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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아날로그 책공간 - 오래된 책마을, 동화마을, 서점, 도서관을 찾아서
백창화.김병록 지음 / 이야기나무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요즘 주위를 둘러보면 책을 만나볼 수 있는 공간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내가 중고등학생때만 하더라도 동네마다 책 대여점이 성행했었다. 그곳에서 회원가입 후 300원을 주고 만화책도 빌려보고 900원에 무협지를 비롯한 다양한 책들을 만나곤 했었다. 그 당시 내 지갑에는 4군대의 책 대여점 카드가 꽂혀있던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10여년이 지난 지금 나의 단골 대여점들은 모두 사라졌다. 또한 몇군데가 있던 서점 역시 모두 문을 닫고 말았다. 인터넷 서점의 영향도 크겠지만 그만큼 사람들이 책과 점점 멀어진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평소 집 근처 도서관에 자주 가는데 오늘같은 주말 휴일날 어린이 자료실이나 종합 자료실에서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책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고 동시에 왜 사람들이 이렇게 재밌는 책을 가까이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내가 태어나서 초등학교때까지 살던 동네에는 그 도시에서 가장 큰 서점이 있었다. 그래서 평소에도 자주 갔었고 특히나 여름방학에는 거의 상주하다시피 했다. 항상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놓는지라 최고의 피서지였으니 말이다. 그 넓은 서점에 앉아 보았던 많은 책들은 나의 마음을 채워주었고 내가 성장하는데 밑거름이 되어주었다. 그러한 책 공간들이 점점 사라져간다는 사실이 너무도 안타깝다. 이렇게 책을 멀리하는 것이 우리나라만의 상황인지 궁금해졌다. 과학이 발달하고 인간이 즐길수 있는 요소들이 많아지면서 책과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어쩔수 없겠지만 1년에 한권도 읽지 않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 아쉽기만하다.
이 책은 지역에서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는 부부가 유럽의 책공간을 통해 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여행을 좋아하고 유럽을 좋아하며 책을 좋아하는 나의 구미를 확당기는 내용이 아닐수가 없었다. 물론 내가 가장 가보고 싶어하는 스페인이 빠져서 아쉽기는 하지만 이탈리아와 스위스, 프랑스, 영국 이렇게 4개 나라를 여행했다는 것은 정말 부럽기만 했다. 저자가 책 앞부분에서 언급을 했듯이 이 책은 유럽 가이드 북 역할을 할만한 내용이 아니다. 책을 주제로 한 테마 여행이라고 할 수가 있을것인데 책 구성 역시 나라별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주제별로 글을 묶었고, 유럽 여행의 여정중에 자신이 가고자하는 나라의 책공간에 대해 알아본다든지 유럽의 책과 문화, 도서관과 책마을에 대해 알고 싶은 독자들이 상상의 나래를 펼치길 바란다는 말도 하고 있었다.
역시나 유럽에는 오랜 시간 사람들과 함께한 책 공간들이 많은거 같았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도서관과 서점들이 자리를 지키며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었다. 물론 유럽 역시 책을 읽는 사람들이 줄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이 책과 그 공간들을 대하는 생각과 태도는 우리의 그것과는 조금 달라 보였다. 책 공간은 단순히 책만 보는 곳이 아니다. 그 자체가 문화인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 역시 예전의 단순한 책공간에서 문화적인 요소가 첨부된 공간으로 바꾸려는 모습이 보이지만 이 책 속에서 보여주는 유럽의 그것과 비교해서는 부족해보인다. 특히나 책과 그 공간을 사랑하고 지킬것은 지키고 변화시킬것은 변화시켜가면서 만들어가는 그들의 모습은 나의 마음을 동요시키고 있었다.
여행을 좋아하고 꿈꾸다보니 이런저런 여정을 짜보게 되는데 미술관을 테마로 한 여행은 생각해보았지만 책을 테마로 한 여행은 생각해본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다보니 구미가 확 당긴다. 내 주위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없어서 떠난다면 혼자 떠나야하겠지만 낯선 세상에서 책 공간을 만난다는 상상을 해보니 기분이 좋아진다. 머나먼 땅에서 책 공간을 만나고픈 마음도 크지만 내가 살고 있는 이 땅에서 다양한 책 공간이나 책 마을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도 크다. 물론 그게 쉽게 이루어지기는 어렵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우리나라 곳곳에 아름다운 책 공간을 만들어지길 꿈꾸며 시골 작은 도서관 만들기에 한창인 저자 부부와 같은 사람들이 노력이 모아진다면 언젠가는 우리나라에도 유럽 어느 지역에 뒤지지 않을 책 공간이 탄생하지 않을까란 기대감을 가져본다. 그곳에서 사람들이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책을 보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고 싶어진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