." - P182

셋이 한 몸으로 울고 있는 걸 오한은 지켜보고만 있다. 속내를 알 수 없는 시선이다. 전에는 본 적 없는 얼굴을 하고 있기도 했다. 오한은 영수와 수를 바라보며 혼잣말을 했다.
"역시 내 것을 가져야겠어." - P183

26

오한은 거짓말을 했었다.
- P184

그러니까,
사실 오한은 자신이 편집한 기억을 들으려 이곳까지 온 게 아니었다. 타인의 기억 따위나 듣자고 목숨을 건 게 아니었다. - P184

그러니까, 아까 개똥철학을 앞세우면서까지 오한이 영수에게 하고 싶었던 말은,
‘생각해보니 나는 너 같은 것도 두 개나 팔아치운 그런 값나가는 기억이 하나도 없더라, 이 말이야.‘
‘나 진짜 열심히 살았거든?‘ - P185

오한은 자신만의 남다른 인생 디테일을, 차별화되는 기억을 갖고 싶다는 거였다.
그러니까,
애초에 오한은 자신만의 기억을 만들어보겠다고 이 이동을 무릅쓴 거였다. - P186

오한은 더 더 더 강렬한 기억을 갖고 싶었다.
‘이왕이면 값나가는 걸로.‘
비싼 돈을 지불하는 기억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오한은 누구보다 잘 알았다.
‘이왕이면 가장 비싼 걸로.‘
가장 비싼 기억은 연애의 기억이 아니었다. - P187

그러는 사이 다른 등대가 가까워졌다. 등대라고 불리는 E구역의 1인용 거주 공간. 김다울은 등대들을 지나쳐 계속 걸었다.
E구역의 바다에는 SNS에 올릴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하는 흔한 관광객 하나 없었다. 바다는 고요했다. 사막처럼 적막했다. - P188

27


이제는 C구역에 있는 해도연에게 다시 돌아가야 했다. 그녀에게 영수의 첫 번째 기억만 들으면 되었다. - P189

반나절 운전을 배운 수가 직접 차를 몰아보겠다고 했을 때,
"나는 죽기 싫어."
기특은 내렸고,
"나는 진짜 열심히 사는 사람이야."
오한도 내렸다.
진짜 열심히 살지는 않은 것 같고 게다가 죽고도 싶은 영수가 0수 옆자리에 앉았다.  - P190

그런 둘을 보던 기특이 중얼거렸다.
"......쌍둥이치고도 너무 똑같이 생겼단 말이지."
그렇게 말하는 기특을 오한은 놓치지 않고 봤다. - P191

영수는 어쩌다가, 자살을 하려고 했던 자신이 어쩌다가, 그것만이 유일한 바람이었던 자신이 어쩌다가 인생 근무 대신할 복제인간을 살려야 하는 입장에 처한 걸로도 모자라 어쩌다가 기특 이분의 삶의 존폐에까지 끼어들게 되었는지,
"아 진짜 인생 뭘까?" - P193

넷은 간단히 끼니를 때웠고 화장실을 가겠다고 기특이 먼저 일어났다. 오한은 화장실을 다녀오는 기특을 잡아 세우고는 대뜸 말했다.
"쟤들 쌍둥이 아니야."
"・・・・・・응? 그럼 뭐야?"
"둘한테는 절대 티내지마. 둘 중 하나는 다른 하나의 복제인간." - P193

"그건 나도 모르고, 너한테 이제 중요해진 건...... 딱히 어느 한 쪽이 아니라, 둘 중 아무나 하나만 살면 너는 그 자살 연좌제,
페널티 탈출이라는 거지."
"뭔 소리?"
"그러니까 ・・・・・・꼭 둘이 다 필요한 건 아니라고." - P194

길을 달릴수록 사람의 흔적과는 멀어졌다. (증략).
불현듯, 기특은 갓길에 차를 세웠다. 라이트를 껐다. 훅, 어둠이 드러났다. 기특은 어둠 속으로 내렸다. 영수와 0수는 기특따라 내렸다. 오한은 차 안에 남았다.  - P195

넷은 차 안에서 눈을 붙였다. 오한이 가장 늦게 잠들었다.
기특이 눈을 떴을 때는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기특은 시동을 걸었다. 그 소리에 나머지도 일어났다.  - P197

28

(전략).

