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죄
미나토 카나에 지음, 김미령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이 살아가면서 죄를 짓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그 죄가 크던지 작던지 간에 죄를 아예 짓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거의 없을거라고 생각한다. 죄를 지었다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다. 잘못을 했으면 반성을 해야하는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죄를 지었을때 속죄를 꼭 해야하는 것일까? 속죄란 단어의 뜻을 인터넷 사전을 통해 찾아보았는데 '어떤 사람이 지은 죄에 대하여 그 대가를 치르고 속량(贖良)받는 일' 이렇게 나와있었다. 그 대가라는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겠다. 만약 살인을 했다면 본인 역시 죽어야 속죄가 되는 건지 말이다. 어떻게 해야 속죄가 되는 거라고 정해진바가 없기에 속죄라는 것을 이야기하기에 난감한거 같다. 

 
이 책은 미나토 카나에의 신작이다. 미나토 카나에란 작가는 작년 '고백'이라는 작품을 통해 일본뿐 아니라 국내에도 널리 알려졌다. 신예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그래서 나도 한번 읽어봐야지 다짐하고 있었는데 아직까지 접해보지 못하고 있다. 비록 '고백'을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그녀에 대한 사람들의 이야기만으로도 이 책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게 만들었다. 빨간 꽃으로 덮혀진 표지 속에 어떤 이야기가 감춰져 있을지, 그녀는 독자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일본의 큰 명절중 하나인 오봉을 하루 앞둔 8월 14일. 일본에서 가장 공기가 깨끗하다는 시골 마을의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초등학교 4학년 여학생 5명이 놀고 있었다. 4명은 어렸을때부터 함께 자라온 소꿉 친구였고, 나머지 한 명은 도시에서 전학온 친구였다. 그들이 놀고 있을때 작업복을 입은 낯선 남자가 풀장 탈의실의 환기구 점검을 왔다면서 목말을 타고 나사만 돌리면 된다면서 도와달라고 한다. 사실 요즘같은 경우 낯선 남자가 이렇게 말을 걸어온다면 경계를 하게 된다. 워낙 세상이 험악해져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말이다. 하지만 이 책 속의 그 시절 시골에서는 경계심을 가지지 않은거 같다. 서로 도와주겠다고 나섰으니 말이다. 그 남자는 도시에서 전학온 여자 아이를 지목해 도와달라고 하고 그 아이를 데리고 풀장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고 친구가 나오지 않자 남아있던 4명의 친구는 풀장으로 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죽어있는 친구를 발견하게 된다. 

 
살인사건이 일어났고, 4명의 소녀는 범인을 목격한 것이다. 그렇지만 그 소녀들은 범인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했다. 이 부분에서 좀 의아하게 생각이 되었다. 아무리 어린 아이라고 할지라도 초등학교 4학년인데 거기다 한 명도 아니고 네 명 모두 기억을 못한다는게 말이다. 혹시 이 소녀들이 죽은 소녀를 싫어해서 일부러 그러는가 싶기도 했다. 그렇게해서 결국 범인에 대한 단서는 아무것도 찾지 못했고, 그렇게 3년이 지난후 죽은 소녀의 부모는 일 때문에 도시로 가게 되었는데 죽은 소녀의 엄마는 떠나가 전날 4명의 소녀를 불러 그 날의 사건을 다시 한번 물어본 후 이렇게 이야기 한다. 
"그런 얘긴 이제 지긋지긋해. 얼굴은 생각 안 나요. 생각 안 나요. 이 말밖에 할 줄 모르니?! 너희가 그 모양이니까 3년이 지나도 범인을 못 잡는 거라고. 이런 멍청이들이랑 놀아서 우리 에미리가 죽은거야. 너희들 때문이야. 너희는 살인자야!", "난 너희를 절대로 용서 못해. 공소시효가 끝나기 전에 범인을 찾아내. 그렇지 못하면 내가 납득할 수 있게 속죄를 하라고. 그것도 안 하면 난 너희들에게 복수할 거야. 난 너희 부모보다 훨씬 더 많은 돈과 권력이 있어. 내가 기필코 너희들을 에미리보다 더 비참하게 만들어 놓을 거야. 에미리의 부모인 나한테만은 그럴 권리가 있어." p 95,96에서 

 
자식을 잃은 부모의 입장에서는 정말 눈에 보이는게 없었을거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4명의 소녀들이 직접적으로 에미리를 죽게 한 것은 아니다. 에미리의 부모 못지 않게 4명의 소녀들 역시 크나큰 고통을 겪었을 것이다. 초등학교 4학년이란 나이에 친구의 죽음을 직접 목격했으니 말이다. 이미 고통을 겪고 있는 그녀들에게 에미리 엄마의 말은 더욱더 그녀들을 고통속으로 밀어넣고 있었다. 에미리의 엄마의 말이 진심인지 아니면 화를 주체하지 못해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온 말인지 모르지만 말이다. 그 이후 그 소녀들의 인생은 결코 평탄할 수가 없었다. 이 책은 4명의 소녀들의 입장에서 본 사건 당시의 이야기와 그 이후 그녀들의 삶을 각 소녀의 독백 형식으로 서술하고 있다. 그들은 살인사건을 잊으려해도 벗어나려해도 그럴수가 없었다. 각자 나름대로 죄의식을 가지고 살아오고 있었고, 그때 이후 그들의 인생은 이미 파탄나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에미리 엄마의 말대로 속죄를 하게 되는거 같다. 자의든 타이든 말이다. 그렇게 끝이 날것만 같았던 이야기는 마지막에 충격적인 결말을 이야기한다. 정말 기가막힐 뿐이었다. 정말 속죄를 해야할 사람은 따로 있었는데 말이다. 죄를 지었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 속죄를 말한다는 것은 있을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인간은 죄를 짓지 않고 살아가기 힘든 존재이니 말이다. '죄'와 '속죄'라는 것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게 만드는거 같다.

 
이 책을 보고 있자니 미나토 카나에가 신예작가라는게 믿겨지지 않는다. 섬세한 심리묘사하며 이야기 전개 능력에 생각지 못한 결말까지 놀랍기만 하다. 괜히 저자의 전작 '고백'을 사람들이 칭찬하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이 책은 그리 가볍게 다가오지만은 않는다. 아마도 소재가 이러하니 말이다. 이런 이야기를 흥미롭게 이야기하는 저자에게 감탄하게 된다. 그래서 저자의 전작이 더욱더 궁금하고, 새로운 신작이 더욱더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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