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어느 놈을 죽일까요 알아맞혀 보세요
민지형
(전략). 나는 당신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여성이다. 긴 머리카락은 어깨 아래까지 내려오고, 키는 160센티미터 초반. 피부는 하얀 편이고, 얼굴은 갸름한 ‘편‘이다. 화장은 아주 옅게 해서 거의 티 나지않고, 입술 색 정도만 신경 쓴다. - P12
오직 편의점과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는배달 음식 전문 가게들만이 살아남은 이곳에서 ‘네일케어‘와 ‘피부관리 전문숍이 영업 중이라는 게 놀라울 것이다. 저런 가게는어떻게 버티는 거지? 장사가 되나? 사람들이 오나? 그런 궁금증을 자아내는 그곳이 바로 나의 가게다. - P13
하지만 모든 업종이 그렇듯이, 중요한 것은 ‘입소문‘이다. - P13
나는 프로답게 그의 표정과 옷깃, 신발 밑창까지 순식간에 스캔했다. 범상치 않은 사연이 있어 보인다. 어젯밤 맡았던피 냄새가 갑자기 코끝을 스쳤다. "뭐 해드릴까요?" 내가 최대한 상냥하게 물었다. - P14
"꼭 한번 해보고 싶어서 진짜 열심히 길렀는데, 꼭 잘하는 분한테 받고 싶거든요. 이거 손기술이 진짜 중요하잖아요. 엄청 섬세해야 하고." 그쵸, 그것도 손기술이 진짜 중요하긴 해요, 엄청 섬세해야 하고요. 볼멘소리를 혼자 삼키다가 나는 얼른 정신을 차렸다. - P15
일정한 톤의 ‘감사합니다~‘와 함께 가면 같은 표정으로 첫 손님을 배웅하고서 다시 ‘딸랑‘ 소리로 문을 닫고 나자, 그야말로 온몸의 기력이 다 빠졌다. 어제 늦게까지 고생했으니까 오늘은 이만퇴근해도 되지 않을까.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니 아직 영업 종료까지는 한 시간 여가 남았지만, 뭐 주인 마음 아닌가. - P16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시커먼 옷을 입은 50대 초반, 길지 않은머리를 뒤로 묶은 여자였다. (중략). "앉으시지요." 여자는 내 말대로 했다. 그리고 말없이, 가방 속에서 사진 한 장을 꺼냈다. - P17
"우리 가영이는… 분명 명줄이 길다고 했는데..." 내가 보는 사진은 항상 살아있는 사람의 것이다. ‘타깃‘을 설명하기 위해 가져오는 것들이니까. 몰래 찍은 사진, CCTV를 캡처한것, 혹은 수배 전단의 사진들. 보는 것만으로도 어깨가 긴장되는. 하지만 여자가 내민 사진은 죽은 사람의 것이었다. - P17
(전략). 몇 년 동안 눈앞의 여자가 겪었을 마음고생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내심 난감한 생각이 들었다. 저는 아주 단순한 주문만 수행할 뿐, 놀라운 추리력과 번뜩이는 지능으로 사라진 사람을 찾고 이런 건 못 하는데요, 어머니.... "갑자기 애가 죽었다는 거예요." - P18
"그런데, 그렇게 죽었다는 건 절대 자살은 아니잖아요. 그렇죠? 누군가 죽인 거잖아요. 그렇죠?" 여자가 몇 번이나 힘주어 ‘그렇죠?‘라고 되물었다. 확인을 받고 싶은 모양이었다. - P19
"미덥지 않긴 했지만, 흥신소에 먼저 갔었어요. 그래서 그쪽에서 조사한 내용은 이렇게 받았는데." (중략). "마지막에 그 창고에 누구랑 있었는지는 흥신소에서도 결국 못 밝혀냈어요." - P20
"어쩔 수 없으니까... 이 파일 참고하셔서 딱 한 명만 죽여주세요. 제가 가진 돈은 이것뿐이니까, 그 한 명 죽이고 남는 돈은 수고비로 써주시고요." (중략). "딸아이의 죽음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사람, 이 중에 제일 죽어마땅한 사람. 전문가시니까 조금만 들여다보면 정확히 판별하실수 있을 거라 믿고 왔어요."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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