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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의 옷장 - 끝내주게 옷 못 입는 남자들을 위한 불친절한 해설서
민희식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나는 자신있게 말한다. 나는 옷을 잘 못입는 사람이라고. 물론 그게 자랑이 아니라는건 잘안다. 그렇다고 해서 부끄럽거나 하지는 않았다. 학창시절부터해서 내 주변의 친구들을 보면 다들 나와 비슷한 모습들이었고, 특별히 옷에 관심을 가지는 친구가 없었다. 그렇다보니 그냥 평범한 스타일의 옷을 항상 선호하게 되었고 그것은 지금까지 쭉 이어지고 있다. 물론 나도 간혹 멋지게 옷을 차려입고 싶다는 생각을 할때가 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그때 뿐이었다.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멋도 좋지만 무엇보다 내가 입기에 편해야한다는 생각이 강해서 그렇다. 과연 나는 지금의 패션을 언제까지 고수하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이 책은 패션지 경력 20년 차의 베테랑 편집장이 철저하게 남자의 입장에서 패션에 대해 이야기한다. 패션에 그닥 관심을 가지지 않는 나의 입장에서는 굳이 이런 책을 봐야하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책 제목과 함께 달려있는 '끝내주게 옷 못 입는 남자들을 위한 불친절한 해설서' 이 문구가 이 책을 궁금하게 만들었다. 위에서 언급한 이들은 바로 나같은 사람들일텐데 친절하게 안내해줘도 부족할판에 불친절하다니 도대체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말이다. 그 불친절함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펼쳤다.
총 10개의 챕터로 구성된 이 책의 첫번째 챕터는 제목부터가 강했다. 바로 '패션 테러리스트들에게 고함'이었는데 내용을 자세히 보기전부터 괜히 찔리는 느낌이었다. 저자는 패션 테러리스트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우선 옷을 잘 입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런 절박함이 없이는 패셔니스타가 될 수 없다고도 했다. 책에서는 기본적인 패션에 대한 정보부터해서 어떻게 옷과 악세서리들을 골라야하고 어떤 점을 특히나 중요시 생각해야하는지 느끼게 해준다. 사실 나같이 패션에 관심이 없고 대충대충 골라 입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렇게까지 패션에 신경을 써야하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패션의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높아져만 가고 패션은 그 사람의 많은 것을 달라보이게 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 그래서 더욱더 머리가 아파온다.
난 학창시절 교복을 입는게 싫었다. 왜 매일 같은 옷을 입고 학교에 가야햐는지 짜증이 났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생각해보니 그때가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매일 무슨 옷을 입을지 고민할 필요가 없으니 말이다. 요즘은 매일 아침이면 무슨 옷을 입고 나가야하는지 고민할때가 많다. 옷장을 뒤져보면 옷은 분명히 많은데 실질적으로 입을만한 옷이 잘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나의 패션에 대한 안목이 워낙 부족하기에 제대로 된 옷을 구입하지 않아서 그럴 것이다. 이 책을 보면서 나도 좀 변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까지고 길에서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평범한 패션만 고집할 수는 없을거 같다. 물론 갑작스럽게 변화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패션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조금씩 변하다보면 언젠가는 나의 패션에 자신감을 가질수 있지 않을까 싶다. 솔직히 그런 날이 올거라고 자신할 수 없지만 그래도 나의 패션을 한번 변화시켜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