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멀게는 약 2,800여 년 전부터 여러 시인들에 의해 창작된 작품들 속에 다양한 신화들이 보전되어 지금까지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는데, 그 시인들은 스스로 무사의 대변인을 자처했습니다. 다시 말해 무사 여신의 신비로운 언어를 인간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전해 주는 이들이 시인이란 말입니다. - P126

옛 그리스의 시인들은 주로 영웅들의 이야기를 노래했는데,
영웅들은 신들의 자식들이었으니 자연스럽게 신들의 이야기가 곁들어졌습니다. 트로이아 전쟁을 노래한 호메로스가 대표적인 시인이지요. 호메로스가 탁월한 영웅들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남긴 것과 달리, 인간들의 탄생을 노래하면서도 이전 신들의 탄생과계보만을 따로 모아 노래한 시인도 있습니다. - P126

 짧은 삶을 살다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이 어떻게 영원한 신들을 노래하고 영웅들의 불멸하는 업적들을 이야기할 수있었을까요? 그들의 이야기가 꾸며낸 것이라면 몰라도, 그것이 진실이라고 한다면, 그 진실성은 어떻게 보장받을 수 있을까요? - P127

 최초의 시인이라 알려진 호메로스가 이야기를 끌어가는 방식은 매우 독특합니다. 그는 무사 여신에게 노래해 달라고 명령하면서 시작하거든요. 그러면 마치 하늘 높이 치솟은 올림포스산에서 무사 여신들이 시인의 외침을 듣고는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것 같습니다. 그들이 곧바로 땅으로 내려와 시인과 하나가 되더니, 시인의 목소리로 노래를 해 주는 것 같지요. - P127

황금 양털을 찾아 떠나는 이아손의 모험을 노래한 아폴로니오스(Apollonios Rhodios)도 그랬고요,
로마의 시인 베르길리우스가 트로이아를 떠나 새로운 땅을 찾는 아이네아스 (Aenes)의 모험을 노래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 P127

왜 그랬을까요? 그냥 자신이 알고 있는 이야기, 그리고 거기에 자신의 상상력을 덧붙여 지어낸 이야기를 구성지게 풀어내면될 텐데, 왜 그리스와 로마의 시인들은 무사 여신을 불렀던 걸까요? 정말 그들이 존재한다고 믿고, 그들을 불렀던 것일까요? - P127

 아마도 그런 청중을 단숨에 침묵시키기 위해 시인은 무사에게 도움을 청한것 같습니다. 무사 여신들이 시인에 빙의되어 입을 빌어 노래한다면, 청중은 시인의 목소리를 들으면서도 그것이 곧 무사의 이야기라고 믿을 테니 말입니다. - P128

그런데 호메로스는 다른 신들도 많은데, 왜 하필 무사 여신들을 부를까요? 어째서 무사 여신들은 시인들의 노래에 진실성을 보증하는 힘을 가진 걸까요? 무사 여신들은 모든 것을 아는 기억의힘을 가지고 있고, 그 힘을 시인들에게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능력은 모두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지요. - P129

제우스는 ‘시간‘의 신인 크로노스와 싸워 승리를 거두고 권좌에 올랐습니다. 제우스는 권력의 기반을 잘 다져 놓은 후, 자신의 영광을 영원히 기억하고 노래할 수 있는 신들이 필요했던 모양입니다. - P129

앞서 말했듯, 무사 여신들의 기술을 ‘무시케‘, 즉 ‘뮤직‘, ‘음악‘
이라고 합니다. 문자가 없었던 시절, 인간들이 정보를 가장 효율적으로 기억하는 방법은 심장의 박동 수에 어울리는 운율에 따라 노래에 담아내는 것이었습니다. - P130

역사는 한 공동체가 꼭 간직해야 할 집단의 기억이라 할 수 있으니, 무사 여신들이 관장하는 것이 맞겠지요. 무사의 기술인 무시케, 즉 음악은 정보를 담는 수단임과 동시에 그 내용이기도 했고,
그를 통해 쌓이는 교양을 뜻하는 말이기도 했습니다. - P130

2부 14장

디오뉘소스,
포도주의 신이 되다 - P209

 그 박카스(바쿠스)가 사실은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포도주의 신 디오뉘소스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디오뉘소스는 제우스의 아들입니다. 하지만 그의 어머니는헤라가 아니었습니다. 인간이었던 세멜레였죠. 세멜레는 원래 제우스 신전의 여사제였습니다. - P209

