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타・・・・・・ 만약 원하던 대로 편집국에 배치됐다면 정말 우수한 기자로 성장했겠지.‘ 이와타가 고작 보름도 걸리지 않아 알아낸 진상에 다다르기까지 구마이는 10년을 허비했다. - P271
그래도 구마이는 포기하지 않았다. ‘증거를 찾아내면 돼. 그러면 경찰도 움직일 수밖에 없겠지.‘ 그것이 미궁으로 들어서는 입구였다. - P272
그로부터 몇 년 후, 흐름이 바뀌었다. 뜻밖의 곳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 P272
이와타는 미우라가 그린 그림을 보고 그 속에 담긴 뜻을 알아내고자 했다. 둘 다 실물을 보지 않고 산줄기 그림을 그릴 수 있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두 사람이 꼭 동튼 후에 살해당했다고 볼수는 없다. - P273
그리고 나오미가 범인이라면 내내 마음에 걸렸던 의문이풀린다. 범인은 왜 그림을 현장에 남겨두었는가, 라는 근본적인 의문이다. - P274
범인은 일부러 그림을 현장에 남겨둔 것이다. ‘산줄기 그림‘이 자신에게 유리하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 P275
새로운 실마리를 얻은 것을 계기로, 구마이는 나오미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기로 했다. 나오미의 내력이 드러날수록 ‘좀더 빨리 조사해야 했다고 후회했다. - P275
하기오는 그리움이 담긴 말투로 이야기해주었다. "(전략). 나오미는 보호 본능이 강해서 자기보다 약한 존재를 지키고 싶어하는 성격이거든요."
그 이야기를 듣고 구마이의 머릿속에서 모든 것이 제자리에 착착 들어맞았다. - P276
결과적으로 미우라는 아내를 감싼 셈이다. 왜일까. - P277
곤노 나오미
죽기 전에 남편은 뭔가 말하려고 했다. - P277
모든 일을 마치고 산을 떠나기 직전, 나오미는 남편의 바지에서 그림을 발견했다. 엄청난 속도로 머리를 굴린 끝에 ‘이 그림은 여기 남겨두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 P278
이게 끝이 아니다. 오히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경찰과 취재진에게 거짓말로 일관해야 한다. (중략). 내가 체포되면 다케시는 부모를 잃는다. 외톨이가 된다. - P278
완벽하게 해냈다는 자신은 없었다. - P278
(전략). 그때 문득 남편의 그림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역시 그 그림을 현장에 남겨놓길 잘했다. (중략). 다행이다. 다케시 혼자 남지 않아도 된다....그렇게 생각하다 흠칫했다.
어쩌면 남편도 같은 마음 아니었을까. - P279
남편이 죽은 후, 집은 예전보다 떠들썩해졌다. 도요카와와 남편의 제자인 가메이도 유키가 나오미와 다케시를 걱정해 자주 놀러 왔기 때문이다. 도요카와는 식료품을 가져왔고, 가메이도는 부엌일을 돕고 다케시도 돌봐주었다. - P280
어느 날 밤, 넷이서 전골 요리를 먹은 후 유키와 다케시는근처 가게에 과자를 사러 갔다.
(중략). 도요카와가 음흉한 얼굴로 나오미의 귀에 속삭였다. "나, 그날 밤 8부 능선에 있었어." - P280
"그만해... 곧 두 사람이 돌아올 거야…………." "응, 그러니까 그 전에 이야기를 마무리 짓자." "무슨 이야기를?" "시치미 떼지 마. 실은 나도 그날 미우라를 죽이려고 했어." - P281
되는 대로 지껄이는 말은 아니었다. ‘입에 밥을 쑤셔 넣고.‘.......그 사실을 알고 있으니, 도요카와는 정말로 현장을 목격한 것이다. - P281
"이만 단념해, 이 망할 년아. 학생 때 나랑 미우라를 저울에 달면서 실컷 가지고 놀다가, 미우라가 청혼하니까 대번에 나를 버린 거………… 안 잊어버렸어. 난 말이야…………. 너희 부부의 행복을 박살내는 꿈만 꾸면서 지금까지 살아왔다고"
이 남자도 죽여버릴까…………. 나오미는 몹시 망설였다. - P282
(전략). 그 이유는 다음 날 아침에 알았다. (중략). 히죽거리던 도요카와의 얼굴이 떠올라서 소름이 끼쳤다. - P283
나오미는 마음속에서 시커먼 살의가 솟구치는 걸 느꼈다. 살인을 저지르지 않은 건,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도요카와가 전근을 갔기 때문이다. - P283
사건을 저지르고 3년이 지난 1995년 9월 가메이도 유키가오랜만에 집에 놀러 왔다. (중략). 같이 밥을 먹은 후, 가메이도가 뜬금없는 말을 꺼냈다. "그러고 보니, 도요카와 씨가 지금 어디 사는지 아세요?" (중략). 사건이 발생한 지 3년이 지나 수사도 거의중단된 상태인데, 왜 이제 와서? "그 사람, 우리 남편이랑 무슨 관계라도 있나?" "미우라 선생님의 제자였대요." - P284
구마이 이사무
구마이는 침대에 누워 자기 어머니를 떠올렸다. 몸이 홀쭉했던 아버지와 달리, 나무통처럼 펑퍼짐했던 어머니는 늘 웃는 얼굴에 술을 마실 때도 호쾌했다. (중략). 과연 어머니와 나오미는 뭐가 다를까. - P285
곤노 나오미
나오미는 이와타와 도요카와를 죽일까 말까 마지막까지 고민했다. (중략). 하지만 도요카와를 살려두면 그건 그것대로 위험하다. 그는 살인 현장을 목격했다. - P286
