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은 양손의 간격을 넓게 벌려 역기를 잡고 바벨을 단숨에 머리위로 끌어올려 팔이 정확히 뻗은 곳에서 일시 정지시키며 스플릿 (split)자세 (다리를 앞뒤로 벌려 몸을 낮추는 자세)로 선수의 몸체가 역기 아래로 파고드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가 자세의 균형이 잡히면 다리를 쭉 펴고 몸을 곧게 펴는 방식이다. 용상 경기에서는 추상에서와 마찬가지로 먼저클리닝 동작부터 시작한다. - P327

1972년, 올림픽에서 추상 경기가 제외되었다. 페어의 말에 의하면 그 이유는 선수들이 바벨을 드는 데 있어서 엉덩이와 등의 반동을 이용하거나 해야 할 동작을 애매모호하게 건너뛰는 등 부정이 남발했기 때문이었다.  - P328

 페어가 말했다.
"호프먼이 보디빌딩과 역도계의 대부로 군림할 수 있었던 것은 여러 역도 대회를 후원하는 아마추어 체육 선수 연맹과, 연맹을 지배하는 소수 역도 선수 집단의 충성 덕분이었습니다. 그러나 올림픽 역도 경기가 쇠락의 길을 걷자 역도라는 스포츠 자체가 위기를 맞게 되었던 것입니다." - P328

호프먼은 와이더와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보디빌딩을 폄하한 것은 물론이고 보디빌딩과 보디빌더들에 대한 흑색선전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보디빌더들이란 오직 이두근 외에는 자랑할 것이 없는 웃기는 작자들"이라고 비난했다 - P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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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세기 최대의 망게임으로 이름 높은 <New Communicate Online>, 통칭 <고냥귀고냥>, 수많은 전설을 낳은 이 게임에서도 가장 무시무시한 점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뭐니 뭐니 해도 1인용‘ 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 P48

‘Communicate‘ 시리즈의 새로운 VRMMO 작품이니까<New Communicate Online〉, 참으로 안이한 네이밍이다. - P49

 결국에는 기술적 문제에 부딪쳐 단념했는지 평범한 1인용 VR 게임으로 다시 만들었다나 뭐라나.
그럼 제목도 바꾸면 될 것 아니냐고 생각하겠지만, 홍보도 동시에 진행되었기 때문에 무모하게도 그대로 밀어붙이기로했다는 것이다. - P49

그러나 이 게임의 진정한 전설이 시작된 것은 이때부터였다. 발매된 제품은 버그가 가득해 게임의 기본 요건조차 갖추지 못한 최악의 상품이었던 것이다. - P50

이야기를 잘 나누던 캐릭터가 갑자기 순간이동을 하고, 이벤트 순서를 잘못 밟으면 죽었던 캐릭터가 태연히 다시 튀어나오는 정도는 일상다반사, 조건을 잘 갖춰 특정 이벤트 세개를 동시에 발생시키면 같은 NPC를 동시에 세명 출현시키는 비기 <그레이의 다중 그림자 분신> 버그는 수많은 사람들의 허탈한 웃음을 자아냈다. - P50

이 정도라면 그나마 웃고 넘어갈 수준이지만, 별 대수롭지도 않을 법한 초반부 퀘스트 아이템을 버리면 두 번 다시 입수하지 못해 게임 클리어가 불가능해진다든가, 같은 NPC에게 두 개의 이벤트가 겹치면 하나는 진행상황이 날아가버려 역시 클리어가 불가능해지는 등, 게임이 진행불능에 빠지는 버그도 대량으로 발견되었다. - P50

가장 불평을 산 부분은 몬스터의 사망 연출이었다. 몬스터가 죽으면 빛의 입자가 되어 사라지는데, 그 연출이 지나치게 과도하다 보니 사라지는 속도가 매우 느려 죽었어야 할 몬스터에게 공격을 받는 경우가 있었다. - P50

무기 숙련도가 전투의 핵심이면서, 검을 사용하는데 도끼숙련도가 올라가거나, 창으로 도끼 스킬을 쓸 수 있거나, 반대로 활을 들었는데 활 스킬을 못 쓰는 등등, 결정적으로 무기 스킬의 위력과 무기 숙련도가 상관이 없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는 진지하게 게임을 하던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절규했다. - P51