제우스는 독수리의 모습을 벗고,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하여 그녀를 찾아갔습니다. 인간의모습이지만 사실은 제우스다 밝히니, 그녀도 자기가 모시던 제우스를 맞이하며 크나큰 영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P209

그러나 이걸 본 헤라는 질투심에 불타올랐죠. 세멜레를 없애버리고 싶었습니다. 헤라는 세멜레의 유모였던 늙은 베로에의 모습으로 변신해서 세멜레에게 다가갔습니다. 세멜레는 그녀에게모든 것을 털어놓았죠. "유모, 저는 지금 제우스와 사랑을 나누고있어요. 제우스의 아이까지 가졌어요." 임신을 직접 확인한 헤라는 더욱더 화가 났습니다. - P210

헤라는 흔들리는 세멜레의 마음에 의심의 불을 질렀습니다. "세멜레, 아이를 낳기 전에 당신이 만나는 그 청년이 진짜 제우스인지 꼭 확인해보세요. 다음에 만나면 진짜 모습을 보여 달라고하세요. 만약 그 남자가 거절한다면, 그건 그가 제우스가 아니라는뜻이죠. 제우스를 사칭한 사기꾼 난봉꾼인 거예요" - P210

맹세를 확인한 세멜레가 말했죠.
"제 소원은 당신의 진짜 모습을 보는 거예요. 당신이 헤라 여신을 만날 때의 모습 그대로 저에게도 나타나 주세요" 제우스는 깜짝놀라서 그녀의 입을 막으려고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엎질러진 물처럼 흘러나온 말을 주워 담을 수가 없었죠. - P210

 인간 여자가 제우스의 모습을 직접 보면, 홀랑 타 버리기 때문이었습니다. 제우스가 평범한 인간의 몸을 벗어 버리고 벼락을 가진 채 번쩍이고 찬란한 모습으로 나타나자, 세멜레는 제우스의 뜨거운 열기와 눈부신 광채를 이기지 못하고 타 버렸습니다.  - P211

헤라는 세멜레를 죽이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아이를 없애는데에는 실패한 것 때문에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고 여전했습니다.
그녀는 디오뉘소스를 없애 버리려고 했습니다. 제우스는 아이를 새끼 염소 모양으로 만들어 헤라의 눈길을 피했다고 합니다.  - P211

그가 자란 사산은 그의 이름에 들어 있죠. ‘디오-(Dio)‘는 ‘제우스의 다른 이름인데, 거기에 ‘사(Nussa)‘
산 이름이 붙어서 ‘디오뉘소스‘라는 이름이 되었다는 겁니다. 헤라는 디오뉘소스가 청년이 될 때까지도 계속 괴롭혔지요. - P211

흥미로운 것은 그의 여정이 나중에 동방 원정을 갔던 알렉산드로스 대왕(Alexandros the Great)의 여정과아주 비슷하고, 그런 이유 때문이었는지 알렉산드로스는 폭음을하면서 디오뉘소스 코스프레를 했다고 합니다. - P212

세계 이곳저곳을 방황하던 디오뉘소스는모든 역경을 극복하고 의젓한 신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고, 마침내 헤라의 영향에서도 벗어납니다. 승리자가 된 그는 올림포스로 돌아왔습니다. - P212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Theseus)가 낙소스섬에 버려두고 간 아리아드네 (Ariadne)를 아내로 맞이한 것도 그 행렬의 도중이었다.
고 합니다. 아름다운 그녀에게 반한 디오뉘소스는 그녀의 딱한 사정을 듣고는 아내로 맞이해서 올림포스로 데려갔다고 합니다. - P212

부활한 어머니의 이름을 튀오네(Thuāne)라고 바꾸고, 함께 올림포스로 승천합니다. 이때는 헤라도 옛일을 잊고 디오뉘소스와 튀오네를 환영했습니다. 그 누구보다도 제우스가 모든 역경을 이겨 내고 돌아온 디오뉘소스를 보고기뻤했죠. - P212

이렇듯 디오뉘소스는 자수성가형 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P214

우리는 디오뉘소스를 단순히 포도주의 신으로만 알고 있는데, 포도의 재배, 농업과 생산의 신이라는 게 더 중요합니다. 겨우내 꽁꽁 얼어있던 죽음의 땅에서 새싹이 돋고 꽃이 피고 새롭게 태어나는 봄은 부활의 계절인데요, 바로 디오뉘소스의 계절이기도 합니다. - P214

본격적으로 일하기 전에 한번 실컷 놀아 보자는 뜻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놀기만 한것이 아니라, 거기에는 풍요를 준비하는 진지하고 경건한 태도도있었던 것이죠. - P2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