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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이 필요한 순간들
홍승찬 지음 / 책읽는수요일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클래식>은 나와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무언가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있는거 같고 어렵게 느껴진다. 물론 이것은 나의 편견일런지도 모른다. 혹시 나만 이런 생각을 하나 싶어 내 주위의 사람들에게 클래식에 대해 물어보았다. 역시나 사람은 끼리끼리 논다고 나의 언저리에 있는 사람들중 클래식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 역시 클래식은 가까이하기 어려운 상대인 것이다. 나만 어려워하는게 아니라는 생각에 안도감을 느끼면서도 도대체 클래식이 무엇이길래 이처럼 가까이 하기가 힘든지 곰곰히 생각해보게 된다. 사실 평소에 즐겨듣는 가요와 비교했을때 큰 차이점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 어차피 사람이 듣기 위해 만든 음악이고,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든 아니든간에 듣고 즐거워하면 그만일테니 말이다. 물론 그 음악을 누가 어떻게 만들었는지 안다면 좀더 쉽게 다가올 것이다.
이 책은 클래식을 좀더 편안하게 접하도록 해주고 있었다. 클래식하면 베토벤이나 모차르트, 쇼팽 등과 같이 아주아주 유명한 음악가들과 그들의 대표적인 작품 몇개만이 떠오른다.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았으며 어떤 과정을 겪으며 작품을 탄생시켰는지는 알지도 못하고 나의 관심사도 아니었다. 내가 알고 있는 몇명의 유명 음악가들 외에도 알지 못하는 수많은 음악가들이 있고 그들의 작품이 있다. 저자는 그 폭넓은 클래식의 범주내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을 접하기전에 클래식에 대한 기본 지식이 부족하다면 이해하는데 어렵지 않을까 싶었지만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어쩌면 저자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나같은 클래식에 선입견을 가지고 어려워하는 문외한에게 클래식은 누구나 즐길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려 한게 아닌가 싶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편안하게 다가온다는 점이다. 저자가 들려주는 강의는 단순히 음악가와 그의 작품에 대한 지식만을 전달해주는 것이 아니다. 음악가와 작품에 대한 기본적인 이야기부터해서 작품이 탄생하기까지의 뒷이야기라든지 오페라, 뮤지컬, 드라마, 오케스트라 등 클래식과 관련된 다양한 에피소드들과 함께 자신의 생각을 들려준다. 책을 보고 있노라면 클래식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짐은 당연한 것이고, 저자가 얼마만큼 클래식을 사랑하고 있는지 느낄수가 있다. 또한 클래식은 우리 삶과 멀리 떨어져있지 않으며 친숙한 예술이라는 점도 느껴볼 수가 있다. 사실 우리가 클래식을 공연장에서 연주를 통해서만 감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길거리를 거닐다가도 손쉽게 접할 수가 있고 TV속 광고나 드라마 등을 통해서도 많이 듣게 된다. 다만 그곡의 제목이 무엇이며 누가 만들었는지를 모를 뿐이다. 내가 알고 있는 클래식은 몇 곡이 안되지만 실제로 들으면 익숙하게 생각할 곡은 참 많을거라 생각된다.
이 책을 보다보니 당연히 클래식 음악이 듣고 싶어졌다. 그래서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틀었다. 그는 부유한 환경에서 태어나 최고의 교육을 받았고 넉넉한 인품과 온화한 성격을 지녀 당대의 음악가는 물론 각계각층의 사람들과 교류를 했다. 그래서 그의 작품속에는 평탄했던 삶과 무난한 성격이 담겨져 있으며 절실하거나 치열한 무언가가 빠져있다고 말한다고 한다. 도전적인 시도가 보이지 않고 대체로 밝고 낙천적인 분위기가 감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안락한 삶이 보장된 환경을 극복했고 다른사람의 사정과 형편을 헤아리고 보살피는 여유가 있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자신의 악단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고 음악 학교를 세워 후학을 양성했으며 사람들에게 잊혀진 바흐를 세상에 알리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멘델스존을 폄하하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저자의 말이 참 통쾌하게 다가온다. 낭만주의 시대를 통틀어 가장 값진 삶을 살다간 사람이 바로 멘델스존이라는 저자의 말을 듣고나니 지금 들려오는 그의 음악이 더욱더 위대하게 느껴진다.
이 책을 접했다고해서 클래식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클래식을 책 한 권에 담기에는 절대적으로 힘드니 말이다. 하지만 막연히 어렵다고 느꼈던 편견에서 어느정도 벗어날 수 있을거 같다. 예전에 누가 클래식 공연을 감상하러 가자고 했을때 거절했었는데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을거란 생각이 든다. 귀를 파고드는 아름다운 선율을 들으며 마음을 평화롭게 만들어보고 싶다. 앞으로 클래식은 내 주위에서 언제나 나를 편안하고 즐겁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 믿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