"・・・・・・ 뭐랬더라, 거대한 숲 자체가 방호복이 되어준다고 했었나?"
........"
"여기 ・・・・・・ 김다울이 말한 그 병원 같지 않아?"
흔들리는 나무에 눈이 멀어 영수는 그런 생각은 해보지도 못했다. 기특의 말을 듣고 나서야 영수도 병원을 새삼 둘러봤다. - P198

‘김다울이 말한 기억 속의 공간이 정말 맞을지도 모르겠다.‘
영수는 자신도 모르게 긴장이 되었다. 긴장한 채로 몇 걸음을 더 옮겼다. 담배 연기를 뒤로하고 병원을 올려다봤다. - P200

저 여성이 김다울이 말한 그 여성일 리는 없었다.
‘죽었을 수도 있다 하지 않았나?
그럼에도, 영수는 그 여성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설마, 저 여자가 김다울의 기억 속 그 여자, 아니겠지?"
(중략).
한 여성이 있었다. 이미 몇 주 전에 그들이 만났던,
그는 해도연이었다. - P201

영수는 습관처럼 혼잣말을 했다.
‘편집이 있을 수 있다는 거 알지?‘
(중략).
"환자가 아니라..... 직원이었을 수도 있어." - P202

 영수는 새벽 시간에 죄송하다는 말을 여러 번건네고, 혹시 삽을 빌릴 수 있는지 물었다. 다행히 삽은 있었다.
영수에게 삽을 건네며 관리실 직원이 뭐라 중얼거렸다. 하지만, 영수는 듣지 못했다. - P203

십삼 년 전에, 영수는 이곳에 있었다.
영수는 들뜬 마음으로 땅을 마저 팠다. (중략).
"......."
하지만, 영수는 드러난 연애의 증거를 손에 들고 의아해졌다. 물건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
(중략).
‘왜, 왜 이런 물건이? -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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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구역은 멀었다. 머니까 차를 타고 갔다. 자율주행이 가능했지만 직접 운전을 했다. 이참에 운전에 익숙해지고 싶었다. - P91

‘새끼 아니고 님이라고 불러야 되나?‘
그러니까, 자살 시도했던 새끼가 몹시 짜증이 났지만 웬걸 얼굴에 제법 아름다운 구석이 있어서 매력은 좀 있네 싶었는데, 옆에 있던 모자 쓴 새끼는 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기특을 터치하고 어딘가 기특과 공감대마저 형성되고 있어서 얼굴만 괜찮아봐라 하는데 쌍둥이니까 당연히 얼굴은 똑같이 괜찮고, 근데 졸라 까칠하면? 그래도 시작하는 덴 상관없지 싶었는데, 다정하기까지. 이러니 기특이 어찌 안 반해. - P93

절대 죽지 않을 거라고 했다. 걱정하지 말라고도 했다. 또다시 자살 시도를 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모자 쓴님이 한 말이니 믿고 싶었지만, 기특은 떠나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되나? 뭘 어떻게 해? 안 떠나면 되지.‘ - P94

기특은 차창을 두드리는 소리에 깼다. 아침이었다. 뜬 눈 앞에 동시에 등장한 님과 새끼를 기특은 잠시 헷갈렸다. 하지만곧 님을 찾는 재미에 설레었다. - P95

"그 나이에 B요?"
알고 보니 오한이라고 부르는 동료는 오십 대 하고도 중반이었다.
‘그 나이 정도면 D 에 살아야 정상. 지병이 있다면 E로도 갔을텐데 어떻게 B에 살지? 도대체 몸뚱이 관리를 어떻게 했으면? 얼마나 악착같이 잘 살겠다고 오버했으면 저래?‘ 싶었지만, (후략). - P96

기특은 더 말해봐야 기분만 더러워질 것 같고, 어디로 가야 되는지 행선지나 물었다. 하지만 동료는 주소를 알려주지도 않았다. 대신에 신중하게 말을 골랐다.
"일단 직진." - P97

15

오한과 0수는 각종 휴가와 연차를 모두 합쳐 살아온 동안 가장 긴 휴가를 냈다. 두 달이 조금 넘었고 짧은 계절 하나가 겨우될 시간이었다. - P98

