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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숏 Big Short - 패닉 이후, 시장의 승리자들은 무엇을 보는가
마이클 루이스 지음, 이미정 옮김 / 비즈니스맵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2008년 미국 금융위기가 어떻게 발생했는지를 금융위기 가운데 큰 수익을 올린 주요 인물들-마이클 베리, 스티브, 찰리 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마이클 루이스가 빅숏에서 실제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단순히 2008년 미국 금융위기가 아니라 그 내면에 있는 '인간의 탐욕'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서브프라임모기지채권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것이 우선이다. 단어를 나눠서 설명하면 먼저, 서브프라임은 프라임 아래 계층을 의미하고 모기지는 부동산담보대출을 의미한다. 쉽게 이야기하면 서민층을 위한 주택 담보대출이다. 채권은 돈을 빌렸다는 증서 같은 것이다. 따라서 내가 채권을 가지고 있으면 채권을 발행한 사람으로부터 이자를 받게 되고 나중에 원금도 받게 된다.
미국의 모건스탠리, JP모건 같은 대형 은행들은 각 개인에게 주택담보대출을 해주고 그 채권을 묶어서 상품을 만든 것이다. 이 상품은 수백 명이 빌린 돈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각 개인의 신용등급은 썩 좋은 편이 아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1등급(가장 좋음)에서 10등급(가장 나쁨)이 있는데 8-10등급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책에서 보면 이주민들에게도 묻지마 대출이 나간 것을 보면 대출받는 사람들의 원리금 상환 능력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대출을 해준 것 같다.
그렇다면 이러한 개개인의 채권들로 구성된 상품도 당연히 등급이 안 좋아야 한다. 그런데, 신용평가사에서 가장 좋은 등급인 AAA를 부여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이 채권들은 부동산담보대출이라서 집값이 떨어지는 경우 부실이 날 가능성이 높은데 채권 100개 중 몇 개는 지역에 따라 집값이 떨어져서 부실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전국 모든 지역이 동시에 집값이 떨어질 확률은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 상품을 만든 대형 은행은 AAA등급을 받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왜냐하면 AAA등급을 받아야 연금 등 기관들이 채권을 매입하기 때문이다. 기금을 운용하는 입장에서는 안전자산인 AAA등급에 투자하고 있다고 하면 최소한의 면피가 되는 셈이다. 흔히 하는 말로, 펀드매니저가 듣도 보도 못한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가 손실이 나면 해고를 당할 가능성이 높지만, 삼성이나 애플 등에 투자했다가 손실이 나면 "삼성이나 애플에 무슨 문제가 있나?"로 이야기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마찬가지로, 기관들은 AAA등급 채권에 투자하고 있다고 하면 일단은 면피가 된다.
하여간, 이런 이유로 인해서, 부실채권들은 AAA등급의 채권으로 둔갑하게 된다. 그리고 마이클 베리, 스티브, 찰리 등의 사람들은 이 구조를 파악한 것이다. 그들은 이 대출들이 문제가 많다는 것을 알았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아니 유지만 되더라도 대출한 사람들이 돈을 못 갚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이들은 이 AAA등급의 상품들이 부실이 난다는 것에 베팅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보험상품을 만들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CDS(신용부도스왑)이다.
CDS(신용부도스왑)은 말이 어렵지만 간단히 말하면 보험상품이다. AAA등급 상품이 부실이 나면 보험회사에서 금액을 보전해주겠다는 것이다. 즉, 100만원 짜리 상품이라면, 원래는 이 상품 구매자가 꾸준히 이자를 받다가 만기가 되면 100만원 원금을 돌려 받아야 되는데 부실이 나서 100만원을 못 주게 되면 보험회사에서 100만원을 대신해서 갚겠다는 것이다. 대신, 보험회사에 매달 꾸준히 수수료를 지불해야 된다. 마치, 개인이 보험료를 지급하는 대신 나중에 크게 한 번 타 먹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이들은 이 CDS를 모아가기 시작했다. 언젠가는 부동산 거품이 꺼질 것이고 그렇다면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사람들이 연체할 수 밖에 없고 AAA등급 상품도 결국 무너질 수 밖에 없다는 확신이었다. 반면, 이 CDS 상품을 판매한 보험회사에서는 아무런 위험 없이 수수료를 벌어 들인다는 착각에 빠졌다. AAA등급의 상품이 부실이 나는 경우는 없다는 확신이었다. 이 두 가지 상반된 확신 아래 한 쪽은 CDS를 만들어 판매하고 한 쪽은 CDS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골드만삭스, JP모건 같은 투자은행들은 더 많은 수익을 올리고 싶었다. 그런데 주택담보대출은 한정되어 있어서 무한정 AAA등급 상품을 만들어 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똑똑한 그들은 또 머리를 굴러 상품을 만들어냈다. 합성CDO라는 상품인데 포인트는 하나의 부실채권을 여러 합성CDO에 구성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이 합성CDO에 대한 CDS 즉 보험 상품을 또 보험회사에 만들라고 요청했다.
