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세기 최대의 망게임으로 이름 높은 <New Communicate Online>, 통칭 <고냥귀고냥>, 수많은 전설을 낳은 이 게임에서도 가장 무시무시한 점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뭐니 뭐니 해도 1인용‘ 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 P48

‘Communicate‘ 시리즈의 새로운 VRMMO 작품이니까<New Communicate Online〉, 참으로 안이한 네이밍이다. - P49

 결국에는 기술적 문제에 부딪쳐 단념했는지 평범한 1인용 VR 게임으로 다시 만들었다나 뭐라나.
그럼 제목도 바꾸면 될 것 아니냐고 생각하겠지만, 홍보도 동시에 진행되었기 때문에 무모하게도 그대로 밀어붙이기로했다는 것이다. - P49

그러나 이 게임의 진정한 전설이 시작된 것은 이때부터였다. 발매된 제품은 버그가 가득해 게임의 기본 요건조차 갖추지 못한 최악의 상품이었던 것이다. - P50

이야기를 잘 나누던 캐릭터가 갑자기 순간이동을 하고, 이벤트 순서를 잘못 밟으면 죽었던 캐릭터가 태연히 다시 튀어나오는 정도는 일상다반사, 조건을 잘 갖춰 특정 이벤트 세개를 동시에 발생시키면 같은 NPC를 동시에 세명 출현시키는 비기 <그레이의 다중 그림자 분신> 버그는 수많은 사람들의 허탈한 웃음을 자아냈다. - P50

이 정도라면 그나마 웃고 넘어갈 수준이지만, 별 대수롭지도 않을 법한 초반부 퀘스트 아이템을 버리면 두 번 다시 입수하지 못해 게임 클리어가 불가능해진다든가, 같은 NPC에게 두 개의 이벤트가 겹치면 하나는 진행상황이 날아가버려 역시 클리어가 불가능해지는 등, 게임이 진행불능에 빠지는 버그도 대량으로 발견되었다. - P50

가장 불평을 산 부분은 몬스터의 사망 연출이었다. 몬스터가 죽으면 빛의 입자가 되어 사라지는데, 그 연출이 지나치게 과도하다 보니 사라지는 속도가 매우 느려 죽었어야 할 몬스터에게 공격을 받는 경우가 있었다. - P50

무기 숙련도가 전투의 핵심이면서, 검을 사용하는데 도끼숙련도가 올라가거나, 창으로 도끼 스킬을 쓸 수 있거나, 반대로 활을 들었는데 활 스킬을 못 쓰는 등등, 결정적으로 무기 스킬의 위력과 무기 숙련도가 상관이 없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는 진지하게 게임을 하던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절규했다. - P51

스킬 관련 버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이 속칭 <불금 스카이워커 사건>인데, 여러 가지 조건을 만족하면 공중 점프 후 허공을 걸을 수 있게 되며, 상황에 따라서는 자살 말고는 지상에 내려올 방법이 없어지는 오류이다. - P52

특히 유명한 것으로는 이펙트가 격렬한 어떤 두 마법을 동시에 시야 내에서 포착할 경우 지나친 효과음과 광량 때문에 사이버테러 이후 추가된 안전장치가 가동되어 강제 로그아웃되어버리는 통칭 <합성금술(合成禁術) 디스플래시>. - P52

이펙트로는 5미터 정도의 범위를 공격하는 것처럼 보이는데도 실제 공격 판정은 2미터도 안 되는 실망기술 <공허한 와이드 슬래시>. - P52

수치 입력 오류 때문인지 대미지 배율이 마이너스가 되어서 공격을 하면 상대를 회복시키고 마는 스킬 <활인검 어새신 레이지> 등등, 의도하지 않은 수많은 기괴스킬이 태어났다. - P53

처음 본 사람은 절대 피할 수 없는 부조리한 즉사 트랩, 쾌감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클리어하면 짜증만 치미는 퀘스트, 어수룩한 완성도 때문에 해결방법이 존재하지 않는 이벤트, 스토리의 흐름을 무시하고 지형 대미지 때문에 죽어버리는 중요인물, 여기에 대부분의 동료 캐릭터가 강제 이탈하는 이벤트에서 강제 세이브 되는 등, 거의
‘RPG에서 해선 안 된다고 전해지는 것들‘ 을 모조리 시도 본 듯한 게임 내용에 제대로 된 유저들은 속속 떠나갔다. - P53

