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칠던 : 아메리칸 예술 공예품 상사의 주인
다고 노부스케 : 태평양연안연방 주재 일본 무역대표부 소속 고위관료
프랭크 프링크 : 유태인 공장노동자
에드 매카시 : 프랭크 프링크의 예전 직장 동료
바이네스 : 스웨덴인 기업가
줄리아나 프링크 : 프랭크 프링크의 전처
조 치나델라 : 트럭 운전수로 일하면서 줄리아나에게 접근하는 사내
야타베 신지로 : 늙고 은퇴한 일본인 사업가
후고 라이스 : 샌프란시스코 주재 독일 영사
크로이츠 폼 메레 : 샌프란시스코 주재 태평양연안연방 보안국 지부장
호손 아벤젠 : 소설 「메뚜기는 무겁게 짓누른다」의 저자 - P9

칠던이 조바심을 내며 우편물을 살펴본 지 일주일째다.
וח llll ג → - P11

그는 벽에 걸린 자판기에서 5센트짜리 인스턴트 차를 한 잔뽑아들고는 빗자루로 바닥을 쓸기 시작했다. ‘아메리칸 예술 공예품 상사‘의 현관은 금세 개점 준비를 마쳤다. - P11

 그때 전화가 울렸다. 칠던은 돌아서서 전화를 받았다.
익숙한 목소리였다. 칠던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다고미입니다. 남북전쟁 모병포스터는 아직입니까? 기억나시죠? 지난 주 안으로 된다고 했잖습니까."
신경질적이고 사무적인 목소리에 간신히 예의와 격식을 벗어나지 않는 어투였다. - P12

"대신 다른 거라도 구해야겠군. 뭐가 좋겠소, 칠단 씨?"
다고미는 일부러 이름을 틀리게 발음했다. 그 태도에 실린모욕을 느끼고 칠던은 귀까지 화끈 달아올랐다. 두 사람의 서로 다른 신분이 주는 끔찍한 치욕, 로버트칠던의 열망과 두려움, 고통의 감정이 한꺼번에 치밀어 올라 그를 집어삼키고 말문을 막아버렸다. - P13

그는 서른여덟 살로 전쟁이 일어나기 전의 나날, 그리 오래되지 않은 지난 시절을 기억할 수 있었다. 프랭클린 D. 루스벨트와 만국박람회, 세상은 그때가 더 좋았다.
"괜찮은 물건 여러 가지를 일하시는 곳으로 가지가 보여드릴까요?"
칠던은 웅얼거리듯 말했다. - P13

힘겹게 서 있던 칠던은 누군가 두어 명쯤 가게에 들어온 것을 알아차렸다. 젊은 남자와 여자, 둘다 멋지게 생기고 잘 차려 입었다. 완벽하군. 칠던은 마음을 진정시키고 웃음을 지으며 두 사람을 향해 전문가답고도 자연스러운 자세로 다가갔다. - P14

 그 모습을 보니 고마웠다. 물건 볼 줄 아는군.
"정말 멋진 물건들이군요."
젊은 사내가 말했다.
칠던은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두 사람은 인간적인 유대감만이 아니라 예술품들을 보며 서로의 취향과 만족을 함께 즐기는 데서 오는 따뜻함이 담긴 눈길로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 P14

칠던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들은 이 물건이 쓰레기 같은 기념품도 아니고, ‘미국 태평양연안연방 마린카운티뮤어우즈 국립공원‘이라는 글씨가 박힌 삼나무 명판도 아니고,
장난스러운 표지판도, 어린여자애들이나 끼는 반지나 금문교사진이 들어간 엽서도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 P15

칠던은 고개를 끄덕였다. 미국에는 현대미술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지난 세월만이 그의 가게 같은 곳에 남아 있을 뿐.
"이곳 샌프란시스코에 오신 지 오래되셨나요?"
칠던이 물었다.
"전 여기 무기한 주재원으로 왔습니다."
사내가 말했다. - P15