스킬 관련 버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이 속칭 <불금 스카이워커 사건>인데, 여러 가지 조건을 만족하면 공중 점프 후 허공을 걸을 수 있게 되며, 상황에 따라서는 자살 말고는 지상에 내려올 방법이 없어지는 오류이다. - P52

특히 유명한 것으로는 이펙트가 격렬한 어떤 두 마법을 동시에 시야 내에서 포착할 경우 지나친 효과음과 광량 때문에 사이버테러 이후 추가된 안전장치가 가동되어 강제 로그아웃되어버리는 통칭 <합성금술(合成禁術) 디스플래시>. - P52

이펙트로는 5미터 정도의 범위를 공격하는 것처럼 보이는데도 실제 공격 판정은 2미터도 안 되는 실망기술 <공허한 와이드 슬래시>. - P52

수치 입력 오류 때문인지 대미지 배율이 마이너스가 되어서 공격을 하면 상대를 회복시키고 마는 스킬 <활인검 어새신 레이지> 등등, 의도하지 않은 수많은 기괴스킬이 태어났다. - P53

처음 본 사람은 절대 피할 수 없는 부조리한 즉사 트랩, 쾌감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클리어하면 짜증만 치미는 퀘스트, 어수룩한 완성도 때문에 해결방법이 존재하지 않는 이벤트, 스토리의 흐름을 무시하고 지형 대미지 때문에 죽어버리는 중요인물, 여기에 대부분의 동료 캐릭터가 강제 이탈하는 이벤트에서 강제 세이브 되는 등, 거의
‘RPG에서 해선 안 된다고 전해지는 것들‘ 을 모조리 시도 본 듯한 게임 내용에 제대로 된 유저들은 속속 떠나갔다. - P53

게다가 머리카락과 피부색도 배색 패턴이 3종류밖에 없는주제에 액세서리로 머리에 달 수 있는 고양이귀 디자인만은 8종류나 되어, 『노력해야 할 곳을 잘못 잡았다』 『고양이귀가그렇게 좋으냐』등등 모 익명 게시판은 나쁜 의미로 들끓었다. 〈New Communicate Online>을 비꼰 <Necomimi(고양이 귀) Cat Offline>이라는 별명이 인터넷에 퍼지게 된 것은 분명 그때였다. - P54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결과적으로는 그 소동이 고냥귀고냥을 진정한 의미의 ‘온라인‘으로 만들었다. 버그를 수정한 패치가 인터넷을 통해 배포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고냥고냥은 마침내 온라인 환경을 갖추지 못하면 버그 수정이 불가능하므로 제대로 플레이를 할 수 없는) 게임이 된것이다. - P55

어떤 의미에서는 이 게임의 가장 큰 팬이었던 버그를 들먹이며 소란을 피우고 야단을 떨던 온라인 잉여들도 시간이지나면서 참신함이 떨어짐에 따라 다른 망게임을 찾아 씹어대기 시작했다.
.....축제는 끝난 것이다. - P55

버그도 즐기면 개성이 된다. 분명 이 게임은 버그투성이에게임 밸런스는 엉망이고 시나리오도 악랄하다. 처음에는 너무나 부조리한 이벤트와 난이도에 몇 번이나 그만둘까 생각했다. - P56

램릭 마을에서 라인하르트 일행과 헤어진 후에도 스스로이것저것 검증을 해보았다. 그 결과 내가 지금 있는 세계는놀랄 만큼 사실적으로 고냥고냥의, <New Communicate Online>의 세계를 재현했음을 깨달았다. - P57

고냥귀고냥에서 포션을 쓰는 방식은 세 가지가 있다.
마시고, 뿌리고, 던지는 것. - P58

 이 고냥귀고냥에는 포션을 던졌을 때 일어나는 유명하고도 아직 수정되지 않은 버그가 있었다.
통칭 <소리가... 늦게・・・ 들려요 > 버그. - P58

메뉴 화면을 열지 못하면 이것저것 불편하다. 스탯 관련폐해도 잔뜩 있지만, 그보다 지금당장큰문제는 세이브와로드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세이브 포인트인 마을의 ‘모노리스‘ 에 가서 몇 번이고 시도해봤지만 어떻게 해도세이브 메뉴는 나타나지 않았으며, 세이브도 로드도 이용이 불가능했다. - P59