게다가 머리카락과 피부색도 배색 패턴이 3종류밖에 없는주제에 액세서리로 머리에 달 수 있는 고양이귀 디자인만은 8종류나 되어, 『노력해야 할 곳을 잘못 잡았다』 『고양이귀가그렇게 좋으냐』등등 모 익명 게시판은 나쁜 의미로 들끓었다. 〈New Communicate Online>을 비꼰 <Necomimi(고양이 귀) Cat Offline>이라는 별명이 인터넷에 퍼지게 된 것은 분명 그때였다. - P54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결과적으로는 그 소동이 고냥귀고냥을 진정한 의미의 ‘온라인‘으로 만들었다. 버그를 수정한 패치가 인터넷을 통해 배포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고냥고냥은 마침내 온라인 환경을 갖추지 못하면 버그 수정이 불가능하므로 제대로 플레이를 할 수 없는) 게임이 된것이다. - P55

어떤 의미에서는 이 게임의 가장 큰 팬이었던 버그를 들먹이며 소란을 피우고 야단을 떨던 온라인 잉여들도 시간이지나면서 참신함이 떨어짐에 따라 다른 망게임을 찾아 씹어대기 시작했다.
.....축제는 끝난 것이다. - P55

버그도 즐기면 개성이 된다. 분명 이 게임은 버그투성이에게임 밸런스는 엉망이고 시나리오도 악랄하다. 처음에는 너무나 부조리한 이벤트와 난이도에 몇 번이나 그만둘까 생각했다. - P56

램릭 마을에서 라인하르트 일행과 헤어진 후에도 스스로이것저것 검증을 해보았다. 그 결과 내가 지금 있는 세계는놀랄 만큼 사실적으로 고냥고냥의, <New Communicate Online>의 세계를 재현했음을 깨달았다. - P57

고냥귀고냥에서 포션을 쓰는 방식은 세 가지가 있다.
마시고, 뿌리고, 던지는 것. - P58

 이 고냥귀고냥에는 포션을 던졌을 때 일어나는 유명하고도 아직 수정되지 않은 버그가 있었다.
통칭 <소리가... 늦게・・・ 들려요 > 버그. - P58

메뉴 화면을 열지 못하면 이것저것 불편하다. 스탯 관련폐해도 잔뜩 있지만, 그보다 지금당장큰문제는 세이브와로드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세이브 포인트인 마을의 ‘모노리스‘ 에 가서 몇 번이고 시도해봤지만 어떻게 해도세이브 메뉴는 나타나지 않았으며, 세이브도 로드도 이용이 불가능했다. - P59

메뉴 화면을 쓸 수 없다는 것은 곧 <로그아웃>, VR 머신을 정지시키고 현실로 돌아가는 커맨드 입력할 수 없다는뜻이다.
현실에서 VR 머신을 조작하거나 VR 머신의 안전장치가작동한다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VR 공간 속에 있던 사람이 현실로 돌아갈 방법은 이것밖에 없다. - P60

현실세계에 대해서는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사실 대학에서는 아싸였고, 고향 집에도 연락은 거의 하지않았다. 몇 주 내로 대학에 복귀하지 못한다면 1학기 학점은 절망적이겠지만 그것도 만회하지 못할 것은 없다. - P60

‘그래도 어떻게든 현실의 내 세계로 돌아가야 해!‘
게임으로 즐기는 정도라면 몰라도, 정말로 생활하게 된다면 고냥귀고냥의 세계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너무나도 가혹하다. - P61

"난감하게 됐잖아. 돈이 없어."
이 마을의 유일한 여관에 무사히 들어온 것까지는 좋았는데, 이 게임은 숙박비가 이상하게 비싸다. 그 탓에 소지금을거의 다 쓰고 말았다. - P62

내일 이후를 생각하면 하다못해 며칠치 숙박비 정도는 필요하리라.
‘이럴 줄 알았으면 라인하르트 씨에게 숙박비 정도는 받아둘걸 그랬나?" - P62

"......아."
있다. 딱 하나지만 있다.
이 마을에서 한 걸음도 나가지 않고 수행할 수 있는 퀘스트이며, 전투가 없고, 그러면서도 충분한 돈을 벌 수 있는 퀘스트.
"<도적 메리페의 유산>이야." - P63

