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도 4개의 달이 지나고 어느새 5번째 달을 맞이하고 있다. 지난 4개월의 시간을 돌아보면 나름 열심히 살아온거 같고,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고자 노력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만족스러웠던 순간들 보다는 무언가 부족하고 아쉬움으로 남는 순간이 더 많은거 같다. 특히나 지난 4개월 동안 나에게는 여유가 없었던거 같다. 경제적인 여유가 아닌 정신적인 여유가 말이다. 너무 앞만 보고 달려왔던거 같다. 그래서 힘들고 지친 순간들도 있었다. 내가 평소 정신적인 여유를 찾으려고 할때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한적한 곳을 무작정 걷곤한다. 처음에는 아무생각없이 주변의 경치를 바라보는데 그렇게 걷다보면 그동안 내가 살아온 모습을 되돌아보게 되고 또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아쉬웠던 점들을 던져버리게 된다. 그리고 새로운 무언가가 가슴속에서 꿈틀대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나는 걷는것을 무척이나 좋아하나보다. 이 책은 오랜기간 사진 예술의 여러 영역에서 활동해온 저자 최건수가 제주의 길을 걸으면서 느꼈던 점들은 사진과 함께 담아내고 있었다. 그는 올레라 불리는 제주의 길들을 홀로 걸으며 많은 생각을 한듯 보였다. 그는 이 책의 부제이기도 한 비움이라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는듯 했다. 사람은 이기적인 존재이므로 누구나 욕망을 지니고 있다. 그것으로 인해 더욱 큰 발전을 이룩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것이 독으로 작용해 삶을 황폐화 시키기도 한다. 자신의 마음을 잘 조절하여 중용의 도를 이루는게 중요하겠지만 그것은 말처럼 쉽지가 않다. '비움'이라는 것은 인간의 본성과는 좀 거리가 먼 단어라는 생각이 든다. 비움보다는 채움이 더 가까워보이니 말이다. 비움이라는 것을 얻을수 있는 길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내가 생각했을때 걷는 다는 것은 괜찮은 방법이란 생각이 든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걷는것은 바쁜 세상사와 별개로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걸음, 자신만의 생각에 빠지게 만드는 그런 걸음을 말한다. 그런 걸음을 하다보면 주위의 모습들에 행복함을 느낄수 있지 않을까하니 말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12개의 코스와 2개의 알파 코스를 더해 제주의 올레를 보여준다. 이러한 여행 관련 책에서 사진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백마디의 말보다는 한장의 사진이 더욱더 큰 감흥을 전해주기도 하니 말이다. 이 책은 내가 처음 생각했던것 보다는 많은 사진을 담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사진 한장 한장은 내 가슴속에서 어떤 감흥을 불러 일으킨다. 정확히 이게 어떤 감흥인지는 잘 모르겠고, 설명하기가 힘들다. 그리고 그의 글들은 그동안 느꼈던 제주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얼마전 보았던 제주 관련 책과는 또 다른 느낌을 전해준다. 특히 이 책을 보면서 가장 좋았던 점들은 그가 책 중간중간에 담아놓은 시였다. 책 속의 시들은 저자가 어떤 생각을 하며 걸었을지 짐작하게 해주니 말이다. 그 시들은 다른 글들과 사진과 어우러져 비움여행이라는 부제를 잘 보여주는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나 제주는 내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좋아하는 여행지답게 정말 아름다운 모습을 가지고 있다. 그 아름다운 자연을 벗삼아 걷는다는 것은 과연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진다. 5년전에 제주 여행을 갔었는데 그때는 제대로 걸어볼 겨를이 없었다. 워낙 짧은 일정이다보니 여기저기 다니기 바빴으니 말이다. 어서빨리 제주 여행의 기회가 다시 나에게 왔으면 좋겠다. 그때는 과거와는 달리 내 발을 통해 제주를 걸으며 내 가슴속으로 제주를 한껏 느껴보고 싶다. 행복한 제주 여행이었던거 같다. 외로움을 위하여 생이 기정 올 때까지 외로웠다. 걷던 길도 외로워했고, 이름 없는 바위섬도 외로워했고 봉두난발 억새도 외로워했다. 외로운 것들은 외로움을 입술에 올리지 않는다. 외로운 사람이 올레에 오고 외로워지고 싶어서 올레에 온다. 외로움은 외로움과 대면하여 외로움을 이겨야하는 것을 알아갈 때 외로움은 더 외롭다. 외로움을 배낭에 담고 외로움을 발로 밟아가며 남제주를 걸었다. 단애 끝에 늙어가는 은백색 외로움이 지천이다. p 312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