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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딕 라운지
박성일 지음 / 시드페이퍼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북유럽은 남부 유럽이나 서부 유럽에 비해 덜 알려져 있다.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이고, 세계 최고의 사회 복지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아울러 물가 수준이 장난이 아니라는 것. 이 정도가 내가 아는 전부가 아닌가 싶다. 이런 북유럽으로 저자 박성일은 여행을 떠났다. 단순히 여행을 즐기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음악가로서 북유럽의 음악은 물론이고 건축과 디자인 등을 찾아 다녔다. 이번 여행에서 그가 찾은 곳은 핀란드의 헬싱키와 스웨덴의 스톡홀름이었다. 핀란드하면 역시나 자일리톨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어쩜 이렇게도 핀란드 = 자일리톨 이런 관념을 나에게 심어준건지 광고 효과가 정말 대단한거 같다. 스웨덴은 내가 좋아하는 책인 <밀레니엄>의 저자 스티그 라르손의 조국이다. 그의 책은 스웨덴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갑작스런 사망으로 데뷔작이자 유작이 되어버린 밀레니엄외에는 그의 책을 만나볼 수 없다는게 안타깝기만 하다. 어쨌든 두 나라 모두 익숙하지는 않지만 나에게 나쁘지 않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과연 저자는 두 곳의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해졌다.
책은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의 반타공항에서 시작하고 있다. 핀란드는 우리나라보다 7시간이 느리다. 시간만 느린게 아니고 그 나라 사람들의 삶 역시 느릿느릿하다. 게으르다는 의미가 아니고 여유롭다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안경을 맞추려고 하면 시력검사하고 안경테를 고른후 조그만 기다리면 안경을 맞춰준다. 반면에 핀란드에서는 안경을 맞추는데 2주가 걸린다고 한다. 우리는 '빨리빨리'라는 말에 익숙해져 있다면 핀란드는 '느릿느릿'이 어울린다. 그러다보니 우리나라 사람이 핀란드에 가서 어떤 서비스를 받는다면 불편해할지도 모른다. 아니 답답해 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그게 그들의 일상이니 말이다. 저자 역시 한달가량 머물다보니 어느새 핀란드인들의 느린 문화에 점점 동화되고 있는거 같았다. 책에서는 많은 사진을 담고 있었는데 역시나 눈내린 도시를 보여주는 사진은 빠질수가 없었다. 차가운 북유럽의 나라답게 눈은 그들의 삶 일부였다. 우리나라같으면 눈내린 도로를 다닐때 사람도 조심조심 차도 조심조심 거북이 걸음을 한다. 하지만 핀란드 도로에서는 차가 씽씽 달리고 있었고 사람들도 마치 조깅하는 마냥 다닌다. 물론 스노우 타이어를 장착하고 있고 특수한 소재의 신발들을 신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핀란드에 이어 스웨덴에서도 북유럽 특유의 풍광들을 보여주고 있는데 특히나 사회와 관련된 이야기나 디자인, 문화 등의 이야기를 좀더 많이 들려주고 있는거 같았다. 스웨덴은 이민자의 천국이다. 스웨덴과 핀란드 모두 훌륭한 복지정책을 가지고 있는 인권주의 국가이지만 외국인에 대한 정책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핀란드는 경제적 지원은 하되 시민권이나 영주권은 결혼과 같은 상황에서나 주어지지만, 스웨덴의 경우 전쟁난민과 망명자들을 인도적 차원에서 무조건 국민으로 받아들인다. 스웨덴에서는 소위 '백수등록증'을 따고 교육을 받기 시작하면 나라에서 주어지는 실직급여가 일을 하지 않아도 먹고 사는 수준으로 나온다고 한다. 그래서 이민자들이 받는 실직급여가 사회적으로 심각한 수준에 이르면 어김없이 선거철에 이슈로 등장한다. 이 정도로 이민자들을 지원하다니 스웨덴은 이민자 입장에서 살아볼만한 나라가 아닌가 싶다. 갑자기 나도 스웨덴이 살짝 땡기기도 한다. 세계 최고의 복지 국가답게 스웨덴의 교육은 전액 무료인데 아이들이 유치원이 처음 입학해 배우는 것은 부모가 체벌할때 신고하는 방법이라고 한다. 무분별한 체벌은 당연히 문제시되지만 어느정도의 체벌은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나 요즘 학생들이 선생님에게 하는 태도가 보도되는 것을 보면 더욱더 그런거 같은데 무조건적인 체벌 금지가 도움이 되는지 또 그로 인해 스웨덴에서는 문제가 없는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눈이 많이 내리는 차가운 지역이라고만 알고 있던 북유럽인데 책을 보다보니 한번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꼭 살아보지는 못하더라도 한번 여행해보고 싶어진다. 눈덮힌 그곳의 모습만 보아도 나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 곳의 유명한 랜드마크가 아닌 저자의 감성에 따라 보여지는 모습은 더욱더 그곳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거 같았다. 물론 화려함 역시 갖추고 있지만 왠지 정겹다는 느낌이 강한거 같다. 그래서 내 취향과도 잘 어울리는 나라인거 같기도 하다. 이렇게 책을 보다보면 가고 싶은 곳은 점점 많아지는데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니 아쉽기만 하다. 북유럽에서 낯선 여행객으로서 자유롭게 돌아다녀볼 그날이 어서 빨리 찾아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