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지금까지 여행다운 여행의 경험은 손에 꼽을 만큼뿐이다. 그것도 전부 국내여행이다. 아직 나에게는 여권이란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낯선 땅으로 떠나볼 몇번의 기회는 있었으나 모두 나름의 사정으로 인해 날려버렸다. 그래서 그런지 여행 책 특히 외국 여행 책에 대한 나의 집착은 대단하다. 대리만족이라도 느껴야하니 말이다. 최근 몇년간 새로운 한해를 맞이하고 계획을 세우면서 항상 빠지지 않는것중 하나가 바로 여행이었다. 올해 역시 여행과 관련된 계획을 가지고 있다. 물론 그것을 실제 행동으로 옮길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비록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하더라도 여행에 대한 상상은 나를 기쁘게 하고, 새로운 곳으로의 방랑을 꿈꾸는 것은 내 삶에 활력소를 제공해준다. 2010년이 시작되고 나름 이루고자하는 목표를 위해 매진하기위해 책을 줄여야겠다고 생각했었다. 한 가지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책을 끊는것이 최선이지만, 나에게 있어서 책은 마약과 같아서 결코 끊어낼수가 없다. 그 중에서도 여행 책은 절대적이다. 다른 책은 포기해도 여행 책만큼은 절대 포기할 수가 없다. 지난해 100권 이상의 여행 책을 보면서 느낀 즐거움은 나를 너무나도 행복하게 해주었으니 말이다. 그러던 중 이 책을 알게 되었다. '굴라쉬 브런치'라는 제목만봐서는 요리책이나 카페와 관련된 책이 아닐까했지만 여행 책이었다. 당연히 읽고 싶어졌다. 여행 책에 대한 나의 중독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으나 당분간은 벗어날 수가 없을 듯 하다. 이 책은 '번역하는 여자 윤미나의 동유럽 독서여행기'라는 부제가 달려있었는데 동유럽이란 단어가 눈에 확들어왔다. 동유럽과 관련된 책은 많이 접해보지 못한거 같다. 사실 어느 국가가 동유럽에 포함되는지도 정확히 모른다. 그래서 인터넷 사전을 통해 찾아보았는데, 폴란드·체코·슬로바키아·유고슬라비아·불가리아·헝가리·루마니아·크로아티아 등이 포함된거 같았다. 이 중에서 크로아티아와 관련된 책을 두 권 본 것이 전부인거 같다. 그리고 체코 관련 책도 본 기억이 난다. 왜 이 책의 저자는 유럽에서도 변방에 속하는 동유럽으로 떠난것인지 또한 왜 제목이 굴라쉬 브런치인지 궁금해졌다. 책을 받고 한번 펼쳐보는데 실망스러웠다. 여행 책의 백미는 역시나 사진인데 이 책에는 내가 기대했던것만큼의 사진이 실려있지 않았으니 말이다. 여행 책에 무슨 글이 이렇게 많나 싶기도했다. 부제에서 알 수가 있듯이 역시 책을 읽고 쓰는 사람이라서 그런가보다 했다. 번역하는 여자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여행을 하는지 그리고 그 느낌들을 어떻게 글로 표현해낼지 알고 싶어졌다. 역시나 그녀는 자신의 직업을 숨길수 없었나보다. 어쩜 이렇게 이야기를 잘 풀어내는지 글을 쓰는 사람은 무언가 다르긴 다르구나 느끼게 되는거 같다. 이야기를 참 맛깔나게 한다고 해야할까. 게다가 아는것도 참 많다. 그녀의 직업이 그렇게 만들었을수도 있지만 그녀는 여행을 떠나기전에 그곳과 관련된 책이나 영화를 통해 예행 연습 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이 책 곳곳에는 여행지와 관련된 책과 작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데 그런 책이 있었는지 작가가 있었는지 싶다. 뭐 내가 외국 작가나 책에 워낙 문외한이다보니 말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중 카프카 정도만이 내가 아는 유일한 사람이지 싶다. 사실 카프카도 다른 여행책을 통해서 알게된 사람이다. 그러고보면 나는 책을 참 편식하는듯 하다. 유럽 여행에서 맥주는 빠질수 없는거 같다. 지금까지 수많은 유럽 여행 책을 보았는데 대부분의 책에는 맥주이야기가 나온거 같으니 말이다. 역시나 그녀 역시 흑맥주를 마시며 동유럽의 정취를 느낀듯 하다. 대한민국에서 마시는 맥주와 유럽에서 마시는 맥주는 어떤 차이가 있을지 궁금해진다. 여행의 매력은 낯섬과의 만남이 아닐까싶다. 낯선 장소에서 낯선 사람들과 만남을 가지고 낯선 음식을 먹어보면서 느끼는 낯선 공기. 그 낯섬이 항상 유쾌한 기분을 만들어주는것은 아니지만 그 낯섬이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거 같다. 이 책의 저자는 그러한 낯섬을 즐기고 있는거 같아 보였다. 어느곳인들 그러하지 않겠느냐만은 동유럽의 도시들은 낯섬을 즐기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동유럽과 좀더 가까워진거 같다. 더불어 다른 여행 책에서는 좀처럼 찾을수 없는 많은 주석들은 동유럽을 이해햐는데 더욱더 도움을 주고 있다. 수능시험볼때도 미루지 않았다는 생리를 두브로브니크의 바다에서 물장구를 치기위해 피임약을 먹는다는 그녀의 말처럼 낯선곳으로의 여행은 때론 자기 자신의 모습을 변화시키곤 한다. 자기 자신이 그려놓은 동그란 원모양의 경계를 벗어나게 만드는 것이다. 그것이 여행의 힘인거 같다. 과연 나는 여행을 통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나 자신이 그려놓은 경계선을 얼마만큼 벗어날지 알 수는 없지만 나 자신도 놀랄만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싶다. 그런 모습을 느껴볼 기회가 어서빨리 찾아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