사내의 얼굴에 자부심이 흘렀다. 군인이 아니다. 탐욕스러운무식쟁이 얼굴로 껌을 씹어대고, 상점가를 어슬렁거리며 음란한 공연이나 외설스러운 영화, 사격 연습장, 중년이 다 된 금발여인들이 주름진 손가락으로 젖꼭지를 꼬집은 채 추파를 던지는 사진이나 내건 싸구려 나이트클럽을 넋 놓고 바라보는 촌스러운 징집사병도 아니다. - P16

어쩌면 기껏해야 태평양연안 무역대표부 소속 고위관료인 고미 씨보다 더 고상하고 학식 있는 사람일 수도 있다. 다고는 늙은이었고, 전시내각 시절의 사고방식이 몸에 익은 사람이었다.
"미국 전통 민속 예술품을 구해서 선물하시려는 건가요?" - P16

"가방 몇 개에 물건들을 챙겨 가서 집에 어울리는 것들로 제안해드릴 수 있습니다. 한가하실 때 말이죠. 이런 거야말로 저희 전문 분야죠."
칠던은 들뜬 기색을 들키지 않으려고 눈을 내리깔았다. 잘하면 수천 달러짜리 거래가 될 수도 있다.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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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고 공원으로 나가 책을 읽으니, 손이 시렵다.
그래서인지 내용은 좀 더 잘 들어온다.






시각교차 영역은 수용영역receptive field들이 교차해서 합쳐지는 곳이다.
이 지점에 이르면, 여러분 눈에서 나온 정보는 이제 뇌에 의해 처리될 준비가 된 상태다. 즉, 뇌가 미가공의 시각 정보를 얻은 상태다. 시각 정보는이미 낮은 수준의 시각계에 의해 피질 외부에서 꽤 많이 처리되었다. - P118

일차시각피질에 있는 세포들은 원래부터 이른바 망막 위상 지도(retinotopic map)로 조직화되어 있다. - P118

망막과 시신경에서 들어온 정보가 후두엽의 일차시각피질에 도달하게되면, 그 정보는 위치와 색깔을 담도록 부호화될 수 있다. - P119

이러한 가정은 어떻게 작동할까? 뇌는 어떻게 눈에서 들어오는 모든 활동을 취합해 특징과 사물을 지각해낼까? 답은 시각 수용영역에서부터 시작된다.  - P119

지금까지 우리는 심리학, 인지심리학 일반, 뇌 등의 역사에 관해 간단한 사실들만을 논의했다. 그런데수용영역은 인지 구조의 역할을 깊이 파헤쳐야만 파악할 수 있는 첫 번째주제다. 또한 연산 및 알고리즘 수준에서 다루어야 하는 첫 번째 주제이기도 하다. - P120

다음과 같은 간단한 비유를 생각해보자.
내 차에 여러 개의 근접 센서가 있어서, 다른 차가 내 차에 가까이 다가오는 걸 감지한다고 하자. 그중 둘은 측면 근접 감지기여서 내차의 양 측면의 맹점에 있는 사물의 존재를 감지한다. - P120

차의 색깔이나 제조사도 신경 쓰지 않는다. 그 센서는 아무것도 모르며 알 필요도 없다. 그 자체로만 보면, 하나의 수용영역을 지닌 이 센서는 대단한 일을 하지는 않는다. 다만 자기 일을 할 뿐이다. - P121

처리의 각 단계에서, 망막 뒤에 있는 신경절세포에서부터여러 중계 뉴런relay neuron 을 거쳐 일자시각피질에 이르기까지, 뉴런들은 망막상의 활성화 패턴들에 선택적으로 반응한다. - P121

이 집단의 한 종류를 ‘가운데 켜짐center on ‘ 집단이라고 부르자. 이 집단은 빛 에너지가 전체 집단의 가장자리 세포들을 활성화시킬 때가 아니라 가운데 세포들을 활성화시킬 때 더 빠르게 발화한다. 즉, 가운데 세포들이 ‘켜져on‘ 있고 주변부 세포들이 ‘꺼져off‘ 있을 때 전체 집단은 더 빠르게 발화한다. - P122

