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에 바라다 - 제142회 나오키상 수상작
사사키 조 지음, 이기웅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무엇보다도 <사사키 조>라는 저자 때문이었다. 지금껏 사사키 조의 책은 딱 한편 만나보았었다. 하지만 그 책이 강렬하게 다가왔었다. 그 책은 <경관의 피>라는 제목을 달고 있었는데, 3대에 이어진 경찰 가문의 이야기였다. 3대에 걸친 이야기다보니 긴 세월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서술하고 있는데 상하 두 권의 책은 강한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그러하였기에 사사키 조라는 이름만 보고도 읽고 싶었던 것이다. 또한 나오키상 수상작이라는 것 역시 부차적인 이유였다. 아쿠타가와상과 더불어 일본 문학의 가장 권위있는 상인 나오키상 수상작이란 소개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한거 같다. 물론 모든 나오키상 수상작이 흥미롭게 다가오는 것은 아니다. 지금껏 5권 정도 만나본거 같은데 나를 만족시킨것은 134회 수상작인 <용의자 X의 헌신>이 유일했으니 말이다. 올초에 발표된 142회 나오키상에서 시라이시 카즈후미의 <다른 누가 아닌 유일한 사람에게>와 공동 수상한 이 책 <폐허에 바라다>는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 궁금해졌다.

 

 

일본 경찰 미스터리의 대표 작가답게 역시나 이 책 역시 경찰이 등장한다. 센도 타카시. 그는 과거 자신의 실수로 기인한 끔찍한 사건으로 정신적 외상을 입고 휴직중인 형사이다. 그는 훗카이도 경찰본부 인사 2과로부터 자택 요양을 명받은 상태로 4주에 한번씩 지정된 의사에게 진찰을 받을 의무가 있다. 심료내과 담당의가 근무 복귀가 가능하다는 진단을 내려주어야 형사로서 복귀가 가능한 것이다. 그는 충분히 치료가 되었고, 업무에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지만 여전히 11개월째 휴직중이다. 휴직중이라고 해서 그냥 놀고만 있느냐 그것은 아니다. 이곳저곳에서 그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대놓고 사건에 개입 할 수는 없다. 휴직중이라서 수사권 자체가 없기에 그냥 사건을 해결할 방향을 제시할 뿐이다. 이 책에 수록된 단편들은 그런 센도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사실 나는 단편을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나 이러한 추리소설의 경우는 더욱더 그러하다. 단편은 장편에 비해 아무래도 이야기 전개에 제약을 받게 된다. 스케일 자체가 작아질 수 밖에 없고 때로는 어영부영 종결되기도 한다. 물론 예외도 있다. 이번에 만난 이 책 역시 그 예외에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휴직중인 형사를 내세운 이야기이기에 사건을 주도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고, 여운을 남기면서 이야기를 마무리 짓고 있다. 또한 세련된 문체라기보다는 투박하면서도 묵직한 문체로 다가온다. 평소에 나같았으면 이런 스타일의 단편을 싫어해야하는게 정상인데 이상하게도 그렇지가 않다. 제목에 들어있는 폐허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듯이 센도를 비롯한 등장인물에게서 쓸쓸함이 느껴지는데 그런 분위기가 그냥 좋게 다가온다. 보통의 추리소설들처럼 화려한 트릭과 반전이 나오는것은 아니지만 그점이 나의 감성을 흔드는거 같다.

 

 

<경관의 피>에 이어 이 책 역시 마음에 들었기에 저자의 다른 책도 만나보고 싶어진다. 그래서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을 해보았다. <에토로후발 긴급전>이란 책 한 권만이 추가로 검색된다. 31년째 소설가로 살아오고 있다고 하기에 아마도 더 많은 책들을 써왔을테지만 아직까지 국내에 출간된 책은 이정도인거 같다. 이렇게 내가 만나보고 싶어하는 작가의 책들이 번역되지 않은걸 느낄때마다 일본어를 배워서 원서를 사봐야하나 싶기도 하다. 물론 일본어 책을 읽을정도의 실력을 쌓자면 긴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기에 매번 생각으로만 그치지만 말이다. 빨리 그의 책들이 많이많이 출간되어 내가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무언가 허전한 감정이 느껴지는 11월의 마지막 밤인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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