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전에 없이 과대하고 관대한 건물이다. 매년약 450만 명의 사람이 대성당에 들어가기 위해 대기 행렬에 합류하고, 여기에 그저 바깥에서 건물을 바라만 보고자 오는 방문객2천만 명이 더해진다. 대중적인 문화 오락인 것이다. - P32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와 까사밀라가 독창적이고 유일하다면, 이 구역은 2천 년에 걸쳐 지어진 수백 채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럼에도 이곳의 건물 역시 대중적인 문화 오락 역할을 하며 수백만 명의 사람을 끌어들인다. 의심할 여지 없이 인간적인 장소다.

왜일까? - P33

우리가 누구인지 알려면 건물을 보라는 말이 있다. 고딕 지구에서는 여러 세대에 걸친 카탈루냐인의 정체성이 수천 개의 표면에서 자신 있게 목소리를낸다. - P35

고딕 지구의 거리도 가우디의 건물도 내게는 모두 평범한 사람을위해 지어진 궁전이다. 둘 모두 인간성에 대한, 그러니까 인간의 이에 대한 진리처럼 끼친다. 돈 한 푼 내지않고 누구라도 향유할 수 있다. 친근하게 보는 이의 기분을 고양하고 언제나 최소한의 것 이상을 제공한다. - P36

고딕 지구와 가우디의 건물처럼, 이 지하철역들도 인간의 필요. 욕구·행위를 염두에 두고 지어졌다.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으면서 제작자의 생애를 훌쩍 뛰어넘어 존속할 수 있으리라는 염원과 함께 만들어진 것이다. - P37

바르셀로나 고딕 지구에서 서쪽으로 10킬로미터 거리에 평범한 사람을 위한 궁전이 또 하나 자리하고 있다. 1975년 건축가 리카르도 보필 Ricardo Bofill의 설계로 지어진 월든 7 Walden 7은 까사 밀라같은 고급 아파트 건물이 아니라 국가 주도 하에 당시 통상보다 적은 비용으로 지어진 국가 보조 공동주택 단지다. - P38

보통의 저예산‘ 주거프로젝트는 으레 작고 옹색한 출입구를 가지기 마련이지만, 월든7은 그렇지 않다. 외려 장중하고 장대하게, 복수의 그림자와 반짝이는 푸른색 타일로 극적인 분위기를 담아낸다. - P40

이렇게 생긴 건물은 나에게 이런 느낌을 줄 수 있는데, 왜 이런 건물이 더 많지 않은 걸까? - P40

.. 2주 후, 나는 캐나다 밴쿠버로 여행을 떠나 해안가 호텔에 자리를잡는다. 길 건너편 넓은 광장은 밴쿠버항의 가장자리까지 펼쳐져있는데, 대체로 평평하고 사실상 아무도 없다. 반복은 종종 눈에 띄는 반면 복잡성은 찾아볼 수 없다. 공간의 가장자리를 따라 기울어진 가로등 몇 개와 캑터스 클럽 카페 Cactus Club Cafe의 노란 차양이 있다. - P41

얼굴 없는 고층 건물 사이에서 흥미로운 지붕 하나를 발견한다. 지붕이 덮고 있는 건물은 갈색 벽돌과 회색 석재로 지어졌다.  - P42

어느새 흥미로운 지붕들이 한데 모인 그 건물의 건너편에 와 있다. 건물의 이름은 마린 빌딩 Marine Building 이다. 자연스레 건물의1층을 흘깃 살피고는 뒤로 기대어 건물을 올려본다. 높이를 빠르게 타고 올라 꼭대기에 다다른 시선이 또 한 번 멈춰 지붕의 디테일을 음미한다. - P43

마린 빌딩의 출입구도 월든 7처럼 거주자와 방문객에게 특별한사람이 된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한 쌍의 넓은 회전문은 금으로장식되어 있고, 떠오르는 태양이 돛을 활짝 편 목선 위로 찬란한 광선을 뿜어낸다. 그 중심에는 십자가가 세워져 있으며, 태양의 꼭대기에는 여섯 마리의 거대한 캐나다기러기가 날고 있다.  - P44

마린 빌딩 여기저기에서 느껴지는 사치스러운 손길의 실제적기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건축가 존 Y. 맥카터 John Y. McCarter는 ‘무언가 매력적인 것‘을 만들고 싶었다고 변호한다. - P46

마린 빌딩은 점진적인 감정의 고조를 촉발한다. 즐거움을 준다. 관대한 마음을 가졌다. 모험과 발견과 바다의 경이로움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 주변 세계가 사실은 흥미롭고 생생하게살아 있음을 상기시킨다. - P47

내 오른편에 피너클 호텔 하버프런트Pinnacle Hotel Harbourfront가 있다. 호텔은 장대할지언정 다양한 층위로 이루어진 마린 빌딩 같지 않고, 바르셀로나 고딕 지구의 높고 좁은 구조물과도 다르다. 마치 가로로 눕혀진 마천루처럼 여봐란 듯이 수평적인 느낌을 준다. - P48

 피너클 호텔 하버프런트 앞을 지나칠때면 대개 대형 유리판이나 플라스틱 간판이 보인다. 건물의 거대한 창문은 천장부터 바닥까지 이어진다. - P48

표면을 가득 메운 흥미로운 요철들이 특별한 방식으로 세월의 흔적과 때를 숨길 수 있게 하는 바르셀로나의 건물들과 달리, 아무런 장식도 없는 호텔의 표면은 빈 캔버스가 되어 수십 년간 쏟아지며 얼룩을 남긴 빗물을 강조한다. - P50

한때 존 Y. 맥카터가 얘기했던 ‘분위기‘는 어디에 있는거지? 즐거움은 어디에 있으며? 이야기는 어디에 있고? 찬미는 어디에 있을까? 관대함은? 배려라는 감각은 어디에 있지? 인간적인 손길은어디에 있는 걸까? - P51

매일 수천 명의 사람이 지나다니는 세계적인 도시의 중심가라는 사실은 아무래도 좋은 것 같다. 바르셀로나와 밴쿠버 다른 지역에서는 관대함을 경험했고, 여기서는 이기주의를 맞닥뜨린다.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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