기특의 차는 올드 스타일에 낢기도 했지만 그래도 제법 태가 났다. 말했듯이 기특은 레트로를 좋아했고 마침 레트로가 다시 유행이기도 했다.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 P99

"제가 첫 번째로 판 기억을 가진 사람이 거기 있다는 거죠?"
0수가 오한에게 다시 확인했고 오한은 고개만 끄덕였다.
기특이 불쑥 물었다.
"C구역 가봤어들?" - P100

"우리가 우리 인생에서 객이 될 수 있어요? 우리 인생에서 방관자가 될 수 있냐고. 손 놓고 우리 인생 구경만 하고 있을 수 있냐고 없죠? 근데 여행을 가면 남의 인생의 객이 되어서 그들의 인생을 구경할 수 있는 거야. (중략). 인생에서 방관자가 될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이라고, 그래서 여행이 좋은 거야."
"와, 개똥철학 오지네." - P101

영수의 죽음을 위해서 태어난 수, 영수의 기억을 편집한오한, 0수의 죽음을 막으려는 기특. 그들은 그렇게 이어져 있었다. - P104

오한이 드디어 기억의 위치를 알려줬다. 첫 번째 기억은 C구역의 끝, D구역과 경계 짓는 어느 산 중턱 요양병원에 있었다. - P105

16

(전략).
그중 몇이 넷을 쳐다봤다. 외부인인 게 이렇게 바로 티가 나나? 넷은 의아했지만 곧 알아차렸다.
그곳에 방호복을 입은 사람은 그들밖에 없었다. - P107

"바람에 나무 흔들리는 거. 그거 보는 거지?"
기특이었다. 영수를 좋아하겠다고 무작정 선언한 후로 그 마음을 착실하게 실천 중인 스물.
사소한 이해의 기척도 알아채는 기특은 타인을 헤아릴 때도똑같이 예민했다. - P109

영수는 기특을 새삼 봤다. 영수는 기특에게 왜 그런지를,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를 보는 걸 왜 좋아하는지를, 몹시 또 잘, 아주 정확하게 설명하고 싶어 입이 바짝바짝 말랐다. 쉽게 입이열리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영수의 시선은 계속 기특에게 머물러 있었다.
"......뭘 그렇게 쳐다봐, 요?" - P109

17

(중략). 직원 중에 해도연이라는 사십 대 여성이 있는지도물었다.
해도연이라는 이름을 언급하자마자 직원은 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같은 부서긴 한데 청소관리과 직원이라고. - P111

오한은 열린 병실 문 앞에 섰다. 오한이 있는지도 모르고 해도연은 병실 청소에 열심이었다. (중략). 정확히는 오한의 얼굴을 봤다. 누가 왔는지가 아니라, 얼굴의 형태만 확인하려는 것처럼.
"금방 끝내고 나갈게요."
흥미 없는 얼굴이었는지 더는 오한을 쳐다보지도 않고 해도연은 짧게 말했다. - P112

해도연은 침대를 정리하고 어질러진 물건들을 제자리에 놓고 먼지를 털고 바닥을 쓸고 닦았다. 청소를 제대로 끝마쳤나 둘러보다가 방에 없던 물건을 본 것마냥 오한을 새로이 발견했다.
오한에게 가벼운 목례를 하고 해도연은 병실을 빠져나갔다.
‘유명하다더니 기가 센 걸로 유명한 거였나?‘ - P113

영수를 그냥 두면 한세월 동안도 저러겠다 싶어 오한이 영수를 종용해댔다. 그런 말들을 듣고 있는 것만도 부담이었던 건지 영수는 오한의 말을 자르며 엉겁결에 대답했다.
"아, 알겠어요. ••••••한번 해볼게요. 어떻게든."
영수의 대답을 마지막으로 논의는 끝났다. - P115

18

(전략). 직원복을 입은 해도연이 입원 병동 4층으로 올라갈 때 따라갔다. 막상 얼마나 가까이 다가가야 할지, 무슨 말을 건네야 할지 전혀 판단이 되지 않았다. 일단은 해도연을 좀 알아보자 싶었다. - P117

