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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인 소녀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6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미스터리 추리소설은 여행 에세이와 더불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르이다. 그래서 많은 미스터리 추리소설을 읽고 있는데 거의 대부분이 일본 작가의 작품이었다. 추리소설을 읽을때마다 일본에는 왜 이렇게 미스터리 추리소설 작가가 많은건지 그리고 왜 우리 나라에는 이러한 작가들이 별로 없는건지 하는 의문이 생기곤 한다. 출판 시장의 규모때문인지 아니면 작가에 대한 대우때문인지 아님 일본작가들의 능력이 뛰어나서인지 정확한 이유야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작가들이 쓴 추리소설을 많이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거 같다. 내가 많은 추리소설 작가들의 작품을 접해보았는데 그 중에서 나의 마음에 가장 드는 작가는 단연 히가시노 게이고인거 같다. 그의 작품을 읽을때마다 그의 놀라운 상상력에 감탄을 금할 수가 없는거 같다. 어째면 매 작품마다 다양한 소재로 치밀하게 내용을 전개하는지 말이다. 또 내가 그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가 바로 다작 작가라는 점에 있다. 그는 지금껏 60편이 넘는 작품을 썼다고 한다. 지금까지 내가 접해본 그의 작품이 20편 정도 되는거 같은데 아직도 내가 보지 못한 그의 작품이 많이 있다는점이 좋다.
이번에 접하게 된 '내가 죽인 소녀'의 작가 하라 료는 히가시노 게이고와는 대비되는 작가이다. 그는 자타가 인정하는 대표적인 과작(寡作) 작가인것이다. 그는 1988년 마흔 세살의 늦은 나이로 작가에 데뷔했는데 지금까지 그가 발표한 작품은 총 6편에 불과하다. 그는 다음 작품을 발표하는데 상당한 시일을 보내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다작 작가이던 과작 작가이던 자기만의 주관이 있을 것이고 사정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라 료는 작품을 구상하고 그 작품을 글로 표현하는데 많은 시간을 들이는 작가이다. 그만큼 많은 공을 들여서 작품을 발표하는데 많은 시간을 기다린만큼 독자들은 그의 책에 열광을 하는거 같다. 하라 료라는 작가가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내는 작품은 과연 어떨지 궁금해졌다.
이 책은 102회 나오키 상 수상작이다. 하라 료는 데뷔작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 에 이은 두번째 작 '내가 죽인 소녀'로 큰 상을 수상했다. 내가 지금껏 나오키 상 수상작을 서너편 정도 읽어본거 같은데 실망한적은 없었다. 나오키 상 수상작은 분명히 이름값을 했던거 같다. 이 책 역시 당연히 나에게 큰 기대를 갖게 했다.
이 책속에는 그의 데뷔작에 이어 사립 탐정 사와자키가 등장한다. 그는 와타나베 탐정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어느날 남자인지 여자인지 분간하기 힘든 목소리의 고객으로부터 상담 전화를 받게 된다. 자기 집으로 와 달라는 내용이었다. 여기서부터 사와자키 탐정은 예상치 못했던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고객의 잡에 방문한 그는 집 주인으로부터 거액이 담긴 여행 가방을 받게 되고 뒤이어 형사들에게 소녀를 납치한 피의자로 체포된다. 당연히 그는 어안이 벙벙하다. 그는 경찰서에서 사건에 대해 듣게 되고, 그의 알리바이가 인정되면서 어느정도 범인이라는 의심을 벗게 된다. 하지만 그는 소녀 납치 사건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전화를 했던 범인은 계속 사와자키 탐정이 함께 하길 원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갈수록 사건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들게 되고 범인의 행적은 오리무중으로 빠지게 된다.
이 책속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사와자키 탐정의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거친 느낌이 든다. 이 책이 미스터리 요소에 하드보일드적 요소의 조화가 잘 이루어져있다고 하는데 책을 읽어나가면서 그러한 점을 충분히 느낄 수가 있는거 같다. 냉혹한 듯한 느낌도 주고, 개인의 감정적인 요소를 가급적 배제하여 사실적으로 빠르게 전개하고 있는거 같았다. 그동안 하드보일드적인 소설을 많이 접해보지 못했었다. 왠지 좀 딱딱한 느낌도 주고 해서 나와는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하드보일드 소설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던거 같다. 저자 하라 료는 단순하지 않은 듯하고 명쾌하지 않은 듯하게 이야기를 전개하여 나를 책속으로 계속 끌어당기고 있었다. 퍼즐이 맞혀질 듯 하면서도 어긋나게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추리소설은 나를 기쁘게 하는거 같다. 이 작품을 통해 하라 료라는 작가에 대해서 알게 되어 좋았다. 그의 다른 작품들 역시 이 책에서 주는 만족을 나에게 안겨줄것이 분명하기에 어서 빨리 저자의 다른 작품들을 만나고 싶어진다. 역시 추리소설은 나를 들뜨게 하는거 같다.