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바이올린
조셉 젤리네크 지음, 고인경 옮김 / 세계사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파가니니의 스트라디바리우스는 정말 악마의 바이올린인가?

 

'클래식 팩션' 이번에 만나게 된 이 책이 그러하다고 한다. 클래식은 사실 나와는 너무나도 거리가 멀다. 아는바도 거의 없다. 예전 학창시절에 배웠던 베토벤이나 모차르트, 슈베르트 등 유명 작곡가들과 그들의 잘 알려진 곡들 몇개만 알뿐이다. 클래식하면 왠지 고급스러운 느낌이 든다. 그렇기에 더욱더 기피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그동안 특별히 관심을 가질만한 기회도 없었다. 사실 내가 클래식과 가까워질 기회를 피했는지도 모르겠다. 몇번 클래식 공연을 감상할 기회는 있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한번도 가본적이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클래식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간혹 주위사람들이 피아노나 바이올린 등을 연주하는 걸 보게 되는데 정말 멋져보였다. 어쩜 저런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내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그리고 마음속 한켠에는 그들을 부러워하는 마음도 있었다. 예전 학창시절부터 나는 악기를 잘 다루는 사람을 부러워했었다. 나는 리코더도 잘 불지 못했으니 말이다. 음악선생님이 넌 왜그리 못하냐는 말에 선천적으로 악기에는 소질이 없다고 대답했다가 빰을 맞은적도 있다. 어쨌든 이런 클래식을 소재로 한 팩션 소설이기에 부담스럽기도 했다. 혹여 내가 내용을 이해하지 못할까해서였다. 하지만 읽고 싶었다. 악마의 바이올린이라는 제목이 그렇게 만들었다.

 

마드리드 국립 오디토리움의 심포니홀에서 열린 연주회에서 스페인 최고의 바이올린 솔리스트이자 세계적인 명연주자인 아네 라라사발은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협주곡 B단조'와 앙코르 곡으로 파가니니의 '카프라치오 24번'을 연주한후 대기실에서 살해된 채로 발견된다. 그녀의 가슴에는 악마라는 의미의 아랍어가 쓰여져 있었고, 그녀의 아주아주 값비싼 바이올린은 사라졌다. 그녀가 죽은 5월 27일은 파가니니가 사망한 날이며, 그녀에게 바이올린을 준 그녀의 할아버지 역시 같은날에 사망했다. 또한 그녀가 그녀의 할아버지 이전에 그 바이올린의 소유주로 확신하는 세계적인 바이올린니스트 느뵈 역시 의문의 비행기 사고로 사망했고, 그때도 바이올린은 사라졌었다. 파기니니의 스트라디바리우스라고 알려진 그 바이올린은 아주 훌륭한 바이올린이지만 그 소유자를 죽음으로 몰고가는 악마의 바이올린이란 생각을 가지게 한다. 뛰어난 연주를 보여주지만 결국 그 악마의 악기는 사람의 파멸시키는 것일까? 어쨌든 아들과 함께 연주회에 참석했던 페르도모 경위는 그 살인사건의 행방을 추적하게 된다.

 

이 책은 바이올린을 둘러싼 살인사건이 큰 줄기를 차지하고 있지만 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보다는 파가니니를 둘러싼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흥미롭다.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페르도모 경위는 비틀즈를 좋아할 뿐 클래식과는 전혀 무관한 사람이었는데 사건에 접근하다보니 클래식과 관련된 여러가지 이야기를 알게 된다. 그와 더불어 독자 역시 함께 클래식에 친숙해진다. 단순히 음악 이야기만 하다보면 지루해질 수도 있는데, 사건과 겹쳐지면서 이야기하다보니 더욱더 흥미를 느끼게 만드는거 같다. 이 책의 저자는 실제로 피아니스트이며 작곡가라고 하는데, 자신의 광범위한 음악적 지식에다 상상력을 결합하여 독자들을 책 속으로 끌어들이고 있었다. 다만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 좀 아쉽기는 하다. 그리고 결론도 좀 그렇다. 아무래도 클래식과 관련된 이야기에 치중하다보니 그런가보다.

 

악기를 연주하는 연주자들은 자신의 악기를 목숨처럼 소중히 여긴다. 그리고 그들의 세계에서는 미묘한 차이로 뛰어난 음악가와 그렇지 않은 음악가로 나타나는거 같다. 그렇기에 최고의 연주를 위해 영혼까지 악마에게 팔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거 같다. 인간이라고 믿겨지기 어려울정도의 뛰어난 연주를 들려주었기에 악마와 거래를 했을거라는 이야기를 들은 니콜라 파가니니. 이런 소문때문에 교회 묘지에 묻히는거 조차 금지당할 정도였다니 얼마나 대단한 연주가였는지 궁금해진다. 지금 이 서평을 쓰면서 이 책 속에 들어있는 미니 CD의 음악을 듣고 있다. 두 곡이 실려있는데, 이 책 속에서 살해당한 아네 라라사발이 연주했던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협주곡 2번과 카프라치오 24번이다. 두 곡 모두 어디선가 들어본거 같다. TV드라마나 영화, CF 등에 클래식 음악이 알게 모르게 많이 나오는데 그런데에서 들어본게 아닌가 싶다. 이 책을 통해 파가니니의 악마적인 이야기를 들어서 그런지 몰라도 음악 자체가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그가 직접 연주한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음악을 잘 모르는 내가 들어도 훌륭한 곡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하는거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초등학교때 친구 한명이 떠오른다. 그 친구는 음악 발표회날 바이올린을 연주했었는데 정말 열정적으로 연주했던거 같다. 그때 바이올린에 심취된 그 친구의 신들린듯한 모습은 정말 놀라웠다. 평소때 그 친구의 모습과는 전혀 달랐으니 말이다. 과연 그 친구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지금도 바이올린을 켜고 있을지도 궁금하다. 이 책을 단순히 살인사건에 의한 추리소설이라고 생각한다면 실망할것이다. 일반적인 추리소설과 비교했을때는 그 요소가 부족하니 말이다. 하지만 클래식과 악마적인 이야기가 결합된 이 책은 흥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이 책을 통해 클래식 특히 바이올린과 파가니니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다. 파가니니의 곡을 연주하는 연주회에 가서 생생한 라이브로 들어보고 싶어진다. 낯설었지만 즐거운 책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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