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1장

해질녘 나는 숙모와 나란히 문간에 서 있었다. 숙모는 누군가를 업었는지 포대기를 두르고 있었다. 그때의 어스름한 거리의 정적을 나는 잊지 못한다. - P25

나는 1909년 여름에 태어났으니까 메이지 천황 붕어 때는네 살이 조금 넘은 나이였다. 아마 같은 무렵의 일인 듯한데, 나는 숙모와 둘이서 우리 마을에서 20리 정도 떨어진 어느마을의 친척 집에 가서 본 폭포를 잊을 수 없다.  - P25

낯선 남자의 목말을 타고나는 폭포를 바라보았다. 무슨 신사가 옆에 있어 그 남자가 그곳의 갖가지 에마(絵馬)¹를 보여 줬지만 나는 점점 쓸쓸해져서 가차, 가차, 하고 울었다. 나는 숙모를 가차라고 불렀다. 숙모는 친척들과 멀찍이 움푹 팬 땅에 양탄자를 깔고 떠들썩하다가, 내 울음소리를 듣고 황급히 일어섰다.

1) 발원할 때나 소원이 이루어졌을 때, 신사나 절에 말 대신 봉납하는 말 그림 액자 - P26

숙모에 대한 추억은 여러 가지 있지만, 그 무렵 부모님과의 추억은 공교롭게도 하나도 가진 게 없다. - P26

예닐곱 살이 되면 추억은 또렷하다. 나는 다케라는 하녀에게 책 읽는 것을 배워 둘이서 여러 책을 함께 읽었다. 다케는내 교육에 열심이었다. 나는 몸이 허약한 탓에 누워서 많은책을 읽었다. 읽을 책이 없어지면 다케는 마을의 일요학교 같은 데서 어린이책을 부지런히 빌려 와 내게 읽도록 했다. 나는묵독을 익혔기 때문에 아무리 책을 읽어도 피곤하지 않았다. - P27

절 뒤편은 높다란 묘지이고, 황매화나무 산울타리를 따라수많은 솔도파(率堵婆)²가 숲처럼 서 있었다. 솔도파에는 보름달만 한, 자동차 바퀴처럼 검은 쇠바퀴가 달린 게 있었다.

2) 죽은 사람의 공양을 위해 경문 구절 따위를 적어 묘지에 세우는, 위가 탑처럼 뾰족하고 갸름한 나무판자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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