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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비틀 Mariabeetle - 킬러들의 광시곡
이사카 고타로 지음, 이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사카 고타로는 <골든 슬럼버>란 작품을 통해 나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준 작가이다.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작가라고 불리는 그는 일본 최고 권위의 나오키상에 다섯 번이나 후보로 선정되고, 일본서점대상에 5년 연속 후보에 오른 일본 출판계가 주목하는 작가이다. 맨 처음 골든 슬럼버를 통해 작가를 처음 만난 이후 몇몇 작품을 통해 그를 만나보고 있다. 하지만 골든 슬럼버의 이후로는 아직까지 만족할만한 작품을 만나지 못했다. 하필이면 골든 슬럼버를 제일 처음 만나보는 바람에 저자에 대한 기대치가 한껏 높아졌는데 말이다. 이번 작품으로 나의 기대를 충족시켜줄 수 있을까란 의문과 기대를 동시에 가지며 책을 펼쳤다.
빠른 속도로 도쿄에서 모리오카로 질주하는 신칸센 열차. 그 속에 위험한 이들이 타고 있다. 전직 킬러이자 알콜 중독자인 기무라와 중학생처럼 보이지만 전혀 중학생스럽지 않은 왕자, 전혀 어울리지 않을거 같은데도 함께 작업하는 밀감과 레몬 그리고 불운과 뗄레야 뗄 수가 없는 나나오까지 이들은 모두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위해 열차에 올라탄 킬러들이다. 열차라는 제한된 공간 속에서 작가는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를 잘 드러내고 있는거 같았다. 개성 가득한 인물들과 그들을 둘러싼 이야기 전개는 더욱더 흥미롭게 책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고 있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 가장 관심이 가는 이는 왕자란 인물이다. 처음에는 기무라에게 시선이 갔는데 차츰 왕자로 옮겨져갔다. 왕자는 그리 호감가는 성격의 인물은 전혀 아니다. 어떻게 저런 생각과 행동을 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대담하고 차갑고 냉정했다. 섬뜻하고 무섭다는 느낌까지 주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에게 시선이 집중되는 것은 어쩔수가 없다. 나와 유사한것도 아닌데 말이다. 아니 우리모두의 마음속에는 왕자와 같은 습성이 자리잡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만 그것을 겉으로 들어내지 않을 뿐이다. 왕자란 캐릭터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가 만들어낸 병폐인지도 모르겠다. 그러하기에 왕자는 이사카 고타로가 만든게 아닌 우리 모두가 만든 모습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씁쓸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책을 처음 받았을때에는 600페이지 정도되는 두께가 살짝 두렵기도 했는데 막상 책을 읽기 시작하니 거침없이 페이지가 넘어갔다. 이것은 확실히 이사카 고타로의 특징인거 같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의 책은 결코 단순하지않고 복잡 미묘하면서도 나름의 메시지를 잘 전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래서 사람들이 이 작가를 좋아하는거 같다. 전체적으로 봤을때 나쁘지 않은 작품이었지만 처음 내가 기대를 가졌던 만큼은 아닌거 같아 조금 아쉽다. 과연 다음 작품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