이렇게 파생된 상품들의 영향력은 엄청나다. '빅숏'영화에서 그 비유를 잘 설명해주고 있는데 다음과 같다.
카지노에서 A와 B가 블랙잭을 하고 있다. 뒤에서 구경하던 C와 D는 A와 B중 누가 이길지 내기를 한다. 그 뒤에 있던 E와 F는 다시 C와 D중 누가 이길지 내기를 한다. 이런 식으로 A와 B의 결과에 따라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의 판돈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원리에 의해 서브프라임대출보다 금융 시스템의 손실이 훨씬 컸다고 말하는 것이다.
즉, 주택담보대출을 100만원 일으켰는데 그 돈을 못 갚음으로 인해 미치는 파장(손실)은 20배인 2,000만원에 달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손실 규모를 보험회사와 투자은행들이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는데 문제가 있다. 그들은 리스크 없이 수익을 올린다고만 생각했지, 실제 부동산 거품이 빠지며 감당해야 될 손실이 얼마나 되는지, 즉 스트레스 테스트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먼저, 마이클 베리는 AAA등급 채권 부실에 베팅하기 위한 방안을 찾다가 CDS(신용부도스왑)이라는 상품을 발견한다. 이 상품은 기본적인 투자의 조건에 부합하는 상품이다. 왜냐하면 리스크는 매년 지불하는 수수료로 한정(200만달러)되어 있고 수익은 무한한 구조(1억달러)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자하기 적합한 상품이다. 물론, 이 CDS를 최초로 마든 목적은 투자 목적의 상품이 아니었다. 말 그래도 보험이었다.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보험을 마이클 베리는 투자상품으로 만들어 버렸다.
골드만삭스는 채권을 상품화해서 넘김으로 채권에 대한 리스크도 같이 넘길 수 있었다. 그리고 단순히 보험회사와 마이클베리를 중개해주는 것만으로 수수료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모든 제조업에 유통이 존재하는 것처럼, 골드만삭스도 이 거래에 있어서 거의 리스크 없이 유통을 해주는 것만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골드만삭스에 대한 내용을 재밌게 표현한 부분이 있다.
골드만삭스는 동네에서 게임을 주도하는 골목대장이었다. 반면 메릴린치는 무리에 끼게 된 것만으로도 기뻐서 다들 꺼려하는 일을 맡은 작고 통통한 아이였다. 스티브가 보기에 그들은 크랙더휩(한 줄로 늘어서 손에 손을 잡고 움직이다가 선두자가 갑자기 방향을 바꿔 뒷사람들을 이탈시키는 놀이)게임을 하고 있었다. 그 게임에서 메릴린치는 늘어선 줄의 맨 마지막에 자리를 잡은 것 같았다. 즉, 골드만삭스는 골목대장이어서 손실이 적다. 그러나 메릴린치 같은 회사들은 항상 문제가 터졌을 때 손실이 크다는 것이다.
이런 금융상품의 문제 중 하나는 아무도 그 실체를 모른다는 것이다. 책에서 한 전문가는 이 AAA등급이라는 상품을 파고 또 파고 들어가 아무리 깊이 파헤쳐도 밑바닥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아낼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그리고 찰리는 "어려운 용어들 때문에 무척 혼란스러웠죠. 그런 용어를 이해하려고 애쓰다 보니까 왜 그렇게 이해하기가 어려운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어요. 용어 자체가 이해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이었죠."라고 말했다. 즉, 용어 자체도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마이클 베리, 스티브, 찰리 등의 사람들이 문제를 파악하고 투자하여 큰 성과를 올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들이 쉽게 돈을 번 것은 결코 아니다. 마이클 베리는 5년 동안 수수료를 내면서 인내해야 했고 그에게 투자한 파트너들은 마이클을 고소하겠다고 협박까지 했다. 5년 동안 그는 엄청난 부담과 괴로움, 압박 속에서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말 그대로 5년이 될지 10년이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가 믿고 의지할 것은 오로지 자신이 분석한 시장 상황이었다. 1,000억원을 투자한 투자자들의 마음도 이해가 된다. 주식 전문가에게 주식을 하라고 했는데 채권에 투자하니 그것도 평가손실이 계속 나는 상황에 수수료도 지불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마이클은 결국, 응급실에 실려가기까지 했다. 그는 '명이 줄어드는 것 같아.'라는 글을 쓰기도 했다. 또한, 찰리는 편두통으로 고생했고 다음에 또 무슨 일이 터질까 생각하느라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해야 했다.
