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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시여 기쁜 소식이 왔습니다 - 쇼가 있는 경성 연예가 풍경
김은신 지음 / 김영사 / 2008년 12월
평점 :
'여러분이시여 기쁜 소식이 왔습니다' 라는 제목부터가 참 독특하다고 생각했다.
기쁜 소식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이 책은 경성 시대 즉 구한말부터 광복전까지 약 50년간의 연예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내가 아는 과거의 연예는 조선 후기 장터 인근에서 공연하던 사당패들이었다.
역사와 관련된 책들에서 사당패들의 이야기를 접한게 전부였는데
이 책에서는 그동안 내가 몰랐던 어떠한 연예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졌고, 기대가 되었다.
이 책에 담겨져있는 내용들은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신기한 이야기들이었다.
기생들과 관련된 이야기부터 해서 공연장의 이야기, 소리꾼들 이야기, 사당패들 이야기, 만담과 관련된 이야기 등이 담겨져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관심이 갔던 부분은 역시 기생과 관련된 이야기들이었다.
그동안 내가 생각할때 기생이라고 하면 고급 창부 즉 비싼 술집에서 춤과 노래를 하며 몸을 파는 여성을 생각해 왔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기생은 조선왕조의 붕괴와 함께 발생한 여성 계층을 말한다. 즉 궁궐에 속해 있던 기생을 비롯해 유흥가, 소리패, 색주가 등에서 소리와 춤, 연주를 생업으로 한 기생들 또는 개인적으로 불려다니면서 소리와 춤을 전문적으로 한 기생들이다.
이러한 기생들 중에서 특히 관기들은 자존심이 셌다고 한다.
그들은 궁궐에서 예법을 배웠고, 소리를 배웠기에 기존의 기생들과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부장적인 사회분위기와 남존여비사상으로 그들의 능력에 상관없이 남성의 놀이개 취급을 받았다는게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기생들은 점차 명월관으로 대표되는 요릿집을 무대삼아 재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기생들간에는 계급이 있었고, 기생조합도 생겼었으며, 기생들의 사진과 이력사항, 특기 등이 기록되어있는 '조선미인보감'이라는 책자가 있었다고 하니 놀라울 뿐이다.
또한 경성 시대에는 최초의 실내공연장이 생겨났고, 사설 극장들이 생겨났다.
광무대, 단성사, 연흥사, 장안사 등이 그것이다.
그러한 극장들에서 공연을 통해 과거의 연희에서 연예로 변모하고 있었던 것이다.
극장에서 공연을 하던 사람들중 최고의 스타는 명창 재담꾼 박춘재이다.
고종 황제가 아꼈던 소리꾼이라는 박춘재의 잡가와 재담은 서민의 애환을 잘 표현했으며 가벼운듯하면서도 감칠맛이 있었다고 한다. 박춘재의 재담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직접 느껴볼수가 없어 안타까울뿐이다.
그리고 이 시대에는 만담이 탄생했다.
만담은 연극의 막간무대에서 출발했다.
장면이 바뀌는 짧은 시간에 지루할 수 있는 관객들을 배려해 다음 막이 오를때까지 희극에 능한 배우가 나와 짧은 우스갯소리를 했는데 그것이 의외로 큰 호응을 얻어 별개 분야가 된것이다.
그후 신불출이라는 만담가가 등장하면서 연예계를 평정했다.
익살 맞은 대머리 만담의 신불출의 유쾌한 모습을 상상해보니 웃음이 난다.
신불출은 해방후 월북을 하면서 더이상 그의 만담을 들을수가 없었는데
그가 월북하지 않고 계속 만담을 했더라면 자료화면이 남아 있을수도 있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든다.
그후 만담은 코미디로 변모했는데 만담가 장소팔은 "재담의 아들은 만담이요. 만담의 아들은 코미디"라고 했다고 한다.
이 책을 통해 경성 시대의 다양한 연예사에 대해 알 수가 있어서 매우 좋았다.
사실 이러한 이야기들과 관련된 내용들은 접해보기가 힘든데
이 책은 여러가지 자료를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마치 그 시대로 타임머신을 타고 여행을 다녀온 느낌이 든다.
박승필이라는 흥행사가 1914년 10월 9일자 매일신보에 낸 광무대와 단성사의 합동공연광고기사 첫줄의 내용인 '여러분이시여 기쁜 소식이 왔습니다' 처럼 정말 나에게 이 책은 기쁜 소식을 전해준거 같다.
흥미로운 책을 접할수 있어 너무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