메뉴 화면을 쓸 수 없다는 것은 곧 <로그아웃>, VR 머신을 정지시키고 현실로 돌아가는 커맨드 입력할 수 없다는뜻이다.
현실에서 VR 머신을 조작하거나 VR 머신의 안전장치가작동한다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VR 공간 속에 있던 사람이 현실로 돌아갈 방법은 이것밖에 없다. - P60

현실세계에 대해서는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사실 대학에서는 아싸였고, 고향 집에도 연락은 거의 하지않았다. 몇 주 내로 대학에 복귀하지 못한다면 1학기 학점은 절망적이겠지만 그것도 만회하지 못할 것은 없다. - P60

‘그래도 어떻게든 현실의 내 세계로 돌아가야 해!‘
게임으로 즐기는 정도라면 몰라도, 정말로 생활하게 된다면 고냥귀고냥의 세계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너무나도 가혹하다. - P61

"난감하게 됐잖아. 돈이 없어."
이 마을의 유일한 여관에 무사히 들어온 것까지는 좋았는데, 이 게임은 숙박비가 이상하게 비싸다. 그 탓에 소지금을거의 다 쓰고 말았다. - P62

내일 이후를 생각하면 하다못해 며칠치 숙박비 정도는 필요하리라.
‘이럴 줄 알았으면 라인하르트 씨에게 숙박비 정도는 받아둘걸 그랬나?" - P62

"......아."
있다. 딱 하나지만 있다.
이 마을에서 한 걸음도 나가지 않고 수행할 수 있는 퀘스트이며, 전투가 없고, 그러면서도 충분한 돈을 벌 수 있는 퀘스트.
"<도적 메리페의 유산>이야." - P63

그걸 게임 내에서 구현한 것이 고냥귀고냥의 이 퀘스트,
<도적 메리페의 유산>이다.
『동료를 배신하고 재산을 빼돌린 메리페는 추적대에게 붙잡혀 목숨을 잃지만, 아무리 뒤져도 메리페가 훔쳤던 보물은 찾을 수가 없었다. 우연히 메리페가 남긴 수기를 손에 넣은 당신은 여기에 적힌 힌트를 따라 보물을 찾는다.』 - P63

다만 문제라면, 이 퀘스트는 던전 세 곳을 뺑뺑 돌아야 하며 마지막에는,
『이럴 수가, 보물이 묻힌 곳은 메리페의 집 앞마당이었던것이다!!』라는 파랑새도 깜짝 놀랄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는점.
자기네 집 앞마당에 숨긴 주제에 왜 일부러 지도를 그려놓은 거야! 너 사실은 누가 보물을 찾아주길 바랐던 거지! - P64

"여기 맞지?"
나는 게임에서 익히 봤던 그 앞마당까지 찾아왔다.
밤에 지나다닌 적이 별로 없다 보니 조금 느낌이 다른 것같기도 했지만, 아마 여기가 맞을 것이다. - P64

고냥귀고냥에서는 원래 특별한 이벤트가 아닌 이상 지면을 파거나 벽을 부수는 행동은 불가능했다. <도적 메리페의유산>만 해도 그랬다. 세 곳의 던전에서 힌트를 찾아 확실하게 이벤트 플래그를 세우지 않으면 바닥을 파는 것이 불가능했지만, 이곳은 현실 세계. 그런 제한은 없으리라. 아마도. - P65

하지만 지금 내 모습을 객관적으로 본다면, 어둠 속에서남의 집 마당을 파헤치고 있는 남자. 이건 그야말로 수상하다. 매우 수상하다. 이벤트를 건너뛰었다는 반칙을 저지른 찝찝함까지 맞물리니 어쩐지 나쁜 짓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
얼른 끝내버리자고 열심히 지면을 팠다. - P65

"몰래 지켜보고 있다거나 하는 건 아니겠지?"
내 현재 능력은 빈말로라도 높다고는 할 수 없다. 나름 실력이 있는 도적에게 걸리기라도 했다가는 솔직히 승산이 없다. - P66

물론 유비무환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주위를 살피고, 나는 아무도 상자를 보지 못하도록 배에 끌어안듯들어 올려, 구부정한 자세로 뛰어 그곳을 벗어났다. - P67

