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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바이, 블랙버드
이사카 고타로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이사카 고타로'란 이름을 떠올리면 재기 넘치는 작가란 생각을 하게 된다. 처음에 만난 책은 <골든 슬럼버>였는데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 <사신 치바>, <마왕>, <그래스호퍼> 등을 보면서 참 괜찮은 작가이고 내 취향에 맞는 이야기를 쓰는 작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의 이야기는 결코 평범하지가 않다. 일본에서 촉망받는 차세대 작가라고 일컬어 지는거 같은데 아마 그가 보여주는 독특한 개성이 반영된게 아닌가 싶다. 어느덧 나의 뇌리속에 강한 인상을 심어주며 그 이름만으로도 기대를 가지게 만드는 작가가 된 이사카 고타로. 이번에 만나게 된 이 책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때 역시 이사카 고타로구나 싶었다. 1988년 발표된 다자이 오사무의 미완성작 <굿바이>의 속편격이라는 이 책은 원고를 독자에게 우편으로 보내주는 독특한 방식으로 기획되었다고 한다. 역시 기묘한 사람이란걸 다시한번 느끼게 되는거 같다. 책 속에는 호시노 가즈히코라는 남자가 등장한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보면 많은 여성들이 반할만한 매력적인 외모의 남성은 아닌거 같다. 하지만 그는 5명의 여성과 사귀고 있었다. 그것도 동시에 말이다. 양다리까지는 보았지만 5명이라니 이 사람 완전 바람둥이구나 싶었다. 하지만 그는 결코 그런류(?)의 사람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는 5명의 연인들에게 이별선언을 하고 있었다.
연인에게 헤어짐을 고한다고해서 그녀들과의 사랑이 식었다거나 나쁜남자의 매력을 뽐내는 것은 아니다. 그가 처한 어쩔수 없는 상황에 의해 2주뒤 어디론가 떠나야하는 처지이기에 마유미라는 키 180센티, 몸무게 180킬로의 거구 여성의 감시하에 이별을 이야기한다.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는 일은 살아가면서 끈임없이 반복된다. 그러하기에 어떻게 보면 굳이 이별을 고해야할까 싶기도 하다. 연락을 끊고 만나지 않는 것만으로도 이별의 감정을 전달할 수가 있고, 실제로도 그런 방식으로 이별을 고하는 사람들도 많으니 말이다. 하지만 호시노는 그렇지 않았다. 그는 만남도 이별도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않았다. 그러하기에 비록 마유미와 결혼을 위해 헤어져야한다는 거짓된 이유를 말하지만 그의 마음은 상대방을 배려하고 있었고 5명 모두에게 진실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이 책은 그동안 만났던 이사카 고타로와의 책들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평범한 듯 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주인공의 모습을 보면서 5명의 여성들을 동시에 만나는 많은 남자들의 적(?)이란 느낌보다는 그를 동정하게 되고 이해하게 되며 괜스레 웃음을 짓게 만들고 있었다. 그가 왜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으며 그의 작품들이 만화, 연극, TV 드라마 등으로 만들어졌는지 알것 같다. 그의 독특한 이야기들이 다른 형식의 예술로는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궁금해진다. 아직 접해보지 못한 그의 다른 이야기들도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이사카 고타로라는 이야기꾼이 있어서 더욱더 즐거운 시간인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