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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자동 레시피
신경숙 지음, 백은하 그림 / 소모(SOMO)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음식은 만든이의 정성에 따라 그 맛이 좌우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가장 좋아하고 가장 맛있어하는 것은 단연 엄마가 만들어주시는 음식들이다. 엄마의 음식은 나를 위하는 마음이 가득 담겨진 최고의 요리이니 말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음식을 먹어왔을 것이다. 그 중 대부분은 집에서 먹은 것들이겠지만 밖에서 먹은 음식도 아마 많을거라고 생각한다. 지금껏 가본 음식점들은 집에서 먹은 횟수만큼은 아니지만 그 역시 셀 수가 없을거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음식점에서 다양한 음식을 맛보았는데 그 중에는 만족스러웠던 곳도 있고, 불만족스러웠던 곳도 있다. 만족 불만족을 가르는 가장 큰 요소는 물론 맛이다. 음식이 맛이 없다면 그 곳은 장사가 잘 될리가 없다. 맛 외에도 그 음식점의 분위기, 서비스 등도 만족 불만족을 가늠하는 요소가 된다. 프랜차이즈 식당이나 유명 레스토랑 등 비싸고 고급스러운 음식점은 대체로 만족도가 높은 편이긴 하지만 나의 취향과는 맞지가 않는 경우가 많다. 내 성격이 화려하고 고급스러운것 보다는 작고 소박한것을 더욱더 좋아하기에 말이다. 그래서 작고 소박하지만 정겨운 그런 음식점을 나는 선호하는 편이다. 이런 나의 취향과 어울리는 곳을 이 책을 통해 만날 수가 있을거 같아 설레였다.
'효자동 레시피' 이 책은 오래된 한옥을 개조하여 만든 작은 레스토랑 '레서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정확히는 창성동에 위치하고 있는데 2004년부터해서 2008년까지 약 5년간의 소중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효자동과 레스토랑 왠지 어울리지 않을듯하면서도 묘하게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1장 에피타이저부터해서 수프, 샐러드, 메인 디시, 그리고 5장 행복한 디저트까지 다양한 요리들과 함께한 사람들의 소박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작은 가게이기에 주방에서 요리하는 모습을 손님들이 지켜볼 수가 있고, 함께 이야기를 하며 새로운 메뉴를 만들어가기도 하는 그런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레스토랑. 그곳이 바로 효자동의 레서피였다. 이 책속의 이야기들을 듣고 있자니 왠지 모르게 가슴이 따뜻해지는거 같고, 지나가다가 꼭 한번 들려보고 싶은 곳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만든다. 아마도 이 책의 저자 역시 단순히 음식만 파는 그런 레스토랑을 원한건 아닌거 같다. 음식을 먹으며 사람사는 이야기가 가득한곳, 사람들의 행복한 웃음이 가득한 곳을 만들고 싶어했다는 생각이 든다.
문득 이 책을 보고 있자니 어릴적에 갔었던 동네의 조그마한 레스토랑이 생각난다. 그 시절 레스토랑 그때는 경양식 집이라고 불렀던거 같다. 사실 그때 돈까스라는걸 먹어볼 기회가 거의 없었다. 어느날 친구들과 학교갔다오는 길에 그 레스토랑 앞을 지나는데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겨왔다. 그래서 친구들과 나는 그 집 앞에 서서 그 냄새를 맡곤 했었다. 그러던중 역시 그 집 앞을 지나는데 안에서 아주머니가 나오시더니 잠깐 들어오라고 하셨다. 그래서 친구들과 들어갔는데 아주머니께서는 소스를 가득 머금은 접시같이 동그란 돈까스를 한 접시씩 주시며 먹으라고 하셨다. 우리들이 하교길에 멈춰서있는 광경을 계속 지켜봤다는 것이었다. 처음먹어보는 레스토랑 돈까스 그맛은 지금도 잊을수가 없다. 지금까지 수많은 음식점에서 돈까스를 먹어보았지만 그때 그 맛을 능가할만한 돈까스는 먹어볼 수가 없었다. 맛도 맛이었지만 그곳에서는 정겨움을 느낄 수가 있었기에 기억이 많이 나는거 같다. 어쩌면 이 책속의 레스토랑 역시 사람들의 기억속에 나의 어릴적 레스토랑같은 기억을 남겨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곳 효자동의 레서피는 2009년을 맞이하여 긴 방학에 들어갔다. 그동안에는 음식을 통해 사람들에게 엄마와 같은 정겨움을 전해주었다면 이번에는 진짜 엄마로서 다시 태어나기위해서 말이다. 아마도 내년에 다시 레서피를 만날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든다. 아마 그때는 지금보다도 훨씬 정성스러운 그리고 사랑스러운 음식을 보여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책은 단순한 요리책이 아닌 따뜻한 마음을 전해주는 그런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보는내내 책속에 잔뜩 담겨져 있는 요리 사진들때문에 배가 고파서 먹고 싶어서 미치는줄 알았다. 효자동의 작은 레스토랑 레서피의 방학이 끝나고 개학을 하게 되면 그곳에 가서 그녀의 가슴따뜻한 요리들을 맛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