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만난 이 책을 통해 정말 오랜만에 우리 옛그림을 본거 같다. 학창시절 미술 교과서에서 그리고 옛날 엽서에서 본 이후 처음인거 같으니 얼마나 오래된건지 모르겠다. 왜 이렇게 된건지 모르겠다. 성인이 된 이후 그림하면 서양 화가의 작품을 생각하게 되었고 접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내가 특별히 서양 그림만 편애하는것도 아닌데 말이다. 사실 우리 그림을 접할 기회가 생각보다 많지 않은거 같다. 사람들에게 그림 이야기를 해보면 아마 열에 아홉은 서양 그림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서양 화가들과 그들의 작품들이 우리들에게 익숙해졌고 그만큼 우리 그림은 점점 멀어진거 같다. 서양 화가와 작품들을 알고 있어야 교양있는 지성인이라고 생각하는 일부의 편견 역시 여기에 한몫을 한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이 책이 더욱더 소중하게 생각된다. <옛 그림보면 옛 생각난다>란 제목을 달고 있는 이 책은 계절별로 다양한 옛 그림들과 함께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다양한 모습의 작품들은 병풍속에서 그리고 지금도 내 책상 서랍속에 간직되있는 엽서속 그림들과 유사한 모습이다. 그림들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편해진다. 확실히 우리 그림이 서양 그림에 비해 이해하기가 쉽다고 느껴진다. 그리고 우리 선조들의 표현력에 놀라게 된다. 어쩜 이렇게 세세한 터치로 그려냈는지 사람들의 표정은 익살스럽게 잘 표현했는지 말이다. 괜히 이름을 날린 화가가 아닌 것이다. 책을 보는내내 미소를 머금게 만들고 있었다. 책 속 그림들을 통해 우리 선조들의 생활상을 엿볼수가 있었다. 특히 그점이 좋았다. 물론 여러 책에 쓰여진 글을 통해 만나볼 수가 있다. 하지만 그림을 통해 본 모습은 글과는 또 다르게 다가온다. 그림을 그린 화원의 경우 높은 신분의 사람들은 드물었던거 같다. 물론 여러가지에 다재다능한 선비들도 있었겠지만 꼿꼿한 선비들의 상당수는 그림보다는 글과 더 친했을테니 말이다. 화원들이 주로 중인이나 그 이하 신분들이 많다보니 그래서 더욱더 다양한 모습을 그림을 그릴수가 있었고 우리가 만날수가 있었던거 같다. 만약 높은 신분의 선비가 그림을 그렸다면 아무래도 소재에 제약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화원들의 신분이 고관대작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 점이 다행스럽게 생각된다. 이 그림들을 보고 있자니 학창시절 수묵화를 그렸던 모습이 떠오른다. 물론 나는 그림을 워낙 못그렸기에 별볼일이 없었지만 그림을 정말 잘 그리던 친구가 있었다. 먹물을 묻힌 얇은 붓으로 스케치를 하고 물감 색을 덧칠해 완성된 그 친구의 수묵화는 정말 예술이었다. 그 친구의 그림은 항상 교실 뒤편에 걸려있거나 액자에 넣어져 복도에 전시되기 일쑤였다.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지 보고 싶어진다. 이 책을 통해 느낀점은 우리 그림은 서양 유명 화가의 작품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충효사상을 비롯해 자연과의 조화, 풍자, 해학 등이 가득한 우리 그림들은 그 값어치를 매길수가 없을 것이다. 이런 매력적인 작품들이 좀더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았으면 좋겠다. 우선 나부터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