그걸 게임 내에서 구현한 것이 고냥귀고냥의 이 퀘스트,
<도적 메리페의 유산>이다.
『동료를 배신하고 재산을 빼돌린 메리페는 추적대에게 붙잡혀 목숨을 잃지만, 아무리 뒤져도 메리페가 훔쳤던 보물은 찾을 수가 없었다. 우연히 메리페가 남긴 수기를 손에 넣은 당신은 여기에 적힌 힌트를 따라 보물을 찾는다.』 - P63

다만 문제라면, 이 퀘스트는 던전 세 곳을 뺑뺑 돌아야 하며 마지막에는,
『이럴 수가, 보물이 묻힌 곳은 메리페의 집 앞마당이었던것이다!!』라는 파랑새도 깜짝 놀랄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는점.
자기네 집 앞마당에 숨긴 주제에 왜 일부러 지도를 그려놓은 거야! 너 사실은 누가 보물을 찾아주길 바랐던 거지! - P64

"여기 맞지?"
나는 게임에서 익히 봤던 그 앞마당까지 찾아왔다.
밤에 지나다닌 적이 별로 없다 보니 조금 느낌이 다른 것같기도 했지만, 아마 여기가 맞을 것이다. - P64

고냥귀고냥에서는 원래 특별한 이벤트가 아닌 이상 지면을 파거나 벽을 부수는 행동은 불가능했다. <도적 메리페의유산>만 해도 그랬다. 세 곳의 던전에서 힌트를 찾아 확실하게 이벤트 플래그를 세우지 않으면 바닥을 파는 것이 불가능했지만, 이곳은 현실 세계. 그런 제한은 없으리라. 아마도. - P65

하지만 지금 내 모습을 객관적으로 본다면, 어둠 속에서남의 집 마당을 파헤치고 있는 남자. 이건 그야말로 수상하다. 매우 수상하다. 이벤트를 건너뛰었다는 반칙을 저지른 찝찝함까지 맞물리니 어쩐지 나쁜 짓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
얼른 끝내버리자고 열심히 지면을 팠다. - P65

"몰래 지켜보고 있다거나 하는 건 아니겠지?"
내 현재 능력은 빈말로라도 높다고는 할 수 없다. 나름 실력이 있는 도적에게 걸리기라도 했다가는 솔직히 승산이 없다. - P66

물론 유비무환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주위를 살피고, 나는 아무도 상자를 보지 못하도록 배에 끌어안듯들어 올려, 구부정한 자세로 뛰어 그곳을 벗어났다. - P67

상자를 무사히 입수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아직 절반일 뿐이다. 이 갈색 상자에는 다이얼식 자물쇠가 있어서 올바른 숫자를 맞춰야만 열 수 있다.
"해볼까?"
번호는 똑똑히 기억한다. 12076. 메리페의 유산 퀘스트를했을 때 몇 번이나 중얼거렸던 덕에 암기하고 말았던 것이다. - P68

나는 큰맘 먹고 번호를 맞춰나갔다.
".....1 ....2.... 0 ....7 ....6."
숫자를 맞추고, 끝난 다음 다시 한 번 확인했다.
1, 2, 0, 7, 6.
좋아, 틀리지 않았어. 숫자가 어긋나 어정쩡한 곳을 가리키거나 하지도 않았고.
이제 아무 문제도 없을 것이다. - P68

숫자는 변함이 없다. 분명 맞을 것이다.
아니, 정말 이 번호가 맞을까?
사실은 12067 이거나 하진 않겠지?
아니아니, 그런 일은 없다. 이렇게나 똑똑히 기억하는데. - P69

"이봐, 젊은이! 저녁식사가ー"
"으헤허흑!!"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펄쩍 뛰었다.
돌아보니 문에서 고개를 내민 여관 주인이 눈을 동그랗게뜨고 있었다.
"무, 무슨 이상한 소리를 내고 그러나? 깜짝 놀랐구만." - P70

맨들맨들한 대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렇게 말하니 나도 화가 식고 말았다. 그러고 보니 저녁식사도 포함이라고 했지.
이것저것 확인하지 않았던 나에게도 잘못이 있을지 모른다.
"・・・・ 알았어요. 금방 갈 테니 아래에서 기다려 주세요."
"그려! 오늘 손님은 자네 말고는 한 명뿐이니까 얼른 오라고!" - P70

바닥에 두 무릎을 꿇었다.
・・・・・・상자는 열린 상태였다. 놀라는 바람에 반사적으로 열고 말았던 모양이다.
상자 안을 보니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이며 장식품들이 있다.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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