상자를 무사히 입수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아직 절반일 뿐이다. 이 갈색 상자에는 다이얼식 자물쇠가 있어서 올바른 숫자를 맞춰야만 열 수 있다.
"해볼까?"
번호는 똑똑히 기억한다. 12076. 메리페의 유산 퀘스트를했을 때 몇 번이나 중얼거렸던 덕에 암기하고 말았던 것이다. - P68

나는 큰맘 먹고 번호를 맞춰나갔다.
".....1 ....2.... 0 ....7 ....6."
숫자를 맞추고, 끝난 다음 다시 한 번 확인했다.
1, 2, 0, 7, 6.
좋아, 틀리지 않았어. 숫자가 어긋나 어정쩡한 곳을 가리키거나 하지도 않았고.
이제 아무 문제도 없을 것이다. - P68

숫자는 변함이 없다. 분명 맞을 것이다.
아니, 정말 이 번호가 맞을까?
사실은 12067 이거나 하진 않겠지?
아니아니, 그런 일은 없다. 이렇게나 똑똑히 기억하는데. - P69

"이봐, 젊은이! 저녁식사가ー"
"으헤허흑!!"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펄쩍 뛰었다.
돌아보니 문에서 고개를 내민 여관 주인이 눈을 동그랗게뜨고 있었다.
"무, 무슨 이상한 소리를 내고 그러나? 깜짝 놀랐구만." - P70

맨들맨들한 대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렇게 말하니 나도 화가 식고 말았다. 그러고 보니 저녁식사도 포함이라고 했지.
이것저것 확인하지 않았던 나에게도 잘못이 있을지 모른다.
"・・・・ 알았어요. 금방 갈 테니 아래에서 기다려 주세요."
"그려! 오늘 손님은 자네 말고는 한 명뿐이니까 얼른 오라고!" - P70

바닥에 두 무릎을 꿇었다.
・・・・・・상자는 열린 상태였다. 놀라는 바람에 반사적으로 열고 말았던 모양이다.
상자 안을 보니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이며 장식품들이 있다.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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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멀게는 약 2,800여 년 전부터 여러 시인들에 의해 창작된 작품들 속에 다양한 신화들이 보전되어 지금까지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는데, 그 시인들은 스스로 무사의 대변인을 자처했습니다. 다시 말해 무사 여신의 신비로운 언어를 인간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전해 주는 이들이 시인이란 말입니다. - P126

옛 그리스의 시인들은 주로 영웅들의 이야기를 노래했는데,
영웅들은 신들의 자식들이었으니 자연스럽게 신들의 이야기가 곁들어졌습니다. 트로이아 전쟁을 노래한 호메로스가 대표적인 시인이지요. 호메로스가 탁월한 영웅들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남긴 것과 달리, 인간들의 탄생을 노래하면서도 이전 신들의 탄생과계보만을 따로 모아 노래한 시인도 있습니다. - P126

 짧은 삶을 살다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이 어떻게 영원한 신들을 노래하고 영웅들의 불멸하는 업적들을 이야기할 수있었을까요? 그들의 이야기가 꾸며낸 것이라면 몰라도, 그것이 진실이라고 한다면, 그 진실성은 어떻게 보장받을 수 있을까요? - P127

 최초의 시인이라 알려진 호메로스가 이야기를 끌어가는 방식은 매우 독특합니다. 그는 무사 여신에게 노래해 달라고 명령하면서 시작하거든요. 그러면 마치 하늘 높이 치솟은 올림포스산에서 무사 여신들이 시인의 외침을 듣고는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것 같습니다. 그들이 곧바로 땅으로 내려와 시인과 하나가 되더니, 시인의 목소리로 노래를 해 주는 것 같지요. - P127

황금 양털을 찾아 떠나는 이아손의 모험을 노래한 아폴로니오스(Apollonios Rhodios)도 그랬고요,
로마의 시인 베르길리우스가 트로이아를 떠나 새로운 땅을 찾는 아이네아스 (Aenes)의 모험을 노래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 P127

왜 그랬을까요? 그냥 자신이 알고 있는 이야기, 그리고 거기에 자신의 상상력을 덧붙여 지어낸 이야기를 구성지게 풀어내면될 텐데, 왜 그리스와 로마의 시인들은 무사 여신을 불렀던 걸까요? 정말 그들이 존재한다고 믿고, 그들을 불렀던 것일까요? - P127

