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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명화 속 현대 미술 읽기
존 톰슨 지음, 박누리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지난 주말에 우연히 학창시절 친구를 만났다. 오랜만에 만나다보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때 마침 내 가방에 이 책이 들어있었다.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다가 친구가 가방속의 책을 보았다. 무슨 책이냐길래 꺼내서 보여주었는데 제목을 보자마자 크게 웃고 말았다. 니가 무슨 미술이냐면서 말이다. 학창시절 미술시간을 싫어하던 나였다. 그림을 워낙 못그렸기 때문이다. 두 시간의 미술시간동안 그림을 그려내는 것은 나에게 정말 힘든 일이었다. 다른 친구들은 한 시간만에도 멋진 그림을 뚝딱 그려내곤 하는데, 나의 경우에는 두 시간동안 연필로 대충 끄쩍이는게 전부였다. 때론 집에가서 마저 그려와야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미술 점수는 항상 좋지 못했다. 그나마 필기시험 점수로 만회하긴 했었는데 미술의 경우는 실기점수가 더욱 중요하다보니 미술성적은 늘상 하위권이었던거 같다. 이런 나이기에 친구가 웃을만도 한거 같다. 물론 미술을 싫어했지만 아니 그림 그리는 것을 싫어했지 그림을 감상하는것까지 싫어했던건 아니었다. 물론 내가 그림에 대해서 아는게 거의 없기에 감상을 할 줄도 모르지만 말이다.
내가 생각해도 신기하기만하다. 내가 이런 책을 보고 있다니, 사실 작년까지만해도 미술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아니 특별히 관심을 가질만한 이유가 없었던거 같다. 내 주변에 미술을 하는 사람이 있는것도 아니고, 미술관에 가는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것도 아니고 말이다. 하지만 올 초에 우연찮게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을 알게 되면서 그 사람을 따라 그림을 보러 다니곤 했었다. 그러면서 그림에 조금씩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어떻게 저런 그림을 그려냈을까 궁금해지기도 하였다. 그러다보니 화가에 대한 것도 알아보게 되고, 그와 관련 책들도 조금씩 보게 되었다. 물론 그래봤자 햇병아리 수준이다. 미술에 미자도 모르던 내가 짧은 시간에 미술 애호가가 되는 것은 어려운거 같다. 하지만 이제서라도 관심을 가지게 된게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은 다양한 그림들을 소개하고 있었다. 대부분 19세기와 20세기 즉 현대 미술작품을 보여주면서 그 그림을 그린 화가와 그림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고 있었다. 400페이지가 넘는 이 책에는 많은 그림들이 실려 있었다. 대다수가 처음 보는 그림들이었고, 생소한 화가들이었다. 물론 내가 이름만 알고 있는 화가들도 제법 있었지만 이름만 알뿐이지 그 화가의 작품들은 모르는게 태반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그림은 풍경화인데 이 책의 첫부분에는 풍경화가 몇 작품 실려 있었다. 테오도르 루소의 '한낮의 다프레몽 골짜기'라던지, 알프레드 시슬레의 '라 셀-생-클루의 밤나무길', 장-바티스트 카미유 코로의 '빌-다브레의 연못' 등 해서 말이다. 정말 멋진 그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프레데릭 에드윈 처치의 '황야의 황혼'과 '코토팍시'는 정말 마음에 드는 그림이었다. 그림이 아니라 사진을 찍어놓은듯한 느낌이 들만큼 생생한 자연의 모습을 담고 있는 그림이었다. 이 그림을 소장하고 있는 클리블랜드 미술관과 디트로이트 아트 인스티튜트에는 기회가 된다면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하지만 앞부분 말고는 더이상 풍경화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뒤로 갈수록 인물화를 비롯해 다양한 그림들이 실려있었는데 솔직히 내 취향의 그림들은 아니었다. 내가 그림을 볼줄 몰라서 그렇겠지만 비현실적이고 추상적인 그림들은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작가의 설명을 듣지 않는다면 무슨 그림인지 이해하기 힘들어보이는 그림들이 많았는데 이런 그림들을 마땅치 않게 생각하는걸 보니 작품 감상을 하기에는 나의 역량이 부족해보인다. 또한 선과 색으로만 표현한 작품이라던지 기하학적인 작품들도 많이 실려있었는데 비슷한 시기에 그려진 그림들이 많았다. 아마 그 시기에는 그런 그림들이 유행했었나보다. 생소한 작품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래도 중간중간에 낯익은 작품들이 눈에 띠었다. 피카소나 고흐, 고갱과 같이 내가 알고 있는 화가들의 그림이었다. 이 책을 보면서 내가 모르는 화가가 정말 많다는것을 다시한번 느끼게 된다.
최근에 미술에 관심을 가지면서 내가 생각했을때 유명하다고 생각하는 화가와 관련된 책들을 몇 권 봤었다. 물론 내가 유명하다고 생각하는 화가만이 유명하고 뛰어난 화가인 것은 아니다. 나에게는 익숙하지 않지만 미술사에 큰 업적을 남긴 뛰어난 화가들은 얼마든지 있으니 말이다. 미술에 문외한인 나지만 그나마 이 책을 통해 아주 조금더 미술에 다가간거 같아 기분이 좋다. 미술을 좋아하고 현대미술 거장들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이 책은 그 사람에게 큰 즐거움을 줄거란 생각이 든다. 많은 그림들을 접할 수가 있어서 좋은 시간이었던거 같다. 앞으로 좀더 다양한 화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통해서 미술에 대한 나의 시각을 확장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