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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 오후 두 시의 기억 - 북유럽에서 만난 유쾌한 몽상가들
박수영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어느덧 시간이 흘러 어느새 2009년 12월 29일이 되었다. 활기차게 시작한 2009년도 오늘까지 3일 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시간이 언제 이렇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마도 비슷한 하루하루를 살아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제고 오늘이고 내일이고 거의 똑같은 일상속에서 살아간다.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익숙한 환경에서 늘 함께하는 익숙한 사람들과 익숙한 하루를 보내다보니 오늘이 몇일인지 내일이 몇일인지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익숙함이란것은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그렇기에 안정적이고, 여유를 가지게 만들어준다. 하지만 그런 익숙함은 현재에 안주하게 만든다. 때론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기도 한데 익숙함에 취해있다보니 도전을 두려워하게 되고, 용기를 내는데 주저하게 된다. 여기 익숙함보다는 낯섬을 선택한 사람이 있다.
이번에 만난 '스톡홀름 오후 두 시의 기억'의 저자 박수영이 그러했다. 그녀는 자신을 둘러싼 익숙한 환경에 지쳐있었고, 아무도 그녀를 알지 못하는 환경을 택했다. 이방인이 되고 싶었던 것이다. 이질적인 사회에 자기 자신을 던져놓고 그 이질성과 자기 자신이 섞이는 과정을 지켜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서 그녀는 대한민국을 떠나 잘 알려지지 않은 스웨덴 웁살라로의 떠남을 선택했다. 웁살라. 이 책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들어보지 못했을 곳이다. 18세기까지 스웨덴의 수도였으며 학문과 종교의 중심지이다. 웁살라 대학교는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 가장 유서깊은 대학으로 유럽에서 영어로 진행되는 강의가 가장 잘 되어있고, 수업료도 없었기에 그녀는 이곳을 선택했다고 했다.
스웨덴. 여행을 좋아하는 나이기에 지금까지 여행과 관련된 책을 정말 많이 보았는데, 스웨덴과 관련된 책은 한번도 접해보지 못했다. 그래서 스웨덴에 대해 아는게 거의 없다. 수도가 스톡홀름이라는 것과 바이킹의 나라라는것 그리고 사회보장제도가 가장 잘 되어있는 나라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외에 축구 강국으로 얼마전 2부리그 감독이 된 헨리크 라르손과 스페인 바르셀로나 FC의 스트라이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의 조국이라는게 전부인거 같다. 참 내가 좋아하는 소설 밀레니엄 시리즈의 작가 스티그 라르손의 조국이며, 그 책이 스웨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것도 기억이 난다.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스웨덴은 어떤 나라이고 그 곳 사람들은 어떠한지 이 책을 통해 알고 싶어졌다.
이 책의 저자 박수영은 2년간 스웨덴 웁살라의 웁살라 대학에서 역사학을 공부하면서 경험한 것들을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그녀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함께 생활을 하는데 그녀는 행복해하는거 같다. 유럽에서 동양인은 아무래도 눈에 띄기 마련이긴 하지만 생김새도 성장 배경도 생각도 행동도 다른다는 것에 그녀는 설레임을 느끼고 있으니 말이다. 그녀는 웁살라 대학에서 공부하면서 느낀 점들과 낯선 친구들과의 교감하면서 겪게되는 여러가지 생각들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낯선이들과 익숙해진다는 것은 쉽지 않은거 같다. 하물며 같은 국적의 사람끼리도 그러할터인데 다른 국적의 사람들과 익숙해진다는 것은 더욱더 그러한거 같다. 아무래도 문화적 차이가 많을테니 말이다. 저자는 낯선 친구들과 늘 함께하며 그들과 동화되고 있었다. 