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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물 소리
황석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황석영 작가를 처음 알게 된것은 <삼포가는 길>이란 작품을 통해서였다.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모의고사 지문에서 자주 접했던 기억은 난다. 그 이후 티비와 언론 매체를 통해 황석영 작가의 얼굴을 알게 되었고 그의 몇 작품을 접해왔었다. 그리고 작년 6월 어느 토요일 우연히 광화문 교보문고에 갔다가 황석영 작가의 신간 <낯익은 세상>의 싸인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줄을 서서 직접 싸인을 받게 되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저자로부터 직접 받은 싸인이었기에 기분이 참 좋았던거 같다. 그 이후 황석영 작가에 대해 좀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의 작품들을 더 많이 접해보려 하였다. 그래서 이번 작품 역시 궁금하고 기대가 되었다.
등단 50주년이 되었다는 황석영 작가의 신작 <여울물 소리>는 최고의 이야기꾼이 들려주는 최고의 이야기꾼 이야기라고 말할 수 있을거 같다. 19세기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는 양반과 기생 사이에 태어난 박연옥과 서얼의 서자 이신통, 이 둘의 삶을 보여준다. 신분이 무엇보다 중요했던 유교의 조선. 비록 개화가 되고 세상이 변해가고 있는 시기였지만 선천적으로 정해진 신분의 족쇄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전기수가 되어 세상을 떠돌아다니는 이신통과 그의 행적을 쫓는 연옥. 천지도를 통해 세상을 바꿔보고 싶었던 이신통, 그는 애초부터 성향이 그랬던 것이 아니라 혼란스런 세상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의 뜻을 이루기에는 세상이 성숙하지 못했던거 같다.
작품속 연옥의 시선을 통해 그 시대의 모습을 보게 된다. 외세와 결탁하고 민중들을 고통에 빠지게 하는 위정자들에 대항하는 동학농민운동과 갑오개혁 등 시대적 사건들은 그 시대 사람들의 삶을 짐작케하고 등장인물들의 삶속에 투영되어 있다. 작게는 이신통을 바라보고 이신통만을 생각하는 박연옥의 아픔이지만 크게 보면 그런 민초 한명 한명의 삶이 더해진 그 시대 사람들의 아픔을 전해주고 있다. 속삭이고 이야기하고 울고 흐느끼다 또는 외치고 깔깔대고 자지러졌다가 다시 어디선가는 나직하게 노래하면서 흐르고 또 흘러갔다는 여울물 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듯 했다.
이 작품을 현재의 우리 사회에 투영해보면 어떠할지 모르겠다. 분명 19세기 이야기지만 21세기 현재에도 통용되는 무언가가 있는거 같다. 나만 이렇게 생각하나 싶었는데 이 작품을 접한 다른 누구도 이런 이야기를 하는걸 보니 나만 그런것은 아닌가보다. 물론 이런게 작가의 의도라고 할 수는 없겠고 내가 그렇게 생각하기에 그런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저자는 나에게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해준 최고의 이야기꾼임에는 틀림없는거 같다. 거창하지 않은 이야기임에도 매우 크게 다가오는걸 보니 그렇다. 이신통이 박연옥이 황석영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라고 말하고 싶다. 그 시대를 힘겹게 살아갔던 민중들의 작은 외침이 들려오리라 생각된다. 책을 다읽고 덮은 지금도 여러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돌고 무언가 여운을 남기는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