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살다보면 갑갑함을 느낄때가 있다. 매일 반복되는 삶속에 생의 에너지는 점점 고갈되어가고 자신의 의지에 의한 주체적인 삶이 아닌 그냥 시간이 흐르니까 거기에 맞춰 어영부영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이런 쳇바퀴같은 삶을 벗어나고 싶지만 결코 그럴수가 없다. 나만 이런것도 아니고 남들 다 그렇게 사는데 뭘 이런 생각으로 또 지금 순간이 행복한거야라고 스스로 위로하면서 말이다. 이런 갑갑함을 조금이나마 해소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 생각에는 여행이 최고가 아닌가 싶다. 물론 여행을 한다고해서 완전 해소되는 것은 아니고 다시금 일상에 치이다보면 또다시 갑갑함을 느끼게 되겠지만 낯선 세상에서의 생활은 새로운 활력소가 되어줌에는 분명한거 같다. 여기 낯선 곳으로 떠난 이가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서울을 떠나 동해안의 시골마을에서 닭과 개를 기르고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1년이 지나면서 반복되는 일상에서 회의감을 느꼈다. 기계인지 사람인지 구분이 안갈정도로 말이다. 그런 그녀에게 누군가 여행을 가라고 했다. 사실 그녀는 오랜기간 여행을 하면서 세상 구경이라면 할만큼 한 상태였지만 그래도 떠날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여행지로 북유럽의 핀란드를 선택했다. 하지만 오직 핀란드만을 여행하는게 아닌 여러국가를 거친후 여행의 종착치로 핀란드를 경험하기로 했다. 그렇게 그녀의 여행 계획은 세워졌고 무기력증을 탈출하기 위한 그녀의 여정은 터키 이스탄불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나름 여행을 좋아하지만 실제로 떠나기 힘들다보니 여행 책을 통해 간접 경험을 많이하곤한다. 다양한 여행기를 만나다보면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된다. 어떤 책을 보면 이런 여행을 즐긴 저자가 부럽기도 하고 괜스레 밉기도 하다. 자신의 보고 듣고 느낀 여정을 제대로 전해주는 책이 있는가하면,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이고 뭘 보여주고 싶은 것인지 이해하기 힘든 책도 있다. 같은 지역을 여행한다고해도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취향이 다르다보니 독자들에게 전해주는 느낌은 다를수 밖에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자주 든 생각은 공감이 간다는 것이었다. 물론 내가 직접 책 속의 여행지를 경험한다면 저자와 다른 감정을 가질수도 있겠지만 저자가 보여주는 사진과 글을 통해서는 마치 내가 여행을 하고 있는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일상을 벗어나고픈 욕망을 잔뜩 가지고 있기에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여행지에서의 벌어진 일들과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보여주고 있었고, 그래서 더욱 편안하면서도 재미있게 읽을수가 있었던거 같다. 과연 나는 언제쯤 일상을 탈출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사실 지금 당장이라도 비행기 표를 끊고 아무도 나를 모를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그것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에게는 그 벽을 뚫고나갈 용기가 부족하다. 그래서 저자의 여행이 더욱더 부럽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언젠가는 떠날 것이다. 사실 가보고 싶은 여행지가 워낙 많다보니 정작 기회가 주어진다고해도 어디부터 가야할지 선뜻 대답하기가 힘들다. 여기도 가보고 싶고 저기도 가보고 싶으니 말이다. 이 책을 보면서 유럽은 참 매력적인 대륙이란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북유럽은 물가가 워낙 비싸다보니 쉽게 떠날수 없는 지역인데 뭔가 신비함이 느껴지는 핀란드도 괜찮은 나라구나 싶다. 인천공항에서 헬싱키까지 직항으로 8시간 반이면 닿을수 있다고 하니 생각만큼 멀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꼭 핀란드가 아니더라도 일상 탈출을 위한 나만의 여행 계획을 세워봐야겠다. 머지 않은 시간내에 어디론가 떠나고 있는 내 모습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