영수는 빌라 초입에서 기다렸다. 해도연은 방호복 위로 사이즈가 넉넉한 크로스백을 메고 나타났다. (중략).
해도연은 어느 동네에서 내렸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해도연은 크로스백에서 뭔가를 꺼내 오가는 사람들에게 건네기 시작했다. - P118

해가 떨어졌다. 해도연은 유인물을 건네며 휴대폰 플래시로 상대방의 얼굴을 비춰 언성을 높이게 했다. - P118

해도연은 주 7일을 똑같이 보냈다. 매일 그렇게 살았다. 남편도 아이도 없는 듯했다. - P119

해도연은 가족이 없는 사람이었고, 가족 혹은 친척 누가 자살을 했는지 몰라도 근무일이 이틀이나 늘어난 주 7일 근무자였으며, 퇴근 후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 P119

영수는 해도연이 찾는 그 얼굴이 궁금해졌다. 도대체 누굴저렇게 찾는 건지.
"잃어버린 자식이라도 찾나?"
다가가서 모르는 척 유인물을 받아볼까? - P120

 사진이 아닌 손으로 그린 그림이라 정밀하지는 않았지만, 누군가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지?‘
하지만 그뿐, 영수는 그림 속의 그 얼굴이 누군지 알 수 없었다. - P121

"(전략). 두 번째 기억에서 첫 번째 기억의 단서를 찾을지? 어떻게 생각해요?"
오한이 의견을 구했고, 뾰족한 수가 없었던 영수와 수는, 의견이랄게 없는 기도, 그 의견에 찬성했다. - P122

19

거주지 등록법에 따라 E구역은 가장 나이가 든, 바이러스 감옆에 가장 취약한 자들이 살았다. E구역은 바닷가에 흩어져 있었다. - P123

"E구역은 완전 바이러스 덩어리라 E구역에 들어갈 때부터 방호복 절대 한순간도 벗으면 안 되고, 또 그 뭐야, E구역에 대해서 들어봤지? E구역 괴담들? 응?"
기특은 E구역 괴담에 대해서 들려줬다. E구역에는 죄다 할머니, 할아버지들뿐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정말 E구역에 뭐가 사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다고 - P124

"내가 듣기로는 도망 못 가게 평생 가둬놓고 이야기 들려준다던데, 자기 젊었을 때 이야기. 계속 반복해서."
"와 소름, 귀에서 피 나겠다."
오한의 대놓고 놀리는 말에 영수가 맞장구쳤다.  - P125

"정말 우리 뭐라고 해? E구역에 왜 왔다고 해?"
"노인들만 산다니까, 아무래도 부모님을 만나러 왔다고 해야하지 않겠어?"
"아무래도 그렇겠지?"
영수와 수가 말을 주고받았다. - P127

"......계속 궁금했는데, 우리가 찾는 기억이라는 걸 어떻게 알아? 딱 들어보면 그냥 아나? 감으로?"
"편집자들이 표식을 남긴다. 자신이 편집한 기억은 자신이 알아볼 수 있는."
0수가 대신 답했고, 기특은 오한에게 직접 물었다. - P128

"노래? 그게 무슨 말이야? 무슨 노래? 누구 노래?"
설명이 부족하다는 듯 기특이 다시 물었다.
"우소하."
자신이 편집한 기억에서는 항상 배경음악으로 우소하라는 가수의 노래가 나온다고 오한은 말했다.  - P129

"잊히긴 했지만, 여전히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가수야. 그리고"
오한은 이어 말했다.
"부모님 만나러 왔다고 할 수 없어. 우리가 만나러 가는 사람은 이십 대니까."
갑작스레 비가 쏟아졌다. - P129

20

(전략).
‘내가 팔아버린 기억들이란 게 도대체 뭘까?‘
‘그 기억들을 듣게 되면 나는 정말 달라질까? 그 기억들을 되찾게 되면 속에 가득 찬 이 무력감이 사라지게 될까? 그럼 나는 스스로 죽는 일에 대한 생각을 거두게 될까? 그런 생각이 줄어들기는 할까?
0수는 문득 기특을 봤다. - P130

운전 초보가 달릴 수 있는 길이 아니었다. 기특은 겁이 났는지 큰 목소리로 오한에게 말했다. 욕이 섞여 있었다.
"씨발 진짜! 이제는 믿을 때도 되지 않았어요? 왜 매번 주소를안 알려줘? 어서 주소좀 알려달라구요!"
그제야 오한은 주소를 불렀다.  - P132