자신의 수용영역 가운데에 빛이 없을 때 발화하기 때문이다.
가운데에 빛이 없고 가장자리에 빛이 많을 때 더 빠르게 발화하는 종류인이 가운데 꺼짐 세포의 네트워크를 구성해 그 세포들을 한 줄로 늘어놓는다면, 가운데 꺼짐 세포의 이러한 배열은 무엇을 감지할 수 있을까? 아마도 모서리 감지기가 포착해내는 어두운 윤곽선과 비슷한 것일 듯하다. 각각의 가운데 부분은 밝은 픽셀로 둘러싸인 어두운 픽셀 같은 모습이며, 밝은 픽셀로 둘러싸인 어두운 픽셀의 전체 배열이 바로 여러분들이 짐작하는 모습일 것이다. 쉽게 말해서 흰 선으로 둘러싸인 검은 선이다. - P123

 상이한 길이에다 상이한 방향의 밝은 막대와 어두운 막대에 대응하는 더 복잡한 다른 세포들도 있으며, 시야를 특정 방향으로 가로지르며 움직이는 상이한 방향과 상이한 길이의 밝은 막대와 어두운 막대에 대응하는 다른 복잡한 세포들도 있다 - P123

 망막내의 조밀하게모인 막대세포들과 원뿔세포들의 네트워크로부터 여러분은 선, 모서리.
윤곽, 각도 그리고 움직임을 얻는다. 하지만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생각해보자. 여러분은 시각적 세계에 구조를 부여하지만 일부 세부 사항을 잃는다.  - P124

앞서 설명했듯이, 이 세포들은 자신들이 망막에서 조직화되는 방식에대응해 뇌에서도 조직화된다. 뇌에서의 활성화 과정은 눈에서의 활성화과정을 근사한다. 여러분이 실제로 무엇을 보고 있는지 알기 훨씬 전에,
여러분의 망막과 시각 경로, 일차시각피질은 여러분 앞에 무엇이 있는지에 관한 정보를 꽤 잘 표현해낸다. - P124

 그렇기는 해도, 특징들을 뽑아내서 물체를 인식하는 데필요한 모든 정보를 갖고 있다. 여기서부터 이야기가 정말로 흥미진진해지며 더욱 복잡해진다. 대뇌피질에는 시각 경로가 단 하나가 아니라 2가지이기 때문이다. - P125

처음에 우리는 세계를 특징으로서 지각하지만, 우리는 특징들의 세계에 살지 않는다. 우리는 사물들의 세계에 산다. 우리는 세계의 사물들을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세계 속을 다니며 사물들을 상대하고 반응할 수 있다. - P125

여러분이 테이블이나 의자에 앉아 있고 커피 한 잔이나 차 한 잔이 앞에 놓여 있다면 지금 마셔보라. 커피잔이 없고 대신에 물병이 있으면, 물을 마셔보라. 아무것도 없다면 마시기를 상상해보라. 무엇을 선택하든지간에, 마실 것에 손을 뻗어 잡는 일은 분명 거의 자동으로 일어난다. - P126

밝혀지기로, 사물을인식하는 이 2가지 방법에 대응하는 2가지 시각 경로가 존재한다. 이 두 시각 처리 흐름은 일차시각 영역에서 동일한 시각 입력을 수집한 다음에,
나란한 두 방향으로 나누어진다. 한쪽 흐름을 가리켜 등쪽dorsual 흐름 또는
‘어떻게 그리고 어디에‘ 흐름이라고 하며, 이는 시각피질에서 운동피질까지의 영역들을 활성화시키는 경로다. - P126

다른 시각적 흐름을 가리켜 배쪽ventral 흐름, 또는 ‘무엇 시스템‘이라고 한다. 이 배쪽 흐름은 일차시각피질에서 활성화된 정보를 피질의 측두업 영역으로 보낸다. 이곳은 언어를 담당하는 영역이다.  - P127

신경과학자들이 입증하기로 이 두 흐름은 또한 독자적으로 작동할 수있다. 가령 어떤 이가 뇌졸중으로 인해 등쪽 경로에 손상을 입으면, 어떤사물의 이름을 댈 수는 있더라도 그걸 적절하게 손에 쥐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 경로는 배쪽 경로와는 분리될 수 있다. - P127