 아마도 그런 청중을 단숨에 침묵시키기 위해 시인은 무사에게 도움을 청한것 같습니다. 무사 여신들이 시인에 빙의되어 입을 빌어 노래한다면, 청중은 시인의 목소리를 들으면서도 그것이 곧 무사의 이야기라고 믿을 테니 말입니다. - P128

그런데 호메로스는 다른 신들도 많은데, 왜 하필 무사 여신들을 부를까요? 어째서 무사 여신들은 시인들의 노래에 진실성을 보증하는 힘을 가진 걸까요? 무사 여신들은 모든 것을 아는 기억의힘을 가지고 있고, 그 힘을 시인들에게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능력은 모두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지요. - P129

제우스는 ‘시간‘의 신인 크로노스와 싸워 승리를 거두고 권좌에 올랐습니다. 제우스는 권력의 기반을 잘 다져 놓은 후, 자신의 영광을 영원히 기억하고 노래할 수 있는 신들이 필요했던 모양입니다. - P129

앞서 말했듯, 무사 여신들의 기술을 ‘무시케‘, 즉 ‘뮤직‘, ‘음악‘
이라고 합니다. 문자가 없었던 시절, 인간들이 정보를 가장 효율적으로 기억하는 방법은 심장의 박동 수에 어울리는 운율에 따라 노래에 담아내는 것이었습니다. - P130

역사는 한 공동체가 꼭 간직해야 할 집단의 기억이라 할 수 있으니, 무사 여신들이 관장하는 것이 맞겠지요. 무사의 기술인 무시케, 즉 음악은 정보를 담는 수단임과 동시에 그 내용이기도 했고,
그를 통해 쌓이는 교양을 뜻하는 말이기도 했습니다. - P130

2부 14장

디오뉘소스,
포도주의 신이 되다 - P209

 그 박카스(바쿠스)가 사실은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포도주의 신 디오뉘소스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디오뉘소스는 제우스의 아들입니다. 하지만 그의 어머니는헤라가 아니었습니다. 인간이었던 세멜레였죠. 세멜레는 원래 제우스 신전의 여사제였습니다. - P209

제우스는 독수리의 모습을 벗고,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하여 그녀를 찾아갔습니다. 인간의모습이지만 사실은 제우스다 밝히니, 그녀도 자기가 모시던 제우스를 맞이하며 크나큰 영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P209

그러나 이걸 본 헤라는 질투심에 불타올랐죠. 세멜레를 없애버리고 싶었습니다. 헤라는 세멜레의 유모였던 늙은 베로에의 모습으로 변신해서 세멜레에게 다가갔습니다. 세멜레는 그녀에게모든 것을 털어놓았죠. "유모, 저는 지금 제우스와 사랑을 나누고있어요. 제우스의 아이까지 가졌어요." 임신을 직접 확인한 헤라는 더욱더 화가 났습니다. - P210

헤라는 흔들리는 세멜레의 마음에 의심의 불을 질렀습니다. "세멜레, 아이를 낳기 전에 당신이 만나는 그 청년이 진짜 제우스인지 꼭 확인해보세요. 다음에 만나면 진짜 모습을 보여 달라고하세요. 만약 그 남자가 거절한다면, 그건 그가 제우스가 아니라는뜻이죠. 제우스를 사칭한 사기꾼 난봉꾼인 거예요" - P210

맹세를 확인한 세멜레가 말했죠.
"제 소원은 당신의 진짜 모습을 보는 거예요. 당신이 헤라 여신을 만날 때의 모습 그대로 저에게도 나타나 주세요" 제우스는 깜짝놀라서 그녀의 입을 막으려고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엎질러진 물처럼 흘러나온 말을 주워 담을 수가 없었죠. - P210

 인간 여자가 제우스의 모습을 직접 보면, 홀랑 타 버리기 때문이었습니다. 제우스가 평범한 인간의 몸을 벗어 버리고 벼락을 가진 채 번쩍이고 찬란한 모습으로 나타나자, 세멜레는 제우스의 뜨거운 열기와 눈부신 광채를 이기지 못하고 타 버렸습니다.  - P211

