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바로 파리이다. 왜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는지는 잘모르겠다. 그냥 무언가 화려하고 고급스러우면서 우아한 모습과 파리는 연관되는거 같다. 물론 이것이 파리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내가 아는 것은 피상적인 겉모습 뿐이고 TV나 책을 통한 접근이니 말이다. 결국 파리지앵이라 불리는 그 사람들의 삶 역시 내가 살고 있는 모습과 큰 차이를 보이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사람사는 곳이 다 거기서 거기라고 믿고 있는 나로써는 그렇게 본다. 지금껏 파리와 관련된 책을 여러권 보았다. 하지만 대부분이 파리를 여행하는 여행자의 눈으로 본 것이었다. 같은 장소를 보더라도 여행자의 시각과 거주자의 시각은 분명히 다를 것이다. 그래서 17년동안 파리에 거주하고 있다는 저자의 시각이 궁금했다.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진정한 파리의 매력과 파리지앵의 삶을 보여줄거란 기대를 가지게 만들었다.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방학때 방문한 파리에 결국 적을 두게 된 그녀. 우연히 만난 프랑스 남자와 연애를 하고 결국 먼저 프로포즈를 하여 결혼하고 두 아이를 낳아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는거 같았다. 그녀는 연애시절부터해서 말이 명확히 통하지 않았던게 오히려 이들의 관계에 도움을 주었다고 이야기한다. 전혀 다른 나라에서 태어나 성장한 두 남녀가 만났기에 서로 다른 입장이 있을 것이고, 여러 트러블이 생길수 밖에 없지만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전달하기가 어려웠기에 더 큰 문제없이 지금에 이른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저자가 점점 파리지앵의 삶에 잘 녹아들면서 유쾌한 삶이 되지 않았나 싶다. 저자가 들려주는 파리지앵의 모습은 왠지 여유로워 보였다. 물론 그 여유는 재정적인 여유라기 보다는 마음적인 여유일 것이다. 함께 누리고 즐기고 나누는 모습은 참 부럽기만 하다. 특히 나를 가장 부럽게 만든 것은 역시나 휴가 관련 이야기였다. 예전에 다른 책에서도 프랑스 인들의 휴가에 대한 것을 접했었는데 사람들이 휴가를 떠나면 오랜시간 도시가 텅 빈거 같은 느낌이 든다는 말을 본 기억이 난다. 이 책에서 보아도 역시나 이들의 휴가는 정말 긴거 같았다. 프랑스에 산다는 것은 두 달마다 다가오는 바캉스를 계획하는 일로 시간과 머리와 구좌를 쥐어짜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으니 말이다. 요즘 한창 여름 휴가 철인거 같은데 우리나라 대다수 사람들의 짧은 휴가와 비교하면 부럽기만한 그들의 모습인거 같다. 파리란 곳이 많은 사람들에게 동경의 대상이 되는 것은 그 도시가 가진 모습도 그렇겠지만 역시나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더 큰 이유가 될 것이다. "50년 된 가구가 낡아서 수리하는 가격이 그 비슷한 가구 사는 가격과 맞먹는다면 프랑스 사람들은 그 돈을 주고 수리합니다. 그 가구에는 시간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죠." 이렇게 말하는 가구회사 50대 가죽 기술자의 말을 통해 그들의 중요시 하는 가치를 느낄수가 있다. 그런 가치들이 모여서 지금의 파리를 만들어 온 것이다. 확실히 그들의 삶은 내가 사는 삶과는 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마 대한민국 도시속의 빠른 삶을 살던 사람이라면 그들의 삶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을거 같다. 각자 다 어울리는 곳이 있듯이 나는 역시 토종 한국인 체질이란 생각이 든다. 비록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곳이지만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과 생각을 접할수 있었던 즐거운 시간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