 이 상태를 가리켜 시각인식불능 visualobject agnosia 이라고 한다. 어떤 사물을 보고서도 이름을 댈 수 없지만 그 사물에 대해 적절하게 행동할 수 있다는 뜻이다.  - P127

시각인식불능에 걸린 사람은 커피잔 앞에 앉아 있으면서도 커피잔이라고 이름을 댈 수 없다. 하지만 그속에 커피가 있다는 사실은 여전히 알고 있으며, 어떻게 손을 뻗을지도 안다. 일단 그걸 잡고 나면, 사물의 감촉으로 인한 피드백의 결과로 커피잔이라는 이름도 댈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시각계는 복잡하고 역동적이다. - P128

특이사례1 : 움직이는 물체만 보는 맹시

예를 들어, 내 동료인 조디 컬햄 Jody Culham 박사가 연구 중인 구체적인 사례가 있다. 스코틀랜드의 글래스고 출신 여성 밀레나 캐닝 Milena Canning은 정지된 장면을 볼 때 완전히 눈이 먼 상태다. 장면 속의 것들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는데, 사물과 사람을 인식하지 못하며 글자나 숫자도 알아보지 못한다. 하지만 움직이는 사물은 알아볼 수 있다. - P128

 ‘후두엽‘ 피질이라고 짐작했다면, 맞았다. 그녀는 심신을 쇠약하게 하는 여러 번의 뇌졸중을 겪고서 후두엽 피질에 손상을 입은 결과, 보는 능력에 지장이 생겼다. 
- P128

온전히 보진 못했지만, 그녀는 자신이 거의 볼 수 있음을
‘감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치의가 복도에 의자 몇 개를 놓아두자 그녀는 의자에 부딪히지 않고 복도를 지나갔다. 당연히 제대로 의자를 볼 수 없었고, 사전에 의자가 거기 있다고 알려주지 않았는데도 진로를 바꿔서 의자를 피했다.  - P129

컬햄 박사는 시각이 행동을 어떻게 이끄는지 이해하는 분야에서 세계최고의 전문가다. 박사는 우선 통제된 상황에서 밀레나의 운동지각 능력을 검사하기로 하고, 시각 경로의 손상된 부분과 손상되지 않은 부분을 알아내기 위해 일련의 뇌 영상 촬영연구를 진행했다. - P129

과학자들이 애초에 짐작했듯이 그녀의 시각은 운동 지각 면에서는 멀쩡했다. - P130

 컬햄박사와 연구팀이 후두엽 피질을 스캔했더니, 전반적인 활동이 매우 적었다. 이는 밀레나가 시각적 활동을 많이 경험하지 못한다는 짐작과 일치했다. 하지만 컬햄박사의 연구팀은 기능적functional 및 구조적stnstructural MRI를 둘 다 이용해 가운데 측두 운동 구역에서상당한 기능 활성화가 있음을 관찰했다. - P130

밀레나는 시각 자체를 감지하지는 못했지만 시각계가 사물의 움직임을 감각했고 스스로도 그걸 감각할 수 있었다. 그녀는 눈이 멀었지만 시각은 있었다. - P130

본 사안의 경우 밀레나의 시각피질에 대한 손상은 광범위하긴 하지만 전면적이지는 않았다. 그 결과 밀레나의 기능 상실도 광범위하지만 전면적이지는 않았다. - P131

특이사례2: 소리를 통해 보는 반향정위

(전략)
하지만 뇌가 얼마나 회복력이 좋은지 그리고 기능이 어떻게 보존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흥미진진한 사례도 있다. 지금 다룰 사안에서는 뇌 손상이 없다. 시각피질도 말짱하다. - P131

대니얼 키시 Daniel Kish 는 망막 수준에서 완전한 시각 상실을 초래하는 유전적 결함을 안고 태어났다.
(중략)
 그의 시각피질은 시신경으로부터 어떠한 정보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시각피질은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시각 입력이 존재하지 않았다. - P131

곧 대니얼은 소리를 이용해 길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특히 그는 저절로 반향정위를 하기 시작했다. 혀로 날카로운 소리를 반복적으로 내서, 그 소리들이 메아리쳐 되돌아올 때의 미묘한 변화를 귀로 들었다. 이로써 세상에 있는 상이한 사물과 장애물의 상태를 추론할 수 있게 되었다. - P132

