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밤은 천 개의 눈을 가지고 있다
코넬 울리치 지음, 이은경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밤은 천 개의 눈을 가지고 있다' 이번에 만나게 된 책의 제목이다.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가 없는 제목의 이 책은 어두운 밤을 한 사람이 걷고 있고 밤하늘의 별이 반짝거리는 책의 표지와 함께 이 책에 관심을 가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 책의 장르는 누아르라고 했다. 얼마전에도 누아르 장르의 책을 한 권 읽어보긴 했지만 나에게 있어서 익숙한 장르는 아닌거 같다. 누아르하면 범죄와 폭력이 난무하고 피비린내가 가득한 어둠의 모습 이런게 떠오른다. 물론 내가 누아르라는 장르에 가지고 있는 편견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 책의 저자 코넬 울리치는 누아르의 아버지라는 칭호를 듣고 있으며,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했다. 누아르의 아버지라는 저자는 과연 어떤 이야기를 펼쳐내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한 남자가 있다. 이름은 톰 숀. 직업은 형사이다. 그는 집으로 가는 밤길을 걷던 중 자살을 하려던 한 여성을 구하게 된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진 레이드라는 여성과 형사 톰 숀의 만남을 통해 이야기는 전개되고 있었다. 숀은 왜 그녀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했는지 궁금해하고 그녀를 통해서 그동안 있었던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녀의 아버지 할란 레이드에게 누군가 죽음을 예언했다는 것이다. 어처구니가 없는 말이지만 그 예언자의 말들이 하나 둘씩 맞아들어가게 되면서 진과 그녀의 아버지는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숀은 그녀와 그녀의 아버지에게 도움을 주기로 결심하고 그 예언에 대해서 조사를 시작한다.
예언이라는 것이 얼마나 믿을만 한 것일까? 나같은 경우는 예언, 운명 이런것을 믿지 않는다. 특히 사람의 인생에 관한 것이라면 더욱더 그러하다. 사람의 인생은 정해진것이 없으며 그 사람의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죽음에 대한 예언이라면 글쎄 잘 모르겠다. 처음에는 당연히 믿지 않았을 것이고, 그 예언을 한 사람을 미치광이 취급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속의 상황과 같이 그 예언자의 다른 예언들이 맞아들어간다면 어쩌면 죽음의 예언도 맞는 것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 할수록 더욱더 고통스러워질것이고, 그 사람의 삶은 황폐해져 갈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 저자는 예언으로 인해 아버지와 딸에게 드리워진 내면적인 공포를 잘 보여주고 있는거 같다. 시간이 가면서 예언자가 예언한 죽음의 날짜에 가까워질수록 부녀가 보여주는 불안, 두려움들은 어떤 외적인 요소들보다 강하게 그 부녀를 압박하고 있었다. 저자의 탁월한 심리묘사가 놀라울 뿐이었다. 이 책을 통해 누아르라는 장르에 한발 더 다가선 느낌이 든다. 분명히 이전에 보았던 누아르 책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거 같다. 인간이 가지는 두려움과 공포는 결국 자신의 심리적인 측면에 기인한다는 생각이 든다. 두렵다, 무섭다, 긴장된다 이런 생각을 하면 할수록 그러한 것들은 더욱더 가중될 수 밖에 없다. 자신이 극복하고자 노력하고, 그러한 감정에서 벗어나려고 해야만 극복이 가능한 것이다. 500여 페이지의 다소 두꺼운 책이었지만 긴장감을 가지고 끝까지 읽을 수가 있었다. 또 그렇게 만든 저자의 이야기 전개 솜씨에 감탄하게 된다. 즐거운 시간이었던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