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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홍
노자와 히사시 지음, 신유희 옮김 / 예담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나만 살아남아서 미안해...
이 책의 주인공의 솔직한 심경이 아닐까싶다. 아키바 가나코는 6학년 수학여행 도중에 가족 모두를 잃게 된다. 가족은 잔인하게 살해되는데 그녀는 집에 없었기에 참사를 면할수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이후에 그녀가 짊어지고 나가야할 고통은 너무나도 컸다. 어린 소녀가 감당하기에는 그 짐은 너무나도 무거웠을 것이다. 그렇게 8년이 지났고 그녀는 어느덧 대학생이 되었다. 그리고 그녀의 가족을 살해했던 살인자에게 사형이 확정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그와 더불어 가해자였던 이에게는 자신과 나이가 같은 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가나코는 왠지 그녀를 만나보고 싶었다. 그녀에게 비난을 하기위해서라든지 복수를 위해서가 아니라 위안을 얻고 싶어하고 있었다. 가해자의 딸 역시 자신 못지않게 많은 고통을 받고 살아왔을테니 말이다. 그렇게 아키바 가나코는 자신의 정체를 숨긴채 쓰즈키 미호에게 접근하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상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상처가 크던지 작던지간에 말이다. 그러한 상처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는데 별다른 지장을 주지 않는 경우도 있고, 삶의 방향을 송두리째 흔들어버릴 정도로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아키바 가나코와 쓰즈키 미호의 경우는 당연히 두번째에 해당할 것이다. 8년전의 사건은 결코 두 사람다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두 사람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사건을 벌어졌고, 둘의 인생은 흔들리고 만 것이다. 피해자의 딸인 가나코가 더 불쌍하고 안타까운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가해자의 딸인 미호 역시 가나코 못지않게 안타까워보인다. 어쩌면 그녀가 진정한 피해자일지도 모르니 말이다. 그들은 고통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아마 그 고통은 아무리 긴 시간이 지난다하더라도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그녀들에게 드리워진 운명이었으니 말이다.
이 책의 저자인 노자와 히사시는 두 주인공의 심리묘사를 통해 독자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었다. 저자는 국내에서 방영되었던 드라마 '연애시대'의 원작자이고, 1997년 소설 '파선의 맬리스'로 제43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연애시대'로 제4회 시마세 연애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이외에도 제17회 무코다 구니코상의 최연소 수상자가 되기도 하였고 제22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여러 작품을 통해 인정받고 있었지만 더이상 그의 작품을 만날 수가 없다. 2004년 44세의 나이에 자살을 선택했기에 말이다. 이 책을 보고 있자니 그의 죽음은 정말 아쉽기만하다. 무엇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뛰어난 작가였다고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
아주 짙은 다홍색이란 의미의 '심홍' 이 책은 무언가 여운을 남기고 있다. 빨간머리를 하고 눈물을 흘리는 듯한 소녀의 모습을 담고 있는 표지는 묘한 느낌을 전해주는거 같다. 살인사건의 피해자의 딸과 가해자의 딸의 이야기를 통해 과연 저자는 무슨 의도를 전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인간의 이기심, 추악성, 복수, 화해? 저자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지만 그녀들이 서로에게 보여주는 모습들을 통해 여러가지 생각을 해보게 만드는거 같다.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지만 저자의 역량을 보여준 역작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