대니얼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저는 신호를 보낸 뒤에 되돌려 받아서 주변 상황을 추론합니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대니얼이 말한 내용은외부 광원에서 나온 빛이 한 사물에 반사된 후에 다시 그 신호가 여러분의 눈으로 들어가서 얻는 시각적 경험과 별로 다르지 않다.  - P132

반향정위를 이용해 요리도 하고 산책도 하고 쇼핑도 하며, 심지어 자전거도 탄다. 자전거 타기는그가 신호를 들을 수만 있다면 아주 힘든 일이 아니다. 반향정위를 이용해서 그는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에 관한 훌륭한 그림을 마음속에서 얻는다. - P133

내가 근무하는 대학교의 몇몇 과학자는 답을 알아내기 위해 흥미롭고독창적인 실험을 하나 고안해냈다.¹¹ 대니얼을 포함해서 스티븐 아놋stephenArmott. 로어 탈러 Lore Thaler, 제니퍼 밀느Jennifer Milne, 멜빈 구달Melvyn Goodale은반향정위를 이용해 주변 상황을 기억할 수 있는 다른 두 시각장애인 참가자를 모았다(Arnott, Thaler, Milne, Kish & Goodale, 2013). 


11) 이 연구를 이끈 과학자인 멜빈 구달은 시각 인지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전문가다. 이런 연구를 할 수 있는 다른 곳은 전 세계에 매우 적다. - P133

과학자들은 그렇게 할 독창적인 방법을 하나 고안해냈다. 우선, 두 피실험자에게 통제된 상황에서 인식하기 쉬운 여러 가지 상이한 사물을 반향정위로 인식하도록 했다. 가령 피실험자는 크고 매끄러운 물체 또는 알루미늄 포일로 덮여 있어 불규칙적인 모시리를 지닌 물체를 식별했다. 이두물체는 표면이 소리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반사하기 때문에 서로 다른 소리가 난다. 한편 그런 까닭에 두 물체는 생긴 모습도 다르다. - P134

 피실험자가 내는 날카로운 소리는 물체에 반사되어 되돌아왔는데, 이 소리가 피실험자의 귀와 같은 장소에 있는 마이크로 녹음되었다. 달리 말해서, 피실험자가 듣고 있던 것과 똑같은 소리인 반향정위 신호를 마이크가 포착해서 녹음했다. - P135

이런 방식으로 과학자들은 본질적으로 사물의 청각적 그림을 얻을 수 있었다. 과학자들이 녹음된 소리를 냈던 피실험자들한테 그 녹음을 재생해서 들려주었더니, 피실험자들은 자신들이 반향정위를 했을 때처럼 사물들을 식별할 수 있었다. - P135

이 연구 결과는 피실험자들의 주관적 및 인지적 경험과 시각 일반에 관해 몇 가지 질문을 촉발했다. 이 사람들은 시각적 영상을 경험하는가? - P135

확실한 건 이 효과는 얼마나 일찍 누군가의 시력이 상실되었느냐에 달린 듯하다. 그렇게 보자면 이 효과가 시각과 완전히 똑같다고 할 수는 없다. - P136

 시각피질은 외부 세계와의 어떤 대응 관계를 보존하는데, 설령 정보가 더욱 추상적이 되어갈 때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입력 표상을 활성화의 기존 패턴(즉, 기억)과 일치시키려고 한다. 또한 이 표상에 부합하도록 행동을 일으킨다. - P136

지금껏 살펴본 여러 사례에서처럼, 감각 입력은 뇌에 불완전하거나 심지어 부정확한 외부 세계의 요약 정보를 제공한다.  - P136

우리는 단지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지 않는다. 실제 모습과뇌가 보아야 할 모습의 혼합으로서 세계를 본다. 그렇다면 우리는 자신의 감각을 믿어야 할까? 지각을 믿어야 할까? 물론이다. - P137

. 이 추측 덕분에 우리는 빠르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으며, 세계를 우리의 필요대로 지각할 수 있다. 지각은 우리의행동과 목표, 욕구에 이바지한다. 지각은 우리를 계속 살아가게 한다. 그런까닭에 우리는 지각을 믿는다. 지각이야말로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이다.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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홅똟똟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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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있네, 아침엔 비도 왔는데 이거나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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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배터리가 이렇게 빨리 달다니.