모든 일을 마친 후, 나오미는 다케시를 데리고 도망치듯 도쿄로 이사했다. 집세가 아주 저렴한 맨션 6층에 집을 얻고, 근처 산부인과에 취직했다. - P286
1주일 후, 다케시는 나오미가 시킨 대로 ‘여자친구‘를 집에데려왔다. 그 얼굴을 보고 나오미는 다리가 풀릴 뻔했다. "유키......?" 다케시의 여자친구는 남편의 옛 제자이자 L현에 살던 시절집에 자주 놀러 온 가메이도 유키였다. - P288
(전략). 유키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랐다. 12년 만의재회였다. 유키는 서른세 살, 다케시는 스물일곱 살이었다. - P288
어릴 적부터 흠모했던 사람이 고생한다는 걸 알고 충격을 받은 다케시는 생활비에 보태라며 없는 형편에도 한 장뿐인 1만엔짜리 지폐를 주려고 했다. 하지만 유키는 돈을 받지 않았다. - P289
나오미는 복잡한 심경으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 지금까지 유키와 다케시를 ‘터울이 진 남매처럼 여겨왔다. 그런 두 사람이 사귀다니 아무래도 껄끄러운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본인들이 서로 좋아한다면 어쩔 수 없다. - P290
그로부터 1년 후, 두 사람은 결혼하기로 했다. - P290
그러다 유키가 갑자기 표정을 다잡더니 이렇게 말했다. (중략). "저・・・・・・ 미우라 선생님을…………… 좋아했어요.‘ ".....죽은 내 남편 말이니?" - P291
그런 일은 있었지만, 세 사람의 새로운 생활은 순조로웠다. 유키는 전업주부로서 집안일을 완벽하게 해냈다. 덕분에나오미와 다케시는 퇴근한 후 느긋하게 쉴 수 있었다. - P292
나오미는 두 사람을 축복했다. ……………그랬을 터였다. 하지만 유키의 배가 커질수록 마음속 깊은 곳에서 뭔가가부풀어 오르는 걸 느꼈다. - P293
나오미는 자각했다. 나는 아직 어머니이고 싶은 것이다. 유키가 없는 세상에서, 아기의 어머니가 되고 싶은 것이다. - P293
하지만 나오미가 일하는 산부인과는 보통이 아니었다. (중략). 업무 대부분을 조산사에게 떠맡기고,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병원을 돌아다나는 게 그의 일과였다. - P294
병원에서 나오미에게 참견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P294
2009년 9월 10일 오전 10시에 진통이 시작됐다. 유키는 오후 6시에 분만실로 들어갔다. 여기까지는 순조로웠다. (중략). 조산사 한 명이 소리쳤다. "뭐야! 혈압이 왜 이렇게 높아?!" - P295
다음 날 아침, 나오미는 유키에게 캡슐 알약을 세 개 주면서 말했다. "유키, 다케시한테 들었는데 요즘 빈혈이 심하다면서? (중략) 나도 임신했을 때 이걸 매일 먹었어. 효과를 많이 봤단다."
캡슐의 내용물은 소금이었다. - P296
급히 제왕절개를 실시해서 가까스로 아이는 무사히 태어났다. 산모는 구하지 못했다. 유키는 뇌출혈을 일으켰다. (중략). 출산 직전에 기록된 진료 차트만 봐도 유키의 혈압은 정상치였다. - P297
다케시를 구슬리기는 간단했다. 몇 살을 먹어도 나오미의말을 잘 듣는 착한 아이다. 주변에서 이상하게 쳐다볼 때가많았지만, 유타에게는 꼭 ‘엄마‘라고 부르게 했다. - P298
하지만 유타를 어를 때도, 밥을 먹일 때도, 가족 셋이서 공원에 놀러 갈 때도 늘 죄책감이 나오미를 따라다녔다.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목을 부러뜨렸을 때, 나오미는 조금도자책감에 시달리지 않았다. - P298
유키에게 소금을 먹였을 때, 어떤 마음이었는가…………나오미는 깨달았다. 이번만큼은………… 자기 자신을 위한 살인이었다. ‘영원히 엄마로 있고 싶다‘, ‘엄마라는 호칭을 잃고 싶지 않다‘ ・・・・・・ 단지 그러한 욕심 때문에 그 착한 아이를, 다케시를 사랑해준 여자를 죽이고 말았다. - P299
그날은 난데없이 찾아왔다. (중략). 다케시는 자기 방에서 목을 맨 상태로 발견됐다. - P299
다케시가 운영하던 블로그에 자살하기 전날 올린 글이었다.
(중략).
그것은 나오미에게 보낸 메시지였다. - P300
시체에서 아기를 끄집어내는 할머니 그림. 바로 나오미 그자체였다. 유키는 눈치챘던 것이다. 나오미의 살의를 언제부터였을까. - P300
하지만 나오미가 택한 방식은 너무 간접적이었다. ‘캡슐 알약에 소금을 넣어 먹이는 행위는 범죄가 아니다. 발각된다 한들 얼마든지 발뺌할 수 있다. - P301
‘당신을 용서할 수는 없습니다.‘ ...... 당연하다. 사랑하는아내를 빼앗겼으니까. ‘그래도 당신을 사랑하겠습니다. ……………하지만 다케시는 어머니를 원망하지 않았다. 그만큼 다케시에게 나오미는 절대적인 존재였다. 상반되는 두 감정에 괴로워하던 끝에 다케시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 P302
구마이 이사무
(중략). 하지만 외상이 점점 나아가는 한편으로, 몸은 시시각각 좀 먹히고 있다. - P303
구마이는 그날 현경으로 가서 한 남자를 만났다. 구라타 게이조……………. 기자 시절에 제일 사이좋았던 형사다. - P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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