"등대라면서?"
기특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오한에게 물었다.
"등대 그거 저기 먼 바다에서도 보여야 되는 거 아냐? 그런 거잖아? 비 좀 온다고, 비가 좀 많이 오긴 하지만 그렇다고 등대 불빛이 어떻게 안 보여? 주소 제대로 안 거 맞아?" - P133

기특은 서둘러 차 문을 잠갔다. 차 문마다 있는 잠금장치가 찰칵 소리를 냈다. 그 소리에 수는 다시 놀랐다. 기특은 와이퍼도 꺼버렸다.
다시 비가 모든 걸 차단했다. - P134

숨소리마저 신경이 쓰이는 그때, 꼼지락거리는 소리가 들려 0수는 옆을 쳐다봤다. 영수였다. 영수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휴대폰의 모난 부분이 도드라지게 꽉 쥐었다.
‘저런 용기가 어디서 날까? 정말 두려움을 못 느끼는 건가?‘
0수는 의아함을 넘어선 경이로움의 시선으로 영수를 봤다. - P135

영수는 누군가의 몸에 올라타 휴대폰을 쥔 주먹으로, 그 폰의 모난 끝으로, 그 사람의 얼굴을 내리치고 있었다. 누군가의 손에서 떨어져 나갔을 빛이 저기 나뒹굴고 있었다. 손전등이었다. - P136

다그치던 기특의 질문에 답을 찾고 있던, 멍청한 얼굴을 하고있던 영수가 순식간에 다른 얼굴을 했었다.
‘너를 만나고 처음 본 낯선 얼굴.‘
영수는 지금 다시 그런 얼굴을 하고 있다. - P136

21

오한의 그만하라는 외침에 영수는 정신이 들었다. - P137

(전략).
그 물음에 오한은 웃었다. 갑작스러운 웃음이 모두를 불편하게 했다.
"누가 소중한 기억이래? 나는 소중한 기억이라고 한 적 없는데?"
"......그럼요?"
"값나가는 기억이라고 했지." - P139

"볼 것도 없이 연애했던 기억이야."
기특은 단호하게 말했다. 이어지는 말도 확신에 차 있었다.
"그것 말고는 사고팔고 할 것도 없어. 친척 너는 그런 기억을 팔아치워버려서 죽네 마네 우울한 거고, 모자 너님은 앞으로 이제 만들어가면 되고, ・・・・・・ 나랑."
기특의 말이 순식간에 분위기를 바꿨다. - P139

그들이 두 번째 빛을 향해 몇 걸음 옮겨놓자, 조금 떨어진 곳에서 다시금 새로운 빛이 드러났다.
"등대가 도대체 몇 개야?"
기특이 의아해했고, "등대가 아닌 거예요." 영수가 답했다. - P141

기특이 영수와 보폭을 맞추는 동안 오한은 두 사람을 앞질렀다. 0수는 뒤로 더 처졌다.
빛이 다가와 있었다. 빛은 넷을 충분히 밝힐 만큼 가까이 있었다. 어느 거주지 앞이었다.  - P143


"그 사람, 이름은?"
0수가 물었고, 오한은 영수를 보며 답했다.
"김다울." - P143

원래 김다울은 A구역에 살았다. 정확히는 A구역에 위치한 집안에서 살았다.
김다울은 집 밖을 나오지 않았다. 집안에서 태어났고, 집안에서 자랐다. - P144

김다울이 스무 살이 되었을 때, 부모는 결국 B구역으로 이동 조치 될 거라는 통보를 받았다. 김다울과 함께 살며 언젠가는 살아 있는 경험을 남겨주고 싶었던 부모들이었지만 이제는 그럴 수가 없었다. - P144

부모는 브로커를 통해 알게 된 회사로 가서 김다울과 함께 타인의 기억들을 살폈다. (중략).
B구역으로 떠나던 날 부모는 새로운 기억을 갖게 된 김다울의 달라진 눈빛을 분명히 보았다. 어떠한 인상적인 경험도 가져본 적 없었던 김다울에게 그들이 심어준 기억의 파장은 컸다. -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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