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티나 데이터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정환 옮김 / 서울문화사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껏 많은 책들을 만나오다 보니 그만큼 많은 작가들을 만나온거 같다. 그러한 작가중에서 내 기억속에 자리잡고 있는 사람은 정말 극소수에 불과하다. 국내작가라면야 꼭 내가 읽은 책이 인상적이지 않았더라도 기억을 하는 경우가 있지만 해외작가라면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잠깐 보고 스쳐지나가게 된다. 그러다보니 내가 읽어보지 않았더라도 워낙 유명해서 잘 알려진 작가를 제외하고 책을 통해 알게되서 기억하는 작가는 손에 꼽을 정도이다. 그 중에서 내가 첫손에 꼽는 작가는 단연 히가시노 게이고이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내가 세손가락안에 꼽을 정도로 정말정말 좋아한다. 아마도 가장 많이 만나본 작가가 아닐까 싶다. 국내에 출간된 그의 작품은 모조리 다본거 같으니 말이다. 세어보지 않아서 정확히 몇편을 만나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마흔편은 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나의 책장에 가장 많이 꽂혀있는 작가이기도 하다. 그는 이름만으로도 설레임과 기대감을 가지게 만드는 작가인거 같다. 
 

그는 1985년 발표한 데뷔작 <방과후> 이후 추리소설 작가로서 정말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내가 생각했을때 미스터리 추리소설은 정말 많은 상상력을 필요로 한다고 생각한다. 추리소설의 특성상 이미 출간된 다른 이야기들과 차별성은 필수적이다. 이미 다른 이야기에서 사용된 방식과 트릭을 사용한다면 독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올 수 없고 흥미를 이끌어낼 수 없으니 말이다. 그런점에서 볼때 히가시노 게이고는 대단함에 틀림없다. 그 많은 작품을 만들어내면서도 매번 새로운 이야기로 나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으니 말이다. 미스터리 추리소설을 워낙 좋아하다보니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 말고도 많은 이야기를 만나왔다. 그러다보니 때로는 뒷부분의 이야기가 예상될때도 있었고 또 실제로 내 예상대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작품은 높은 점수를 줄 수가 없다. 내가 예상했다면 다른 사람중에도 그런 경우가 있을테니 말이다. 하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한번도 내 생각대로 전개된적이 없었다. 아니 그런 예상 할 틈을 안주었다는게 맞을 것이다. 과연 이번에 출간된 이 책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졌다. 
 

한 여성이 시부야 변두리의 러브호텔에서 살해된 채 발견되었다. 특별한 증거는 남아있지 않았고 다만 용의자의 것으로 보이는 머리카락과 체모 몇 올만이 발견되었을 뿐이다. 사실 이것으로 용의자를 잡기는 매우 힘들다. 용의자로 의심되는 이가 있다면 그자의 털이 맞는지 유전자 검사를 해보면 되겠지만 그런 인물이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경찰청 특수해석연구소란 곳에서는 특별한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머리카락에서 뽑아낸 DNA로 그 사람의 성별, 나이, 신장, 피부 등 인상착의를 알 수가 있었고 이를 근거로 DNA 몽타주까지 만들어낸 것이다. 결국 범인을 체포할 수가 있었다. 이 사건외에도 이 시스템을 통해 여러사건을 해결하게 되고 결국엔 범죄 방지를 목적으로 국민의 DNA 정보를 수집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된다. 사생활침해 논란도 일고, 많은 국민들은 자신의 DNA 정보를 수집당하는 것을 꺼림칙해 하는 가운데 정부기관과 특수해석연구소를 중심으로 DNA 정보수집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나지만 이 시스템은 'NOT FOUND'라는 결과를 내놓는다. 시스템이 용의자의 정보를 찾아내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결과를 연구소에서는 DNA 정보수집이 완전하지 않기에 발생한 사건이라고 이야기한다. 결국 이 사건들은 첨단 방식이 아닌 옛날 방식 즉 형사들이 발로 뛰며 정보를 얻어 해결하는 방법으로 수사가 진행된다. 이와중에 이번에는 이 시스템의 실질적인 개발자인 남매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사회와 떨어져 자신들만의 세상에 살던 남매가 왜 살해되었는지 궁금해하면서 책을 계속 읽어나갔는데 이야기는 또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었다. 책 초반부터 나의 반감을 사던 인물에게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한 것이다. 그러면서 점점 이야기는 미궁속으로 흘러가게 된다.
 

현대 사회에서 개인정보문제는 더이상 책 속의 문제만이 아니다. 물론 이렇게 DNA를 공개적으로 수집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개인정보가 인터넷으로 팔리기도 하고 남의 정보를 도용해서 많은 범죄들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컴퓨터 인터넷의 발달은 더 많은 정보들을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다니게 만들고 있다. 한때 이런저런 이유로 수많은 사이트에 가입을 했었다. 사이트에 가입을 하면서 이름, 주소, 주민번호,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들을 입력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정말 부주의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느곳에 가입을 했는지 기억조차 못하고 있어서 일일이 찾아다니며 탈퇴를 할 수도 없고 또 탈퇴를 한다고 해서 입력했던 개인정보가 삭제되는지도 모르겠다. 하루에도 여러통의 메일과 문자메시지로 오는 스팸들은 그러한 결과물중 일부일 것이다. 다 나의 자업자득이라고 할 수 있을거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현대의 정보화 사회가 가지는 어두운 면을 느낄수가 있었다. 물론 모든것에는 장점만 있을수는 없는 것이지만 그래도 좀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국가 권력이 이런 모습을 보인다면 정말 그 나라는 존재 가치가 없는 나라일 것이다. 왕정이나 절대 군주제가 아닌 이상 있을수도 있어서도 안되는 모습이니 말이다. 역시나 히가시노 게이고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책 띠지에 나와있는 <제가 가진 최대의 창조력을 구사하였습니다. 당신의 상상력을 뛰어넘었는지요?>라는 문구가 정말 와닿는거 같다. 그의 질문에 답을 하자면 <네 분명히 제 생각을 뛰어넘었군요.> 일테니 말이다. 이번 책은 흥미로움과 두려움을 동시에 전해준 그런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다. 그가 들려주는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