물론 모든 친구들과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녀는 이방인의 시각에서 스웨덴의 대학 생활과 스웨덴이라는 국가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인상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스웨덴은 세계에서 사회보장제도를 가장 잘 갖추고 있는 나라이다. 그래서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수업료가 없고, 심지어 이방인들에게까지 그러하다. 물론 최근에 비유럽 국가 출신에게는 대학 수업료를 받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스웨덴 사람들은 영어에 익숙하다.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유럽 국가 중에 스웨덴 사람들이 영어를 가장 잘한다고 하니 말이다. 스웨덴에서는 스웨덴어와 영어간에 차이를 두지 않으므로 영어로 생활하기에 아무런 불편이 없다. 웁살라 대학의 경우 강의가 영어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스웨덴 학생들은 대화하는 무리에 외국인이 한 명이라도 끼면 자연스럽게 대화를 영어로 바꾼다. 외국인이 있을때 스웨덴어로 대화하는 것은 에티켓에 어긋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스웨덴의 대학에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많이 볼 수가 있다. 자유로운 학생들인데 어느 학과에 고정되어있지 않고, 듣고 싶은 겅의를 자유롭게 듣는 것이다. 스웨덴의 대학은 배우고자 하는 시민들에게 나이, 직업에 상관없이 강의실을 개방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인상적인 모습들이 많이 있었다. 특히 사회적 약자나 이방인들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가 그러했다. 스웨덴은 '평등'이라는 것을 모토로 하고 있기에 사회 곳곳에 동등함이 배어 있었다. 스웨덴에는 평등기회 옴부즈맨이라고 해서 사회곳곳에서 발생하는 차별을 감시하는 정부기관이 있다. 스웨덴에 살면서 차별을 받았다고 생각하면 누구든 이 기관에 신고를 할 수가 있는데, 평등기회 옴부즈맨의 조사가 진행되고 차별이 확인되면 협상을 하거나 소송을 통해 신고자의 권리를 찾게 해주는 것이다.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 실제로 사회적 약자의 권익이 보호되는 것이다. 저자는 2년동안 스웨덴에서 살면서 공적인 일을 위해 관공서를 찾았을때 외국인이어서 또는 이방인이어서 위축된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스웨덴 사회는 소수자, 약자, 이방인에 대해 사려깊고 진지하며 쓸데없이 꼬투리를 잡지 않는다는 믿음이 생겼다는 것이다. 세상에는 경찰과 국가 관리를 동원하여 으스대는 국가가 있고, 번쩍이는 경찰 배지를 과시하며 죄없는 국민들도 움찔하게 만드는 국가가 있는 반면, 허식과 권위를 버리고 헤게모니가 드러나지 않게 절제하면서 국민을 겸허하게 대하는 나라가 있는데, 그게 바로 스웨덴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었다.
이 책을 보면서 저자가 택한 스웨덴은 정말 멋진 곳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나라가 잘 살고, 아름다운 자연 환경을 가져서 그런것이 아니고, 스웨덴이라는 나라가 지닌 가치와 그곳 사람들의 인식이 말이다. 이 책은 단순한 여행서가 아니라 저자가 2년간 스웨덴에서 경험했던 생각을 마치 일기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스웨덴의 아름다운 풍경을 많이 접하지 못해 아쉬운 점도 있다. 하지만 이방인들의 시각을 통한 스웨덴이라는 나라에 대해 느낄 수가 있어서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만약 스웨덴에서 생활하게 된다면 저자가 느꼈던 감정들을 느낄 수가 있을지 궁금해진다. 비록 내가 저자처럼 스웨덴에서 살아보지는 못하더라도 꼭 가보고 싶어진다. 아마 이 책을 통해 나와같이 스웨덴에 호감을 가지게 된 사람들이 많을거란 생각이 든다. 단 술을 좋아하는 사람을 제외하고 말이다. 스웨덴에서는 바나 레스토랑이 아닌 곳에서 술을 마시는 것은 불법이고, 1년에 딱 하루 4월 30일 발보드 날에만 술을 마음껏 마실수 있으니 말이다. 언젠가 날씨가 좋은날 스웨덴 어느 곳의 벤치에 앉아 몽상을 즐길 그날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