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아리 장편소설
전아리 지음 / 은행나무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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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한해가 막 시작한 어느 추운 겨울날 나(해영)와 주홍, 재문, 기완, 진철, 유성 이렇게 한 여자와 다섯 남자가 모이게 된다. 다섯 남자는 시골 바닷가 마을에서 함께 자란 친구사이였다. 하지만 이들은 특정 사건이 일어난 후 점점 멀어져만 갔고 각자의 삶을 살아나가게 된다. 바로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앤'과 관련된 일이었다. 처음 이 책을 만났을때 '앤'이란 제목을 보고 주인공을 가리키는 말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실제론 아니었다. 하지만 앤은 다섯 친구들과 주홍이라는 한 여자를 연결시켜주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었고 이들의 삶의 방향을 흔들어 놓는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었다.

 

 

다섯명의 친구중 기완은 많은 남학생들 사이에서 선망의 대상이 되는 앤을 좋아하게 된다. 그래서 다른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고백을 하지만 거절을 당하게 되고 이를 분하게 생각한 친구들은 앤에게 망신을 주기로 계획한다. 바로 앤의 심복이라 할 수 있는 봉다리 즉 신주홍과 얼마전 헤어진 남자친구 오재호를 엮어 앤이 여자로서 매력이 떨어진다는 소문을 퍼트리려 한 것이다. 하지만 그 계획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앤의 죽음이라는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하고 다섯 친구중 기완이 살인범이 되어 수감된다. 비록 기완 혼자서 살인죄를 받았지만 이들 모두는 공범이라 할 수 있었다. 사건 발생 장소는 예전 꽃집을 하던 할머니가 가꾸던 장소인 비밀의 화원이었는데, 역시나 그곳에서 이들은 다른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말아야할 그들만의 비밀이 생긴 것이다.

 

 

복역중인 기완을 제외한 다른 친구들은 고교시절 발생했던 일을 잊고 싶었을 것이다. 아니 결코 잊을 수는 없지만 생각하지 않으려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살인범이 되어 감옥에 간 기완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일이 되었다. 물론 기완이 정말 착한 사람이고 다른 친구들은 피해를 입지 않고 나 혼자 고생하는 걸로 끝나서 다행이다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은 결코 그러하지 못하다. 인간의 본성을 두고 성선설, 성악설, 백지설 등이 있지만 내가 생각했을때 인간은 그 환경에 따라 선해질수도 악해질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기완이 선한 인물이었다고 하더라도 수감생활은 결코 그를 선하게만 나두지 않았을 것이고 더군다나 수감생활중에 면회온 친구가 한명도 없었다는 것은 기완을 더욱더 악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주인공인 나(해영)는 고교시절 사건 이후 주홍과 급속도로 가까워져있다. 연예인이 되고 점차 유명해지고 있는 주홍은 결코 나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고 나로 인해 지금의 주홍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극중 나는 주홍을 향한 집착이 극심해지고 있고 주홍을 위한다는 미명아래 행해지는 사건들은 과거 살인사건과 더불어 양대 축을 이루며 작품을 이뤄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이들 친구들은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되고 상대방의 삶을 조금씩 조금씩 파먹고 있는 아주 악한 벌레같은 모습이었다. 어느 누구도 이런 삶을 살고 싶지 않았겠지만 어느 누구도 자신의 욕망과 인간의 본성 그 자체를 숨길 수가 없었고 그로인해 등장인물들은 서서히 파멸의 길로 들어서고 있어 보였다. 

 

 

이 책의 저자 전아리는 1986년생의 젊은 작가이다. 그녀는 청소년 시절부터 여러상을 수상하며 촉망받는 작가로 알려져 있었고 이 작품은 그런 그녀가 청소년 작가에서 프로페셔널한 작가의 길로 나아가려는 위험하고 의미심장한 시도라고 소설가 박범신은 평가하고 있었다. 이 책은 내가 처음 접하는 저자의 책이다보니 그녀의 다른 작품과 비교할 수는 없다. 다만 이런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다른 저자의 작품들과 비교해보면 아직까지는 무언가 아쉬움이 남는다. 인간의 심리는 나름 잘 드러내고 있는거 같지만 이야기 전개가 그러하다. 책을 읽으면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기에는 아직은 좀 부족하지 않나 싶다. 물론 그녀는 아직 젊고, 박범신의 평가처럼 프로페셔널한 작가로 나아가려는 시작단계이다. 앞으로 점점 발전해 갈 것으로 생각되기에 그녀가 내놓을 또 다른 작품들이 궁금해진다.

 

 

책을 읽으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해보게 된다. 특히나 이 책을 지탱하는 소재가 학창시절의 친구이기에 나 역시 그시절을 떠올려보게 되고 그 당시의 친했던 친구들을 떠올려보려했다. 책 속의 등장인물들처럼 커다른 비밀을 함께 공유한 친구는 없어서 그런지 과거의 친구들중 연락을 해오는 이는 거의 없다. 아니 내가 연락을 피했는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책 속과 같이 위험한 비밀이 아닌 사소하지만 즐겁고 행복한 비밀을 함께 한 친구들을 여럿 있는거 같은데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기억속 친구들과 만나 비밀을 나누며 이야기꽃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인간관계를 맺어오면서 과연 나는 다른이들에게 어떻게 평가되고 있으며 순수한 관계가 아닌 나의 욕망을 위해 억지로 맺어진 관계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된다. 물론 전부 그런것은 아니지만 빠르고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느정도는 그런 관계가 필요한거 같기는 하다. 다만 그런 관계들속에서도 상대방을 배려하고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그런 관계를 맺어가는 것이 이 책 속 등장인물들과 같은 파괴와 욕망으로 얼룩진 모습을 만들지 않는 길이라 생각한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해준 전아리의 소설 <앤>. 그녀의 다른 작품들도 어서빨리 만나보고 싶어진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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