서브프라임사태로 미국과 온 세계가 난리가 났었다. 그리고 많은 금융회사들이 손실을 입었다. 문제는 회사에 손실을 일으킨 직원은 멀쩡히 엄청난 보너스와 연봉을 받았다는 것과 문제를 유발한 금융기관들이 처벌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금융위기가 와도 월스트리트 사람들은 벌 돈 다 벌고 잘 먹고 잘 산다. 문제는 힘없고 돈 없는 서민들이다. 그리고 월가 사람들은 서브프라임 문제가 자신들의 탓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책에서는 아래와 같이 묘사되어 있다.
월가 사람들이 종종 그러듯이 서브프라임대출 문제가 미국 시민들의 거짓말과 재정적 무책임 때문에 발생한다고 주장할 때마다 스티브는 이렇게 말했다. "뭐라고요? 미국인 전체가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 '대출 신청서에 거짓 정보를 기록할 거예요'라고 말했다고요? 맞습니다. 그들은 거짓말을 했죠. 하지만 거짓말을 하라고 지시 받았기 때문에 거짓말을 한 겁니다."
시장의 붕괴에 베팅을 한 이들은 부자가 되었지만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그리고 여기에는 윤리적인 문제도 포함되어 있다. 빈센트 다니엘과 스티브는 이것을 암시하는 말을 아래와 같이 했다.
빈센트 다니엘은 붕괴에 베팅해 큰돈을 번 자신들의 역할을 되짚어보았다... 이에 빈센트는 이렇게 대답했다. "이렇게 말하면 마음에 들지 않겠지만 말이야, 우리는 시장을 공매도해서 시장을 움직이는 유동성을 창출하고 있어."
"괴물에게 먹이를 주는 것과 같지. 우리는 괴물이 터져 죽을 때까지 먹이를 줬어." 스티브가 말했다. 괴물이 폭발했다... 모든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거대한 힘은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었다. 그것이 바로 돈이 낳는 문제였다.
즉, 그들의 베팅은 시장에 영향을 주었고 시장이 더 빨리 붕괴하도록 도왔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그들이 아니었어도 시장은 거품으로 인해 언젠가는 붕괴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도 붕괴의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극단적인 비유로 전쟁과 기근으로 인해 고통받는 나라에서 생수 장수를 욕할 수 있을까? 그들이 시장의 붕괴를 막으려고 했어도 탐욕스러운 월가를 상대로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정부를 설득하거나 변화를 꾀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가만히 지켜보는 것보다는 투자를 해서 수익이라도 올리는 것이 낫지 않을까? 명확하게 어느 것이 옳은지 대답하기 어렵다.
월스트리트의 왕이라고 불리던 미국 금융업계의 전설 굿프렌드는 금융위기의 원인은 간단하다고 생각하며 투자자들과 은행가들의 탐욕이 그 원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마이클 루이스는 이에 더하여 탐욕을 부추기는 '인센티브 시스템'이 문제라고 덧붙인다. 인센티브 시스템이 탐욕을 부추겨 수 많은 부실채권을 AAA등급 상품으로 생산하게 했다는 것이다. 이런 월가의 인센티브 시스템은 문제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한국에서도 인센티브를 이연하는 제도가 생겨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센티브 시스템으로 인해 문제를 감춰가며 영업실적만을 올리는 직원들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가 안 드러나면 제일 좋고 드러나더라도 자신이 성과급을 받고 그 회사를 떠날 시간만 벌면 된다는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빅숏을 읽으면 금융에 관심이 없을지라도 2008년 서브프라임사태가 어떻게 발생했는지를 큰 그림이나마 알 수 있다. 그리고 금융에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또한 인간의 탐욕이 얼마나 큰 재앙을 가지고 오는지도 목도할 수 있고 기회를 포착해도 돈을 버는 것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며 결국 돈 버는 사람은 따로 있고 세상은 결코 정의롭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다.
참고로 빅숏(Big short)은 가치가 하락하는 쪽에 투자하는 전략을 일컫는 용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