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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의 몸값 1 ㅣ 오늘의 일본문학 8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읽을 책을 선정하는 기준은 몇가지가 있다. 그 중 하나는 장르를 보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여행 관련 책이라던지, 미스터리 추리소설의 경우는 무조건 읽고 싶어한다. 그리고 책의 내용이 흥미로워서 선택하는 경우라던지, 다른 사람이 재밌다고 추천해줘서 또는 작가가 마음에 들어서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경우는 그냥 책 제목만 보고 왠지 읽고 싶어져서 선택할때도 있다. 이 책을 읽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작가 때문이었다. '오쿠다 히데오' 내가 흥미롭게 지켜보는 작가중 한명이다. 사실 그의 책을 많이 접해보지는 못했다. 단 두 권만 읽어봤을 뿐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 두 권을 통해 그는 나에게 강하게 인상을 남겼다. 이번 책은 3년만에 출간되는 장편이라고 했다.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졌다.
'올림픽의 몸값'이라는 평범하지 않은 제목을 달고 있는 이 책은 그동안 내가 읽어왔던 저자의 책과는 다르게 느껴진다. 그동안 오쿠다 히데오는 유쾌한 즐거움을 안겨주는 작가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내가 그런 책만 읽어서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 책을 통해 오쿠다 히데오의 다른 면을 충분히 느낄수가 있는거 같다. 그래서 더욱더 흥미로운 책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만든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올림픽을 인질로 하여 국가에 대항하는 이야기이다. 언뜻 생각해보면 얼마나 허무맹랑한 이야기인가. 온 국민의 축제인 올림픽을 방해하려는 불순한 음해세력이 저지른 일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하지만 실상 그 속에는 힘없는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숨어 있었다. 올림픽의 개최는 한 나라에 있어서 중요한 이벤트이다. 단순히 그 나라를 세계 속에 알리기만 하는것이 아니라 그를 통해 그 나라가 급속도로 발전하게 된다. 우리의 경우 88올림픽과 2002 월드컵을 떠올려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올림픽이나 월드컵과 같은 대회를 유치하게 되면 기본적인 경기장을 건설하는것부터해서 도로, 숙박, 도시 외관 등 수많은 것들을 새로 건설하거나 손을 봐야한다. 전세계 사람들에게 보여질 것이고 그로 인해 그 나라의 이미지가 결정되기도 하니 말이다.
88올림픽 개최시에는 내가 어렸으므로 많은 것은 기억나지 않지만 80년대 전두환, 노태우 정권당시 경기장이나 숙소 주변의 낡아빠진 판자집이나 외관을 해치는 시설들을 강제로 철거했을거란 생각이 든다. 그러다보면 가난한 서민들은 제대로 보상도 받지 못한채 외곽으로 쫓겨나야 했을 것이다. 올림픽과 같은 이벤트의 개최는 정치적으로 봤을때는 그 정권의 치적을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가난한 서민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고통으로 다가올수도 있는 것이다.
책 속에서 올림픽이 개최되기전에 발생했던 방화와 폭탄 테러는 단순히 올림픽 개최를 방해하려는 것보다는 올림픽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의 실상을 알리려는 의도가 더 강해보인다. 올림픽을 개최한다고 온 국민이 축제에 들떠있는 분위기속에도 그러한 분위기에 동참할 수 없는 사람들은 언제나 존재하니 말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구니오 역시 그런 인물들 중 하나인거 같다. 만약 형이 죽지 않았다면 그래서 노동자들의 삶을 경험해보지 않았더라면 구니오 역시 온 국민의 축제를 즐기는 도쿄대 경제학부의 엘리트 학생으로 살아갔을지도 모른다. 단순히 구니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어쩌면 우리들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400여 페이지의 책 두 권. 분량이 제법 많아 보였지만 역시나 쉽게 쉽게 읽어나갈 수가 있었다. 오쿠다 히데오는 예사로운 작가가 아님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는거 같다. 올림픽과 같은 거대한 이벤트에서만 그런게 아니라 사소한 일이라도 명암이 있기 마련이다. 그럴 경우 아무래도 밝은면을 우선시하게 된다. 작년에 있었던 용산 참가가 어두운 면이 크게 터진 일이란 생각이 든다. 조금더 어두운 면을 살펴볼 수 있는 사람,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흥미로운 책을 읽을수가 있어서 즐거웠다. 그의 다른 책을 통해 오쿠다 히데오의 진면목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