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와 질투라는 이 감정은
어디서 온 걸까요

르네 지라르René Girard,
《낭만적 거짓과 소설적 진실 Mensonge romantiqueet vérité romanesque》, 1961년 - P315

아주 많이 읽는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만 소설도 읽습니다. 전 사회학 분야에서는 전문가이지만 문학 전문가는 아닙니다. 문학비평관련 책이나 문학 작품은 어디까지나 비전문가의 관점에서 읽습니다. 저는 자신의 직업적 범주를 넘어선 다른 분야의 책을 읽는 것을 교양독서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 P317

지금 함께 책상 위에 펼쳐놓은 르네 지라르의 《낭만적 거짓과 소설적 진실》은 전공 분야의 틀로 분류하자면 문학비평서입니다. 그렇지만 사회학자인 제가 볼 때 르네 지라르를 그저 문학비평가라고 부르면 왠지 그를 다 포용하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정도로 《낭만적 거짓과 소설적 진실》은 사회학적 색채도 강합니다. - P318

사회학적 글쓰기에서는 추상적인 개념이 많이 사용되기에 사회학 전공책은 읽기에 살짝 뻑뻑합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추상적인 개념으로 점철되어 있는 텍스트에서는 학문과 삶의 구체적인 연관성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 P318

소설을 통해 사회학이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의 마음에 관한 탐구를 배우고 익히고 엿보고 따라하고 싶은 거죠. 제게 소설 읽기는 교양독서이지만, 교양독서는 제 전공독서를 풍요롭게 해줍니다. - P318

사회 현상은 맥락 없이 만들어진 게 아니라 시간을 경과하며 형성된 것이기에 현재의 상황이 만들어진 역사적인 과정을 되살펴보는 건 사회학 연구에서 중요한 실마리가 됩니다. 우리가 직접 경험하지 못한 과거를 사회학 책을 통해 생생하게 머릿속에서 그려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 P319

예를 들어서 한국의 1970년대를 사회학적으로 기술하면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서구적라이프 스타일이 보편화되기 시작한 시대‘라고 기술할 수 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 시대의 정서를 상상하기에는 많이 부족하지요. 1970년대를 다루고 있는 소설을 읽으면 느낌이 다릅니다. - P319

교양독서를 통해 역으로 제 전공 공부에 도움을 많이 받은소설의 또 다른 예를 들자면, 주제 사라마구 José Saramago 의 <눈먼 자들의 도시》입니다. 그 책이 다루고 있는 주제는 맹목니다. 맹목은 사회학뿐만 아니라 철학에서도 중요한 비유로 사용됩니다. - P320

 실제로 사람이 맹목적이 되었을 때 그리고 맹목적인 현상이 한 개인에게서만 나타나지 않고 집단으로 나타났을 때 벌어질 수 있는 해괴함을 정말 섬뜩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 P321

입에 넣으면 거칠어서 도저히 씹을 수 없었던 바짝 마른 미역과 같았던 ‘맹목과 이성의 쇠퇴‘라는 사회학의 개념은 사라마구의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를 통해 문학적 상상력을 거쳐 입에서 보들보들한 식감과 바다 냄새를 풍기는 미역으로 바뀌었습니다. - P321

사회학은 논픽션이고 소설은 픽션입니다. 글을 쓸 때 사회학에서는 추상적 개념을 표현하는 명사가 중요하지만 문학에서는 정서를 빚어내기 위해 부사와 형용사를 많이 사용하지요. - P321

사회학과 문학의 연결을 강조하는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과 후배 사회학자가 나누었던 대담을 엮은 《사회학의 쓸모》라는 책이 있습니다. 후배 사회학자가 지그문트 바우만에게 던지는 질문 중 하나가 문학과 사회학의 공통점과 차이점입니다. - P322

 이 질문에대해서도 바우만은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 의 소설 《커튼》을 예로 들어 답합니다. 소설 속에 마법의 커튼이 등장하죠. 마법의 커튼은 현실을 가리는 커튼이에요. 현실을 보지 못하도록, 그러니까 사람들을 맹목적으로 만들기 위해 커튼은 지켜보는 눈을 가리죠. - P322

이 마법의 커튼에 지속적으로 ‘구멍 내기‘라는 행위는 매우 용기있는 사람의 소명인데요, 이 소명을 사회학과 문학이 공유한다는 게 바우만의 생각입니다. - P322

《낭만적 거짓과 소설적 진실》들어가기 전 해야 할 예비 작업이 있습니다. 누구나 시대를 살고있잖아요. 호흡으로 시대의 공기를 마시죠. 호흡을 할 때 산소를 마시듯 우리는 알게 모르게 시대적 분위기를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 P323

‘사회적 성격‘이라는 개념부터 정리해보겠습니다. 사회적 성격은 1950년대의 중요한 저작 중 하나인 데이비드 리스DavidRiesman이 쓴 《고독한 군중》에 등장하는 개념입니다. - P323

데이비드 리스먼은 칸막이 쳐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 개인을 관통하는 공통적 요소에 주목하고 그걸 사회적 성격이라는 개념으로 규정합니다. - P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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