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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상점 - 100년 혹은 오랜 역사를 지닌 상점들의 私的 이야기
김예림 지음 / 생각을담는집 / 2012년 2월
평점 :
유럽은 참 여행하기 좋은 대륙이다. 그곳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며 그들만의 문화를 꽃피워오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유럽을 하나로 뭉쳐 설명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각각 나라만의 개성이 워낙 유별나기에 그렇다. 그러하기에 유럽으로 떠나고자 하는 이들은 고민을 하게 된다. 유럽으로 자주 떠날수 있는 사람이라면야 그렇지 않겠지만 자주 갈 수 없는 사람이라면 한정된 시간 안에서 여행 일정을 어떻게 짜야하는지 머리가 아플 것이다. 올초 유럽을 다녀온 지인 역시 그러했던거 같다. 일단 왕복 비행기표만 예약해놓은 채 세부 일정을 수십번씩 고치고 또 고치는 모습을 봤으니 말이다. 물론 내 입장에서는 정말 부러운 상황일 뿐이다. 나는 언제쯤이면 유럽땅을 밟아볼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파리는 유럽 여행자들이 선호하는 곳이다. 에펠탑, 루브르 박물관, 노트르담 성당, 오르세 미술관, 베르사유 궁전, 퐁피두 센터, 세느강 등 가볼만한 곳이 워낙 많으니 그렇다. 또한 파리에는 맛있는 요리들이 정말 많은걸로 알고 있다. 그곳에서 낭만을 느끼며 파리지앙이 되어보고 싶은 마음은 여행자들의 공통된 소망일 것이다. 이 책은 그런 파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저자는 파리의 아뜰리에에서 금박공예를 배우고 있는데 우연히 지하철 무가지에서 빠사쥬(지붕이 있는 긴 복도 형태의 상점가, 아케이드)에 대한 특집을 보게 됐다고 한다. 고풍스런 사진과 설명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고 수업을 마친후 그곳을 찾아 빠사쥬에 입점해있는 오래된 상점들을 보고 반한거 같았다. 그날의 이미지는 저자에게 강하게 남았고 결국 파리의 오래된 상점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내게 된 것이었다.
사실 여행자의 입장에서 파리를 방문했는데 그곳의 오래된 상점을 찾아 다닌다는게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사람의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무래도 파리하면 떠오르는 유명한 곳들은 가보게 될 것이고 맛있는 먹거리를 찾아다니다보면 어느새 여행 일정이 훅 지나갈테니 말이다. 과연 저자가 소개하는 상점들은 다른 유명한 관광지를 포기하고 찾아갈만큼의 값어치를 해줄지 궁금해졌다. 맨 먼저 소개하는 곳은 '메종파브르'였다. 이곳은 최고의 수제 장갑을 만들어 파는 곳이었다. 1924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하는데 사진으로 봐도 고급스러워 보였다. 특히 손가락만 덮는 장갑이 신기했는데 보기와는 다르게 손에 껴보면 매우 편하다고 한다. 장갑들이 언뜻봐도 제법 값이 나가보였는데, 한번 껴보면 밥을 굶더라도 하나쯤 소장해야 하는게 아닐까라는 의무감마저 들었다고 하니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진다.
이외에도 요리도구 전문점, 제과점, 올리브 오일 전문점 등 여러 상점들을 보여주는데 나의 관심을 끈 곳은 '시몽'이란 자그마한 우산가게였다. 지금껏 살면서 우산만 파는 우산가게를 본적이 있는지 곰곰히 생각해보는데 보지 못한거 같다. 보통 우산은 여러가지 잡동사니를 파는 잡화점이나 백화점, 마트 등에서만 본거 같다. 그래서 1897년 이후 지금도 우산을 수작업으로 만들고 있다는 이곳이 흥미로웠다. 상점의 주인인 샹탈은 오랜세월 우산을 만들어온 사람답게 사람을 보면 3초만에 그 사람에게 어울리는 우산이 어떤 것인지 대충 감이 잡힌다고 했다. 시몽은 자체적으로 제품을 생산하기도 하고 다양한 패션업체로부터 의뢰를 받아 제작하기도 하는데, 특히 우산을 펴고 접었을때 느껴지는 모양새를 가장 중요시한다고 한다. 천으로 된 우산 자체도 멋지지만 오리, 토끼, 부엉이, 고양이 등 다양한 모습을 한 손잡이가 인상적이다. 저자의 말처럼 세월이 흘러 우산이 고장났을때 수선을 맡기고 처음 구입했을때를 회상할 수 있는 파리 사람들이 부러워졌다.
이런 오래된 상점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말일 것이다. 이곳에서 함께 추억을 만들고 그 추억을 회상하고 새로운 추억을 만들수 있는 파리 사람들이 부럽게만 느껴진다. 얼마전 우리동네의 빵집이 문을 닫았다. 그곳은 10년 넘게 동네를 지켜오며 빵을 굽던 곳이었다. 하지만 대형 프렌차이즈 빵집들이 동네에 들어서면서 점점 입지는 좁아졌고 결국 쓸쓸히 떠날수 밖에 없었다. 이 책을 보고있자니 유명 브랜드 빵집을 애용하며 동네 빵집을 멀리한 내가 그렇게 만든거 같아 마음이 좀 그렇다. 오랜 세월동안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상점을 만드는 것은 상점주인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 상점을 아껴주면서 그곳에서의 추억을 만들고 간직해줄 사람들이 필요한 것이다.
저자는 이 상점들이 가장 파리다운 모습이라면서 파리 여행시 오래된 상점을 여행하길 진심으로 권한다고 말하고 있다. 책을 다보고 나니 저자가 이렇게 권할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파리를 대표하는 유명한 관광지 역시 파리를 느끼는 방법이겠지만, 오랜 세월 파리지앙들의 사랑을 받으며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곳들 역시 파리를 느낄수 있는 또다른 방법임에는 틀림없는거 같다. 과연 내가 파리로 떠나게 된다면 그리고 둘중 하나의 방식만을 택해야한다면 어떤 선택을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결국 한번에 두가지 모두 제대로 경험하기위한 긴 일정이나 여러번 방문하는 방법 이 두가지가 답인거 같다. 실제로 내가 파리의 어떤곳을 만나볼지 고민할 그날이 왔으면 좋겠다. 특히나 이 책에서 보여주는 곳에서 진정으로 파리다운 모습을 느껴보고 싶어진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