헤라는 세멜레를 죽이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아이를 없애는데에는 실패한 것 때문에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고 여전했습니다.
그녀는 디오뉘소스를 없애 버리려고 했습니다. 제우스는 아이를 새끼 염소 모양으로 만들어 헤라의 눈길을 피했다고 합니다.  - P211

그가 자란 사산은 그의 이름에 들어 있죠. ‘디오-(Dio)‘는 ‘제우스의 다른 이름인데, 거기에 ‘사(Nussa)‘
산 이름이 붙어서 ‘디오뉘소스‘라는 이름이 되었다는 겁니다. 헤라는 디오뉘소스가 청년이 될 때까지도 계속 괴롭혔지요. - P211

흥미로운 것은 그의 여정이 나중에 동방 원정을 갔던 알렉산드로스 대왕(Alexandros the Great)의 여정과아주 비슷하고, 그런 이유 때문이었는지 알렉산드로스는 폭음을하면서 디오뉘소스 코스프레를 했다고 합니다. - P212

세계 이곳저곳을 방황하던 디오뉘소스는모든 역경을 극복하고 의젓한 신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고, 마침내 헤라의 영향에서도 벗어납니다. 승리자가 된 그는 올림포스로 돌아왔습니다. - P212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Theseus)가 낙소스섬에 버려두고 간 아리아드네 (Ariadne)를 아내로 맞이한 것도 그 행렬의 도중이었다.
고 합니다. 아름다운 그녀에게 반한 디오뉘소스는 그녀의 딱한 사정을 듣고는 아내로 맞이해서 올림포스로 데려갔다고 합니다. - P212

부활한 어머니의 이름을 튀오네(Thuāne)라고 바꾸고, 함께 올림포스로 승천합니다. 이때는 헤라도 옛일을 잊고 디오뉘소스와 튀오네를 환영했습니다. 그 누구보다도 제우스가 모든 역경을 이겨 내고 돌아온 디오뉘소스를 보고기뻤했죠. - P212

이렇듯 디오뉘소스는 자수성가형 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P214

우리는 디오뉘소스를 단순히 포도주의 신으로만 알고 있는데, 포도의 재배, 농업과 생산의 신이라는 게 더 중요합니다. 겨우내 꽁꽁 얼어있던 죽음의 땅에서 새싹이 돋고 꽃이 피고 새롭게 태어나는 봄은 부활의 계절인데요, 바로 디오뉘소스의 계절이기도 합니다. - P214

본격적으로 일하기 전에 한번 실컷 놀아 보자는 뜻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놀기만 한것이 아니라, 거기에는 풍요를 준비하는 진지하고 경건한 태도도있었던 것이죠. - 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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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그리스로마 신화 음악을 들었다.
좀 많이 달랐다.


그리스어 중에는 발음 때문에 우리에게 오해를 일으키는 말이 있습니다. ‘무시케 (Mousike)‘가 대표적입니다. 아저씨 개그 같지만,
우리말 ‘무식해‘와 똑같이 들리기 때문에 원래 뜻과는 정반대가 됩니다. 무시케는 원래 ‘무식‘을 벗어나기 위한 ‘교양‘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 P125

 영어로 읽는다면, 오해는 단숨에 사라집니다. ‘뮤즈(Muse)‘ 여신이니까요. 우아한 자태에 신비롭고 흥겨운 음악과 춤이 어우러지지요. 그들의 기술이 바로 ‘뮤직 (Music)‘입니다. -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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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와 질투라는 이 감정은
어디서 온 걸까요

르네 지라르René Girard,
《낭만적 거짓과 소설적 진실 Mensonge romantiqueet vérité romanesque》, 1961년 - P315

아주 많이 읽는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만 소설도 읽습니다. 전 사회학 분야에서는 전문가이지만 문학 전문가는 아닙니다. 문학비평관련 책이나 문학 작품은 어디까지나 비전문가의 관점에서 읽습니다. 저는 자신의 직업적 범주를 넘어선 다른 분야의 책을 읽는 것을 교양독서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 P317

지금 함께 책상 위에 펼쳐놓은 르네 지라르의 《낭만적 거짓과 소설적 진실》은 전공 분야의 틀로 분류하자면 문학비평서입니다. 그렇지만 사회학자인 제가 볼 때 르네 지라르를 그저 문학비평가라고 부르면 왠지 그를 다 포용하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정도로 《낭만적 거짓과 소설적 진실》은 사회학적 색채도 강합니다. - P318

