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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쓰레기 시멘트의 비밀 - 발암물질에서 방사능까지, 당신의 집이 위험하다!
최병성 지음 / 이상북스 / 2015년 4월
평점 :
제목이 자극적이라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자의 연구에 의하면 사실이다. 책에 따르면, 1999년 8월, 경영위기에 처한 시멘트 회사들을 위해 환경부는 각종 쓰레기를 소각해 시멘트를 제조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쓰레기를 소각한 열로 시멘트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멘트를 만드는 원료가 쓰레기라는 사실이다.
책의 두 꼭지는 시멘트 회사와 환경부이다. 환경부는 당연히 시멘트 회사를 관리하고 환경에 유해한 물질을 사용하거나 생산과정에서 유출하지 않는지, 그리고 완성된 시멘트 상품이 유해한지 무해한지를 제대로 판별해야 한다. 그런데, 책에서는 구체적인 근거를 들어가며 환경부와 시멘트 회사가 마치 상부상조하는 걸로 이야기한다.
대한민국은 1998년 이후, 쓰레기로 시멘트를 만드는 것이 허용되었다. 그리고 그 시멘트로 아파트와 집들이 지어지고 있다. 충격적인 것은 우리나라 시멘트 제품 중 60퍼센트에서 지정폐기물의 기준치보다 더 많은 발암물질이 검출되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환경부는 이러한 사실을 알았으면 시정 조치를 하고 각종 규제를 통해 시멘트 회사가 다시는 쓰레기로 시멘트를 만들지 못하도록 해야 되는데, 경영 상황이 어려운 시멘트 회사의 편을 든다는 점이다.
이렇듯, 쓰레기로 시멘트를 만드는 이유는 단 하나다. 시멘트 회사 입장에서는 쓰레기를 처리하는 비용으로 돈을 받고 시멘트 원료도 생기니 일석이조라는 점이다. 환경부 입장에서는 쓰레기 재활용 성과가 올라간다. 환경부에서 시멘트는 '소각'이 아니라 '재활용'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쓰레기 시멘트를 접하며 마음이 불편했고 이 상황을 제대로 통제하거나 규제하지 않고 있는 환경부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국민의 건강을 해치는 시멘트 회사에 대한 원망이 마음속에서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일본의 석탄재를 수입해 온다는 사실에서 그 원망은 절정에 다다랐다. 일본의 화력발전소 쓰레기인 석탄재를 수입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심지어 일본의 오염물질도 수입해 온다.
"최근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세계 여러 나라들이 방사능 오염을 우려해 일본산 고철 수입을 중단했다. 그러나 한국은 방사능 오염의 우려가 있는 값싼 일본산 고철 수입이 증가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방사능에 오염된 고철이 적발되지 않도록 방사능 검사기가 설치돼 있지 않은 전북 군산항 등을 통해 일본산 고철이 수입되었다는 사실이다."
책을 읽는 내내, 저자의 용기와 집념, 투지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시멘트 전문가도 아니다. 그는 목사이자 일개 개인이다. 수많은 저항과 비난, 심지어 고소를 당하면서까지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왜 그는 이렇게까지 이 일에 목숨을 거는 것일까? 이에 대해 그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목사인 내가 왜 이토록 오랜 시간 동안 쓰레기 시멘트와 한판 전쟁을 벌이고 있는 걸까? 답은 간단하다. 쓰레기 시멘트는 생명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쓰레기 시멘트는 부도 위기에 몰린 시멘트 회사들의 목숨을 지켜주기 위한 돈벌이 수단으로 시작되었지만, 쓰레기 시멘트로 지은 집에서 살아가는 우리와 우리 아이들에겐 생명이 달린 문제다."
그렇다. 생명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람 목숨보다 더 소중한 것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시멘트 회사 사장의 자식들이, 환경부 직원의 자식들이 이 쓰레기 시멘트로 인해 암이 걸린다면 과연 그들은 이 행위를 계속할 수 있을 것인가? 노무현 전 대토령의 자서전인 <운명이다>에서 다음과 같이 분노를 표출하는데 그대로 적용 가능하다.
"국무위원 여러분, 아직도 경제 발전을 위해서, 케이크를 더 크게 하기 위해서, 노동자의 희생이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그런 발상을 가진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니네들 자식 데려다가 죽이란 말이야! 춥고 배고프고 힘없는 노동자들 말고. 바로 당신들 자식데려다가 현장에서 죽이면서 이 나라 경제를 발전시키란 말야!"
모든 일에 있어 내 자식이 그 피해자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내 자식이 백혈병에 걸렸다면 내 자식이 그러 인해 아토피에 걸렸다면 점잖게 말하기는 불가능하다. 욕이 먼저 튀어나오고 멱살을 잡으러 들 것이다.
32평 아파트에 들어가는 시멘트 값이 130만원 밖에 안된다. 그리고 쓰레기를 넣지 않은 시멘트를 사용하려면 여기에다가 50만원만 더 추가로 지불하면 된다. 단돈 50만원이다. 아파트값이 3-4억 하는 걸 생각하면 1퍼센트도 안되는 비용인데, 이 비용 때문에 쓰레기 시멘트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비용 때문에 국민의 건강을 해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중국산 시멘트는 발암물질이 거의 없는데 그 이유는 중국이 기술력이 좋아서가 아니다. 다만, 중국은 1999년도에 전국적으로 시멘트 품질조사를 해서 8000여개 공장 중 4000여개 공장을 폐쇄했다. 그래서 중국산 시멘트는 발암물질이 없는 것이다. 대한민국도 마찬가지다.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다만 규제의 문제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저자는 시멘트 제조에 사용하는 쓰레기 원산지 표시제, 그리고 시멘트 등급제와 성분 표시제 등을 입법화해 쓰레기 시멘트가 이제 사라지도록 국회의원들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오랜 기간 동안 홀로 싸우며 이제는 많은 국민들이 쓰레기 시멘트의 비밀을 알 수 있도록 노력했다. 이제는 국민들이 목소리를 내어 국회의원들을 움직일 때가 온 것이다.
이 책이 쓰여진 시기는 2015년 3월이다. 그러나 인터넷을 검색하면 2006년에 이미 쓰레기 시멘트에 대한 기사가 쏟아져 나왔고 큰 이슈가 되었었다. 이슈가 된 지, 10년이 되었지만 실상은 전혀 바뀌지 않은 것이다. 책이 나오고 2년이 지난 지금, 과연 얼마나 상황이 변했는지는 모르겠다. 누군가가 총대를 매고 물고 늘어지지 않으면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이 세상이다. 인터넷과 SNS가 발달된 현대 사회에서 미디어를 통해 이슈화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혼자 힘으로 그것을 바로 잡기는 어렵다. 한 명이 이슈화할 수는 있지만 그것을 바꾸기 위해선 온 국민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