전에도 비슷한 것을 느껴본 적이 있었다.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지금 유희는 아무도 사랑하고 있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기쁨의 정체는 무엇일까. - P9

 종교가 아니라면 영감이 떠오른 걸까? 유희는 성령이내린 순간 복음사가들이 느꼈다던 전율에 대해 생각했다. 그들이 받은 것은 성령이 아니라 영감일지도 모른다. - P9

유희도 살면서 대여섯 번은 그런 영감을 받아본 적이 있었다.
지금은 아니었다. 유희는 아무 문제도 고민하고 있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 감정은 그렇게 실용적인 것이 아니었다.  - P10

유희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깨달음의순간은 일상에 금방 침식되고 휘발된다는 사실을. 그러므로 우선 일상을 차단해야 했다. 세상이 자신에게 부여한 직업이라는 역할에 너무 깊이 몰입하지 않도록 한 발 물러서야 했다. - P10

유희는 깨달음이 휘발되지 않도록 주의하며 휴가를 냈다. 책임감 강한 자신의 의식이 행정 절차라는 인위적인 의지에 빨려들어가지 않도록 최대한 건성으로 유희 자신이 현장 실사 책임자였으므로 휴가를 내기는 어렵지 않았다. - P11

로봇이 열아홉 대인 것은, 스무대부터 한층 까다로운 규제가 적용되기 때문이었다. 또 명목상 팀장은 유희였지만 실제로 현장을 지휘하는 것은 회사 AI었다. 팀장이 굳이 인간인 이유는,
나중에 일이 잘못됐을 때 법적 책임을 지우기 위해서였다. 로봇은 책임을 지지 않으니까. - P12

‘로봇이 필요해. 성능이 좀 떨어지더라도가사 로봇이나 비서로봇이 필요했다. 연락을 대신 받아주고,
누가 찾아왔을 때 지금은 만날 수 없다고 거절해주도록 기억을 떠올렸다. - P12

자재 창고 문을 열자 조명이 저절로 켜졌다. 문 맞은편 선반앞에 유희가 찾던 로봇이 앉아 있었다. 원통 모양으로 길쭉한머리는 광택이 나는 밝은 파란색이었고, 그 아래에 짧은 몸통이있었다. - P13

 고개를 숙여야 보일 만큼 낮은 곳에 달려 있는 스위치를 누르면서 유희는 생각했다.
‘선반을 바라보다가 동작이 멈췄어. 선반에 놓여 있던 게 아니라.‘
전원이 켜졌다. 로봇이 두 발로 일어났다가 배터리가 부족하다는 뜻의 그림을 얼굴 위치에 띄우고는 선 채로 다시 꺼졌다. - P13

1층 로봇 격납고 충전 위치에 로봇을 세우자 회사 AI가 로봇 상태를 점검할지물었다. 유희는 그러라고 대답한 다음, 휴가를 내고 쉴 예정이니 로봇이 깨어나면 자기 방으로 와서 시중을 들게 하라고 덧붙였다. - P13

휴가는 이틀이었다. 하루 반 동안 물 말고는 아무것도 먹지 않고 명상에 잠겨 있다가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의식이 또렷해졌다고는 하지만 유희의 입장에서는 잡념이 낀 것에 가까웠다. 뭔가 먹어야겠다는 사소한 의지였다. - P14

원 없이 들여다보고는 있었지만, ‘그 감각‘은 전혀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어떻게 아는 건지 모르겠지만, 원래 그렇게 되는게 맞았다. - P14

‘깨달음을 얻으면 그다음은 어떻게 되는 거지?‘
유희에게는 아직 페이지가 많이 남아 있었다. 삶은 영화나 드라마가 아니었다. 최종회 다음에도 삶은 계속 이어지는 법이다.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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