사회학적 글쓰기에서는 추상적인 개념이 많이 사용되기에 사회학 전공책은 읽기에 살짝 뻑뻑합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추상적인 개념으로 점철되어 있는 텍스트에서는 학문과 삶의 구체적인 연관성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 P318

소설을 통해 사회학이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의 마음에 관한 탐구를 배우고 익히고 엿보고 따라하고 싶은 거죠. 제게 소설 읽기는 교양독서이지만, 교양독서는 제 전공독서를 풍요롭게 해줍니다. - P318

사회 현상은 맥락 없이 만들어진 게 아니라 시간을 경과하며 형성된 것이기에 현재의 상황이 만들어진 역사적인 과정을 되살펴보는 건 사회학 연구에서 중요한 실마리가 됩니다. 우리가 직접 경험하지 못한 과거를 사회학 책을 통해 생생하게 머릿속에서 그려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 P319

예를 들어서 한국의 1970년대를 사회학적으로 기술하면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서구적라이프 스타일이 보편화되기 시작한 시대‘라고 기술할 수 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 시대의 정서를 상상하기에는 많이 부족하지요. 1970년대를 다루고 있는 소설을 읽으면 느낌이 다릅니다. - P319

교양독서를 통해 역으로 제 전공 공부에 도움을 많이 받은소설의 또 다른 예를 들자면, 주제 사라마구 José Saramago 의 <눈먼 자들의 도시》입니다. 그 책이 다루고 있는 주제는 맹목니다. 맹목은 사회학뿐만 아니라 철학에서도 중요한 비유로 사용됩니다. - P320

 실제로 사람이 맹목적이 되었을 때 그리고 맹목적인 현상이 한 개인에게서만 나타나지 않고 집단으로 나타났을 때 벌어질 수 있는 해괴함을 정말 섬뜩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 P321

입에 넣으면 거칠어서 도저히 씹을 수 없었던 바짝 마른 미역과 같았던 ‘맹목과 이성의 쇠퇴‘라는 사회학의 개념은 사라마구의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를 통해 문학적 상상력을 거쳐 입에서 보들보들한 식감과 바다 냄새를 풍기는 미역으로 바뀌었습니다. - P321

사회학은 논픽션이고 소설은 픽션입니다. 글을 쓸 때 사회학에서는 추상적 개념을 표현하는 명사가 중요하지만 문학에서는 정서를 빚어내기 위해 부사와 형용사를 많이 사용하지요. - P321

사회학과 문학의 연결을 강조하는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과 후배 사회학자가 나누었던 대담을 엮은 《사회학의 쓸모》라는 책이 있습니다. 후배 사회학자가 지그문트 바우만에게 던지는 질문 중 하나가 문학과 사회학의 공통점과 차이점입니다. - P322

 이 질문에대해서도 바우만은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 의 소설 《커튼》을 예로 들어 답합니다. 소설 속에 마법의 커튼이 등장하죠. 마법의 커튼은 현실을 가리는 커튼이에요. 현실을 보지 못하도록, 그러니까 사람들을 맹목적으로 만들기 위해 커튼은 지켜보는 눈을 가리죠. - P322

이 마법의 커튼에 지속적으로 ‘구멍 내기‘라는 행위는 매우 용기있는 사람의 소명인데요, 이 소명을 사회학과 문학이 공유한다는 게 바우만의 생각입니다. - P322

《낭만적 거짓과 소설적 진실》들어가기 전 해야 할 예비 작업이 있습니다. 누구나 시대를 살고있잖아요. 호흡으로 시대의 공기를 마시죠. 호흡을 할 때 산소를 마시듯 우리는 알게 모르게 시대적 분위기를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 P323

‘사회적 성격‘이라는 개념부터 정리해보겠습니다. 사회적 성격은 1950년대의 중요한 저작 중 하나인 데이비드 리스DavidRiesman이 쓴 《고독한 군중》에 등장하는 개념입니다. - P323

데이비드 리스먼은 칸막이 쳐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 개인을 관통하는 공통적 요소에 주목하고 그걸 사회적 성격이라는 개념으로 규정합니다. - P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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